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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김범수

우리는 진짜 김범수를 못 봤다. 하지만 이제 또렷하게 김범수를 볼 수 있다. 김범수가 김범수를 벗고 진짜 김범수가 되었다. 김범수의 여덟 번째 앨범은 진짜 김범수의 첫 앨범이다.

UpdatedOn December 22, 2014

▲ 짙은 회색의 피크트 라펠 재킷은 에이치에스에이치 by 커드, 아이보리 컬러의 터틀넥 톱은 유밋 베넌 by 쿤, 아이보리 컬러의 러그는 어그 오스트레일리아 제품.

앨범 이야기부터 해볼까? 아직 공개 전이다. 어떤 콘셉트로 만들었나?
들으면 깜짝 놀랄 거다. 기존의 내 색깔하고는 다르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 장르의 변화라고 할까? 물론 <나는 가수다> 때 여러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것만으로 내 색깔을 다 보여줬다고 할 수는 없다.

김범수가 발라드를 부르지 않아야 장르의 변화 아닌가?
정규 8집은 힙합, R&B 위주의 앨범이다.

진짜?
물론 쉽지 않았다. 작곡가들도 김범수 하면 전형적인 발라드를 떠올린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내 느낌과 다른 곡을 받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직접 만들어봐야겠다, 생각한 거다.

직접 만들었다고? 흑인 음악을? R&B를?
맞다. 힙합, R&B 작곡자들과 컬래버레이션했다. 이번 앨범 곡들은 거의 공동 작곡, 공동 작사 형식으로 만들었다.

당황스럽네. 그런데 기분 좋게 당황스럽다.
어떻게 보면 이번 앨범이 진짜 내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작곡가, 작사가의 감성을 내 목소리로 전달했다면 이번에는 진짜 내 이야기를 하는 거다. 내 나이에 겪을 수 있는 남자로서의 이야기를 가사와 멜로디에 담았다. 이 점이 이번 앨범의 가장 중요한 색깔이다.

준비해온 질문 중에 3개가 쓸모없어졌다. 김범수가 대한민국 가수 중에 손으로 꼽을 만큼 노래 잘하는 건 맞는데, 전반적으로 비슷한 색깔의 노래가 많은 거 아니냐, 김범수는 김범수를 넘어서야 할 때가 지난 거 아니냐, 이런 거 물어보려고 했다.
맞다. 20대, 30대 팬들은 늘 그런 갈증이 있으셨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40대, 50대 팬층도 두터운 편이다. 이번 앨범이 그분들께는 아쉬울 수도 있다.

20, 30대와 40, 50대가 성향이 다르긴 다르구나.
앨범을 내면 40대, 50대 안정적인 성향의 팬들은 김범수 스타일의 노래가 나왔구나, 생각하면서 들으시는 것 같다. 그런데 20, 30대 팬들은 김범수 또 이런 색깔이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전부 나한테는 소중한 팬들인데 이번 앨범만큼은 20, 30대의 갈증을 충족시켜주고 싶었고, 나 역시 흑인 음악을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한 장르에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보여드리지 못한 게 많다.
이번 앨범을 통해 그걸 다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김범수 보이스로 힙합과 R&B를 부르면 어떻게 될까? 기대된다.
내 음악적인 베이스에 흑인 음악이 깔려 있다. 영향을 많이 받았다. 발라드를 부를 때도 약간 그런 톤이 들어간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장르를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굉장히 힘도 들었지만 설레었다. 공부가 됐다. 정말 하고 싶었다.

그래도 타이틀곡은 발라드겠지?
아니.

정말? 뭐지, 농담하는 거 아니지?
심지어 김범수표 발라드는 한 곡도 없다. 얼마 전에 나온 디지털 싱글 ‘눈물 나는 내 사랑’만 발라드다. 보너스 트랙에 실었다.
나머지 곡은 기존의 내 색깔을 다 파괴했다.

너무 확 가버린 게 아닐지…?
내가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그러니까 음… 어중간하게 했던 앨범들이다. 예를 들어 5집 ‘위로’라는 노래, 6집의 ‘지나간다’라는 노래.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파괴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존의 색깔을 지킨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아, 나 이거 하고 싶은데 막상 하면 팬들이 싫어할까봐 겁나니까 반의 반 보는 양보하고, 그렇다고 기존 스타일로 하는 건 싫으니까 조금은 더 가보자, 라는 느낌이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왕 할 거면 내가 어떤 걸 하고 싶어 하는지 완전히 보여주자,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 블랙&화이트 패턴 팬츠는 뮌 by 커드, 검은색 퍼 코트는 마르니 by 쿤, 검은색 셔츠는 레이 by 커드 제품.

