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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A 대표팀 감독을 만나다

On September 21, 2006

근 20년 동안 황선홍은 대한민국을 울게도 그리고 웃게도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황선홍이 해온 일은 언제나 축구였고, 노린 것은 항상 골이었다. 묵묵하게 그는 자신의 일을 해왔을 뿐인데, 옆에서 그 발끝에 웃기도 울기도 했던 것이다. 1988년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던 새내기 시절부터 은퇴하기 직전까지 말이다. <br><br>[2006년 10월호]

Photography 기성율 Editor 김현태

황선홍만큼 대한민국 축구계에 자신의 이름을 크게 아로새긴 사람도 드물다. 여전히 <아레나>가 만나고 싶은 전남 드래곤즈의 최고 스타는 현역 필드플레이어가 아닌 벤치의 황선홍 코치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그 자신은 이 칭찬 아닌 칭찬이 맘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어서 빨리 자신이 가르치는 애제자 중 자신을 뛰어넘는 선수가 나와주기를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쉬어 보이진 않는다. 나는 황선홍이 우리에게 보여준 그 수많은 실수도 사실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그의 뛰어난 위치 선정의 소산물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여전히 프로 축구팀 코치 황선홍이라는 직함은 어색하게만 들린다. 워낙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전 스트라이커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일 게다. 하지만 정작 광양에서 만난 황선홍 자신은 마치 맞춤 수트처럼 코치라는 직업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명이 켜지고 카메라 셔터가 눌러지자, 곧 능숙한 포즈를 잡는다. 포즈라고 할 것도 없다. 얼굴에 새겨진 주름 하나하나가 그의 굴곡진 축구 인생을 말없이 대변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촬영은 말 그대로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좀 더 나은 사진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에디터의 욕심도 하늘이 두 쪽 나도 선수들과 함께 밥을 먹어야 한다는 그의 의지를 꺾진 못했다. 언젠가(아직은 요원한 일이겠지만) 대표팀 감독 황선홍을 꿈꾸어본다. 그리고 자신이 선수 시절 이루었던 업적을 다시 지도자로서 성취해주길 기도한다. 마치 독일의 카이저, 베켄바워처럼 말이다. 아, 참! 베켄바워는 수비수였지….

클럽팀의 코치를 맡고 있다. 오랜 동료 홍명보와는 사뭇 다른 행보인데…. 몇 달에 한 번 최고 레벨의 선수를 소집해 가르치는 국가대표팀 코치와 매일 함께 합숙하는 일반 프로팀의 코치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대표팀은 자기 스타일에 맞는 선수를 뽑아서 쓸 수 있다. 반면 클럽팀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 대표팀에선 짧은 기간에 모여서 전력을 100% 상승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클럽팀은 대표팀보다 나의 전술을 시도해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외국의 경우 네덜란드의 반바스텐, 독일의 클린스만처럼 공격수 출신 감독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국내엔 김호, 김정남처럼 수비수 출신이 오랫동안 지휘봉을 잡고 있는데….
현재 국내 클럽을 보면 수비 출신 지도자가 많다. 공격수는 수비수에 비해 더 전문적인 포지션이기 때문에 경기 전체를 보는 안목이 떨어질 수 있다. 감독 개인의 성향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외국의 경우엔 수비수 출신이지만 공격 위주로 전술을 짜는 감독도 많다. 승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공격 성향이 강한 전술이 좀 더 설득력을 갖는다고 믿는다. 수비만 가지고는 이길 수 없지 않은가. 공격수 출신이기 때문에 수비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야구의 선동렬은 배영수, 오승환처럼 최고 투수들을 조련했다. 당신은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 출신 지도자다. 전남에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최고의 재목이 있는가? 그리고 자신만의 지도 노하우는 무엇인가?
단연 주광윤이다. 아주 놀라운 재능을 가진 선수다. 지도 노하우는 되도록 실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서 훈련한다. 그리고 그것을 몸에 익히도록 자주 반복해서 주입시킨다.

