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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사러 가다

인텔의 코어 2 듀오 프로세서가 출시됐다. 컴퓨터를 사겠다고 맘먹고 있던 내게 고민이 생겼다. 지금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것이 문제다. <br><br>[2006년 9월호]

UpdatedOn August 22, 2006

Illustration 차민수 EDITOR 성범수

운이 좋았다. 홈쇼핑에 컴퓨터 주문 전화를 걸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2006년 7월 27일 인텔에서 펜티엄 D를 훌쩍 넘겨버린 놀라운 프로세서를 출시했다. ‘코어 2 듀오’로 명명한 데스크톱 프로세서는 2억9천1백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하면서 전력 소모는 40%가량 절감하는 에너지 효율성을 강화했다. 이번에 선보인 10개의 최신 인텔 코어 2 듀오 및 인텔 코어 2 익스트림 프로세서 중 데스크톱 PC 프로세서를 현존하는 최상급 펜티엄 프로세서와 비교했더니 약 40% 성능 및 절전 기능을 구현했다. 또 다양한 독립 리뷰 기관에 따르면, 새로운 프로세서들은 서버, 데스크톱 PC, 게임용 PC 성능 관련 벤치마크에서 90% 성능 우위를 나타냈다는 정보도 입수했다.
사실 컴퓨터에서 인터넷과 오락만 하는 난 정확히 위에서 언급한 정보가 무슨 말인지 몰랐다. 다만 40%라는 숫자를 내 연봉 인상 폭에 적용했더니 이해가 좀 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쉽게 홈쇼핑 주문의 유혹을 포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용산 전자상가로 향했다.
코어 2 듀오의 출시 덕에 활황을 맞을 거라 예상했던 용산 컴퓨터 상가들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선 매장에 들러 코어 2 듀오의 유무를 확인했다. E-PC의 유청오 대표는 인텔 코어 2 듀오 콘로 E6300 정품 가격이 19만원 정도로 책정됐지만 거래되는 물량은 거의 없다고 했다. “펜티엄 D 930은 우리 매장에서만 하루에 30개 정도 판매되고 있어요. 코어 2 듀오를 받쳐줄 만한 메인보드가 없는 상황에서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코어 2 듀오를 장착해도 별 재미를 느낄 순 없을 겁니다.” CPU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매장에서도 하루에 10개 정도 주문 신청이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아직까지 코어 2 듀오는 테스트가 필요해요. 버그를 수정하고 완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올해 말쯤 최적화될 것 같아요.” 컴퓨터 본체 안쪽은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 완성된 PC를 사고 싶었다. 컴퓨터를 열어 메인보드의 CPU를 교체하는 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다. 펜티엄 D 930의 견적을 뽑아보았다. 코어 2 듀오가 활성화되기 전에 용산에선 펜티엄 D를 소진시켜야 할 거다. 결국 가격 하락은 뻔한 일이다. 가격대비 성능 때문에 마음은 펜티엄 D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PC를 사는 데 객관적인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 필요했다. PC 전문지 의 최필식 기자는 “용산에는 펜티엄 D 프로세서의 재고가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물량을 우선 소비해야 할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어요. 용산에서 말하는 것처럼 코어 2 듀오를 위한 것들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에요. 물론 최적화됐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컴퓨터를 잘 모른다니 간단하게 설명하면 코어 2 듀오만 사용해도 전과 비교해 전력 소비가 눈에 띄게 줄어들 거예요.” 아직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에 판매 실적이 낮은 건 당연하다고 그는 말한다. 코어 2 듀오는 이전 메인보드를 가지고 사용 수 있다. 제품은 8개 브랜드에서 이미 나온 상태다. 언제 시장에 내놓을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만약 고성능 PC가 필요한 게 아니라면 펜티엄 D도 좋겠지만, 이왕 살 거면 코어 2 듀오를 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세를 내야 하는 가장으로서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으니까. 용산에서 받아온 견적서를 어딘가에 던져두었다.
의 장수연 기자는 “지금은 PC를 바꾸지 않는 시기예요.”라며 나를 말렸다. 테스트를 해봐도 실제 코어 2 듀오가 가진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란다. “올해 말까지 코어 2 듀오를 사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 내년 정도는 돼야 자리를 잡을 거예요.” 코어 2 듀오는 정말 놀라운 발전이라고 한다.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안정화가 안 됐기 때문에 발전을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뿐이다. 현재의 최고 시스템으로 지원한다고 해도 아직 몇 퍼센트 부족하다. 현재 부족분을 보강하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했다.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다시 고민에 빠졌다.
펜티엄 D 프로세서냐, 코어 2 듀오 프로세서냐의 논란의 중심에서 컴퓨터를 사겠다고 외쳐보지만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는 건 아직 PC를 사야 할 시기가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개인 사용자마다 원하는 환경에 따라 분명 차이는 있을 거다. 사진작가처럼 사양 좋은 컴퓨터를 사용해야 사람들은 코어 2 듀오를 선택하는 게 나을 거다. 에디터같이 간단한 작업만 할 사람은 코어 2 듀오의 출시와 함께 가격 하락이라는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는 펜티엄 D 프로세서를 구입하는 게 좋겠다. 지금이 구입 적기일 테니까. 하지만 욕심이 생긴다. 도대체 얼마나 좋은 성능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기다리기로 했다. 모든 것이 갖춰졌다는 정보가 입수되면, 아니 홈쇼핑에서 코어 2 듀오가 탑재된 PC가 매진 사례를 날릴 때 난 결제의 용단을 내릴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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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ion 차민수
EDITOR 성범수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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