이 고민은 진짜구나.
몇 년 지나면 불혹이다. 너무 슬프다. 아직까지는 젊으니까 지금만 할 수 있는 이야기, 내가 진짜 하고 싶던 이야기를 어울리는 장르와 결합해서, 한번은 이런 감정을 해소하고 싶었다. 아쉬움을 적당히 털어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 제대로 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에 들어가는 곡들은 굉장히 많은 곡 중에서 골랐고, 여러 차례 수정과 보완을 했다.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 중에서 공을 가장 많이 들였다. 굉장히 많은 것을 얻었다. 팬들이 좋아해주시면 좋겠는데. 혹시 대중의 사랑을 못 받더라도 내 음악 인생에 있어 터닝 포인트가 될 것만은 확실하다. 핸드메이드로 만드는 기분으로 작업했다.

피처링은 누구와 했나?
지금까지 앨범을 내고 노래를 부르면서 내가 알지 못하는, 확실히 내가 놓치고 있는 감성들이 분명히 있었을 거다. 그래서 이번에는 신진들하고 작업했다. 스윙스, 긱스, 아이언이 참여했고, 타이틀곡 ‘집 밥’은 로꼬가 피처링했다. 그리고 리디아백이라는 굉장히 핫한 신예와도 작업을 했다.

젊구나. 세련된 친구도 있고 파워풀한 친구도 있다.
예전에 앨범을 만들 때는 얼마나 네임 밸류가 있는 분이 참여해서 나를 끌어주실 수 있을까 생각했다면, 내가 데뷔한 지 15년이 되니까 후배들을 끌어줄 수 있고 그들을 통해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위치가 됐다. 그래서 이 작업이, 그들 각각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굉장히 뿌듯했다.

녹음할 때 신났을 것 같다.
진짜! 어떻게 보면 음악 하면서 만나볼 기회가 없던 친구들과 같이 한 거니까. 그 친구들이 열정적으로 도와줬다.

맛있는 거 많이 사줬나?
어마어마하게.

정말 어마어마하게 사줬나 보다.
하하. 맞다.

그러면 소위 김범수표 발라드를 만들었던 작곡가들은 이번에 참여를 안 한 건가?
마지막 트랙의 ‘눈물나는 내 사랑’은 윤일상 씨 곡이다. 윤일상 씨는 어떻게 보면 나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작업자고, 윤일상 씨를 떼놓고 얘기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윤일상 씨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게 내 음악이다. 윤일상 씨의 음악과 내 음악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윤일상 씨한테 얘기를 했다. 형, 이번에 새로운 작업자들이랑 같이 할 건데, 어떻게 생각해요? 그랬더니 그래 이제 때가 된 것 같다. 나를 떠나서 네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하라고 말해주셨다.

나라면 섭섭했을 것 같다.
그런 마음도 있으셨을 거다. 자식 떠나보내는 부모의 심정같이.

요즘은 다들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다. 금방 듣고 금방 버린다는 느낌도 들고.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핸드메이드하는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아닌가?
굉장히 힘이 빠진다. 좋은 사운드를 구현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도 휴대폰이나 태블릿 PC 스피커로, 심지어 게임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들으면… 굉장히 슬픈 일이긴 하다. 그런데 또 음악이라는 건 집중해서 들을 수도 있고, 지금처럼 인터뷰를 하면서 들을 수도 있고, 커피숍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도 있다. 여러 방식이 있고, 또 여러 음악이 있다. 어떤 한 시대가 음악을 듣는 트렌드가 있는데 그 흐름은 어쩔 수가 없다. 다만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사운드를 예민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음악을 대충 만든다면 음악 시장은 갈 데가 없어진다. 이럴수록 음악 만드는 사람이 장인 정신을 가져야 한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 계속 고민해서 좋은 음악을 만든다면 언젠가 음악의 세부를 집중해서 듣는 때가 올 거다.
나는 믿고 있다.

