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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 전설이냐 `현역` 신성이냐

핏발 선 스포츠 현장에서 빼어난 기량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선수는 여럿 있을지언정 시대를 평정하는 황제는 오직 한 명뿐. <아레나>는 문득 전설이 된 `현역`과 후에 전설로 불리게 될 `현역`의 대결이 궁금해졌다. 자, 당신의 명민한 판단과 일치하는가?<br><Br>[2008년 1월호]

UpdatedOn December 21, 2007

Editor 이현상 Photography 김지태

Volley Ball

김세진 VS 문성민

전 삼성화재 김세진과 경기대 선수인 문성민이 같은 시대에 선수로 뛰었다면 둘 중 하나는 ‘2인자’로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 포지션이 같은 이 둘의 직접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줘야 한다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문성민보다 경기력이 입증된 김세진에게 무게가 쏠린다. 김세진은 한양대 시절부터 특급 공격수. 1996년 삼성화재에 입단한 그는 2005-06 시즌까지 프로에서 뛰었다. 월드리그와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라이트’라는 평가를 받은 김세진은 공격만 잘한 선수가 아니었다. 팀 동료였던 레프트 신진식과 함께 서브 리시브와 수비에서도 장점을 가진 만능 플레이어였으니까. 또 왼손잡이라는 장점과 200cm의 키는 덤이다. 반면 ‘아직 어린’ 문성민은 지난해 월드리그를 통해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타점 높은 스파이크와 강력한 서브는 대표팀에서 김세진의 공백을 메우고도 남았다. 현대캐피탈의 후인정과 LIG의 이경수 등 선배들 틈에서도 그의 활약은 돋보였다. 결국 2006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문성민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7 월드리그와 월드컵에서도 대표팀 주 공격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문성민은 서브 리시브와 수비에서 단점을 지적받는다. 단점을 보완한다면 ‘전설’ 김세진을 뛰어넘을 수 있다. 그는 현재 진행형이니까.
김세진 승

류한준(<스포츠 2.0> 배구 담당기자)

Golf

잭 니클로스 VS 타이거 우즈

신화 속 영웅과 현시대의 영웅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헤라클레스와 슈퍼맨의 매치업은 도저히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잭 니클로스와 타이거 우즈의 대결은 결판이 날 듯. 일단 수치로 길고 짧음을 가늠하면 20세기 최고의 골퍼로 1백13번의 각종 대회 우승과 18번의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을 보유한 잭 니클로스가 두 걸음쯤 앞서 있다. 반면 타이거 우즈는 83차례 대회 우승 경력과 13번의 메이저 대회 우승. 수치 면에선 잭 니클로스의 승. 그러나 고작 31세에 불과한 타이거 우즈의 나이를 헤아려본다면 그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까? 잭 니클로스의 친손녀이거나 미스터 우즈의 안티카페 운영자가 아닌 이상 타이거 우즈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98%일 거다(나머지 2%는 기권이나 무효표). 타이거 우즈의 기록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 물론 골프를 숫자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잭 니클로스의 경이적인 쇼트 게임 능력을 타이거 우즈의 장쾌한 티샷과 직접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우즈의 캐디백 속 타이틀리스트970 3번 우드는 잭 니클로스의 진정한 우드(진짜 목재)보다 정확도와 비거리 면에서 월등히 앞서 있다는 사실이다.
타이거 우즈 승

정충렬(PPW KOREA 스포츠 마케팅 골프팀)

Base Ball

선동열 VS 류현진

프로야구 창설 이후 26년 동안 트리플 크라운(다승, 방어율, 탈삼진)을 달성한 투수는 고작 두 명. ‘국보’ 선동열과 ‘괴물’ 류현진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선동열의 시대였다. 혼자서 트리플 크라운을 네 번(1986년, 1989~1991년)이나 거머쥐었고 선발 투수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다음에는 마무리 투수로 전향했다. 선발 선동열도 무시무시했지만 마무리 선동열은 타자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오죽하면 선동열이 몸을 풀면 상대팀 타자들은 미리 짐을 쌀 정도였을까. 150km의 강속구와 우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는 선동열의 전매특허였다. 2006년 프로야구에서 선동열이 재림했다. 바로 류현진. 다른 점은 왼손을 사용한다는 것. 겁 없는 ‘루키’가 신인왕, MVP를 동시에 손에 넣었다. 이 둘이 선발 맞대결을 펼치면 승자는 누굴까(물론, 모든 조건은 같아야 한다)? 야구를 아는 대한민국의 국민 중 90% 이상 선동열의 승리를 점칠 것이다. 나머지 10%는 선동열의 현역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초딩(?)들. 나 역시 선동열의 승. 그러나 한국 야구팬의 입장에서 10년 뒤에는 류현진의 손이 번쩍 들렸으면 좋겠다.
선동열 승

