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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의 가능한 변화

On September 19, 2006 0

껄렁껄렁하게 웃으며 감쪽같이 패를 숨겼다가 단숨에 수억을 쓸어 담는 능력을 가지고 조승우가 나타났다. 열 번째 영화를 찍고 스물일곱 살이 된 그는 더 이상 전전긍긍해 하지 않는다. 드디어 한 템포 쉬기로 했기 때문이다.<br><br>[2006년 10월호]

Photography 조남룡 Editor 박인영

열광해 마지않으며 읽던 만화 <타짜>의, 그것도 가장 흥미진진한 파트인 1부 ‘지리산 작두’가 영화화된다는 희소식에 <아레나>는 굉장히 들떠 있다. 만화 속 ‘고니’와는 도대체 닮은 점이 없는 조승우이기에 더욱 궁금했고, 덤으로 강혜정과의 진실도 물어볼 심산에 마음이 바빴다.
온갖 소문이 많았다. 워낙 인터뷰를 즐겨 하지 않는 배우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화보 촬영을 위한 옷 하나하나, 인터뷰 질문 하나하나까지 따진다는 소문이 기자들 사이에 떠돌았다. 시간관념이 매우 철저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스타들이야, 다들 늦게 오는 게 당연한 이 바닥에서 으레 ‘늦겠지’ 하고 여유를 부리던 기자가 된통 당했다는 소문이었다. 올해 초엔 여자친구 강혜정과 헤어졌다는 루머도 돌았다. 영화 <도마뱀> 촬영 후반에는 관계가 서먹해져 스태프들이 고생했다는, 꽤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돌았다. 인터뷰 날짜가 다가오자 문득 마음이 불편해졌다. 심지어 인터뷰를 두고 직접적인 얘기가 오고갔던 퍼블리시티로부터 두 통의 메일을 받은 후였다. 메일엔 촬영 스태프에 관한 요구사항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굉장히 바쁜 한 해였다. <도마뱀>이 4월에 개봉했고 3월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일본에서 공연했으며, 8월엔 국립극장 무대에서 <지킬 앤 하이드>의 변신극을 보여줬다. 그리고 또 <타짜>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촬영 시간보다 1시간 늦게 나타나면서 소문 중 하나를 박살내고 시작한 조승우와의 인터뷰. 도저히 스물일곱 살이란 게 믿기지 않는 묵직한 오라(Aura)에 우선 기가 눌렸다. 왠지 진지한 질문만 던져야 대답해줄 것 같아 슬쩍 눈치를 보고 있었다.
뜬금없이 <말아톤>에서 백만불 다리를 외치며 5백만 이상의 관객을 모으더니, <헤드윅>에선 트랜스젠더로 화려한 무대 매너를 보여줬다. <말아톤> 전엔 <하류인생>으로 관객과 비평가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따지고 보면 그의 필모그래피 중 흥행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은 <말아톤> 하나다. 그럼에도 충무로의 ‘차세대 빅 3’로 불리며 이처럼 사람들의 관심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그의 연기력과 확실한 자기주장에서 오는 자신감 때문인 것 같다. 언론과 관객, 주위를 꽉 채운 사람들에 둘러싸인 배우가 자기 주관을 확실히 가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성공과 실패에 좌지우지되지 않을 수 있고, 자신의 작품에 책임감을 갖게 되니까.
“사진 찍는 거, 너무 싫어해요. 어떻게 해야 얼른 끝내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전에 그가 던진 말이었고, “사생활 얘기 절대 묻지 말아주세요. 꼭 영화 얘기만 해주세요.” 인터뷰 첫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퍼블리시티가 한 부탁이었다. 그와의 촬영은 스튜디오 안에 쩌렁쩌렁 울리는 <헤드윅>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경쾌한 음악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로 시작됐다. 게다가 그는 영화 <타짜>가 만화 <타짜>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될 거라고 엄포를 놓고 있었다. 영화에 대한 기대조차 사라지기 전에 얼른 인터뷰를 시작해야 했다.

