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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입장

박형식은 2014년에 이렇게 불렸다. 아기병사와 달봉이. 애칭은 대중의 관심을 가늠할 척도다. 박형식에겐 두 개나 있다. 그만큼 그의 1년은 알찼다. 그에게 지난 1년을 물었다. 자신감 강한 아이돌 대신 마냥 즐거운 20대가 답했다.

UpdatedOn January 19, 2015

회색 롱 울 코트·회색 와이드 팬츠 모두 김서룡 옴므, 검은색 라운드넥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인터뷰 자리에 앉자 박형식은 활달해졌다. 좀 전까지 나른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통해 보던 청년과는 달랐다. “너무 고마운 일이죠.” 누군가에게 고마워할 일이 있는 사람은 밝다. 마주 보면 흡연실 공기청정기 앞에 있는 기분이다. 괜히 자신까지 시원해진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이 한 일을 포장한다. 돌려 말해도 결국 자신을 중심에 세운다. 그런 사람은 부럽긴 한데 응원까지 해주고 싶진 않다. 하지만 박형식은 돌려 말해도 결국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단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한다. 자신을 좋게 봐줘서 고맙다고 한다. 박형식은 그렇게 2014년을 보냈다. 그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드라마에서 보인 모습은 포장되지 않았다. 무엇이든 꾸며야 돌아보는 세상이다. 그런 시대에 그의 1년은 어쩌면 행운인지 모른다. 행운의 궤도를 자신으로 수정한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일까? 

 

◀ 검은색 캐시미어 코트·검은색 브이넥 니트·검은색 팬츠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붉은색 포인트 하이톱 스니커즈는 스터즈워 제품.
 

이런저런 활동으로 바쁘게 1년을 보냈다.
뮤지컬도 하고 드라마도 하고 <진짜사나이>도 했지만, 사실 2013년이 더 바빴다. 정말 살인적이었다. 하지만 진짜로 웃으며 스케줄을 소화했다. <진짜 사나이>에서 웃으며 훈련 받는 것처럼. 이틀 하고 12시간 밤샌 적도 있다. 그때는 정신도 못 차리고, 막 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진짜로 2013년은 되는 대로 막 달렸다. 

그러면 2014년은 좀 여유 있게 생각하면서 활동했나? 
뭘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자고 생각했다. 인정받을 수 있으려고 노력했다. 

인정받았다. 2013년 MBC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는데, 2014년엔 공동 MC로 나선다. 이 정도면 인정받았다고 자신해도 된다. 
많은 분이 예쁘게 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그렇다. 사실 내가 한 건 별로 없다. 그냥 감사합니다 하면서 스케줄 소화한 거 말고는. 그냥 열심히만 한 정도다. 드라마도 너무 많이 사랑해주신다.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고 나서 부모님 나이대 분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 덕분이다. 

너무 편안한 막내아들 느낌만 있는 거 아닌가? 소녀 팬을 끌고 다니는 아이돌로 군림하고 싶지 않나?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면 기존 아이돌들은 부모님 세대가 잘 모르지 않나? 어떻게 보면 내가 차별화된 거라 할 수 있다. 
사실 학생 팬들에게 막 인기 있진 않다. 그래도 기존 아이돌과 달리 안방에서 시청률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하하.

원래 어른들에게 귀여움을 받아오고, 어른들을 대하는 게 편한 편이었나?
집에서도 막내다. 워낙 집안 자체가 애정 표현을 잘한다. 우리 아들 사랑해, 하면 나도 아빠 사랑해요, 이런다. 이런 모습이 밖에서도 보이니까 아무래도 귀엽다고 생각하신다. 사실 다 상황에 맞게 지내지 않나. 나도 남자 친구들끼리 있으면 장난꾸러기다. 
아무래도 내가 사회생활을 해도 막내니까 그런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거 같다. 

2014년은 막내 같은 모습을 원없이 보여줄 수 있는 한 해였다. 
다 보여준 거 같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에서도 날 선택하지 않았을까? 그런 이미지이고 성격이라는 걸 아니 캐스팅한 거다. 
그냥 많은 사랑을 받으니까 캐스팅했다고 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본모습이 잘 맞아떨어졌다. 착한 모습을 연기해서 보여주는 건 한계가 있다. 
아우, 그렇게 하면 못 살 거 같다. 만약 내 모습을 계속 꾸며야 하면, 어휴. 힘들기도 하거니와 언젠가는 들통 날 테니까. 
어느 순간 나태해지거나 귀찮아지면 들통 나서 구설수에 오른다. 

