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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여자

대륙은 기회의 땅이라고, 중국에서 돌아온 홍수아가 말했다.

UpdatedOn August 25, 2014

흰색 블라우스는 해브 투 러브, 흰색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느 날 돌아보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알던 그 여자는 맞지만, 어딘지 달랐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녀가 맡는 역할들도 변했다. 예전의 그녀는 천방지축에 장난기 넘치며 말괄량이지만 어딘지 마음이 약하고, 눈물이 많은 여자였다. 그래서 귀여웠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그녀는 그랬다. 스물아홉 살이 된 그녀는 조신해졌다. 말수가 줄어들었고, 적극적으로 눈물을 흘리며, 행동을 아꼈다. TV에서 보아온 홍수아의 모습은 낯설었다. 다른 배우처럼 느껴졌다. 몇 해 전 대하사극에서 공주였던 그녀는 중국으로 넘어가 또다시 공주를 연기했다. 그녀의 변화는 이웃집 소녀가 이국의 공주가 된 것처럼 드라마틱했다. 아니 드라마였다.

화보 촬영할 때 열의가 넘쳤다. 지금까지 만나본 여자 배우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고 할까?
내가 원하는 것을 열심히 잘해야 한다. 그게 프로다. 화보 촬영은 곧 내 이미지를 만드는 거다. 화보 속 내 모습을 어설픈 이미지로 남기고 싶진 않다.

인터넷에서 홍수아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사진들이 있다.
어떤 거? 시구 사진?

아니, 섹시 화보 말이다.
내가 섹시한가? 나는 섹시함과는 거리가 멀다. 섹시해 보일 수 있는 건 화보뿐이다. 섹시한 사진이 많다. 실제로 보면 날 못 알아본다. 내가 애 같다고 한다. 나는 화장 안 하면 정말 어려 보이거든.

과연 어려 보여서 못 알아보는 걸까?
그게 화장의 기술이 아닐까? 메이크업 전후의 차이가 크다. 화장 안 하는 걸 좋아하는데, 주위에서는 화장하고 다니라고 한다. 그래야 예쁘다고. 확실히 한 살 더 먹을수록 화장을 해야 예쁘더라.

교복 입은 모습이 익숙했는데, 벌써 20대 후반이다.
스물아홉, 20대의 끝자락이다. 내 인생에서 꽃피는 시기인 것 같다. 중국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찍었다. 전부 예쁜 캐릭터만 연기해서, 중국에서는 인기가 꽤 늘었다. 대륙 무대는 많은 연예인들의 로망이다.

왜지? 수입이 많아서 그런가?
중국은 큰물이다. 우선 땅이 넓다. 그만큼 기회가 많고, 반응도 크다. 더 큰 무대다. 인구수가 경제력이라고 생각한다.

출연료가 더 많다는 뜻이지?
출연료도 그렇지만 난 중국이 잘 맞는 것 같다. 음식도 그렇고, 중국어도 배워서 이제는 사람들과 대화가 조금 통한다.
힘든 점이라면 촬영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 그래도 나는 어려서부터 강하게 자라서 그런지 잘 적응하는 편이다.

어려서 뭘 했길래?
시골에서 자랐거든.

화성이 시골인가?
시골이었다. 내가 자랄 때는 <살인의 추억>에 나오는 논두렁들이 즐비했다. 논밭에서 메뚜기 잡아 구워 먹고 그랬다.
정말 시골 소녀였다.

다시 활동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에서 작품 활동하는 것이 중국 시장에서 더 영향력 있지는 않을까?
두 가지다. 한국에서 성공한 스타가 중국에서도 스타가 되는 경우가 있고, 한국에서는 유명하지 않지만 중국에서 뜨는 경우가 있다. 추자현 씨 같은 경우가 후자다. 한국에서도 물론 유명하지만 중국에서는 여신이다. 대륙의 여신.

추자현 씨는 작품을 잘 만난 경우 아닌가?
그렇기도 하지만 나 역시 잘될 것 같다. 중국에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하얗고, 귀엽고, 청순한 스타일이 인기다. 내가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타입인 것 같다. 또 내가 사극을 많이 해서, 사극에 나온 내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한국만큼이나 중국도 사극이 인기다.

흰색 코르셋은 라펠라, 치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대왕의 꿈>에서 홍수아는 너무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두 가지 이미지였다. 어려서 버림받고 기녀로 자라 복수심을 품은 여자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살하는 아련한 여자이기도 했다. 그 모습 때문에 중국의 공포 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그 영화에서는 어떤 역할이었나?
청초하고 조용한 역이었다. 7명이 여행을 가서 겪는 미스터리한 이야기인데, 그중 속을 알 수 없는 신비스러운 여인을 연기했다. 나 혼자 한국인이라 처음에는 소외감을 느꼈다.

대화를 할 수 없으니까?
맞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챙겨주더라. 중국 음식이 입에 안 맞는 날 위해 먹을 만한 음식을 챙겨줬다. 내가 만나본 중국 스태프들은 굉장히 순수하고, 의리 있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난 중국이 좋다. 잘 맞는 것 같다.

