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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길

날이 좋아 걸었다. 걷다 보니 새로운 길이 나왔다. 남들이 다 아는 길 말고 다른 길. 서울에 이런 길이 있는지 미처 몰랐다.

UpdatedOn June 15, 2015

도심 속 메타세쿼이아 숲
안산 자락길
안산은 산 이름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다. 비록 높이가 300m 채 안 되는 작은 산이지만, 도심에서 울창한 숲을 만끽할 수 있는 보물 같은 곳이다. 7km에 달하는 순환길에는 아까시나무, 잣나무, 가문비나무 등이 고루 심어져 있고, 기분 좋은 숲 내음을 맡으며 피톤치드에 취해 걷다 보면 나비와 다람쥐는 물론 꿩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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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락길의 인기 구간은 단연 메타세쿼이아 길. 이 구간 때문에 멀리서도 찾는 사람이 많다. 1억 년 전 공룡 시대에도 존재해 화석 식물이라고도 불리는 메타세쿼이아의 기운 때문일까? 하늘 위로 쭉 뻗은 울창한 나무 사이를 걸으면 가슴이 뻥 뚫린다. 왠지 모를 웅장함에 고개 들어 나무의 끝을 가늠해보기도 한다. 안산 자락길은 순환길인 덕분에 어느 지점에서 시작해도 메타세쿼이아 길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팁 한 가지. 서대문구청 뒤편으로 진입하면 독립문역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더 빨리 메타세쿼이아 길을 만날 수 있다.

가는 법
1.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5번 출구로 나와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방향으로 진입.
2. 서대문구청 서대문보건소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후 서대문구청 뒤편으로 진입.

위치
서대문구 연희동을 시작으로 홍제동, 현저동, 봉원동을 거치는 순환길.



고즈넉한 옛 정취 골목길
원서동 길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이어지는 동네가 원서동이다. 작은 동네이기에 길을 헤맬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망설이는 듯 보이면 부동산 문을 열고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나와 묻기도 전에 갈 길을 일러준다. 여전히 마을의 정이 남아 있는 곳이랄까. 하지만 말했듯, 망설일 필요가 없는 곳이 원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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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을 따라 여유를 만끽하며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 그만이니까. 그대로 쭉 걸으면 좁은 골목을 지나 막다른 길목에 원서동 빨래터가 나온다. 조선 시대 백성들이 빨래하던 장소다. 수백 년 전 아낙들이 옹기종기 모여 빨래하는 모습을 잠시 상상하며 발길을 돌리면 그 유명한 재동, 계동, 삼청동, 북촌한옥마을 일대로 이어진다. 골목마다 공방과 갤러리들이 있어 한 번씩 들어가 구경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조선 시대부터 1960~1970년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을 아우르는 특유의 정취가 배어 있다. 원서동이 걷기 좋은 이유다.

가는 법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직진.

위치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와 원서공원을 중심으로 백홍범 가옥까지 이어진 길.



성곽을 도는 숨은 길
반얀트리 호텔 내 성곽길
서울 성곽길은 6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그중 절반은 약 3시간, 나머지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익숙한 코스, 새로운 코스, 가까운 코스, 짧은 코스 등 취향에 따라 선택해 걸으면 된다. 다만 남산 구간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 반얀트리 호텔을 시작으로 성곽마루 정자에 이르는 숨겨진 코스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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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간은 0.5km로 10분에서 15분 정도 천천히 주변 경치를 살피며 걷기에 좋다. 길이 평탄한 데다 나무 데크로 되어 있어 걷기에도 무리 없는 것이 장점. 팔각정 정상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는 전망은 이 코스의 덤이다. 물론 쉬엄쉬엄 산책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제대로 걷고 싶은 사람은 장충체육관에서 국립극장을 지나 N서울타워와 팔각정, 백범광장까지 열심히 걸으면 된다. 4.2km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반얀트리 호텔 내에 마련된 코스는 사유지로 일몰 시간 이후 출입을 통제한다. 가능한 한 해가 떠 있을 때 산책하길 권한다.

가는 법
1. 국립극장 버스정류장에 하차한 후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까지 진입.
2. 남산 성곽길 3코스를 이용하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까지 진입.

위치
중구 장충단로 60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내에서 시작하여 성곽마루 정자까지 이어지는 코스.



철도 대신 사람이 걷는 길
항동 철길
구로구 오류동역에서 경기도 부천시 옥길동까지 4.5km의 철길이 이어진다. 1959년 경기화학 공업주식회사에서 원료 운반을 위해 선로를 설치한 것이 이곳의 시초다. 정확한 명칭은 오류화학선. 지금은 항동 철길로 통하며 철도 대신 사람 이 지난다. 하염없이 이어지지만 걸을 때 지루하지 않다. 오류동역이나 천왕역에서 시작해 주택가 사이를 걸으며 아기자기한 조형물을 감상하고, 선로에 새겨진 문구를 확인하며 건널목을 지나면 서울에서 보기 드문 논과 텃밭 풍경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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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 밑으로 하천이 흘러 선로를 다리 삼아 건너는 재미도 있다. 없던 낭만마저 생길지 모른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기차가 지나가므로 선로 현황을 확인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인근에 저수지와 수목원도 있다. 항동저수지와 푸른수목원이 그곳. 서울시 최초의 시립 수목원인 푸른수목원은 서울광장 8배 크기로 철길을 걸은 후 둘러보기에 좋다. 입장료도 없다.

가는 법
1.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 2번 출구에서 진입.
2. 지하철 7호선 천왕역 2번 출구에서 진입.

위치
구로구 연동로 240 푸른수목원 옆(구로구 오류동역에서 부천시 옥길동까지 이어지는 철길).


WORDS: 유성미(프리랜서)
PHOTOGRAPHY: 이준열
EDITOR: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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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Words 유성미(프리랜서)
Photography 이준열
Editor 김종훈

201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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