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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名不虛傳) R8

드디어 말만 무성하던 아우디 R8를 시승했다. R8는 독일 양산차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슈퍼 스포츠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아우디의 야심작. 아우디는 자신만만해 보였고, 과연 그럴 만했다.<br><br>[2008년 5월호]

UpdatedOn April 27, 2008

PHOTOGRAPHY 김지태 Editor 이기원

전날 내렸던 비가 무색할 정도로 날씨는 화창했다. 빗물에 씻겨 말쑥해진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 위로 아우디의 야심작 R8가 기세도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먹이를 덮치기 직전의 맹수를 떠올리게 하는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외양.
독특하게도 도로가 아닌 레이스 전용 서킷에서 시승을 제안한 것은 아우디의 자신감 때문이었겠지만, 자만 같지는 않았다. 제동력을 시험할 수 있는 브레이킹 존, 코너링을 체감할 수 있는 슬라럼 존, 타임 트라이얼 등으로 구성된 시승 행사는 아우디가 얼마나 R8의 성능에 만족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 같았다. 마치 1등 성적표를 받아 온 자식이 대견해 어서 빨리 자랑하고 싶어 안달 난 부모같이 말이다.
이번 행사를 위해 독일에서 직접 방한한 인스트럭터의 간단한 설명이 끝난 후 곧바로 서킷으로 향했다. 좌석은 스포츠카의 시트치고는 안락했다. 많은 슈퍼카들이 엔진과 코너링에 집중하는 대신 승차감에는 큰 공을 들이지 않는 편이지만 R8는 달랐다. 비록 뒤통수 너머로 들리는 4000cc 엔진 소리가 부담스러울 정도라 해도 엉덩이만큼은 편했으니까.
엔진의 열기가 너무 강한 탓이었는지, 주행을 위해 창문을 닫고 앉아 있자 금세 이마 위로 땀이 흘렀다. 하지만 에어컨을 켜지는 않았다. R8의 엔진 소리를 온전히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는 과연 아우디답다. 아우디 TT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센터페시아는 R8에도 여전했고, 여기에 7인치 모니터까지 장착했다. 팔걸이 아래를 지나치다 스피커에 잠깐 눈이 쏠린다. 놀랍게도 뱅앤올룹슨의 스피커다. 잠깐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과연 음색이 맑고 또렷했다. 이미 A8 시리즈에서 선보인 바 있는 조합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다.
하지만 실제 체험 행사에 들어가서는 얘기가 달랐다. 인테리어나 음악을 감상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코너링을 체험할 수 있는 슬라럼 존과 브레이킹 존에서 R8의 성능은 이런 편의장치의 존재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슬라럼 존은 구불구불한 코너를 고속으로 주행하는 코스다. 세 번의 주행이 가능했는데 처음에는 소심하고 안전하게, 횟수를 거듭할수록 브레이크를 최소한으로 밟고 운행했다. 코너링 시에도 안정감이 느껴져 초보자에게도 무리가 없을 듯했다. 다음으로 이어졌던 ABS 제동 테스트는 고속에서 급정거를 한 후 장애물을 피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제로백이 4.6초에 불과해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넘겼지만, 브레이크 성능은 1초에 10회 이상 펌핑을 하는 ABS브레이크 시스템을 증명하듯 순식간에 이뤄졌고, 장애물을 피하는 상황도 자연스러웠다. 이 모든 것은 R8가 균형감을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에 확신을 줬다. 슈퍼카의 야성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운전자의 편의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포르셰와 페라리로 대표되던 한국 슈퍼카 시장에 R8는 운전자 지향적인 시스템과 1억원 대라는(슈퍼카로서는 분명 실용적인) 가격대를 제시하며 경쟁 체제에 나섰다. R8가 슈퍼카 시장의 지형도를 다시 그리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충분히’라고 대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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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김지태
Editor 이기원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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