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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 龍 傳

선수들의 네임 밸류, 열악한 재정 상황, 팬들의 무관심까지. `꼴찌만 면해도 성공`이라던 2005년의 인천 유나이티드를 K-리그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던 장외룡 감독. 성공을 뒤로하고 갑작스레 영국행을 택했던 장외룡이 다시 인천의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br><br>[2008년 4월호]

UpdatedOn March 20, 2008

Photography 정재환 Editor 이기원

아까 구단 직원의 말을 들으니 용병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던데.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용병 데얀이 빠져나간 자리를 아직 메우지 못했나?
그렇지 않아도 이 인터뷰 끝나고 바로 구단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작년까지 활약했던 라돈치치를 계속 쓸 것인지, 테스트 중인 네나드와 보르코를 둘 다 쓸 것인지 말이다(결국 장 감독은 라돈치치와 보르코를 선택했다). 하지만 사실 썩 맘에 드는 상황은 아니다. 공격수의 부재가 뼈아프다.

특별한 대안은 찾았나.
대안이 있을 수가 없다. 선수 한두 명의 능력에 기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미드필더까지 공격에 가담시키면서 공격 루트를 다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부산 아이파크로 이적했지만, 안정환이 인천에 온다는 소문이 많았다. 만약 안정환이 인천으로 왔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물론이다. 안정환은 베테랑이고, 여전히 실력이 탁월하다. 훈련만 열심히 하면 아직 2년 정도는 충분히 국내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래서 안정환의 입단을 내심 많이 기대했었다. 하지만 여기는 워낙 열악하니까… 그래도 예전 팀으로 갔으니까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부산도 썩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수원이 안정환을 잔류시키기 위해 제시한 조건에 비하면 말이다.
그건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부산에서 명성을 쌓은 데다 팬들도 많을 거고. 정환이도 그런 의미에서 택한 것 아니겠나.

그래도 아쉬움이 크겠다.
아무래도 옛 제자니까. 같이 해주면 내가 좀 더 좋은 길을 열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예전 한솥밥을 먹었던 입장에서 보는 안정환은 어떤 선수인가.
외부에서는 안정환을 깍쟁이로 보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아주 터프한 선수다. 동료들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나 포용력도 있고. 스타 플레이어로서 자긍심, 실력, 관중 동원력까지 모든 면에서 훌륭한 선수다. 부산 아이파크 팀 내에서 불화가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건 아마 말 지어내는 사람들 얘기일 거다. 괜한 문제를 일으킬 만한 선수가 아니다.

어쨌든 올 시즌에는 사실상 이 멤버로 1년을 꾸려가야 할 텐데, 목표로 삼는 성적은 어느 정도인가.
올해 우리 전력으로 평가하면 플레이오프까지는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2005년과 비교하면 3분의 2 정도 전력이라고 본다.

하지만 당신이 감독이라면 모두가 2005년의 기적을 원할 텐데.
결국 문제는 선수들과 나 사이에 화학적인 융합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선수들이 내 지시에 정확하게 따라준다면 또다시 기적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어디라고 보나.
성남이다. 약점이 없는 선수 구성이다. 게다가 이번에 포항에서 정성룡이라는 골키퍼까지 영입했다. 국가 대표 수문장을 할 만한 선수인데… 우승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팀이다.

영국에 가 있는 동안 K-리그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당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K-리그가 변한 점이 있던가.
선수나 구단의 실력은 일단 시합을 해봐야 알겠지만, 거기 있으면서도 가슴 아팠던 건 팀들이 너무 성적에만 얽매이지 않았나 하는 거다. 승리만을 추구하다 보니 너무 과열 현상이 많지 않았나 싶은 거다. 팬들을 등한시하는 듯한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있을 때도 이랬나 싶었다.

선수들을 존중하는 감독으로 소문이 났다. 하프타임 동안 로커룸에서 선수들에게 무릎을 꿇었던 일화는 여전히 인구에 회자되는 사건이다.
어느 책에서 읽은 건데, 지도자가 되려면 하인이 되라는 말이 있었다. 먼저 섬겨야 한다는 거다. 선수들을 경기하기 가장 편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이 감독의 몫이다.