<슈퍼스타K 6> 심사위원이다. 노래 잘하는 특급 아마추어들을 평가한다. 그러다 보면 본인이 노래 부를 때 부담될 것 같다. 본인이 지적한 걸 답습하고 있을 수도 있고.
정말 요즘에는 작은 행사에 가서 노래를 부를 때도 긴장한다. 지원자들한테 내가 여기는 이랬고 저기는 저랬고, 라고 말했는데 뒤돌아보면 정작 나는 무대에서 노래를 대충했다. 매너리즘에 빠진 거지. <슈퍼스타K 6> 지원자들이 가진 치열함이라든가 투지가 나한테서 사라진 거다. 심사위원석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지. 그들을 통해 배웠다. 조그만 무대, 하찮은 무대에 서더라도 내 모든 걸 쏟던 때로 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심사위원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했나? 김범수 정도의 위치가 되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노래 부는 것에 대해 말을 하는 게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아닌가?
오래 고사했다. <슈퍼스타K 4>부터 제안이 들어왔는데 누구를 평가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슈퍼스타K>가 어떻게 보면 위기를 맞은 상태였다. <슈퍼스타K 5>가 완전히 하락세였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승부사인 것 같다. 내 성격이 그렇다. 잘나갈 때는 관심이 없다. <나는 가수다>도 그랬다. 그거 완전 망하는 프로그램이야,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이니까 하지 마, 라고 주변에서 말했을 때, 나는 이런 데서 잘하면 더 멋있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슈퍼스타K 5>가 잘 안됐으니까 내가 만약 작은 힘이라도 보태서 <슈퍼스타K 6>가 잘되면 보람이 크지 않을까 생각했다.

▶ 남색의 핀스트라이프 스리피스 수트는 암위, 남색 클리퍼 슈즈는 캠퍼, 어깨에 걸친 남색 롱 코트는 크리스 반 아쉐 by 쿤, 양말·흰색 티셔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와, 정말 승부사다.
그리고 평가에 대한, 심사에 대한 기준도 어느 순간 바뀌었다. 뭘 지적하는 게 아니라 지원하는 사람들이 내 얘기를 듣고 음악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면 어마어마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지만 그들이 좋은 쪽으로 영향을 받는다면 정말 의미 있는 일이 되겠다고 생각한 거다.

느껴졌다. 진정성 같은 거.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단 한 번도 오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휴, 감사하다.

상대적으로 선글라스 쓴 분이 너무… 나는 백지영 씨랑 김범수 씨 때문에 봤다.
이번에는 심사위원 구성이 좋았다. 권위적인 느낌의 심사위원도 있고 다독여주는 심사위원도 있고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심사위원도 있고. 음악적인 가치관이 다르다 보니 참가자들도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의견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슈퍼스타K 6>가 더 화려하게 빛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너무 일치가 안 될 때도 있었나?
서태지 미션 때는 중구난방이었다. 우리끼리, 이래도 돼?라고 말할 정도였다. 승철 형님은 별로였다고 말한 무대가 나는 좋았다.
내가 준 점수랑 승철 형님이 준 점수가 차이가 많이 났다.

그러면 후배로서 민망하지 않나?
심사위원 자리가 나한테는 어렵다. 제일 동생이고 후배니까, 다른 분들이 극찬한 무대를 내가 아니었다고 하면, 그분하고 음악적인 충돌이 발생한 게 된다. 그러니까 좀 맞춰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슈퍼스타K 6>에 합류하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했던 게 뭐냐면, 내 의견에 대해서는 소신껏 말하자는 거였다. 그래서 그렇게 했고, 결과적으로는 다채로운 의견을 주고받는 경연 프로그램이 됐다.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지원자가 있었다. 김명기 씨라고.
아, 안다.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하는 친구였는데. 안경 낀 분.

그때 당신이 말했다. 노래 끝내고 덤덤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지원자에게 엄청난 보컬이라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TV로 그 장면을 보면서 울었다. 그 친구가 생방송 무대에 못 갔지만, 그 친구는 당신에게 그 말을 들은 순간이 오랫동안 위로와 힘이 될 거다. 그날 당신의 목소리와 표정이 따뜻하고 진심이어서 나는 당신을 정말 좋아하게 됐다.
그 친구는 한 번도 본인의 노래에 대해 평가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냥 혼자였다. 그러다 보니 자기가 얼마큼 하는 사람인지를 몰랐던 거다. 그런데 정말 좋은 보컬이었다. 그걸 알려주고 싶었다.

