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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을 모르는 시연

영하의 사막 모래 바람에도, 찢어지는 고통의 와이어 액션에도 시련은 없었다고 말하는 박시연. 사연 없이 곱게 자랐을 것 같은 그녀의 연예계 경착륙은 이제 연착륙으로 선회하고 있다. <br><br>[2006년 10월호]

UpdatedOn September 21, 2006

Photography 김보성 Stylist 최희승 Hair&Make-up 제니하우스
Digital Retourching 조성진 Editor 성범수

외부 촬영을 나갔던 포토그래퍼 일행의 자동차 사고, 화보 촬영하기로 했던 박시연의 이른 도착은 에디터의 애간장을 녹이기 시작했다. 오장육부가 끊어질 것 같은 떨림과 흥분 일색의 에디터는 인터뷰부터 하자며 이끌었고, 새초롬하고 차가울 것 같은 그녀의 대답엔 보온 도시락의 여운 있는 온기가 담겨 있었다. 마음이 풀어진 에디터는 어린 동생 대하듯 그렇게 공·사를 넘나드는 질문을 뿌려댔다. 현명한 여자가 좋다. 에둘러 치는 그녀의 솜씨에 유부남, 사심이 생겨버렸으니, 순간 말의 목이라도 내려칠 수 있었던 김유신 장군이 부럽다고 생각했다. 사심 있는 인터뷰, 지금부터 개봉한다.

오늘 촬영 콘셉트는 ‘섹시’다. 매달 그렇다. 여자 연예인들을 ‘섹시’하게 풀어내는 게 내 한 달 일 중 하나다. 날 변태처럼 보지 않았으면 한다. 그럼 인터뷰를 시작하겠다. ‘섹시’하게 보이는 게 좋은가?
그런 걸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치장 덕분에 섹시해 보이는 건 싫다. 그냥 데님팬츠에 티셔츠 입었을 때 섹시함이 느껴진다면 그게 더 좋다. 그런 게 진짜 섹시한 거니까.

취미가 ‘인터넷 검색이다’라고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써 있다. 내 친구가 네이버에서 일하는데 전화 한 통이면 바꿔줄 수 있다. 부탁해볼까? 아니면 진짜 다른 취미가 없는 건가? 인터넷 검색은 이종격투기 최홍만 선수와 같은 취미다. 재고해보는 건 어떻겠나?

그렇게 써 있는 줄 몰랐다. 꽤 오래전 얘기인 것 같다. 그땐 인터넷을 시작했을 때라 그냥 그렇게 말한 것 같다. 딱히 취미, 특기가 있는 건 아니다. 취미라고 하면 쉴 때 옷 구경하고 서점에서 책 안 사고 몰래 보고 그러는 게 취미라고 할 정도니까.

다른 일로 먼저 유명세를 탔다. 불이익이 될 수도 있을 거다. 얻은 점과 잃은 점이 있을 것 같은데. 난해한 질문이다. 현명한 답 없을까?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덧붙일 말 없다.

뭐, 알았다. 그럼 다른 얘길 하자. 중국에서 일했다. 어떻게 해서 일을 시작하게 됐나?
우연이었고, 운이 좋았다. 한국에서 CF 일을 할 때였는데 에이전시에서 돌고 있던 사진이 중국 CCTV에 전해졌다. CCTV에서 처음으로 자체 제작 드라마를 시작하는데 신인 한국 여배우를 원했다. 한류 열풍이 한창 불던 때라 그랬던 것 같다. 그때 한국에서 프로필이 대거 중국으로 전해졌다고 들었다. 운좋게 오디션을 보러 갔고, 드라마에 참여하게 됐다.
난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다. 그 외엔 길이 없었나? 중국에서 승부를 본 건, 글쎄 불확실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할 때 이것을 하면 이익이 되고, 불이익이 된다는 계산 같은 걸 미리 하지 않는다. 그때는 그저 일이 들어왔고, 하고 싶었다. 기회가 중국에서 들어왔다고 다를 건 없다고 생각했다. 원래 아무 데서나 적응을 잘하는 편이다. 그냥 너무 좋은 마음으로 중국에 갔다. 물론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기회를 잃어버렸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름대로 중국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느꼈고, 힘들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내게 플러스가 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배운 건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거기서 연기를 배웠다고는 못하겠다. 감독님하고 대화가 안 됐다. 통역이 필요했고,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어 모든 걸 혼자서 해야 했다. 힘든 걸 다 이겨냈다는 게 나 스스로 대견했다. 바닥부터 일했다. 난 그런 밑에서부터의 생활을 중국에서 배웠다. 그렇게 세 편 작업을 했는데 배운 게 왜 없겠나. 웃긴 건 그래도 재미있어서 힘든 줄을 몰랐다는 거다.

밑바닥 생활을 얼마 동안 했나?

일 년 반 있었다. 거기 계속 가 있었던 건 아니고, 한국에 들어오기도 했다.

중국의 촬영 환경은 어땠나?

