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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탕한 비디오는 최상의 야식이다. 침샘을 자극하는 `육덕`진 (스)테이크는 허기진 육욕을 채워준다. 그런데 먹으면 먹을수록 더 먹고 싶은 이 끝없는 식탐은 관음증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br><Br>[2008년 1월호]

UpdatedOn December 20, 2007

Editor 이현상 Photography 김지태

언젠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고심 끝에 골라온 비라 모레띠 2병과 감자칩을 바닥에 깔아놓고 케이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던 중 tvN의 <스캔들>에 시선이 모아졌다. 시선을 자극하는 화면에 음성 변조로 인한 거북한 목소리, 거기에 무게 실린 MC의 내레이션. 한참 몰두하다 보니 문득 어린 시절 빨간 비디오 앞에서 넋을 잃던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혹시 내가 관음증 환자? ‘관음증(觀淫症). 변태 성욕의 하나로 다른 사람의 알몸이나 성교를 몰래 훔쳐봄으로써 성적(性的) 만족을 얻는 증세.’ 그렇다면 20년 넘도록 나와 함께 야릇한 영상물을 공유한 내 주위의 모든 친구들은 다 관음증 환자란 말인가? 그저 호기심이 과해서 계속 보는 걸 수도 있는데, 정신병으로 몰아세우기엔 남자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인간에게는 훔쳐보기에 대한 열망이 있다. 심지어 프로이드는 가학과 피학 그리고 훔쳐보기가 삶과 죽음의 본능이 결합한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얼마 전 아이비의 동영상 유포설로 연예계가 떠들썩했을 때 나는 옳지 못한 생각인 줄 알면서도 그녀의 동영상이 실제로 있었으면 했다. 내가 아는 사람(그것도 유명인이라면 더욱)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화면 속에 등장하는 것만큼 희열감 넘치는 일도 없기 때문. 편집부에서 이런 얘기를 떠들어댔다가 여자 선배들에게 ‘섹스 기자답다’는 비아냥거림을 받긴 했지만, 사무실 다른 남자 선배도 같은 생각이었을 거다. 이 글을 읽는 남자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테고. 사실 가벼운 관음증 정도는 크게 상관없지만, 문제는 정도를 넘어섰을 때 성도착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내가 아는 선배 중 하나는 외장 하드에 동영상을 한가득 수집했는데 유독 여성의 입에다 사정하는 동영상만 모은다. “형, 도대체 왜 자꾸 입에다가 싸는 것만 보는 거야? 좀 더럽지 않아?” 그러자 그는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데 이상하게 그 장면만 보면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것 같아. 내 몸의 모든 털은 수사자 갈기처럼 쭈뼛쭈뼛 서고 말이지. 그냥 내 취향이니까 넌 네 식대로 즐겨.” 순간 그와 섹스하는 여자는 아무래도 입을 여러 번 헹궈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내가 하는 색다른 섹스는 변화고 다른 사람이 하는 그것은 변태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한 봉만대 감독의 생각이 갑자기 떠오른 건 왜일까?

[A님이 입장하셨습니다]
Editor (이하 E) 뜨그덩.
친구 A (이하 A) 뜨그덩? 소리가 완전 비디오방 문 열리는 소린데?
E 지난달 컨트리뷰터에 크게 나온 것 봤지? 우리 지면 단가가 꽤 비싼데 말야.
A 고맙다. 사람들이 몰라봐야 할 텐데 걱정이다.
[B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친구 B (이하 B) 야, 나 지금 근무하다가 몰래 들어온 것 알지?
E 오! 그 열정, 높이 사겠어. 얼마 전 아이비의 동영상 얘기가 불거져 나왔잖아. 난 우리 ‘이비’ 씨가 그럴 일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행여나 있다면 꼭 찾아서 볼 생각이야.
A 어련하시겠어. 섹스 담당 기자님이 뭔들 못하겠어.
E 이번 주제는 섹스 비디오야. 어렸을 적 몰래 돌려 보던 빨간 딱지 비디오부터 포르노까지 모든 걸 망라한 육덕진 이야기들.
A ‘육덕’. 하하하.
E 난 요즘 그렇게 육덕지다는 말이 좋더라. 요즘에야 다들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파일 보지만 예전에는 비디오 가게에 가서 몰래 빌려 보던 맛이 있었잖아. 나는 <옥보단>이 그렇게 기억에 남더라.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유치한 에로 비디오였는데, 어찌나 그 거대한 육봉이 부럽던지….

