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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여자

취향이 같으면 호감이 가는 법. 카라의 박규리는 즉흥적이고 쿨하다. <드래곤볼>을 전권 소장했으며, 홀로 갈빗집에 가길 주저하지 않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무엇보다 ‘포샵’의 시대에 실물이 더 아름다운 여자다.

UpdatedOn November 10, 2014

검은색 원피스는 키미제이, 금색 뱅글은 먼데이 에디션 제품.

유연한 줄 알았다.
하하. 춤을 춘다고 해서 몸이 잘 휜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사실 무대에서 같은 동작을 해도 유연한 사람은 쉽게 하는데, 나는 더 노력을 해야 한다. 사진만 보면 유연해 보일지 몰라도 엄청난 노력 끝에 가능한 것처럼. 그런 과정이 재밌다. 우리만의 비밀 같아서.

이제는 여신이라고 안 하지?
안 한다. 예전에 한 방송에서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줄 의도에서 했는데, 사람들이 그 캐릭터를 인상 깊게 봐줬다. 그래서 다른 방송에서도 ‘카라의 여신’이라고 소개하더라.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좀 그렇고, 이제 와서 겸손한 척하는 것도 웃기지 않나.

여신 캐릭터는 본인이 만든 건가?
아니다. 그 여신도 고귀해 보인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캐릭터를 닮았다고 팬들이 붙여준 것뿐이었다.
<스타 골든벨>에서 그 얘기를 했다가, 한 번 빵 터진 적이 있다. 그 후로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그리스 신화라니 적절하다. 이국적인 인상이다.
오늘 갈색 렌즈를 끼고 메이크업을 받았는데, 메이크업 선생님도 한국말 안 하게 생겼다고 하더라. 하하. 외모만 보면 프랑스어라도 해야 할 것 같지.

박규리에게 궁금한 게 몇 가지 있다. 예를 들면 활동 안 할 때는 뭐하고 지낼까라든지.
활동을 쉰 적은 없었다. 늘 달려왔다. 내가 다른 멤버에 비해 잘 안 보일 때도 어디선가 예능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처음 쉬었다. 처음으로 개인 시간이 생겼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냥 레슨을 받았다.

무엇을 배우고 있나?
기타 레슨을 받았다. 저것(스튜디오 구석에 기타가 있었다)과 똑같은 기타다. 보컬과 춤 레슨도 받았다. 결국 일의 연장선이지. 쉴 때도 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놀 줄 모르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마음먹으면 기차 타고 멀리 갔다 온다. 어느 날은 혼자 회 먹으러 기차 타고 강릉에 다녀왔다.

횟집에 혼자 가서 먹었단 말인가?
그럼 혼자 먹지. 나는 먹는 걸 매우 좋아한다. 혼자 자주 먹으러 다닌다. 우선 맛집을 검색한다. 먹고 싶은 걸 정하는 거지. 검색 빈도가 굉장히 높은 맛집, 그러니까 블로거들이 추천한 게 아니라 모두가 인정한 맛집을 찾는다. 그런 맛집에 가서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후 지역의 구경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다를 보고, 바람을 쐬고 주변 시장도 구경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것 같다.

◀ 검은색 가죽 톱은 S=YZ, 검은색 언더웨어는 비나제이, 검은색 스타킹은 월포드, 스타 초커는 빈티지 헐리우드 제품.

박규리가 동해 바다 항구에서 혼자 회 먹으면서 소주도 마시고 그럴까?
혼자 못하는 건 없다. 고깃집에서 갈비도 먹고, 뷔페도 혼자 가본 적 있다.

하지만 고깃집은 1인분 주문은 안 받는다.
왜 1인분을 먹나? 2인분 먹어야지. 하하. 한 2년 전만 해도 고깃집이랑 뷔페는 혼자 잘 갔다. 혼자 회를 먹는 건 아무것도 아니지. 가끔 무언가 정말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꼭 먹고 싶은데 그 시간에 함께할 수 있는 누군가가 없다면, 보통 사람들은 포기하겠지. 민망하고, 쑥스럽기도 하니까. 하지만 나는 일단 먹고 보자는 생각이다. 내 돈 내고 먹는데, 내가 손님인데 뭐 어떤가?

완전 ‘쿨’한데?
꼭 혼자를 고집하는 건 아니다. 아, 얼마 전에 양꼬치가 너무 먹고 싶었다. 밤에 산책하다가 혼자 양꼬칫집을 검색해서 갔다.


맞은편에 베개라도 세워놓지.
밤의 양꼬칫집에는 아저씨들이 많더라고. 혼자 먹다가 친구 불러내서 같이 먹었다. 이렇게 소소하게 벌어지는 사건들이 재미있다.

즉흥적인 성격인가?
놀 때는 즉흥적이다. 계획을 세울 때는 철두철미하다. 일할 때는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스케줄이 빼곡하다. 그 일정에 맞춰 매일 지내다 보면, 꽉 짜여진 일상에 염증이 난다. 아무 생각 없이 노는 게 내게는 일탈이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 그런 내용의 서문이 있었던 것 같다. 여행을 하는 이유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고.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구나. 그런 게 즐겁지 않나? 생각지 못한 곳에서 즐거움을 발견할 때 희열이 있다. 미리 계획을 세워버리면 그 계획에 얽매여서 다른 것들을 놓치게 된다. 계획에 묶여 있어서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맞다. 그래서 혼자가 되는 것 같다.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성격이다. 성격이 같은 사람끼리 어울리게 되는 것 같다.