한국에서 스물아홉이면 고민이 많을 때다.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한국에서 잘돼서 중국으로 갔다면 좋은 대우를 받았을 거다.
하지만 그걸 원하지는 않았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데뷔한 지 12년 정도 됐는데, 아직 한국에서 대표작이 없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 지금은 한국에 있으니까 한국 작품을 하고 싶다. 영화든 드라마든.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 느끼는 조급함은 없나? 서른이 되기 전에 무언가 이뤄야 할 것 같고, 마치 청춘이 끝났다는 압박감도 느낄 테고.
작년보다는 올해가 좋았다. 올해보다는 내년이 좋을 것 같다. 나이 먹는 게 기대된다. 중국에서는 스물아홉 살이 많은 나이가 아니다. 나이를 상관하지 않는다. 나이 많은 배우도 제약이 없다. 이번에 중국에서 리메이크한 <상속자>에서 내가 박신혜 씨 역을 연기했다. 스물한 살 역을 말이다. 중국에서는 배우로서 아직 어린 나이라고 하더라. 다행이지.

주연을 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작품인지가 더 중요하지 않나?
중국은 한국 드라마를 정말 좋아한다. 아직 촬영 기술이나 장비가 한국에 못 미친다. 중국 제작사에서 한국 감독을 초빙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의 연출력과 기술력을 인정한다. <별에서 온 그대>나 <상속자>를 모르는 중국 사람은 없다. 그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중국에서는 큰 이슈다.

그리고 그 화제의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된 거고?
그렇다. 최시원 씨가 이민호 씨 역할을 하고, 내가 박신혜 씨 역할이다. 스물한 살의 중국 배우도 있는데, 그 친구와 호흡을 맞춘다. 그 친구는 내가 중국말을 잘 못하니까 아기처럼 느껴진다고 하더라. 오히려 나를 동생처럼 생각하고, 많이 도와준다.

앞으로는 어떤 역할을 맡고 싶나?
캔디 같은 캐릭터도 좋다. 카리스마 있는 역도 좋고. 나는 욕심이 많아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싶다. 그래도 발랄한 역이 제일 잘 맞기는 하겠지?

발랄한 연기는 어렸을 때 많이 하지 않았나?
너무 많이 했다. 희로애락이 있는 깊은 연기를 하고 싶다. 희로애락을 보여주려면 역할이 작아서는 안 된다. 주연이 슬픔, 기쁨을 보여줄 기회가 있다. 항상 까부는 것만 보여줄 수는 없다. 내면의 연기를 하고 싶다. <대왕의 꿈>에서의 연기가 좋았다.
희로애락을 다 보여줄 수 있었거든.

<대왕의 꿈>은 봤다. 주인공 여자가 누구인지 몰랐다.
기녀라서 의상이 화려하고, 화장도 진하게 해야 했다. 그런데 화장을 너무 진하게 했다. 얼굴이 확 달라졌다. 긴 속눈썹을 붙이니까 쌍꺼풀이 생기더라. 그 모습을 캡처한 사진 때문에 쌍꺼풀 수술 의혹도 받았다. 하지만 난 여전히 쌍꺼풀이 없다.

20대 초반에 반짝했고, 그 후로 잠잠하다가 20대 후반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대 초반의 <논스톱> 출연할 때가 전성기였다. 광고를 제일 많이 찍었으니까. 그래도 나는 정말 긍정적이다.
일할 때는 예민하지만.

그럼 긍정적인 게 아니잖아?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집중해야 한다.

연애도 하고 있나?
중국 가기 전에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지금은 없어서 이제 다시 연애하려고 한다. 배우들은 적극적으로 연애를 해야 한다. 일반 사람들이 못 보는 것을 더 봐야 연기도 잘하는 것 같다.

TV에 나오는 연기자들은 유명인인데, 그들이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까?
못한다. 나만 해도 또래들이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또래들이 즐기는 문화나 놀이를 거의 못해서 너무 어색하다. 어려서 데뷔했고, 할머니 같은 구석도 있어서 늘 조심하며 살았다. 사진 찍힐까봐 사람 많은 곳도 못 다녔다. 예전에는 스캔들도 조심했다.
이제는 자유롭다. 잘 쉬고, 골프도 배우고. 어쨌든 연애는 안 하고 있다.

중국에서 연애하는 건 어떨까?
중국은 개방적이다. 아메리칸 스타일로 연애한다. 금세 사랑에 빠지고, 빨리 헤어진다. 한국 정서와는 차이가 있다.
나는 좀 뒷걸음질 치는 편이다. 난 자상한 남자를 좋아하는데, 중국 남자들은 정말 자상하다. 요리나 집안일을 남자가 한다.

이미 마음이 기울었는데?
중국에서 만나면 좋겠지.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차현석
STYLIST: 정부자
HAIR: 양인경(라륀느)
HAIR: 배진아(라륀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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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차현석
Stylist 정부자
Hair 양인경,배진아

2014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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