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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이야기

칠흑 같은 밤 혈기왕성한 남자 넷이 모니터 앞에 앉아 자판을 쉴 새 없이 두드린다. 그녀와 보낸 `모텔`에서의 하룻밤을 복기하는 중. 각자 다른 상황을 논하지만 흉중에 지닌 목표는 같았다. 그녀를 정복하겠다는 일념 하나. 그건 어린 시절부터 되풀이된 남자들의 고질적 습성이니 어쩔 수 없다. 당신도 그런가? <br><br>[2007년 12월호]

UpdatedOn November 23, 2007

Editor 이현상 Photography 박원태 Model 마크(Mark) Assitant 김창규(소품제작)

고백하건대 에디터는 곰의 형상을 하고 모니터 앞에 앉아 있지만 머릿속은 늑대의 음흉함으로 높은 산을 이루기 일쑤다(섹스 칼럼을 맡은 후부터 더욱 심해졌다). 사실 교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던 시절부터 책을 펴놓고 야한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건 내가 성적 환상을 꿈꾸는 공간이 교실과 도서관이었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모텔을 하던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늘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온갖 성적 판타지를 심어줬다. 어린 시절 체험이라야 야설과 동영상을 접하고 마스터베이션에 몰두하거나 돈을 모아 한두 차례 사창가에 가본 것이 다였고 모텔은 감히 갈 수 없었다(그 당시 에디터는 인기 절정의 여자 그룹 리더를 여자친구로 생각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그 녀석이 이야기하는 모든 내용은 신기루 같았다. 그곳을 드나들던 사람 유형부터, 방을 지날 때 들리는 소리들, 우연히 열린 방 틈으로 보인 적나라한 현장까지. 호기심이 많아 이론적 지식은 죄다 꿰고 있던 나였지만 모텔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시시해진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모텔 방에 얽힌 야릇한 추억담을 듣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볼 수도 있고, 좀 더 나은 기술 연마를 위해 배울 점이 있을 테니. 게다가 적나라한 수위라면 더더욱 끌린다. 한적한 시골 변두리가 아닌 이상, 편의점 찾는 것보다 모텔 찾는 게 쉽고, 연말이면 모텔 골목은 불야성을 이루니 그 시기의 우리 남자들은 흡사 불을 찾는 나방 떼 같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메신저로 불러 모았다.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웠던 온라인 상의 수다. 허나 나는 오늘도 입을 굳게 다문 채 경청만 했다. 그건 에디터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으니까(사실 에디터의 칼럼을 행여 어머니가 볼까 노심초사 중이다).

[A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친구 A (이하 A) 왜 또 불렀냐?
Editor (이하 E) 섹스 패널님. 오랜만입니다. 지난달엔 아이디어 고갈로 인해 연재를 잠깐 쉬었습니다.
A 이거 뭐 반세기만인 것 같네. 헐. 사실 나도 좀 쉴 때도 됐지. 친구들이 섹스 패널이 난 줄 알까봐 노심초사하며 산다니까.
[B님이 입장하셨습니다]
[C님이 입장하셨습니다]
E 자, 집중하고. 12월에 붐비는 곳이 어딜까 생각해보니 선물을 주고받아야 하니 백화점이고 술잔을 주고받아야 하니 술집, 그리고 정을 주고받아야 하니 모텔이네. ㅋㅋㅋ.
A 모텔에서 얼마나 정을 나누려나. 연말이면 거의 술자리에 피곤함을 달랠 정도 아닐까?
친구 B (이하 B) 하긴 술에 찌들어 여자 앞에서 맥을 못 춘 적 많았다.
E 뭐, 어찌됐든 연말이고 분위기상 이번 달 섹스 토크는 모텔에서 생긴 일이다.
친구 C (이하 C) 사연 많은 장소지.
E 매일 김밥천국만 갈 수 없듯이 하얏트 호텔 파리스 그릴도 가고, 용수산에 가서 한정식도 먹고, 마켓 오에 가서 유기농 샐러드도 먹고….
A 말 잘했다, 기자 양반. 매일 김밥천국에서 천 냥 김밥에 사이드로 단무지와 다시다 국물만 마시기엔 인생이 슬프다.
B 같은 사람이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을 하고픈 거야, 지금? 와, 이것들 생각하는 것 하고는. 더럽다, 더러워.
C 야. 누가 여자친구랑 모텔을 가냐?
E 안 가?
C 호텔에 가면 스테이크를 먹어야지.

