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ASHION MORE+

욕망이라는 이름의 자동차

뒤샹이 볼품없는 변기를 예술품으로 둔갑시킨 이후 갤러리 문지방에는 기상천외한 물건들이 끊임없이 오르내린다. 하지만 자동차는 이제 낯설지 않다. 예술가들이 유독 자동차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는 이유는 뭘까. <br><Br> [2008년 1월호]

UpdatedOn December 23, 2007

 존 체임벌린(John Chamberlain)의 정크아트를 보는 듯했다. 폐차를 구긴 뒤 탑처럼 쌓아올린 거대한 그의 작업보다는 소박했지만 박한진 작가가 만든 ‘소멸과 생성’은 자전적인 성격이 강했다. “10년 동안 끌고 다녔던 제 차를 폐차시킨 뒤 안팎에 그림을 그려서 <도시와 영상전>에 출품했었지요. 전시가 끝나고 ‘이걸 또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이번에는 분해하고 해체해 새로운 무엇으로 만들었어요. 자동차는 달리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데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달까요.” 소마미술관에서 만난 작가의 얘기다. 그는 또한 자동차 부품을 뜯어 녹슬지 않게 하는 재료로
한 겹 씌운 뒤 미술관 벽면에 걸어두기도 했다. 창조주가 그랬듯 쓸모없어진 고철 덩어리에 생기를 불어넣은 건가. 지난달 <아레나>에 소개됐던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를 작업했던 백남준은 생전에 “자동차는 TV와 함께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에 혁명을 일으킨 물건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앤디 워홀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 같은 당대를 주름잡던 팝아티스트의 전집을 넘기다 보면, 자동차 표면을 캔버스 삼아 무아지경에 빠진 채 붓질을 해대는 그들의 사진을 마주할 수 있다. 자동차가 여자보다 더 좋다는 김태중 작가는 팝아티스트처럼 자동차 위에 그림을 그린 뒤 학교에도 가고 시장도 가지만, 포장만 바꾸는 게 아니라 완벽한 튜닝은 물론 실내 공간까지 탈바꿈한다. 자동차 마니아와 아티스트 사이라고 할까.
조금 다른 시각이지만 이제 막 전시를 끝낸 <전(展)시장, 전(轉)시장>은 GM대우 자동차 영업소 4곳에 가야 그림을 볼 수 있는 독특한 기획전이었다. 전시를 총괄했던 독립 큐레이터 김승호는 서울 시민이 한 해에 몇 번이나 전시장을 찾는지, 변화 없는 인사동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시민과 예술의 완충지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기획을 맡았다고 한다. 젊은 작가들에게 ‘자동차’라는 숙제를 안겨줬는데 그들은 자동차의 속성과 이미지를 현재, 속도, 현실, 소통 등과 버무려 맛있게 요리해냈다. 이렇듯 예술가에게 자동차는 알프레도 스티글리츠가 오키프에게 느꼈던 뮤즈의 감정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세상과 소통하는 또 다른 ‘문’이다. 하여, <아레나>는 보부상이 되어 방방곡곡에 퍼져 있는 예술가들(국내에서 전시했던 해외 예술가를 포함하여) 가운데 자동차에 꽂혀 있거나 한 번쯤 꽂혔던 이들을 뒤져보았다. 벤츠와 BMW가 주는 안락한 기쁨보다 당신의 정서를 관통할 만한 무언가를 기대하면서. 연락이 닿은 이들과는 살짝 인터뷰도 할 수 있었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2013년 05월호

MOST POPULAR

  • 1
    가구 보러 왔습니다
  • 2
    WARMING UP
  • 3
    EXOTIC FAIRY TALE
  • 4
    아메리칸 차이니즈 레스토랑 4
  • 5
    과감함과 귀여움

RELATED STORIES

  • BEAUTY

    파티를 닮은 향 5

    뜨겁게 무르익은 파티의 밤, 함께 취하고 싶은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향.

  • BEAUTY

    집 안을 가득 채우는 향

    쌀쌀한 바람에 마음마저 건조해지는 이맘때, 따뜻하고 싱그러운 향은 집 안의 온기와 무드가 된다.

  • BEAUTY

    소중한 피부를 지켜주는 고영양 크림 4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날씨에 쉽게 거칠고 주름지는 피부를 위한 고영양 크림.

  • BEAUTY

    탬버린즈 퍼퓸 컬렉션 팝업

    전시와 향으로 표현한 위안의 감정.

  • BEAUTY

    뭉근한 잔향이 매력적인 인센스 추천

    유려하게 피어오르는 섬세한 연기가 남기는 뭉근한 가을의 잔향.

MORE FROM ARENA

  • AGENDA

    다시 월드컵

    지금이 아니면 구할 수 없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의 흥을 북돋을 월드컵 한정판 아이템.

  • ARTICLE

    BLACK SILHOUETTE

    검고 강렬한 운동화의 묵직한 자태.

  • FASHION

    FW’021 STONE ISLAND COLLECTION

    가장 순수하게 표현한 STONE ISLAND 2021 FW COLLECTION

  • INTERVIEW

    'SINCERITY' 차승원 화보 미리보기

    차승원, 자신감은 솔직함에서 비롯되는 것.

  • FASHION

    WARM UP

    포근한 니트에 노곤히 스민 찬바람 부는 계절의 기운.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