당신의 은퇴 이후 정통 스트라이커에 공백이 생긴 것 같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최순호-황선홍-(이동국)의 계보를 이을 만한 공격수를 직접 손꼽아준다면?

현재로선 조재진이 가장 유력하다. 정조국도 괜찮아 보인다. 물론 스스로 노력하고 연구해서 더욱 발전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지만…. 두 사람 모두 분명 자질은 충분하다.

당신의 리스트엔 박주영이 제외됐다.
박주영에게 충고한다면, 축구를 하다 보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는데 지금은 후자인 것처럼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초반의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는 지금 빅리그를 위한 중간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해외 진출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실패하더라도 지금 경험해보고 도전하는 게 나을 것이다. 단, 처음부터 빅리그를 노리는 것은 과욕이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시아컵에만 나가면 유난히 성적이 좋지 않다. 왜 그럴까? 지금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시급히 보강해야 할 것은?
어려운 질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만의 축구 색깔을 찾아야 한다. 우리보다 체격 조건이 좋지 않은데도 월드컵에서 꾸준히 8강 정도의 성적을 내고 있는 멕시코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성공 사례를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 한국의 장점은 스피드와 팀을 위해 희생하는 정신력이다. 그것을 얼마나 극대화하느냐가 좋은 성적을 내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경기와 가장 자랑스러운 경기를 꼽는다면?
축구선수로서 참여한 모든 경기가 소중하다. 다만 성에 차지 않는 경기는 있다. 예상했겠지만, 1994년 미국월드컵 볼리비아와의 경기다. 가장 좋았던 경기는 2002년 폴란드전이었다. 하지만 볼리비아전도 지워버리고 싶진 않다. 그 경기도 황선홍이 살아온 길이고, 내가 좋아하는 축구경기다. 다만 플레이가 맘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이번 월드컵에 나타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개인전술의 부재였다. 하지만 K리그를 보면 이관우 같은 개인기 뛰어난 선수들이 몇몇 보인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선수 명단에는 개인기 좋은 선수들은 제외되기 일쑤다. 물론 수비가 약해서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다면 포르투갈의 C. 호나우도나 아르헨티나의 리켈메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솔직히 리켈메나 호나우도 레벨의 선수들이라면 수비력이 떨어져도 쓴다. 냉정하게 말해 국내 선수 중에는 그 정도 개인기를 가진 선수는 없다. 패스 한 번으로 경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실력이 아닌데 수비가 떨어지는 선수를 내보내는 것은 감독의 모험이다. C. 호나우도가 뛰어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현대축구나 한국축구엔 필요 없는 스타일이라고 본다. 하지만 클럽 간 축구경기라면 활용도가 높을 수도 있다. 나는 상호협력과 팀플레이를 앞세운 전술을 더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현 14개 프로팀 중 가장 앞선 형태의 구단 운영을 하는 팀은 어디일까?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케릭이나 람파드를 키운 웨스트햄이나, 긱스나 베컴을 키운 맨체스터 같은 유소년 시스템이 우리나라엔 전무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현재 우리나라 축구계에 장기적인 계획이 없는 것이 맘에 걸린다. 몇몇 팀을 보면 당장 성적을 올리기 위한 노력은 하는데, 먼 미래를 내다보고 팀을 설계하는 마스터플랜은 보이지 않는다. 축구는 앞으로도 계속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남 홍보팀 관계자는 전남은 유소년 축구팀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학원 중심의 축구팀 정책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그나마 제도적으로 보완됐지만 포항의 유소년 축구팀 소속이었던 박주영의 예에서 보듯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약간의 보상금만 내면 다른 팀 유소년들과 마음대로 계약할 수 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언제쯤 감독 황선홍을 볼 수 있을까? 솔직히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를 꿈꾸고 있는가?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다. 지금은 그것을 위한 준비 기간이다. 시기는 나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기회가 왔을 때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여러 감독 밑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가장 닮고 싶은 감독이 있는가?
역시 히딩크 감독이다. 객관적인 성적도 그렇고 선수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우수한 선수들이 J리그에 나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럽 리그가 아닌바에야 국내에 잔류하는 게 낫다고 하는데….
J리그에 가는 것이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 전제는 고종수처럼 실패해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도 분명 외국이다. 그곳에서의 기회를 경험삼아 더 높은 곳을 향해 꿈을 꾸는 것은 괜찮지만, 편하게 안주하면서 돈이나 벌어오겠다는 마음가짐은 바람직하지 않다.