베이브 루스 VS 배리 본즈

야구의 꽃-홈런. 한 시대를 풍미한 두 명의 홈런왕이 맞대결을 펼친다면? 베이브 루스와 배리 본즈. 두 선수는 홈런왕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비행 소년 출신의 루스는 ‘위인전’ 등재 선수가 됐고 야구 천재의 조건을 가진 본즈는 ‘범죄 소설’에 나올 법한 불명예스러운 홈런왕이 됐다. 루스가 본격적으로 홈런을 쏘기 시작한건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1920년부터. 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루스는 50개 이상의 대포를 쏘아 올리며 미국을 대표하는 홈런왕 자리에 올랐다. 더욱 대단한 건 그 당시 공은 반발력이 없어 ‘데드볼 시대’라 불렸다는 것. 루스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7백12개의 아치를 그렸다. 이에 비해 본즈는 야구를 잘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자랐다. 아버지 바비 본즈를 따라 매일 야구장으로 출근했고 윌리 메이스 등 당대 최고 선수들에게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내셔널리그 MVP 6차례, 골드글러브 8차례를 받으며 최고 스타로 떠오른 본즈가 ‘죄인’으로 변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홈런왕이 된 이후다. 바로 약물 복용 루머. 헤비급인 본즈는 2001년 73개의 홈런을 기록, 한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했고, 올 시즌엔 762호 홈런으로 행크 애런의 통산 기록을 경신했지만 그의 이름 옆엔 별표가 붙어 있다. 혐의를 벗어야만 기록이 인정된다는 뜻. 결국 나는 루스의 손을 들겠다.
베이브 루스 승

김동욱(<뉴시스> 야구 담당기자)

Soccer

차범근 VS 박지성

2006년 월드컵 때의 일. 현지에서 만난 독일인에게 안정환을 아느냐고 물었다. 당시 안정환이 분데스리가 뒤스부르크 소속이라 내심 긍정적인 답을 기대했건만 상대가 고개를 가로젓는 바람에 꽤나 머쓱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더 놀랐던 것은 이어진 대답. “차붐은 안다.” 근 30년 전에 활약했던 차범근이지만 그가 남긴 인상은 너무도 또렷했고 덕분에 차두리는 ‘차범근의 아들’로 통하고 있었다. 차범근은 그런 선수다. 1980년대 세계 최고의 리그였던 분데스리가에서도 최고의 외국인 플레이어로 극찬받은 이가 바로 차범근이다. 프랑크푸르트와 바이에르 레버쿠젠 소속으로 각각 UEFA컵 정상을 경험했고 은퇴할 때까지 세운 3백8경기 98골은 오래도록 분데스리가 외국인 최다골 기록(현재는 브라질 에우베르의 1백33골)으로 남아 있었다. 요컨대 차범근은 분데스리가를 통틀어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던 인물이다. 당대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그중에서도 간판 클럽인 맨체스터Utd.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은 분명 대단한 선수다. 하지만 어쨌거나 확실한 주전 자리도 보장받지 못한 박지성이니 차범근에 견주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차범근 승

펠레 VS 카카

많은 이들이 펠레를 일컬어 ‘축구 황제’라는 표현을 쓰는데 개인적으로는 ‘축구신’이라는 수식어를 쓰겠다. 펠레는 누군가와 견주는 것 자체가 불허됐던 선수고 그래서 인간적인 수사로는 부족하기에 신격화했다. 갈수록 기술이 첨예해지는 현대 축구와 펠레가 활동하던 때를 똑같이 대우하는 것이 불합리하겠으나 대상이 펠레라면 절대 격하시킬 수 없다. 브라질이 처음으로 월드컵을 품에 안은 것이 1958년 대회인데 4강전 해트트릭을 포함해 모두 6골을 작렬한 펠레의 공이 지대하다. 당시 펠레의 나이 17세. ‘뒷골목에서 공 차는 이들의 수준도 선수급’이라는 브라질에서 펠레는 A매치를 92경기 소화했고 총 77골(경기당 0.84%)을 터뜨렸는데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꽤나 잘하는 신예가 출현하면 호들갑스럽게 ‘펠레의 재림’을 운운하나, 사실상 축구신은 다시 강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력으로는 불가능하다던, AC밀란의 2006-07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분명 카카 덕이다. 각종 시상식을 휩쓸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아직 이 시대 축구판 전체를 접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간의 나라 정도는 통치해야 축구신과 겨룰 수 있지 않을까. ‘하얀 펠레’ 지코보다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으나 ‘오리지널’을 넘기는 힘들다, 지금으로는.
펠레 승