만화와 완전히 다르다니 대체 무슨 소린가.
내 모습을 봐라. 만화 속 ‘고니’의 모습이 있는가? 그는 나보다 훨씬 남자답고 강한 이미지다. 내가 연기한 ‘고니’는 어찌 보면 굉장히 약한 사람이다. 돈을 따면서도 죄책감을 느끼고 도박꾼이라면 절대 내보여서는 안 되는, 흔들리는 마음을 보여준다. 허영만 작가도 만화와는 전혀 다른 영화를 기대하겠다고 했다. 중심 플롯은 가져왔지만 만화를 염두에 두고 영화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작품도 아니고, 만화 <타짜>다! 그래서 이토록 기다려온 거고.
‘도박’이 아닌 도박꾼들의 인간적인 삶에 중점을 맞춘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렇다. 홍콩이나 할리우드 도박 영화를 생각해서는 안 되고, 만화 <타짜>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 난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고니’를 연기했고, 도박이 반사회적인 행위임에도 그를 사랑하게 됐다. 분명 다른 재미와 감동이 있을 것이고, 거기에 난 자신이 있다.

그래도 김혜수와의 베드신은 기대해도 되겠지. 우린 자극적인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엄청 많이 접했다.
베드신을 두고 연예신문에서 다룬 기사들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속옷이 보였다느니 엄청 화끈했다느니 온갖 기사가 다 나왔던 것 같다. 뭐, 베드신을 찍다 보면 자연스럽게 속옷이 보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베드신의 퀄리티가 속옷이 보이나 안 보이나로 나뉘는 것인가. 도대체 이해하기가 힘들다. 영화 홍보에 반하는 발언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 베드신의 수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이런!)

<범죄의 재구성> 이후 최동훈 감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전작은 배우들의 연기 조합이 훌륭했다는 평을 얻었는데 최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촬영 기간이 4개월로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었음에도 스태프에게 직함을 붙이지 않고 ‘형’이라고 불렀던 현장은 <타짜>가 처음이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도 최 감독이 스태프와의 관계, 현장 분위기를 잘 이끌어준 덕에 굉장히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작업 현장의 리더로서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굉장히 큰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준비를 엄청 많이 하는 감독이기도 한데, 대체 언제 잠을 자는지가 궁금할 정도였다. 하루 촬영이 끝나고 몇 시간 후 다시 만나 다음 작업을 진행해보면 그 사이 많은 변화를 볼 수 있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까지 했나 싶을 정도로 많은 고민의 흔적이 나타난다. 정말 존경할 만한 감독이다.

우린 왜 <타짜>를 봐야 하는가.
만화를 본 사람들에게 ‘고니’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신의 손을 가지고 있고 화통하기도 하다. 내가 연기한 ‘고니’ 역시 최고의 타짜다. 하지만 도박꾼이라는 정의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기보다는 고뇌가 많고 마음이 약한 남자다. 거칠고 험한 도박 세계에서 그런 성격의 남자가 최고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재미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은 굉장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화투 기술 배우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는 보도가 많았는데, 촬영하면서 도박에 중독될 것 같은 두려움은 없었는지?
영화에 필요한 ‘섰다’와 ‘도리짓고 땡’ 기술만 배워서 여전히 고스톱도 못 치는 수준이다. 많은 기술을 배우긴 했지만, 벌써 다 잊어버렸다. 도박은 실제 나와는 도저히 안 맞는 분야인 것 같다. 다시 화투를 만질 일은 없지 않을까.