호주가 AFC에 편입되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아시아권 국가의 성적이 좋지 않아 배당이 줄어들 수도 있고…. 2010년에도 우린 월드컵에 나갈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축구 사정을 감안하면 월드컵에는 반드시 나가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긍정적인 사고 아래, 지금부터 준비해나간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이 가능하다고 본다.

당신은 건국대 출신이다. 지금이야 외국인 감독 아래서 사정이 나아졌다지만, 한때 특정 대학팀 출신들이 대표팀에서 득세한다는 말이 있었다.
학연, 지연에 의해 대표팀을 선발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여태껏 내 경험으로 봤을 때 그런 일은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K리그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재미없는 축구에 있다고들 한다. 결국 수비 위주의 감독 성향이 도마에 오르곤 하는데, 일선 지도자로서 어떤 항변을 할 수 있을까?
공격적인 축구도 중요하지만, 재미있는 축구의 정의부터 제대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재미있는 게임이란 서로 이기기 위해 자신의 상황에 맞춰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닐까? 골을 위해 수비를 전혀 하지 않고 몇 골씩 터지는 게임이 재미있는가? 현재 우리 축구는 팀 간 전력차가 분명 존재한다. 전력이 약한 팀이 이기기 위해 수비를 강화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문제는 강팀이다. 강팀들이 수비 위주의 전술을 앞세우고 나온 팀을 깨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FA컵에서 몇몇 K리그 팀들이 대학팀 혹은 N리그 팀에 패해서 불거진 승강제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승강제는 분명 필요하다. 프로축구는 팬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존재다. 관심이 있다면 분명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문제는 현재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 프로축구는 일종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승강제를 위한 제도적 정비를 완비한 후에 실시해도 늦지 않다. 지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팬들의 요구에 따라 정책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축구를 뺀 황선홍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요즘 축구를 제외하고 당신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건 무엇인가?
축구 빼고는 없다. 항상 눈뜨면 축구를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도저히 다른 생각이 파고들 여지가 없다. 적어도 지금은 축구만 생각해야 할 때다.

지도자로서가 아니라 축구인 황선홍, 그리고 인간 황선홍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행복해지는 것. 우승도 우승이지만, 부족한 면이 많은 선수를 조련해 좀 더 나은 선수로 만들어갈 때의 성취감은 대단하다. 물론 가족과의 행복한 삶도 빼놓을 수 없는 나의 인생 목표다.

마지막 질문이다. 이탈리아의 말디니 부자나 차범근 부자처럼 당신의 두 아들에게도 축구를 통한 행복을 물려줄 생각이 있는가?
아들이 원한다면 축구를 시키겠다. 둘째가 특히 소질이 있어 보이는데 더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다. 부모라고 해서 자식의 삶을 결정할 권리는 없기 때문에, 아이의 선택에 따를 것이다. 다만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정보를 제공할 뿐이다.

근 20년 동안 황선홍은 대한민국을 울게도 그리고 웃게도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황선홍이 해온 일은 언제나 축구였고, 노린 것은 항상 골이었다. 묵묵하게 그는 자신의 일을 해왔을 뿐인데, 옆에서 그 발끝에 웃기도 울기도 했던 것이다. 1988년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던 새내기 시절부터 은퇴하기 직전까지 말이다. &lt;br&gt;&lt;br&gt;[200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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