Part 1. 코흘리개 시절의 복기
B 내 얘기 좀 꺼내볼까? 초등학교 5학년, 불알친구 넷은 언제나 그렇듯 항상 붙어다니곤 했지. 그중 한 친구 집에 좋은 게 있다고 해서 의기투합했다. 집에 갔는데 그놈이 도자기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거야.
A 크하하하하하하하하.
E 도자기 인정!
B 뭔지 알지? 이름 없는 검은색 비디오. 아예 라벨도 붙어 있지 않은 것.
E 내용 기억나?
B 당연하지. 처음으로 본 건데 그걸 까먹을 리가 있나. 그거 근친이었어. 남자 아들이 주인공.
A 초반에 근친 비디오 구하기 힘든데…. 자식들 운을 타고났구나.
B 암튼 내용이 장난도 아니었어. 아들 친구랑 엄마랑, 또 아빠가 딸 친구들한테 가서….
다른 세상이 있구나 싶더라고. 토크, 플레이, 러브 같은 세상. 세상에는 중요한 게 세 가지더라. 포르노, 휴지, 성기.
E 와아 B. 너 요즘 황금 이빨 물었구나. 말발이 장난이 아닌데?
A 야, 현재는 여자, 콘돔, 타이밍 아니냐?
B 그걸 보고 난 이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는데. 너희들 같으면 그 다음에 어떻게 했겠어? 친구네 집에 그런 게 있어. 그럼 넌 집에 와서 무얼 하겠냐는 말씀.
E 자위?
A 야, 난 집까지 못 참는다. 대문 나오자마자 골목에서 해결해야지.
B 어찌 머리들이 그렇게 안 돌아가냐. 나 같으면 집으로 와서 우리 집에 그런 게 있는지 찾아보겠어. 내가 그랬으니까. 난 호기심쟁이였거든. 그런데 그게 정말 집에 있는 거야. 하드코어 포르노는 아니었지만 3류 외국 에로 비디오였어. 그래서 그것 보면서 자위했다. 누워서 했는데, 머리 뒤로 총알 같은 게 넘어가더니 장롱에 흥건히 붙더라.
A 우와 B야, 네가 골든 마우스다.
E 생각해보면 호기심 왕성하던 그 시절에 몰래 보던 비디오는 단순히 성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매개체가 아닌 꿈이고 희망이었던 것 같다. 왜 그런 것 있잖아. 어른이 되면 해야지 하는 것들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일종의 지침서라고나 할까.
B 어른이 된 지금 그런 비디오는 너무 흔해빠져서 재미가 없어. 요즘 1시간짜리 야동을 시간 다 채워 보는 사람이 있을까? 난 3분이면 본다. 스킵, 스킵, 스킵, 오른쪽 화살표만 빨리 누르는 거지 뭐.
A 이젠 여자친구 없을 때 시간 때우기용도 안 되는 것 같아. 늙은 것 같다.

Part 2. 왜 비디오를 보는가?
E 그럼 성인이 되어서도 섹스 동영상을 보는 건 호기심일까? 혹시 관음증 같은 정신병은 아닐까?
A 노! 그게 어찌 정신병이란 말이냐.
E 난 가끔 그런 걸 보면서 왜 남이 하는 걸 보고 있나 싶기도 해. 그냥 여자친구 없다면 돈 주고 하던가, 클럽 가서 부킹을 하거나.
A 신체 건강한 대한의 남녀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기만의 플라토닉 섹스라 생각한다.
E 그게 무슨 플라토닉 섹스냐. 관음증은 말 그대로 훔쳐보기라고.
B 그러면서 기자 양반은 왜 그걸 계속 보는데?
E 그… 그건 뭐 나도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관음증 이야기를 꺼냈지만, 관음증을 떠나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이 아닐까? 아마 여자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그냥 속으로 숨기고 있는 거겠지. 내숭 떠는 것처럼. 남 걱정 좋아하고 남 얘기 좋아하는 그런 것들. 심지어 타인이 하는 섹스마저도 궁금해하는 ‘탐정’ 근성인 거지.
A 그리고 동영상을 보면서 느끼는 희열은 자기만족이야. 그걸 정신병으로 치부하기엔 무언가 석연찮다.
B 그런데 어차피 너희가 말한 플라토닉 섹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게 남자란 동물 아니냐.
A 야, 동영상을 보는 건 말 그대로 취미야. 여가 활동이라고. 섹스와 비디오 시청은 별개지. 그런 걸 가지고 병을 들먹거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E 흠. 나 역시 네 말에 동감하는 바다. 그런데 어릴 적부터 너무 터부시되어온 것들이라….
A 그건 어릴 때니까. 이제는 즐겨도 될 나이라고.