<타짜> 작업을 통해 개인적으로 얻은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백윤식 선배와의 작업을 통해 많은 점을 배웠다는 것이다. 현장에 존경하고 배울 만한 선배가 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타짜> 촬영을 하면서도 다른 영화를 작업 중이셨는데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하는 선배였다. 색색의 볼펜을 가지고 다니면서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메모하고 준비하는 노력파였다.
백윤식 선배와 첫 컷을 찍을 때 그의 눈빛에 완전히 압도당해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눈을 내리깔았던 적이 있다. 그런 카리스마와 연기력까지 다 갖춘 배우가 되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대선배임에도 후배들을 편하게 대해줬고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 설문조사에서 76%가 당신을 선택했다. <지킬 앤 하이드>, <헤드윅> 등을 공연했는데 뮤지컬은 계속 욕심이 나는 장르인가?
원래 꿈이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이었다. 무대에 서면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얼마나 이 일을 원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는지가 기억난다. 그 초심은 앞으로 연기할 때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필요한 마음가짐이고, 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뮤지컬은 계속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도마뱀>에서 당신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그런 순애보적 사랑은 당신의 사랑 방식과도 일치하는 모습인가?
뮤지컬 <돈키호테>를 보고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꿈이 ‘배우’가 됐고, 그 일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변했으니까. 사람들이 내 영화를 보고도 그런 변화를 느낀다면 배우로서 굉장히 보람이 있을 것 같다. <도마뱀>에 나오는 순애보적 사랑은 분명 현실 속에도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그런 사랑을 꿈꾸게 된다면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확률도 더 높아지겠지. 내 사랑의 방식이라… 글쎄,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배우가 아닌, 인간 ‘조승우’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갑자기 질문을 받으니 잘 모르겠다. 순간적으로 생각나는 순간이 없는 걸 보니, 행복했던 순간이 없는 건가?

나이가 은근히 어리다. 서른의 조승우는 어떨 것 같은가.
이십대 초반에는 얼른 서른 살이 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도, 일적으로도 불안한 시기였으니까. 이제 중반을 넘기니 서른이 돼도 지금이랑 똑같을 것 같다. 뭐 서른이 된다고 갑자기 변하겠는가. ‘서른’이란 의미가 더 이상 크지 않게 느껴진다.

박해일, 류승범과 함께 차세대 빅 3로 꼽히고 있다. 충무로에서 대표적인 주연급 배우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런 타이틀은 정말 쑥스럽다. 어쨌든 계속 시나리오가 들어오고 원하는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배우에게 굉장히 큰 의미이긴 하다.

<타짜> 관객이 얼마나 들면 만족할 것 같은가?
글쎄,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어차피 내가 고른 작품이고 열심히 했으니까 그걸로 됐다는 생각이다. 많은 관객이 봐준다면 좋겠지만, 관객수가 내 책임이거나 내가 한 일의 결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 뮤지컬로 꽤 오랫동안 못 쉬었을 것 같은데.
이젠 정말 쉬어보려고 한다. 그간 여행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데뷔하고 나서 지금껏 단 한 번도 안 쉬고 일만 했다. <타짜> 홍보가 끝나면 여행을 해볼 생각이다. 좀 푹 쉬고 다음 작품을 생각할 계획이다. 그간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했다. 이젠 모든 일에 ‘그럴 수도 있지’란 룰을 적용시켜 볼 생각이다.

<춘향뎐>으로 데뷔할 때부터 ‘애늙은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앳되고 맑은 얼굴인데도 그런 별명이 따라다닌 것은 함부로 언론에 입을 열지 않는 신중함과 일에 대한 집중력 때문일지 모르겠다. 소문처럼 그는 까다롭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서 불평 없이 온갖 표정과 포즈를 만들어냈고 스태프들은 감탄했다. 인터뷰도 즐거웠다. 이젠 좀 편하게 마음먹고 살기로 했다는 그의 변화일 수도 있겠다. 게다가 <타짜>의 개봉도 기다려진다. 그가 처음으로 편하게, 매우 즐겁게 촬영했다는 영화 속에서 어떻게 ‘고니’를 요리했는지 궁금하다. 좀 더 쿨하고 껄렁껄렁하게 변한 ‘고니’도 꽤 멋질 것 같다.

껄렁껄렁하게 웃으며 감쪽같이 패를 숨겼다가 단숨에 수억을 쓸어 담는 능력을 가지고 조승우가 나타났다. 열 번째 영화를 찍고 스물일곱 살이 된 그는 더 이상 전전긍긍해 하지 않는다. 드디어 한 템포 쉬기로 했기 때문이다.&lt;br&gt;&lt;br&gt;[200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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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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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영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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