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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윤태진 아나운서는 <아이 러브 베이스볼>에 출연한다. 야구 아나운서 그리고 여자. 흔히 말하는 수식어가 떠오른다. 야구 여신. 솔직히 고백한다. 그녀는 지금 상황이 즐겁다. 관심받고 색다른 경험도 종종 하니까. 그렇다고 여신처럼 추앙받는 데 심취하지 않는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미모만 살피지 않는다는 얘기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상황을 찬찬히 둘러본다. 그러면서 자신의 위치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는다. 사진 속 모습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UpdatedOn September 03, 2014

▲ 셔츠는 비이커, 뷔스티에는 라펠라, 복숭아색 쇼츠는 프리마돈나, 시스루 스커트는 노케제이, 진주 반지는 엘리오나, 골드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색다른 변신
매번 방송에서 밝은 이미지를 많이 보여주니 색다른 변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꼭 한 번 해보고 싶기는 하다. 욕심이긴 한데, 내가 잘했을 때 해야 좋은데… 이번엔 어색하긴 했다, 하하. <맥심> 화보를 찍었을 때, 친한 친구들이나 군대 늦게 간 친구들, 아니면 동생들이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 한 번도 그렇게 찍어본 적이 없으니까. 사실 화보 찍고 인터뷰하는 게 좋다.
난 방송만 하니까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나 새로운 모습을 전달할 기회가 없다. 이렇게 한 번씩 다른 콘셉트로 내 모습을 사진에 담아가면 영광이고 즐겁다. 이것도 잘 나와야 할 텐데….

윤태진송
평상시에는 ‘윤태진송’을 부른 모습처럼 활달하다. 방송 진행할 때는 가만히 서서 정보를 전달하는 편이니까 그렇게 막 까불거나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전지훈련 취재할 때 윤태진송을 부를 수 있었다. 탁 트인 곳이어서 분위기가 달랐고, PD 선배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해서 소품도 챙겨가며 준비했다. 아이디어는 전지훈련 가기 한 1년 전인가? 수지송을 보며 저걸 하면서 예고편을 만들면 재밌겠다고 한마디 했는데 그걸 PD 선배가 기억해 할 수 있었다. 촬영할 때는 큰 틀만 만들어놓고 하고 싶은 대로 하되 역동성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자유롭게 했다. 선수들 세워놓고 막 돌아다니면서 노래 부르고 춤추면서. 난 노래도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자꾸 아니라고 하더라, 하하.

말 한마디
이금희 선배님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때 선배님이 한마디 툭 던지셨다. 아나운서에 잘 어울릴 거 같고 가능성이 보이니 한번 해봐라, 정도? 뭘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던 시기였다. 누가 나한테 뭘 해보라고 얘기해주길 간절하게 바랐기에 그 말이 강하게 다가왔다. 난 원래 무용 교수가 되고 싶었다. 교수가 되려면 대학원에 가서 석·박사 과정을 다 밟아야 하는데 그런 걸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여러 가지 생각하던 차에 길이 생겨서 도전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다. 슬럼프가 길지 않고 차근차근 기회가 생겼다. 그때 만약 이금희 선배님이 아니라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면 다른 일을 했을 수도 있다.

미스춘향선발대회
미스춘향선발대회는 친구들과 인터넷 하다가 친구가 스치듯 나가보라고 한 말에 ‘그럴까?’ 하면서 출전했다. 준비할 것도 별로 없었다. 한국 무용을 오랫동안 했으니까 아무래도 한복이 잘 어울릴 자신은 있었다. 미스코리아나 미스춘향선발대회가 연예인 등용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모두 다 그런 걸 노리고 들어오는지는 몰랐다. 그때 내가 최고령이었다. 데뷔를 노리기엔 너무 늦은 나이…. 난 무용만 해서 그냥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 정도였다.

◀ 상의는 프리마돈나, 스커트는 아크네, 구두는 자라, 반지는 엘리오나, 무늬 있는 검은색 뱅글은 엘리오나, 휘어진 뱅글은 디누에,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나운서 시험
회사에서 매년 아나운서를 뽑을 때 어떤 경향이 있다. 올해에는 이런 스타일의 아나운서가 들어왔으면 좋겠어, 라고 생각하는 것 말이다. 어차피 10년, 20년씩 스포츠를 공부해온 선배들이기 때문에 내가 그 앞에서 스포츠 관련 지식을 이야기해도 선배들은 어제 공부해서 얘기한 건지 다 안다. 난 가르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이 보였다고 나중에 이야기하시더라. 무용 하면서 큰 무대에 나간 경험이 많아 방송에서도 떨지 않을 것 같다는 말도 하셨다.