그런 자율적인 방침이 선수들에게 나태함을 불러오지는 않나.
처음에는 국내 선수들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 평생을 명령과 규칙에 얽매여 생활하다 보니 스스로 무엇을 한다는 것이 몸에 익지 않은 거다. 그런 부분을 이해시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 우리 선수들은 스스로 자신을 관리하는 방법을 안다. 그게 진정한 프로 선수다.

하지만 부산 대우에 있을 때는 아주 엄격한 감독으로 소문났었다.
그땐 모든 선수들이 국가 대표 수준이었다. 실력과 인기가 동시에 따르니까 주위에 유혹이 많았다는 말이다. 그런 건 엄격한 훈련으로만 컨트롤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선수들 스스로 더 나아지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

인천은 가난한 구단이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가장 힘들 텐데, 어떤 주문을 하나. 연봉이나 처우 개선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 아닌가.
가난한 구단이라는 것 자체가 오히려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다.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할 거냐. 환경 탓은 나중으로 돌리고, 지금 잘해야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끊임없이 주문한다. 이 상황을 이겨내는 방법은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길밖에 없는 거다.

작년 신인 드래프트 결과에는 만족하는가.
기대가 크다. 소속팀 감독으로서 하는 말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볼 때 안재균, 김혁, 이호진은 빠르면 2년 내에라도 대표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들 역시 그런 의지가 대단하고. 안재균과 김혁은 잘만 커준다면 최고의 센터백이 될 거다.

사실 올 시즌 인천의 가장 큰 문제는 공격수의 부재인데, 여유가 있다면 꼭 잡고 싶었던 선수가 있었나.
역시 득점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니까. 백 퍼센트의 이동국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그가 다시 국내로 복귀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동국 같은 경우는 전문가들에게는 후한 평가를 받는 반면 유독 안티팬이 많은 선수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고전하고 있고. 이동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적어도 국내에서는 가장 훌륭한 공격수다. 프리미어리그 진출 당시에는 백 퍼센트의 몸 상태가 아니었다. 조금 더 철저한 준비를 거쳤다면 좋은 활약을 펼쳤을 거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인천에는 유독 이적생들이 많았다. 최근 스타로 떠오른 이근호가 대표적인 예다. 좋은 선수들을 이적시킬 때 기분이 어떻던가.
아쉬운 건 이루 말할 수 없다. 감독으로서 좋은 선수를 잃는 게 얼마나 가슴 찢어지는 일이겠나. 하지만 구단의 재정적인 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니까….

당신 입장에서도 스쿼드가 좋은 팀에 가서 최상의 경기를 펼쳐보고 싶은 생각이 있지 않나? 꼭 인천에만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말이다.
아니, 지금은, 현재로서는 그런 마음이 없다. 처음 인천에 올 때부터 팀이 어렵다는 걸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인천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단장과 경영진의 비전 때문이었다. 팀을 끌고 가는 포부 같은 것. 나도 거기에 동의했고. 그래서 국내의 다른 팀에서 제의가 온다고 해도 옮기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내 1차 목표를 달성하고 난 다음에는 해외 진출을 모색할 거다.

1차 목표가 뭔가.
2010년에 국가 대표팀 감독을 맡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은 허정무 선배가 대표팀을 잘 이끌고 있으니 목표를 조금 수정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팀을 이끌고 싶다. 물론 2014년 월드컵 대표팀도.

사실 이번 대표팀 감독을 국내 지도자 중에서 뽑는다는 소식이 돌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1순위로 생각했던 사람은 허정무 감독이 아니라 당신이었다. 늦은 질문이겠지만, 그때 기분은 어땠나.
사실 내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고 ‘아, 나도 이제 조금씩 인정을 받기는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기는 했다. 하지만 허정무 선배도 워낙 지도력이 있는 분이니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취임 이후, 허정무 감독이 많은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미없는 축구, 뻥축구가 되살아났다는 말이 들린다.
그건 보는 사람의 관점일 뿐이다. 지금은 몇 게임 하지도 않았다. 선수들도 파악해야 하고. 몇 번의 친선 게임으로 판단을 내릴 시기는 아니다.