임성일(<베스트일레븐> 기자)

Basket Ball

마이클 조던 VS 르브론 제임스

‘농구 황제’마이클 조던은 1990년대 NBA를 지배한 후 2002-03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농구 팬들은 조던 은퇴 선언 후 채 한 시즌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황제, 르브론의 출현을 지켜볼 수 있었다. 두 황제의 맞대결이라면 몇 번이고 조던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가장 큰 이유는 역대 최강으로 꼽히는 조던의 포스트-업 능력 때문. 상대를 등지고 공격하는 포스트-업은 조던의 가장 큰 무기다. 실제 조던은 운동 능력이 떨어진 33세 이후 포스트-업으로 대부분 득점을 올렸다. 물론 르브론도 뛰어난 체격과 화려한 드리블 기술로 조던을 괴롭히겠지만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도 뛰어난 조던의 디펜스 실력을 넘기는 힘들다. 결정적으로 르브론은 수비가 약하다. 형만 한 아우 없던가? 간단히 그들의 관계를 정리하자면 조던은 여유 넘치는 동작과 함께 아무도 따라하지 못하는 ‘혀 내밀기의 신공’이며, 르브론은 “흑인 예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전설’을 존경하는 현역 ‘황제’ 정도.
마이클 조던 승

허재 VS 방성윤

허재와 방성윤은 닮은 점이 많다. 뛰어난 득점력, 동료들을 살려주는 능력뿐만 아니라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도 똑같다. 두 선수의 대결은 ‘젊은 피’ 방성윤의 승리를 점쳐본다. 물론 허재는 왼손잡이라는 결정적인 이점이 있다. 하지만 기술 못지않게 체격도 일대일 대결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승리 요소다. 195cm의 당당한 키에 파워포워드급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는 방성윤은 뛰어난 체격으로 허재를 괴롭힐 수 있을 것이다. 허재가 현역 시절, 공격에 비해 수비에 많은 신경을 쓰는 선수가 아니었다는 점도 방성윤의 승리에 무게를 싣는다. 다만, 허재가 특유의 독설과 코맹맹이 목소리로 방성윤을 괴롭힐 시 승부는 언제든 뒤집어질 여지가 있다.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는, 그러나 빤한 스토리 두 가지. 떨어지면 쏘고 붙으면 돌파하는 허재의 엄청난 페이스-업 공격 본능. 그리고 알코올 냄새. 반면 방성윤의 레지 밀러 부럽지 않은 정교한 외곽슛과 다양한 포스트-업 공격. 그리고 무차별 외곽슛 난사. 결론은 방성윤의 승.
방성윤 승

조현일(월간 <루키> 편집장)

Tennis

피터 샘프라스 VS 로저 페더러

지금이야 샘프라스와 페더러 경기에 후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당연하지만(최근 가졌던 3차례 경기 중 페더러의 2회 우승이 이를 반증한다), 샘프라스의 그림자조차 치솟는 몸값의 일부였던 때라면 판도는 달라졌을 듯. 네트를 두고 시퍼렇게 날선 신경전을 벌이는 경기의 승자는 샘프라스. 현역 시절 그의 서브 파워는 제로백 3.4초의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에 견줄 만했다. 특히 어깨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의 손기술은 공이 어디로 튈 줄 몰라 상대방을 당황케 했다. 또 다른 맞수 안드레 애거시 역시 그의 서브를 두려워했다. 행여 코트를 폭넓게 이용하는 페더러가 강력한 서브를 막아내 스트로크, 발리 등을 현란하게 구사한다 하더라도 페더러의 묘기가 자행되기 전 이미 샘프라스는 신기에 가까운 서브로 페더러의 공격을 원천봉쇄했을 듯. 코트를 이리저리 누비는 유려한 기술보다 단번에 칼을 뽑는 강력한 파워와 순발력에 손을 들어주겠다. 페더러가 앙리, 타이거 우즈와 함께 면도기 광고의 주인공이 된 것도 샘프라스와 동시대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장에게 박수를!
샘프라스 승

이현상(<아레나>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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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현상
Photography 김지태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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