야구 아나운서
스포츠를 공부하다가 스포츠 아나운서가 된 게 아니기에 모든 게 낯설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처음이었으니까. 그냥 겁내지 않고 부딪혔다. 그 방법밖에 없기도 했고. 책에 나와 있지도 않았으니 익숙해지려면 무조건 다 받아들이면서 배워야 했다. 꼭 아나운서에 관련된 업무가 아니어도 그냥 다 했다. 회사생활에 적응하는 시기였다.

스포츠 관련 지식도 모르면 밤새워 책도 찾아보면서 노력했다. 그러다가 야구 프로그램을 맡게 됐다. 아무래도 KBS N 안에서는 야구가 주요 콘텐츠여서 야구 프로그램을 맡았다는 건 어쨌거나 선배가 되었다는 뜻일 수도 있다. 회사이기에 순서가 있다. 밑에 있는 아이들을 바로 올리진 않는다. 선배들이 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야구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 벅찼다.

색깔 있는 여자
처음에는 <아이 러브 베이스볼> 주말 쪽을 맡았다. 주말 진행은 일주일에 두 번밖에 안 해서 내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그땐 긴장을 많이 해서 색깔이 있는 아나운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내 몫을 해가는 기분이었다. 그때 선배들이 긴장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니까 발랄하고 약간 엉뚱한 내 평소 모습을 많이 보여주라고 했다. 내숭 없이 주저하지 않는 모습 말이다. 막상 보여주겠다고 생각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다행히 윤태진송을 부를 때 느낌을 선배들과 사람들이 많이 좋아했다.
그 느낌을 좀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 처음에는 차갑다는 말도 있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서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
방송 활동 외에 야구 잡지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1대1로 만나서 얘기하면 다 놀란다. 윤태진 아나운서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하면서, 하하.

구설수
대시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지만, 우리 만나볼래요, 정말 좋아해요, 윤태진 아나운서 사랑해요, 사귀어요, 이런 선수가 전혀 없었다.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다가오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겁이 많아서, 끊는다기보다는 다음으로 미룬다. 소문을 듣고 싶지 않아 감사합니다, 정도로 마무리 짓고 가만히 있었다. 나만 아니면 아닌 거지, 하며 견뎌낼 마음이 있으면 모를까 너무 스트레스를 받더라.
내가 굳이 스트레스를 받을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야구선수를 비롯해 운동선수가 어떠냐고 하면, 난 자신이 없다. 다른 여성이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겠지만. 내가 누굴 살뜰하게 뒷바라지하지 못한다. 운동선수와 함께하려면 그래야 하더라. 운동선수는커녕 평범한 사람을 만날 때도 챙기지 않는다고 차인 경험이 있으니까. 날 잘 아는 PD 선배나 친구들은 운동선수를 위해서라도 절대 운동선수를 만나지 말라고 한다.

현재 상황
염경엽 감독님이 인터뷰할 때 한 말이 있다. 그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 지키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해야 한다. 거기까지 오른 건 어쩌면 시작이다.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했다. 내가 오른 이 자리를 진짜 힘없이 내주면 안 된다는 마음이다. 그게 내가 할 일인 것 같다. 오른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 자리를 내가 지키며 팬들에게 계속 정보를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그러는 중간중간 더 좋은 일도 만들어내고 싶다. 후배들이 나처럼 되고 싶어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선배니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을 신경 쓰면 그건 진짜 바보 같은 짓이다. 저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가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열심히 해야 한다.

어떤 선례
이 자리를 떠나야만 하는 순간이 오면 선배들이 하지 않은 길을 또 하나 제시해주고 싶기도 하다. 지금 가는 길에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걸 찾는 것도 한 방법이고.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후배들이 여기가 끝인가? 고민하지 않도록 말이다. 조금 오래 하다 보면 정말 수명이 끝나버리는 듯한 느낌이 있다. 회사에서도 그런 부분을 많이 생각한다.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빨리 나가잖나.
회사에서도 걱정하는 부분이다. 더 키워 다른 일도 맡기고 싶은데 좀 하다 다른 쪽으로 빠지니까. 여자 아나운서들을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더 길게, 전문성 있는 중계도 시켜서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로서 키우는 방향도 제시하려고 고민한다. 아나운서도 나름대로 고민해야 한다. 물론 아예 다른 계통으로 방송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선례를 남기면 좋겠다. 미래의 일을 장담할 순 없지만, 그랬으면 좋겠다.

Editor: 김종훈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이준미
HAIR: 선희(스타일플로어)
MAKE-UP: 조히(스타일플로어)
ASSISTANT: 박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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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종훈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이준미
Hair 선희
Make-up 조히
Assistant 박예은

201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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