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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달러 베이비

딸기잼 같은 입술, 안아주고 싶은 허리, 치와와 같은 애교를 `천부적으로` 지닌 이연희를 만났다. 요동치는 심장에 돋보기를 들이대니 딱 이만큼의 이연희가 보인다. <br><Br>[2008년 2월호]

UpdatedOn January 21, 2008

Photography 조선희 Styling 구정란 Editor 이민정 HAIR 선오 MAKE-UP 박정민(컬처앤네이처) ASSISTANT 이윤주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별안간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기획사 생활을 한 지가 벌써 7년인걸요.” 다크 초콜릿을 문 입이 오물거린다. 이제 고작 스무 살, 지난겨울 생애 첫 투표를 했다며 방방 뛰는 그녀는 어쩌다 작품이 대박 나는 바람에 몸값이 뛰어오른 배우도 아니고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끼로 완전 무장하지도 않았다. 어찌 보면 좌회전 우회전을 번갈아 해가며 여기까지 왔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그녀는 친언니의 손에 이끌려 중학교 1학년 때 연예인 오디션에 응모했다가 덜컥 합격하는 바람에 배우가 됐다. 친구들이 대학 입시로 골치 아파하고 있을 때 그녀는 춤, 노래, 연기, 발성 등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는 훈련을 톡톡히 받았을 뿐 또래 소녀들과 다르지 않다. 다만 엎드려 배우는 데는 타고났다. 많지도 않은 인맥을 동원해서 묻고 지우고 고치는 작업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안 되는 연기가 있으면 잠이 안 와서요.” 이명세 감독이 “바로 저거다!” 했던, 첫사랑의 판타지로 가득한 눈망울을 껌벅이며 다시 속삭인다.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준비가 언제든 되어 있는 그녀 앞에 이연희를 담보로 한 시나리오가 줄을 잇기 시작했다. 그녀가 맑은 대학생으로 출연한 옴니버스 영화 <내 사랑>은 여전히 순항 중이고.

많은 이들은 당신이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으로 데뷔한 걸로 알고 있다.

4년 전 드라마 <해신>에서 수애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예인으로 살면서 제일 힘들었을 때다. 첫 연기가 사극이라 몇 장면 안 나오는데도 6개월을 투자했다. 그럼에도 호랑이 같은 감독님에게 늘 깨지기만 했다. 다들 식사하러 간 사이 감독님이랑 둘이 남아서 밥도 못 먹고 까맣게 타들어가는 속을 움켜잡고 연습 또 연습했다. 아, 그때 정말 때려치우고 싶었다. (그런데 왜 계속했나?) 남들이 알아줬다. 너 되게 잘하더라, 칭찬 듣고 나니 다 까먹고 배시시 웃게 되더라.

<내 사랑>이 1백만 관객 동원을 웃돌았다. 축하한다.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나.
다행이다. 개봉한 지 3주가 되어가는데 아직까지 전국의 영화관을 돌며 무대 인사하면서 홍보하러 다닌다. 내가 출연한 영화가 잘돼서 기분 좋지만 한편으론 아쉽다. 지금 당장 멀티플렉스 상영관 가봐라. 한국 영화는 한 편밖에 없다. 스크린쿼터 축소 논쟁이 뜨거운데 나도 이제 영화인이니까 스크린쿼터를 사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극장에서 영화는 봤나. 자신의 연기를 평가한다면?
만족스럽다. 완벽한 연기를 했다는 게 아니라 이전까지 감독의 연출법대로 연기했다면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내 스스로 캐릭터를 구상해서 연기했으니까. 의 모든 콘티는 감독님의 머릿속에 있었다. 난 그저 감독님의 지시대로 움직인 거다. 물론 차차 감독님과 의사소통을 했지만 감독님이 날 만들어줬다. 반면에 <내 사랑>의 이한 감독님은 처음부터 믿고 나에게 맡겨줬다. 나와 비슷한 나이, 비슷한 성격, 이 상황이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 감정선… 캐릭터 자체가 어렵지 않아서였는지 모르지만 알맞게 표현된 것 같다.

첫 장면부터 제대로 망가졌단 얘기를 들었다.
하필이면 첫 촬영부터 술집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일 게 뭐람. 스태프 얼굴을 제대로 익히기도 전이라 다들 긴장 상태인 데다 엑스트라는 많지, 분위기는 어색하지, ‘어디 한번 해봐라’ 하는 눈빛으로 모두 쳐다보지, 차라리 술 마시고 취하는 게 낫겠다 싶어 취중 촬영(?)을 택했다. 정신을 놓지 않을 정도로만 마셨다.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 사랑>의 흥행에 이연희의 힘은 몇 퍼센트 였다고 생각하나.
어휴, 무슨. 이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영화가 개봉했고 옴니버스라는 독특한 형식을 띠고 있어서다.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기보다 사랑을 하고 있고 사랑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제공한다. 이 영화에서 내가 돋보이는 이유를 굳이 든다면 하나밖에 없다. 슬프고 상처를 안고 있는 커플들 사이에서 나와 상대 배우만이 해피엔딩으로 결실을 맺는다는 것.