박규리의 팬 사이트를 보고 왔다. 팬들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박규리는 하나에 잘 꽂히고, 깊이 빠져드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요즘은 그렇다. 취미라고 해봐야 영화 보는 걸 좋아하고,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는 정도다. 그렇다고 전문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혼자 필름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촬영한다.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나? 나는 니콘의 FE2를 쓴다.
나는 우리나라에서는 단종된 일본의 ‘내츄럴클래시카’라는 카메라를 쓴다. 그 카메라의 색감이 좋다. 다들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쉽게 많이 찍는데, 그러다 보면 순간이 의미 없이 소모되고, 순간을 남발하는 느낌이 생긴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신중해진다. 굉장히 중요한 순간만을 위해 아껴서 찍게 되니까. 사진을 남발하지 않고, 피사체에 애정을 갖게 된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보면, 셔터 누를 때의 그날 그 감성이 느껴진다.
그런 점이 좋다. 또 쉴 때는 산책을 자주 한다. 아직 운전면허증이 없다. 멤버들이 면허 딴 걸 보면, 시간이 없어서 못 딴 건 아닌 것 같고. 내가 차에 관심이 없는 걸까? 아직은 차가 절실하지 않다. 이번에 필기시험은 합격했는데, 아직 기능시험을 안 봤다. 어쨌든 차가 없으니까 걸어다니게 된다. 걷는 걸 좋아해서 엄청 많이 걷는다.

어느 동네를 걸어다니면 박규리를 만날 수 있나?
평일에는 서촌, 북촌 같은 곳도 자주 간다. 밤에는 경리단길이나 남산도 자주 간다. 요즘에는 연희동에 한 번 가보려고 한다.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나?
이동할 때는 아무도 못 알아보게 완전 무장한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힘들 때는 택시도 탄다. 바다 보고 싶을 때는 지하철 타고 오이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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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퍼 장식이 달린 스웨터 1백78만원·양가죽 바지 가격미정 모두 구찌 제품.

▲ (왼쪽) 검은색 브라톱은 비나제이, 은색 체인과 나뭇가지 모양의 목걸이는 모두 빈티지 헐리우드, 체인 목걸이는 먼데이 에디션, 사각형 반지는 베켓, 십자형 반지는 티로즈, 검은색 이너웨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른쪽) 검은색 브라톱은 비나제이, 사각 무늬 스타킹은 월포드, 세 줄짜리 금색 반지는 데멘드 데뮤테숑, 실반지는 모두 레이지수잔 제품.

게임과 만화도 좋아한다고 들었다. 소년 취향인 것 같다.
게임은 정말 폭넓게 했다. 중학교 때는 리니지부터 시작해서 스타크래프트도 했다. 또 오락실을 좋아해서 오락실 게임도 많이 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 하여튼 리니지는 진짜 좋아했다.

덕후가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
하하. 그런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게 생기면 엄청 파고든다. 만화가 그랬다. 어려서 순정 만화는 별로 안 좋아했다.
소년 만화를 주로 봤다. 처음 접한 만화가 <드래곤볼>이었거든. 아빠가 그걸 왜 딸한테 사줬는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드래곤볼>을 전권 소장했을 정도로 좋아했다. 이상한가?

하나도 안 이상하다.
다행이다. 다 취향일 뿐이다.

그럼 박규리의 남자 보는 취향은 어떨까?
남자답고 어른스러운 사람이 좋다. 나는 연애하면 애교스러워진다. 상대에게 마음을 열고, 애교를 피워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좋다. 어른스럽게 나를 다독여줄 수 있는 사람. 그래서 연상이 좋은데, 때로는 내가 누나처럼 다독여줄 수도 있었으면 좋겠다.

30대 오빠를 만나면 된다. 그러고 보니 박규리가 벌써 스물일곱이다.
20대 후반이 되면 어떤 고민들이 생길까?
막연한 미래? 올해 들어서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건 아니니, 그냥 하고 있는 것들을 열심히 하고, 준비하는 게 정답인 것 같다.

카라 동료들은 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박규리는 예능 프로그램을 주로 했고. 다른 분야를 해볼 생각은 없나?
연기로 시작했기 때문에 연기는 늘 생각하고 있다. 다시 연기자로 돌아간다기보다는 늘 하고 싶고, 원하는 부분이다. 사람마다 때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연기할 시기가 아닌 것 같다. 연기는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할 수 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꼭 하고 싶다. 연기는 인생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더 공부해야겠지.

박규리의 아역 배우 시절이 생각난다.
앗! 기억하지 마라. 부끄럽다.

카라에 새로운 막내가 들어왔다. 팀이 개편됐는데, 새로운 출발이라고 해야 할까?
그럴 수도 있지만, 모르겠다. 새로운 출발이라고 할 수도 있고, 대외적으로 보면 굉장한 변화다. 팬들의 섭섭함이 느껴져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새로운 친구가 왔고, 그 친구가 잘해주면 고마울 따름이다.

인터뷰하러 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나왔다. 박규리가 잘 부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좋아하는 노래다. 들으면서 운 적이 있었다.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닌데, 혼자 있을 때 노래 들으면서 감정을 많이 쏟아낸다.
뭐 때문에 울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바람이 분다’를 반복 재생해놓고 울었던 기억은 난다. 슬픈 기억은 빨리 잊는 편이다.

실연당해본 적 있나? 이별 뒤에 듣는 노래는 어떤 곡인가?
그럼, 나이가 몇인데. 곡명을 밝히면 팬들이 날짜 추정해서 누굴 만났었지 찾아낼 것 같다. 그냥 오지은 노래를 많이 들었다고 해두자.

내년이면 28세가 된다. 두 달 남은 27세를 어떻게 보낼 건가?
잠깐이라도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올 거다. 당일치기도 좋으니 꼭.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이준미
HAIR: 손은희(더 제이)
MAKE-UP: 최란(더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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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이준미
Hair 손은희(떠 제이)
Make-up 최란(더 제이)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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