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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케이블 TV 드라마들이 마법을 부리는 것 같다. 매 회 자극적이고 기발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의심스럽다. 신인 배우를 데려다 스타로 탈바꿈시키는 요술도 부린다. 지금 케이블 TV 드라마에 출연 중인 세 명의 신인 여배우를 만났다. 그녀가 마녀인지 아닌지 들여다보았다.

UpdatedOn September 18, 2014

흰색 레이스 상의는 고엔제이, 목걸이와 뱅글은 모두 엘리오나 제품.

윤소희
고양이처럼 웃었고, 가늘고 긴 팔다리로 몸을 감쌌다.

처음 봤지만, 낯설지 않았다. 지난해 인터넷에서 발견한 신인 여배우의 프로필 사진은 묘했다.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익숙한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녀의 웃는 표정이 이상야릇하다고 느껴졌다. 신인 배우인 윤소희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들의 데뷔 시절을 찾아봤다. 공통점을 발견했으니까. 예를 들면 이렇다. 고양이처럼 웃는 눈, 살짝 위로 말린 입꼬리, 동그란 얼굴과 가녀린 몸.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감 잡을 수 없는 깊은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을 각인시켰다.

그녀는 겨우 21세였고, 이제는 22세가 되었다. 그녀가 연기를 잘하는지, 실력이 검증되었는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 정도만 외우기로 했다. 최근 드라마를 보면서 그녀의 얼굴을 발견했다. 그녀를 찾아다닌 건 아니었다. 극중에서 그녀가 눈에 띄었을 뿐이다. 시청자에게 인상을 남긴다는 것이 배우로서 장점이 될 수 있다. 윤소희는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작품을 제작하는 현장과 만들어지는 단계들을 익히고 있을 뿐이다. 데뷔와 동시에 많은 작품에 출연했으니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작품을 쉬지 않고 했다는 것 자체가 조금 부담스러운 부분이기도 하고, 운이 따라줬다고도 생각해요.” 윤소희가 말을 하면 그녀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싶은 기분이 든다.

  • 흰색셔츠 MM6, 반바지 씨바이끌로에, 레이스롱아우터
    맥앤로건, 뱅글 엘리오나, 목걸이 파나쉬 제품.
  • 목걸이·뱅글·왼손 진주 반지는 엘리오나
    오른손 반지·왼손 검지와 중지 연결 반지는 모두 비이커 제품.

그녀가 카이스트라는 명문 대학에 재학 중이기에 생기는 열등감과 호기심 같은 게 내 안에서 뒤섞이는 것 같았다. “대학을 가고 나니까 정확히 내 목표가 뭔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그녀는 연기에 대한 욕심을 설명했다. 단지 연기가 하고 싶었을 뿐이다. 학교 간판과 전공이 지금 그녀의 욕심을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아직은 부족한 것도 많고 잘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서 학교를 다니면서 해야지보다는 그저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그녀와 대화를 할수록 놀라운 점들을 알게 된다.
“저는 굉장히 집중하는 편이에요. 제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해서 무엇이든 단 하나에 집중하는 건 자신 있어요.” 나는 갖고 싶었다. 그녀의 욕심이 아니 욕심을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을 말이다.


경수진
소년처럼 말하며, 소녀처럼 웃었고, 카메라 앞에서는 여자가 됐다.


검은색 상의는 쿤, 목걸이는 마위 by 비이커, 반지와 귀고리는 모두 베켓, 뱅글은 파나쉬 제품.

예쁜 여자들은 서로 닮는다. 경수진을 알게 된 건 손예진을 닮았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였다. 두 미녀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았고, 둘이 닮은 점은 웃음이 해맑다는 것임을 알았다. 실제 둘의 이미지는 전혀 달랐다. 스튜디오에 들어선 경수진은 소년 같았으니까.
씩씩한 척하는 소년처럼 인사했고, 넉살 좋게 웃었다. “그냥 털털해요. 의외의 면이요? 나름 요리 좋아하고, 뜨개질도 되게 좋아해요.” 그녀가 데뷔한 건 3년 전이다. 그녀는 20대 중반이었고, 나는 아침 드라마에서 그녀를 처음 봤다. 출근 준비할 때 틀어놓은 방송에 그녀가 나왔다. 드라마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 나는 건 예쁘장한 여주인공의 모습이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작은 얼굴, 선한 미소를 지닌 그녀를 점심에도 저녁에도 보고 싶었다. 아침 드라마에서만 보기에는 아까운 얼굴이었다.