Chapter 1 첫 작업 장소
E A야. 네 첫 경험의 장소가 모텔인걸 알고 있다.
A 또 그 아름다운 기억을 되새김해주는 거야, 그런 거야?
C 야, 지겹다. 집어치워라.
A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대부분 남자들이
첫 경험에서 지루, 조루가 결정난다고 한다. 난 첫날밤 세븐스타였어. 첫날밤에 7번 사정한 대기록을 보유했다고.
E 내가 아는 그녀야?
A 아니, 그녀가 아니라 그 전에 내가 하숙생활 할 때 자주 놀러 오던 누나.
B 기억난다. 야설에나 등장할 법한 전설의 하숙집 누나.
A 수년 전 12월 24일. 그땐 내가 여자친구가 없었고, 여자를 잘 모를 때야. 집이랑 대학교랑 멀어서 내가 하숙을 했잖냐. 근데 그 누나가 집 근처로 놀러 온 거야. 솔로라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심심하다고. 술로 밤을 지샌 다음 택시를 태워 보내기엔 돈이 너무 아깝고, 새벽차에 누나를 보내자니 너무 졸렸어. 그때가 새벽 2시.
C 결국 네가 모텔 가자고 했지? 이 자식아.
A 누나가 먼저 자자고 했어. 모텔 가자고.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떨렸다. 지금에야 우리 동네에서 젤 잘나가는 모텔부터 그 근처 모텔 가격과 비품 가짓수까지 외우지만.
E 자랑이다.
A 그땐 잘 몰랐어. 어디가 어딘지. 그래서 아무 곳이나 들어간 곳이 망해가는 듯한 관광호텔이었다.
E 엑. 거긴 모텔보다 더 못하지 않냐?
A 12월 24일인데 모텔엔 빈방이 하나도 없고, 술집 주변 모텔에서는 왜 그렇게 고등학교 동창들이 보이던지. 기자 양반, 그때 너도 만났었잖아. 기억나지? 어쨌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들어갔는데 방이 있다잖아. 그것도 3만원에. 그날 모텔들은 프리미엄이 붙어 숙박료가 8만원도 더했어.
C 완전 횡재했구나.
A 그 당시 인테리어나 분위기는 지금도 아련하다. 신혼부부들만이 덮을 수 있다는 그 오색찬란한 이불. 촌스러움도 사랑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그런 것들 있잖아. 어쨌든 내 습관이 일단 씻으면 온몸에 수분이 달아나기 전까지는 절대 옷을 입지 않고 자거든. 그런데 이 사실은 누나도 알고 있었지. 내가 예전에 그냥 장난으로 말한 적 있었어.
E 더럽다. 너희 집에 놀러 가면 이불 덮지 말아야겠다.
A 아무튼 내가 먼저 씻고 아무 생각 없이 이불 속으로 들어갔는데, 누나도 씻고 이불 안으로 들어왔어. 불현듯 생각났어. 내가 누드란 사실을.
B 헐. 야, 물건이 벌써 난리 났겠다.
A 말이라고 하냐? 누나가 팔베개를 요구했는데 나는 한 손으로 팔베개 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물건 꽉 쥐고. 진정 최대한 꽉 잡았다. 한 10여 분 지났나? 누나가 “자?” 하고 묻기에, “아니” 이러고 누나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누나가 여자로 보이는 거라.
E 하. 그 심정 알지. 내가 요즘 그렇다. 길 가는 사람마다 죄다 여자로 보인다.
A 그건 발정난 수캐고. 암튼 그러고서 눈이 맞았는데, 경험이 없던 차라 누나의 키스를 받자마자 무아지경에 빠진 거야. 그리고 섹스의 정석대로 입술, 가슴, 밑으로. 사용 연장은 입, 입, 손으로….
B 그래서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랬다.
A 누나는 정석대로 하는 나를 참지 못한 채 내 위로 올라왔고, 결국 30초 만에 난 사정하고 말았다. 정말 담배 한 대 피울 시간에 그렇게 끝나버렸어. “미안해”란 말이 바로 나오더라. 노련한 누나는 날 쓰다듬으며 “처음이구나?” 그러더군. 지금 생각하면 창피해서.
E 어린 시절의 추억 아니냐. 네가 이렇게 섹스의 달인이 되는 데 누나가 한몫하셨네. 그때 네 나이가 스물한 살이란 것도 놀랍고.
C 옛말 그른 것 하나 없어.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르더라.
A 어쨌든 그때부터 몸이 이상해졌어. 사정을 했는데 그 녀석이 죽질 않는 거야. 피가 한쪽으로 계속 쏠려 있었지. 아뿔싸 콘돔이 한 개뿐이었다. 결국 그 겨울에 바지에 점퍼만 입은 채로 슬리퍼 신고 뛰어나갔다. 50미터 전력질주로 내 마음의 패밀리 마트로 뛰었지. 베네통 콘돔 박스를 사고 다시 전력 질주. 아마 세계 신기록일걸? 축지법을 사용한 듯싶다.
E 눈썹이 휘날릴 새도 없이 빠르다던 그 축지법을 네가 연마했구나, 한겨울에.
A 슬리퍼 안 찢어진 게 다행이었다. 결국 연장을 다시 챙기고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2번, 3번, 4번…. 누나가 “너 아직도?” 묻더라. 하지만 내 몸의 모든 신경과 촉각이 한 곳에 몰려 있던 터라 티슈는 계속 쌓여갔고, 콘돔은 계속 널부러져갔다. 내가 8번째 콘돔을 꺼내려는 순간 누나가 내 손을 잡더니, 제발 자자더라.
그제야 멈췄다.
C 야, 뻥 아냐?
A 넌 날 아직도 모르냐? 여튼 그때 시간이 아침 11시였어. 호텔에 새벽 3시쯤 들어갔으니까 거의 7~8시간을 황홀하게 보냈지. 내가 얻은 교훈은 모든 남성의 대부분이 첫 경험에서 플레이타임이 결정된다는 거였다. 그 이후 내 별명은 노가다가 되었어. 끝.