제국의 아이들로 활동하기 시작할 때는 멋있는 모습을 일부러 보여주려고 노력했을 텐데? 
성격 자체가 그런 걸 귀찮아해서 못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가 내 모습인데 굳이 좋아해달라고 할 필요는 없는 거 같다. 그런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내 모습이 싫은 사람은 싫은 거다. 나대로 있는 게 가장 나다운 거고, 또 그게 차별화 아닐까 생각했다. 남들이 다 멋있는 척한다고 나 역시 멋있는 척하면 그냥 교집합이 되는 거 같다. 내 성격대로 지내는 게 제일 멋있는 박형식이 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중심을 잘 잡았다.
남들이 잘되는 게 전혀 부럽지 않았다. 잘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 주목받고 사랑받았다고 생각했다. 
아무 이유 없이 잘되는 게 아니다. 내가 부러워하고 질투해봤자 뭐하느냐, 나는 그런 그릇이 안 되는데, 하고 생각했다. 대신 어떻게 내 그릇을 키울까 고민했다. 어떻게 발전해서 내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며 3년을 버텼다. 2010년에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했는데, 2013년도에 <진짜 사나이>로 이름을 알리기 전까지 돈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정말? 아이돌이면 기본적으로 찾는 곳이 있었을 텐데? 
그룹도 잘 안 됐고, 지금도 안 되고 있고. 1등 한 번 해본 적 없으니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 냈다. 그러다가 광희 형이 처음에 뜨고, 그다음에 동준이가 빛을 보고, 시완 형이 <해를 품은 달>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걸 보면서 나도 빨리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멤버들이 악착같이 해서 그룹이 잘 안 되더라도 개인적으로 인지도를 쌓아 그룹을 알리고 있었으니까. 회사에서는 개인적으로 연기 레슨을 시켜준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냥 그룹으로 관리만 할 뿐이었다. 그냥 춤과 노래 연습만 했을 뿐이다. 살아남으려고 사람들이 자기 계발을 한 거다. 나도 우연히 좋은 프로그램 만나 지금 이렇게 활동하는 거다.

 

흰색 프릴 셔츠·회색 와이드 팬츠 모두 김서룡 옴므 제품.

 

군대 간 아이돌이란 점도 신선했다.
프로듀서님과 작가님이 많이 생각하신 거 같다. 만약 기존에 잘 알려진 아이돌이 들어왔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거다. 나는 아예 사람들이 모르는 존재였기 때문에 부모님 세대가 그냥 배우가 들어왔다 생각하시고 아우, 누군지는 몰라도 참 반듯하네, 이런 반응을 보이신 거 같다. 아이돌이라는 선입견도 없었을 테고. 그래서 내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아이돌이라는 걸 알았다면, 쟤는 무조건 방송하러 왔을 거야 했을 거다. 

올해 여러 가지 했다. 다른 장르를 넘나들며 끼를 재확인했나?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켜만 주시면 감사하다 생각하고,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고 싶어 열심히 한 것뿐이다. 전문 뮤지컬 배우도, 전문 배우도 아니니 배우는 입장이다. 열심히 배우는 입장이기에 잘한다고 말할 수 없다. 자신감 결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계속 노력할 수 있다. 

적응 능력이 탁월해 보인다. 잘 스며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공부를 그렇게 하면 좋았겠지만.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것만 했다. 지금 열심히 활동하지만 하기 싫으면 안 할 거 같다. 예전에 엄마가 ‘노 맨’이라고 불렀다. 공부해, 뭐해 하면 무조건 싫어, 강요하지 마 이랬으니까. 아침잠이 많아서 학교 만날 지각하고 학교에서도 만날 자던 내가 새벽 스케줄을 하러 나가는 걸 보며 엄마도 내가 이 일을 좋아하나 보다, 한다. 

부모님이 흐뭇해하겠다. 
신기해하면서 예쁜 놈이라고 하신다.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만 한다고 잘되는 거 아니잖나. 생활고가 힘든데도 좋아하는 거 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난 좋아하는 거 하면서 생활도 풍요로워질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한창 일하고 있는데 드라마에선 취업 준비생을 맡았다. 
감정 이입할 때 내가 만약 연예인을 그만둔다면 어떨까 생각한다. 은퇴하면 할 게 없는 거다. 지금까지 음악 하고 춤추고 연기하고 뮤지컬만 했지 앉아서 공부하거나 사업 쪽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고등학생 때 연습생이 됐으니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막막한 거다. 그런 마음으로 달봉이를 이해했다. 솔직히 지금 난 이 직업만 아니라면 할 게 없다. 그런 점이 도움이 됐다.