  • 깃털 장식 드레스는 제이슨 꾸뛰르, 반지는 엘리오나,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검은색원피스 션뉴욕 by 비이커, 머리장식 파나쉬
    뱅글과 왼손 반지 엘리오나, 오른손반지 베켓 제품.

“<은희>보다는 <아홉수 소년>의 마세영이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거제도에서 올라온 시골 소녀 같은 이미지인데, 먹을 걸 밝히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역할이에요. 저랑 굉장히 비슷하죠.” 경수진의 20대 초반을 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녀는 스물다섯에 데뷔했다. 대학 전공이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고, 중학교 때부터 꿈꿨던 연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하고 싶다고 바로 캐스팅되는 건 아니다. 그녀는 기회가 없었다. 막연히 연기를 배웠다. 레슨비와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데뷔가 점차 미뤄졌다.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TV에 등장했다.

하지만 그녀는 불안하지 않았다. “배우는 늙어서도 연기할 수 있잖아요. 굳이 젊을 때 데뷔하지 않아도 끝까지 할 수 있는 게 배우라고 생각해서 조급하진 않았어요.” 데뷔를 기다리는 것과 업계에 들어와 활동하는 건 다르다. 연기가 하고 싶어 배우를 해도, 스타가 되면 연기 외의 것들을 고민해야만 한다. “성격과 맞지 않게 외모가 청순해요. 역할과 제 성격의 괴리로 부담스러운 것들이 많았어요. 사진 찍는 것도 그중의 하나죠. 어색해요. 내공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죠.” 신인 배우에게 현장은 혹독하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긴 촬영 대기 시간, 작은 실수로 크게 혼나는 일. 비일비재하다. “많이 혼나요. 하지만 울진 않아요. 혼나는 대로 잘해야죠.”


이열음
그녀가 겁이 많으리라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


귀고리와 반지는 모두 빈티지 헐리우드, 비즈 장식 스커트는 쿤, 시스루 프릴 칼라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나는 고3 때 무얼 하고 있었지? 이열음을 마주하고 앉으니, 독서실을 빠져나와 의미 없이 흘려보내던 날들이 떠올랐다. 이미 사회생활을 시작한 고등학생 배우를 어리다고 해야 할까? 젊다고 하는 게 맞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이열음은 자신을 아역 배우라고 소개했다. 올해까지 미성년자이고, 내년이면 성인이 된다. 그러니 지금은 아역 배우라는 뜻이다. 그녀가 맡아온 배역들은 학생이었다. 10대가 학생 역할을 맡는 건 당연하지만 드라마 속 청소년의 모습은 어쩐지 비슷하다. 과열되어 있고, 비현실적인 반항을 하는 등 반 아이들은 모두 극단적이다. 제작자가 문제의식만 가지고 학생들을 바라봐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 와중에도 눈에 띄는 학생은 있다. <중학생 A양>의 이열음은 도발적이었다. 단막극이었고, 그녀의 도발적인 대사와 연기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중학생 A양>은 중학생 같지 않은 캐릭터였어요. 연기를 하면서 중학생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거든요.
<고교처세왕>의 유아보다 더 어둡고 깊은 캐릭터였어요.” 어른이라는 개념이 아이들을 만든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해 안달이다. 학교를 벗어나도 그렇다. 촬영 현장이라고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첫 작품 때는 절 너무 어린아이로 보았어요. 어리니까 당연했죠. 하지만 제 자신은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맡은 역할들이 마냥 어린애 같지 않아서 조금은 괜찮았던 것 같아요.” 여고생 여배우는 칭찬받길 원했고, 또 배우고 싶어 했다.

  • 튜브톱 드레스는 B.C꾸띄르, 보디 체인·귀고리·반지 모두
    빈티지 헐리우드 제품.
  • 누드 드레스는 브라이덜공, 뷔스티에는 라펠라, 귀고리는
    자라, 반지는 모두 H&M 제품.

한마디로 그녀가 현장에서 만나온 배우들의 장점을 놓치지 않고 습득하고 싶어 했다. 그녀는 욕심이 많다. “배우는 게 진짜 많아요. 머리가 멍할 정도예요. 다음 작품에서는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장점은 놓치지 않고, 새로운 것들도 배워서 보여주고 싶어요. 놓치지 않을 거예요.” 열아홉. 신인 배우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이 소녀의 고민은 무엇일까? “대학 입시죠. 이제 수능이 두 달 남았거든요.” 이열음이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을 이었다. “마틸다처럼 되고 싶어요. 모든 걸 다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이준미
HAIR: 이재황(에이바이봄)
MAKE-UP: 원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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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이준미
Hair 이재황(에이바이봄)
Make-up 원영미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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