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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신예

영특한 디자이너를 찾는다면 당연히 런던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들을 배출해내는 도시에서 조너선 앤더슨과 크레이그 그린을 뒤이을 이들은 누굴까. 2016 S/S 런던 컬렉션을 취재하며 확신이 든 신예들을 소개한다.

UpdatedOn August 03, 2015



웨일스 보너 WALES BONNER
자메이카계 어머니와 영국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의 컬렉션은 본인의 정체성에 근간한다. 흑인 문화와 역사를 재조명하는 꽤 밀도 있는 이야기를 선보이는 것인데, 그녀가 새롭게 꺼내 든 주제는 인도의 통치자가 된 에티오피아 출신의 가난한 남자, 말릭 암바르(Malik Ambar)의 여행. 아프리카와 인도풍의 의상들을 적절하게 조합한 아주 이국적인 컬렉션을 완성했다.



리넨, 면, 벨벳, 실크 등의 소재들은 침착한 색들로 일관하고 있으며, 곳곳에 1950~1990년대 서브컬처의 잔상들도 골고루 접목한 흔적이 보였다. 복식사를 정석으로 활용하면서도 동시대적인 면모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훌륭한 컬렉션이었다.



키트 닐 KIT NEALE
유쾌한 프린트와 모티브를 잘 활용하는 키트 닐은 이번에도 과도함의 미학을 보여줬다. 플리마켓에 너부러진 잡다한 물건들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그 결과 컬렉션은 컬러와 텍스처, 프린트와 그림 같은 요소들이 어느 하나 잠잠한 구석 없이 어우러졌다. 또한 느슨한 셔츠와 과도하게 넓은 팬츠 등이 만드는 오버사이즈 실루엣은 컬렉션의 컨셉추얼함을 더욱 강조했다. 키트 닐은 계절을 거치며 더욱 완고해졌다.



피터 PIETER
런던 디자이너들의 옷이 늘 정신없고 비주류적이라고 속단하는 사람에겐, 피터의 컬렉션을 보길 권한다. 한정된 색과 실루엣으로 완성된 옷들은 아주 기능적인 동시에 나긋하고 담백하다. 하지만 그렇고 그런 베이식으로 남기보다는 의외의 도발을 부여해 컬렉션의 구성이 매우 단단한 편이다. 장식을 배제한 옷들에 슬쩍 더한 예상치 못한 것들이 주는 엄격함과 해방이 아주 고단수의 것이다.



코트웨일러 COTTWEILER
듀오 디자이너 브랜드 코트웨일러의 핵심은 미니멀리즘과 스포티즘이다. 이번 컬렉션에서 새롭게 부여한 콘셉트는 하리 크리슈나라는 종교의 추종자들. 명확한 스포츠웨어로 시작해 종교적인 색채의 세부들을 부여해 완성한 옷들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었다. 흰색과 진주색으로 일관해 컬렉션이 강조하는 바를 더욱 명확히 전달한 점도 칭찬할 만하다. 코트웨일러는 미니멀리즘의 새로운 방향을 개척하고 있는 듯 보였다.



알렉스 뮬린스 ALEX MULLINS
알렉스 뮬린스의 새로운 컬렉션은 불안정하고 흐느적대는 10대들의 모습을 번뜩 떠올리게 했다. 화이트 데님을 주재료로 활용한 기발한 형태의 옷은 낯선 실루엣들을 만들어냈고 그 위에 종잡을 수 없는 그림과 색을 칠하는 방식. 깨끗한 캔버스 위에 그린 신경질적인 낙서를 보는 듯하달까. 초록색 물감에 담갔다 뺀 듯한 오버사이즈 블루종, 스티치를 대충 손으로 그은 재킷과 팬츠, 기습적인 그림 같은 것들이 불규칙적으로 뒤섞여 있지만 균형이 잘 이루어진 덕분인지, 잘 정돈된 컬렉션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바비 애블리 BOBBY ABLEY
바비 애블리는 디즈니 캐릭터를 이용한 컬렉션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었지만 라이선스 문제로 타격을 받기도 했다. 심기일전한 그가 다시 꺼내 든 건 <스타워즈>.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의상으로 표현해냈다. 이를테면 다스베이더의 얼굴이 그려진 톱, 츄바카의 털을 연상시키는 줄무늬 스웨터 같은 옷들. 네오프렌 소재를 주로 썼으며, 전반적인 무드는 스포츠웨어를 결합한 위트 있는 힙합 의상들이었다.



찰스 제프리 CHARLES JEFFREY
찰스 제프리는 종잡을 수 없는 디자이너이자 댈스턴의 클럽 커뮤니티 ‘러버보이’의 설립자다. 그는 이 두 가지를 가뿐하게 뒤섞어버렸다. 퀴어 파티가 한창인 어둑한 댈스턴의 클럽과 제정신이 아닌 클럽 키드들, 그리고 그들이 입을 법한 직설적이고 향락적인 옷들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말이다. 페인트를 흩뿌리고 질서 없이 찢겨나간 톱,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바지를 입고 기묘한 분장과 태도를 취한 모델들이 플로어에서 춤을 췄고, 그걸 ‘관람’하는 형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됐다. 옷의 언어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런던이기 때문에 더욱 타당해 보였다.

PHOTOGRAPHY: 아이맥스트리
EDITOR: 고동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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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아이맥스트리
Editor 고동휘

201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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