영화 세 편에 모두 주연급으로 출연했다. <백만장자의 첫사랑> <내 사랑>… 그러고 보니 다 멜로네?
주인공에 대한 부담감이 많다. 그래서 작품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꼴이 다르다. 초반에는 계속 생각한다. 대본은 너덜너덜, 잘 못 먹고 잘 못 잔다. 계속 생각하고 고민한다. 얼굴의 볼살이 쏙 들어간다. 그러다가 카메라 돌아가고 긴장이 풀리면 익숙해져서 편해진다. 볼살이 다시 붙는다. 통통해질 때쯤 영화가 끝난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긴장이 풀리나.
신기하다. 밤새 고민하고 걱정하다가 여기저기 카메라 있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면 풀린다. 분위기를 타야 한다고 하나.

이연희의 연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은 누군가.
아버지. 처음엔 연예인이 되는 걸 반대하셨다. 강력하게 어필했더니, 소속사에 들어간다고 연예인이 되는 게 아니니까 일단은 즐겨봐라 하시더라. 지금은 가장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나의 모니터 요원이다.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참 정확하게 짚어주신다. 나를 정말 잘 아는 사람은 친구들도 선배들도 아닌 식구들인 것 같다. 나에게는 특히 아버지다.

당신이 잘돼서 그런 거다. 어린 나이에 돈도 많이 벌고 부럽다.
옷도 사고 모자도 사고 DVD도 맘껏 모을 수 있어 좋다.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 예쁘다.
예뻐 보이려고 노력하는 거다.

… 참 말랐다.
화면은 1.5배로 확대돼서 보이니까 아무래도 음식 조절을 안 할 수가 없다. 여배우라면 연기는 물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게을리한 적도 없다.

원래 그렇게 수줍음을 타나.
연예인 되려고 오디션까지 봤는데 뭘 부끄러워하겠나. 어릴 때부터 남들 앞에서 전날 본 만화에 살 붙여 얘기하고 장기 자랑하는 게 취미였다. 그런데 오히려 연예인이 되고 나서 수줍음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나이 많은 분들하고 생활하다 보니 나설 때 안 나설 때를 가리다가 이렇게 된 것 같다.

눈이 슬퍼 보인다. 최근에 가장 슬펐던 일은 뭐였나.
<인간극장>을 볼 때면 늘 슬프다.

성격은 어떤가.
B형이라 그런가 변덕이 심하다. 내가 좋을 때는 주위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하다가 우울해지면 말 한마디 안 해서 주위에서 걱정한다. 이유 없이 그런다. 날씨에 따라서도 그렇고, 몸 상태에 따라서도 그렇고. 평소에는 말을 아낀다. 아니, 수다 떠는 게 힘들다. 에너자이저 친구가 한 명 있다. 그 애와 늦게까지 전화 통화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깨가 뻐근해지면서 맥이 확 풀리는데 친구는 끊을 듯하다가 “야 근데 말야~” 하면서 또 다른 얘기를 쏟아놓는다. 나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달 <아레나>에서 소녀시대를 인터뷰했다. 어쩌면 당신이 나올 수도 있었겠다.
기획사에 들어와서 보컬, 연기, 춤, 발성 기초부터 언어 등 많은 걸 배웠다. 가수가 될 뻔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무대에 서서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게 낯설었다. 내가 아닌 것 같았다. 그것보다 나의 연기를 보고 누군가 같이 울어주고 즐거워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다행히 기획사에서 오케이 해줬다.

이제 곧 들어가는 영화도 멜로물이더라. 좋아하나 보다.
강풀의 <순정만화>를 각색한 영화인데 거기서 연우라는 아저씨를 좋아하는 학생 역이다. 아직 크랭크인은 안 했는데 상대 배우가 유지태 선배다. 멜로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다. 지금까지 첫사랑, 풋풋한 사랑을 했다면 이젠 좀 아프고 애절하고 성숙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트렌디한 작품도 좋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고은찬 같은 역할이라면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최고의 배우가 되는 게 꿈이고 목표일 텐데 이연희가 생각하는 최고의 배우는 뭘까.
남이 인정해주는 것. 그게 더 빠를 것 같다. 스스로 내가 최고의 배우야 하고 말할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
남들이 이연희가 최고지 하는 나이는 언제쯤일까.

음… 스물일곱?
그럼 그때 다시 만나 인터뷰하자, 오늘을 기억하면서.

좋다. 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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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조선희
Styling 구정란
Editor 이민정
HAIR 선오
MAKE-UP 박정민
ASSISTANT 이윤주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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