이런 질문은 촌스럽지만 <슈퍼스타K 6>에 나온 지원자 중에 누가 가장 좋나?
지금 톱3까지 좁혀졌는데, 솔직히 임도혁 군에 대한 애착은 있다. 왜냐하면 나를 닮았거든. 내가 어릴 때 음악을 하고 싶어 했던 열정과 뜨거움, 또 내가 비주얼이 모자라서 누리지 못했던 기회, 뭐 이런 것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거다. 어떤 거냐면 대중이 봤을 때는 김필 씨나 송유빈 씨가 더 좋을 거다. 그런데 나는 속으로 그 친구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거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심사에 반영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 말을 믿는다.
그렇지만 뒤에서는 응원하고 박수를 쳤다. 그래서 이번 심사위원 미션이 있을 때 임도혁 군이랑 맺어졌는데 임도혁 군이 내 노래를 너무 잘 불렀다. 그래서 솔직하게 얘기해버렸다. 내가 내 무대를 잘한 것보다 더 기쁘다고. 동생 같으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지. 그리고 와러써커스 멤버 중 한 명은 내 친구였잖아. 그 친구랑 어릴 때 라이브 카페 알바도 하고 그랬다. 어렵고 힘들 때 같이 음악을 했던 친군데 당연히 내가 얼마나 마음이 갔겠나.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마지막에 한 번만 안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탈락이라고 말해야 했고.
너무 미안해서 그랬다. 내가 조금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입장이 된 거잖아.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고. 이게 무슨 슬픔이지? 이런 느낌이 들어서 마지막에 그냥 다 내려놓고 친구로서 안아주고 싶었다. 그러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임도혁 군도 와러써커스도 김명기 군도 큰 선물을 받았다고 느낄 거다.
그 마음을 알아준다면 고맙지.

결국 <슈퍼스타K>가 이번 시즌 살아났다. 당신이 만든 감정의 드라마가 꽤 많았다.
내 역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나도 잘 얹혀 탔지. 참가자도 알곡들만 뽑혔고, 아까 말했듯 백지영 누나가 참여하면서 음악적인 색깔도 다양해졌고, 나도 마음가짐이 순수했다. 이 프로그램에 나와서 눈에 띄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런 것들이 다 모여서 시너지를 낸 것 같다. 나는 굉장히 기쁘다. 왜냐하면 현재 남은 톱3가 김필, 곽진원, 임도혁인데, 어떻게 보면 이 친구들을 발굴할 수 있도록 내가 작은 역할이라도 한 거니까. 나는 지금까지 무대에서 내가 빛나는 것만 고민했지 누군가가 빛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내 조언으로 인해 누군가가 빛나는 게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지 깨달았다.

우리나라 어른들은 금방 꼰대가 된다. 그런데 당신은 그걸 경계하고 싫어하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거다. 내가 이만큼 살았다고 해서 이 사람한테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말하는 건 웃긴 일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안 하는 게 정말 어렵다. 설교하는 건 쉽다. 안 그러려고 노력한다.

며칠 동안 당신의 앨범을 다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1집의 ‘약속’이 제일 좋다.
아 정말? 그러니까 대중과의 괴리 같은 것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나한테는 그 노래가 아픈 노래이기도 하고 부끄러운 노래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에 너무 깊은 노래를 불렀다. 미숙한 스무 살의 얕은 감정으로 부른 아주 깊은 노래로밖에 안 들리는 거다. 창피하다. 지금 부르면 더 잘할 수 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그런 이유라는 걸’이다. 처음으로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내가 받고 싶은 노래를 바로 그 노래다. 황찬희라는 작곡가가 만든 곡인데, 나한테는 그 노래가 뭔가 좀 다른 트랙이다. 그리고 이번 앨범이 나한테는 굉장히 그런, 그러니까 만약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 뭡니까? 물으면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곡이 이번 앨범에 많을 것 같다.

아, 조금의 예의도 갖추지 않고 순수하게, 기대된다. 언제 들을 수 있지?
곧.

Editor: 이우성
PHOTOGRAPHY: 이상엽
STYLIST: 이진규
Hair & MAKE-UP: 이은혜
ASSISTANT: 이강욱, 김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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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이우성
Photography 이상엽
Stylist 이진규
Hair&Make-up 이은혜
Assistant 이강욱, 김예은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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