지금 어떻게 보면 음악 외에 다른 것들이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본격적으로 배우로 활동해볼까, 생각하진 않나? 
그냥 연기하는 게 좋다. 본격적으로 뭐가 돼볼까 하는 건 없다. 사람들이 나를 아이돌로, 배우로 부르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지금 난 연기가 좋아서 하는 거지 배우란 타이틀이 욕심나서 하는 건 아니다. 배우가 아니면 어때, 지금 연기할 수 있으면 행복한 거지, 이렇게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더 감동하고 울고 웃는 연기를 펼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지 뭐가 되겠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트렌치코트는 솔리드 옴므 제품.

 

오히려 그래서 더 편하게 할 수 있겠다. 
모 아니면 도라는 걸 싫어한다.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집중해야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난 두 개 다 하면 되잖아, 이런 생각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하나를 포기하고 다른 하나를 꼭 해야 하나? 둘 다 내가 싫어하는 것도 아니니까. 

비슷한 나이대 친구들과 다른 일을 겪고 있다. 생각이 복잡할 때도 있겠다. 
생각과 고민은 누구나 한다. 그러다가 딱 판단을 내릴 때, 이게 과연 맞는지 겁이 나긴 한다. 아직 어리니까 어른들이 바라볼 땐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플 때도 있다. 그래도 이런 걸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내가 계속 성숙해지는 거라고 여기며 감사하고 있다.

2014년에 많이 판단했을 듯하다. 돌아보니 잘한 것과 못한 게 뭐가 있을까? 
음… <가족끼리 왜 이래>를 선택한 건 잘했고, <진짜 사나이>를 드라마 일정 때문에 하차한 건 못했다기보다 아쉽다. 하차할 때 상병을 달았다. 얼마 후엔 병장을 달 텐데….


만기전역, 하하.
사람들과 같이 끝나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애착이 많은 프로그램이니까. 프로듀서님과 작가님들이 너무도 흔쾌히 보내주셔서 고맙다. 드라마 대박 나라고 말씀도 해주시고. 다행히 드라마가 잘되어서 다 보신다고 한다, 하하. 

잘 안 되면 민망하기도 하고.
너 나갈 때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생각할지 모르고, 하하. 그래서 굉장히 부담되기도 했다. 다행히 시청률 37% 달성한 드라마가 되어서 행복하다. 올해는 잘 선택하고 다 잘됐다. 

드라마는 무대에 서는 것과 달리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 계속 소통해야 한다. 그 부분에 잘 적응했다. 
무대 같은 경우는 수학이라 보면 된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연습해서 문제들을 푼다. 그러고 나서 답이 이거다, 하면 된다. 정해진 박자, 정해진 타이밍을 정확히 하면 되니까. 하지만 연기는 내가 혼자 연습해서 가도…. 

연기는 논술?
주관적인 문제다. 그래서 재미가 있기도 하고. 그래도 무대는 노래가 끝나 환호성이 터질 때 너무 좋다. 매번 느끼진 못하지만 진짜 열심히 춤추면 무대가 끝나기 전까지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그러다 환호성이 들리면 소름이 돋는다. 그만큼 전율이 일어나는 건 없다. 드라마는 다 같이 모여 노는 느낌? 

편하게 놀기가 어렵다. 그것만으로도 재능이 있는 거다. 
연극영화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연기에 대해 쥐뿔도 모르니까 그럴 수 있는 거 같다. 무식해서 용감한 거다. 그래서 그냥 더 즐기려 한다. 오히려 신인 배우 분들은 그래서 더 긴장하는 거 같다. 선생님들과 만나도 난 오, TV에 나오는 선생님이다, 하면서 쉽게 다가가는데 신인 배우 분들은 잘 못 다가간다. 그런 부분이 득이 됐을 거다. 

2014년에는 아기병사와 달봉이로 불렸다. 애칭이 있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인식했다는 뜻이다. 2015년에는 어떤 애칭으로 불리길 원하나? 
그냥 드라마 속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면 좋겠다. 그만큼 관심받고 잘했다는 뜻이니까. 

주말 드라마는 해봤으니, 2015년에는 수목 트렌디 드라마 한 편 하고, 영화에도 출연하면 되겠다. 
정말 그렇게 두 개만 해도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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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박승갑
Editor 김종훈
Stylist 선우현
Hair 이소연
Make-up 김범석
Assistant 이강욱

2015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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