음식 잘 안 맞고, 우연히 겨울에만 촬영을 했다. 영하 20도의 사막 촬영장에는 바람을 피할 데가 없다. 정말 추웠다. 또 사극이니 시골에서 촬영했다. 환경은 당연히 좋을 수 없었다.
중국의 시골 화장실은 유명하다. 얼굴 보며 일 본다고 하던데.
그땐 즐겼다. 그게 힘들다고 생각하면 끝도 없이 힘들기 때문에, 이런 화장실도 있구나 하며 웃어 넘겼다. 그냥 서로 얼굴 마주보며 이야기하고 그랬다.

학창 시절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구미호’나 ‘여우’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전혀 그런 소리 들어본 적 없다. 날 개인적으로 안다면 그런 말 못할 거다.
얘기 들어보니 이슬만 먹고 사는 공주 같지는 않다.
난 그런 사람 절대 아니다.

중국에서 인기 좀 있었나?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보고 그랬냐는 말이다. 외국에서 사람들이 알아보는 기분은 좀 독특할 것 같다. 특히 시골 화장실에서.

중국은 촬영을 하고 나면 방송하기까지 일 년 2개월이 걸린다. 정부가 33부작 모두 사전 심의를 하고, 더빙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방송을 본 적이 없다. 마지막 작품은 반응이 좋았다고 하던데, 그 후로는 중국에 가보질 못했다.
드라마 <연개소문>에서 천관녀로 분했다. 오래 나오는 캐릭터는 아니다. 강한 이미지를 줘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 세 번째 작품이다. <마이걸>, <구미호 가족>에 비해 성격 자체는 가장 현대적이다. 삼국시대가 지금보다 성적으로 많이 개방돼 있고, 여자가 먼저 다가가고 이러는 게 이상한 게 아니었다고 하더라. 그런 면에서 ‘천관녀’라는 역할 자체가 강한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중국과 한국의 사극 촬영이 다른 점?

중국은 백퍼센트 사전 제작이다. 말만 통했다면 스케줄에 쫓기지 않고 편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더빙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표정 연기에만 집중했다. 한국에서는 일단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니까 내가 잡아내지 못하는 부분을 말씀해주신다. 그런 면에서 어른들이 많이 출연하는 사극이 현대극보다 더 연기를 배우기에 좋다고 들었다. 또 우리 역사니까 궁금증도 많이 생긴다. 드라마 <연개소문>을 촬영하기 전에 공부도 하고 관련 책들도 많이 읽었다.
영화 <구미호 가족> 얘기 좀 하자. 난 뮤지컬 영화를 정말 싫어한다. 미안하지만 내 개인적 취향이다. 현실에서 환상으로 바뀌는 게 싫어서인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을 영화관으로 이끌 만한 <구미호 가족>이 가진 매력을 좀 얘기해주면 좋겠다.
<구미호 가족> 자체가 현실성과 거리가 멀다. 아예 현실과 동떨어진 스토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며 볼 수 있는 그런 코미디 영화다. 거기에 조금 더 재미를 주기 위해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을 더한 거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현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영화라 그런 느낌을 가졌는지도 모르겠지만.

박준규 씨와 연기를 했다. 나이 차이도 있고, 감정선을 잡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열다섯 살 차이다. 내가 박준규 선배보다 먼저 캐스팅됐다. 솔직히 내 상대 배역과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날 줄 몰랐다. 박준규 선배가 캐스팅됐다는 얘기를 듣고 나온 말이 ‘어떡해!’ 였으니까. 박준규 선배를 생각하고 대본을 다시 읽었더니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처음 봤을 때부터 ‘시연’이라고 부르면서 아주 다정다감하게 챙겨주셨다. 오히려 또래였으면 서먹하고 그랬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감사하고 있다.

왜 이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캐릭터가 너무 재미있었다. 아주 섹시하고 예쁜 캐릭터다. 순수한, 아니 약간은 어리버리한 나하고 비슷한 성격이다. 그래서 결정은 쉬웠다.

현재 연기자다. 미스코리아 대회 때 되고 싶다고 말했던 앵커우먼이 아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혹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좀 있어 보이고 싶어서’ 앵커우먼이라고 얘기한 건 아니었나?
앵커우먼이 정말 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동경해온 직업이었다. 앵커우먼이나 MC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었으니까. 미스코리아 대회 때 막상 꿈이 뭐냐고 물어보는데 생각나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당황스러운 순간에 나오는 답이 진실 아니겠나.

이제 시작이다.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나? 닮고 싶은 선배가 있나?
김희애 선배님을 닮고 싶다. 만난 적은 없는데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연기는 두말할 것 없고,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게 부럽다.

내가 물어보지 않은 질문 중 물어봤으면 했던 거 없는가? 있으면 묻고 대답해주시길.

그런 거 없는데….
이런 질문을 하면 대부분 없다고들 한다. 시간을 주겠다. 아니, 그냥 내가 묻겠다. 영화 <구미호 가족> 촬영 때 와이어 액션 때문에 고생했다고 들었다.
고생한 건 아니다. 이왕 할 거면 더 잘하고 싶고, 뭐 그런 거 아니겠나? 어떤 상황에서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것 같다.
그렇다. 언제나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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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김보성
Stylist 최희승
Hair&Make-up 제니하우스
Hair&Make-up 조성진
Editor 성범수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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