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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phy Girls

윔블던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투덜거리는 레즈비언과 땀에 젖은 가냘픈 소녀. 우리가 테니스에 열광하는 건 두말할 것 없이 후자에 속하는 그녀들 때문. 하지만 레즈비언을 가냘픈 소녀로 만드는 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만큼 힘들었다.

UpdatedOn December 07, 2005

블던 남자 싱글 경기는 존 매켄로의 화내는 모습과 비요른 보르그의 필라타월지 트랙 수트를 구경하다 보면 끝이다. 심지어 이를 볼 기회조차 1년에 한 번뿐. 그저 고속 서브를 주고받는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이라이트라면, 아줌마 팬이 죽을 힘을 다해 ‘힘내라’를 외치는 모습.

여자 테니스 역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나을 것이 없었다. 레즈비언 성향과 테스토스테론 주사가 결합한 정상의 자리에는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하나 만들리코바, 팜 쉬리버, 자나 노보트 같은 슈퍼우먼만이 존재했다. 1990년대 초,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기다려준 팬이 받은 선물이랬자 크리스 에버트의 주름치마. 하지만 그녀가 영국의 약골 신사, 존 로이드와 맺어진 후 ‘스텝포드 와이프’ 웃음을 지었을 때  모든 영광은 끝나버렸다. 머리를 크게 부풀린 아르헨티나 출신의 가브리엘라 사바티니가 잠시 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TV 프로그램 사회자, 클라이브 제임스에게 곧바로 가버렸다. 그가 “그녀의 땀 속에서 목욕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이미 예상된 일이었지만. 스테피 그라프의 경우도 비슷하다. 그녀의 불멸의 다리는 완벽했지만, 얼굴은 끝내주는 몸매에 미안할 수준이었다. 그리고 안나 쿠르니코바가 등장했다. 롱 스커트가 사라진 이후, 여자 테니스계에 일어난 가장 위대한 일이었다. 1995년 데뷔전에서 그녀는, 타이트한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땀 흘리는 모습의 진수를 보여줬다. 모스코바에서 온 이 요정은 거의 7년 동안 비공식 코트의 여왕이었다. 그녀의 이름을 딴 컴퓨터 바이러스가 있고,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이라는 꼬리표도 붙었으며, 나스닥 시장을 열었다. <포브스>에 의하면 그녀는 1999년부터 2004년 사이에 연 평균 1천만 달러를 벌었다.  하지만 그녀를 칭송할 때마다 왠지 죄책감이 들었다. 그녀는 팀 헨만보다 테니스를 더 못 치고, 보리스 옐친을 너무 많이 닮았단 말이다. 이런 과정의 끝에 마리아 샤라포바와 다니엘라 한투코바가 있다.  정말 긴 여정이었다.

2004년 윔블던 기자 회견장. 17세의 마리아 샤라포바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매스컴은 그녀의 스커트 아래를 잡기에 가장 좋은 카메라 위치를 생각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12일 후, 그녀가 세레나 윌리엄스를 꺾으며 윔블던 역사상  두 번째로 나이 어린 챔피언이 되자 얘기는 달라졌다. 그녀에게는 돈이, 우리에게는 윔블던의 섹시한 바람이 몰아쳤으니까.

윔블던에 도래한 ‘샤라포바’시대

“나는 차세대 쿠르니코바가 아닙니다. 경기에서 우승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선언한 후, 그녀가 곧바로 챔피언이 되자, 돈이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이키·태그호이어·프린스·캐논과 홍보 계약을 맺었다. 타이라 뱅크스와 하이디 클룸이 소속된 모델 에이전시 IMG와 계약을 맺었으며,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만으로도 2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렇다고 언제나 순항만 한 것은 아니었다. 3월에 불가리아  선수인 세실 카라탄체바와 싸우고 ‘그녀의 엉덩이를 걷어차겠다’며 불같이 화내는 모습이 타블로이드를 장식했다. 러시아 데이비스컵 팀은 그녀가 ‘러시아인보다는 미국인에 가깝다’며 그녀가 끼면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질투에 못 이겼더라도 그녀의 고함 소리를 들으면 쉽게 덤비지 못할 테니 걱정 말 것. <이브닝 스탠더드>는 윔블던 경기에서의 샤라포바의 고함 소리가 86.3dB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소리는 최고 속도로 달리는 모터사이클 옆에 서 있을 때나 동물원에서 긴팔원숭이가 끽끽거릴 때 나는 소리에 가깝다. 정말 대단하다.

다시 돌아온 ‘한투코바’ 전성시대

다니엘라 한투코바, 그녀는 2002년 세계 5위에서 65위로 떨어진 이후 살이 무섭게 빠지기 시작했다. 코트에서 정기적으로 울음을 터뜨렸으며 완전히 슬럼프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2005년 그녀는 프랑스 오픈에 이어 US오픈의 혼합 복식을 석권하면서 여자 선수로는 네 번째로 혼합 복식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주인공이 됐다. 당연히 우리는 그녀의 라운드를 보기 위해 또다시 일찍 퇴근하기 시작했다.

슬로바키아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떠오른 한투코바는 자주색의 예스러운 헤드 바이저, 상대를 속이기 좋은 드롭 샷, 그리고 180cm의 놀라운 슈퍼모델 몸매를 갖추고 전도유망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빠르게 5위로 떠오른 후, 1년 사이에 세계 랭킹 65위까지 추락하는 슬럼프를 겪었다. 거식증에 걸렸다는 루머가 나돌았고 코트는 울음바다가 됐다. 야나 노보트나가 1993년 윔블던 결승전에서 앤 공주의 팔에 안겨 울었을 때는 기가 막혔을 뿐이지만, 한투코바의 눈물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스토킹할 것 같은 레즈비언으로부터 구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다행히도 그녀의 몸매와 외모는 다시 멋진 형태로 돌아와 줬다. 또한 도움은커녕 핸디캡으로 작용할 만한 나이젤 감독의 코치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우승으로의 한 걸음을 내디뎠다. 최근엔 ‘철녀’ 나브로틸로바를 정신적 스승으로 맞아들였으며, 한투코바를 조용히 지지하며 BBC 스포츠 뉴스까지 녹화하는 팬을 만들어냈다. 비록 이 팬들이 남자 토너먼트까지 보리란 기대는 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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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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