Part 3. 관음적 욕망에 동참하다
E 친구들아, 너희 혹시 섹스 비디오 찍어봤냐?
A 어. 난 찍어봤지 크크.
E 역시 넌 최고다. 근데 뭐로 찍었어?
A 디지털 카메라로. 요즘 동영상이 되니까.
E 진짜 네가 하는 모습을 찍었어? 내게 좀 보내봐. 누구랑 잤는지 확인 좀 하자.
A 충격적인 건 내가 찍은 게 아니라 찍혔다는 것. 여자가 찍어준 거야. 난 찍기 싫었는데 옛날 여자친구 있잖아. 걔가 매일 가슴 동영상 찍어서 멀티 메일 보내고 그랬다. 욕실에서 팬티 내리고 찍은 것도 보내주고. 어쨌든 그 모습이 좋진 않았어. 내 여자라서 그런가봐.
E 어이 배우. 자체 제작한 섹스 비디오 얘기, 자세히 좀 들어보자.
A 처음에 모텔에 갔는데 같이 자고 난 후 얘가 자꾸 뭘 찍고 지우고 찍고 지우고 반복하더라고. 뭐하냐고 물어보니까 폰으로 내 것을 사진이랑 동영상으로 찍고 지우며 놀더라고.
B 크, 걔 안 그렇게 봤는데, 좀 밝히는 애구나.
A 정말 어이가 없더라. 내가 하지 말라고 하니까 뭐 어떠냐는 거야.
B 근데 그것 찍어서 뭐에 쓴대?
A 자기 혼자서 보겠다는 거지. 아, 그러더니만 사진 찍다 말고 갑자기 섹스를 하자고 하더라. 그리고선 동영상을 찍는 거야.
E 헉 대단하다, 정말.
A 내가 싫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더라. 잘 안 찍혔다며 징징대서 섹스 한 적도 있었다.
E 진짜? 야, 그녀가 일등이다. 좀 무섭다.
A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섹스는 말 그대로 흥이다. 흥이 나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E 그 얘기 들으니까 너 헤어지길 잘한 것 같다.
A 그리고 헤어지기 일주일 전인가 모텔에 놀러 갔는데 나보고 알몸으로 텔미를 추라는 거야.
E UCC에 ‘알몸 텔미’ 올리면 대박이겠는데?
A 결국 내가 화내서 안 찍긴 했는데…. 일단 내 의사와 달리 찍히니까 짜증이 나더라. 서로 동의하에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자극이 필요할 땐 충분히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 생각해. 그런데 내가 원하지 않으니까 유린당한 기분마저 들더라고. 게다가 여자한테 말야.
E 흠, 그래도 섹스 비디오를 찍으면 분명 색다른 자극이 될 것 같긴 한데?
A 아니야, 돌이켜보면 성욕 감퇴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사람이 아닐지라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봐라. 그게 말을 안 듣는다니까. 그리고 행동 하나하나가 다 연기처럼 어색해져. 섹스가 어디 연기니?
E 아, 담배가 무척 생각나는 밤이다. 그런데 동영상은 항상 뒤끝이 문제인 것 같아. 도대체 왜 그걸 남겨서 일을 만드냔 말이야.
A 내 생각도 그래. 말 그대로 섹스 동영상은 자기들만의 쾌락을 위한 촉매제일 뿐이어야 해. 그게 잘되면 사랑의 롱런 비결이 될지도 모르고.
E 부부 사이는 어떨까?
B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소원해진 관계에는 윤활유가 될 것 같아. 일단 나이 든 사람들에겐 동영상을 찍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잖아. 아마 러브젤보다 효과 좋을걸?
E 켁, 그래 오래된 연인들에게 스파크는 필수다. 그런데 헤어질 때 동영상으로 괴롭히는 커플들이 꽤 있더라.
E 넌 헤어질 때 동영상 다 지웠냐?
A 내가 아는 한은 다 지웠는데, 또 모르지. 그쪽에서 다른 걸 가지고 있다가 협박할지도.
E 그런데 나는 가끔 섹스 비디오를 찍고 싶어.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고,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기도 해. 내 뒷모습도 좀 웃길 것 같고 말야.
B 야, 네 몸매로 무슨 비디오냐. 메모리가 아깝다.
E 남 말 하고 있네.
A 단순 촉매 역할로 찍고 싶다는 거야?
E 응 그럴 수도 있고. 아름다운 기록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남자의 꿈?
B 근데 나는 아무리 섹스와 남녀간의 사랑이 아름답다고 한들 기록으로 남으면 그 자체가 외설이고 포르노인 것 같아. 그 누구냐. 서갑숙이 자신의 사생활을 책으로 남긴들 그게 예술로서 가치가 있는 책이 되겠느냐고. 비디오도 마찬가지. 글이든 영상이든 기록이 남으면 가치 추락이야.
E 우리가 찍은 섹스 비디오와 감독과 배우가 찍은 에로 비디오가 같은 맥락일 수 있을까?
A 아니, 전혀 다를 것 같은데. 그건 짜인 앵글과 각본이 있어. 그리고 거친 숨소리가 스테레오로 흘러나올 테고. 우리가 허접하게 찍은 건 그냥 기록일 뿐이야.
E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될 것 같은데? 사랑하는 여자와 내가 나온 동영상을 보는 것 자체가 흥분제니까. 어설프지만 충분히 ‘육덕’질 것 같아.
A 생각난 김에 성방이나 보러 가야겠다.
E 성방? 그게 뭐야?
A 야 너 그것도 몰라? 슈퍼주니어는 슈주, 소녀시대는 소시, 성인방송은 성방. 얘가 아직 맥을 못잡네.
[A님이 대화방을 나가셨습니다]
B 난 오랜만에 하소연 누나와 이메일 누나를 좀 뒤적거려야겠다. 아. 오늘 너무 진지했어.
[B님이 대화방을 나가셨습니다]
E 난 야동 프로덕션이나 하나 차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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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이현상
Photography 김지태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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