국가 대표팀 감독 자리는 누구 말처럼 독이 든 성배다. 그만큼 경질되는 경우가 많기도 했고. 가정이지만, 실망스런 경기가 계속 된다면 허정무 감독 역시 중간에 경질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당신이 새로운 후보로 떠오를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전혀 원치 않는다. 혹시나 그렇게 된다고 해도 그 후임으로 국내 감독을 쓰려 하겠나? 나는 진심으로 허정무 감독이 잘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앞으로도 국내 지도자들에게 길이 열린다. 허정무 감독이 실패하게 되면 또다시 국내 감독들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이 생길 거다.

부정할 수 없는 건 해외파가 낄 때 대표팀 공격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는 거다. 프리미어리거들과 국내 선수들의 실력 차이가 그렇게 큰가.
그렇다. 굉장히 크다. 일반적으로 선수의 플레이를 논할 때 두 가지를 얘기한다. 공을 가지고 있을 때와 가지고 있지 않을 때. 공을 가지고 있을 때의 플레이는 사실 확연하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이 국내파와 해외파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다.

해외파의 잦은 소집이 클럽 내에서 그들의 입지를 좁게 만든다는 말도 많다.
그들이 낯선 땅에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는 직접 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번에 영국 연수를 다녀오면서 그런 점을 절실히 느꼈다. 예를 들어보자. 작년 초, 이영표와 박지성이 비슷한 시기에 부상을 당했다. 그것도 FA컵, 챔피언스리그, UEFA 같은 빅 게임들이 줄줄이 이어진 상태였다. 불필요한 A매치 소집 경기가 무리를 일으킨 거다. 그때 박지성과 이영표는 처절한 레귤러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평가전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사람(핌 베어백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은 한국 축구 발전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시아 선수들이 주전이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훤히 아는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 두 선수에게는 얼마나 안타까운 상황이었겠나. 붙박이 주전이 눈앞에 있는 상황이었는데.

해외 지도자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있는 것도 같다. 그런데도 대한축구협회는 해외 지도자들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 해외 감독과 국내 감독의 지도력에 큰 차이가 있는 건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국내 감독들이 갖지 못한 해외 감독들만의 노하우는 분명히 있다. 그런 성공적인 사례를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보여주지 않았나. 물론 주어진 상황이 매우 좋기는 했지만. 궁금한 것은 그런 사례가 국내 지도자들에게 매뉴얼로 남아 있나 하는 거다.

그러면 그 모든 자료가 히딩크 개인의 것으로 남았단 말인가.
말하자면 그렇다. 국내 지도자들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연구서식으로 책 5권이 남아 있는데 역시 속 빈 강정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히딩크가 어떻게 팀을 운영했는지 정밀하게 기록했어야 했다. 피지컬 훈련은 어떻게 했고, 메디컬 그룹은 이렇게 대처했으며, 전술적인 트레이닝 운용은 어떤 방향으로 했는지 같은 것들. 그런 것이 남아 있었으면 대표팀에 훨씬 도움이 됐을 거다.

이런 입바른 소리를 하니까 대한축구협회와 장외룡의 관계가 껄끄럽다는 말이 들리는 것 아닌가?
나는 이제껏 누구 눈치 안 보고 살아온 사람이다. 그래서 내 행동에 떳떳하다. 계속 내공을 쌓다 보면 언젠가는 빛을 볼 날이 있겠지 하고 생각할 뿐이다. 내가 크게 잘못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대한축구협회에 크게 실망한 적도 없다.

사실 대한축구협회가 정치 논리로 움직인다는 말이 들린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런 쪽에는 영 소질이 없어 보인다.
그런 것에는 관심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스포츠는 스포츠답게, 정정당당하게 남으면 되는 거다. 나는 축구인으로 사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산다. 우리 애들한테도 유언해놨다. 내가 죽으면 뼛가루를 그라운드에 뿌려달라고. 물론 그러려면 운동장도 하나 만들어야 할 테고, 애들이 돈도 많이 벌어야겠지만. 그래도 키워줬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웃음)

2006년 시즌 개막 전, 그 해의 성적을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정확히 맞혔다. 이번 시즌 성적은 어떨 것 같은가.
그때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웃음) 올해는 작년 성적을 토대로 막연하게 14승을 목표로 잡았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승수다. 두고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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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정재환
Editor 이기원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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