Chapter 2
“좀 자다 갈래?” 그렇게 들어간 502호
E B, 네 경험도 얘기해봐. 여자친구랑 모텔 가본 적 있을 것 아냐.
B 너도 알다시피 내가 그애랑 결혼할 정도로 진지한 관계였고, 과거 현재를 총망라해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인 것 알지? 지금은 헤어졌지만.
E 아, 전 여자친구?
B 집이 너무 엄격해서 둘이 밤을 새는 건 불가능했어.
A 혹시 낮에 갔냐?
B 저 자식이 초쳤네. 말 안 해.
A 야, 척하면 딱이지. 그냥 계속해봐라. 잘 들어줄 테니.
B 그녀의 통금 시간 11시는 우리를 계속 낮에 모텔로 향하게 한 거지. 그녀랑 첫 경험도 모텔에서 이루어졌는데, 차를 타고 가다가 무심코 옆에 앉은 여자친구를 봤는데 피곤해 보이더라.
E 네 마음속에서만 그렇게 보인 건 아니고?
B “좀 자다 갈래?” 어렵게 꺼낸 말인데 그녀가 흔쾌히 수락을 하더라. 그래서 모텔로 갔어. 내가 그녀의 첫 남자가 아닐 줄 알았어. 나이가 많았거든. 어쨌든 씻고서 누워 잠을 청하려는데 잠이 와야 말이지. 그래 인공지능이란 말을 쓰자. 내 머릿속에서는 ‘안 돼’를 외치고 있었지만, 내 온갖 사지들은 본능에 충실해 그녀를 탐하려 했어.
E 아, 방에 보일러 켜놨는데, 꺼야겠다. 후끈댄다.
A ㅋㅋ
B “자기 나 믿지?”란 말을 시작으로 그녀를 탐하기 시작했어. 언변의 정석. 그녀는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어. 아….
E 야, 너 진짜 느끼는 것 같다.
B 눈물과 고통의 신음소리는 내 달팽이관을 때리고, 나의 동공에 정확하게 카피되었어. 그녀는 처녀였던 거야. 너무 아파하기에 결국 관계를 중단했지만 그녀가 너무 고맙더라. 고마웠어. 그 502호가.
E 하하하. 502호에 들어갔구나. 그런데 너 같은 섹스 머신에게 ‘고맙다, 아름답다’란 말은 사치다.
B 어쨌든 가끔 그 모텔에 가도 502호는 절대 안 가. 나도 한 떨기 야생화라 낭만은 있다고. 그 이후에도 낮에 그 모텔의 502호를 이용했어. 전세 얻고 싶더라, 그 방.
E 근데 네가 자취생 시절이니 자췻방에 가도 되고, 여자친구 집에 가도 되는데 모텔에 왜 갔냐? 뭔가 더 특별한 것도 없는데 말이야.
B 바꿔 말해볼까? 너 집에서 샤워하면 되는데 대중목욕탕은 왜 가? 모텔은 분명 누구에게나 오픈된 곳이지만, 아무나 쉽사리 들어가지 않는 은밀한 곳이야. 그리고 즐기기에도 완벽하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그랬었던 것 같아.
C 그 당시엔 호텔과 모텔이 천지차이였지만 지금은 부티크 호텔처럼 너무 좋은 모텔들이 많아서 모텔을 이용해도 금전적 낭비가 덜한 것 같아. 일하는 사람들의 서비스 정신도 우수한 것 같고.
A 요즘엔 온돌방에 은쟁반, 500ml 진로 석수 한 병, 컵 2개, 물수건 2개, 빨대 꽂힌 요구르트 2개 나오는 곳이 문화재감일걸? 그런 곳은 정말 레어(Rare) 아이템이다. 내가 갖고 싶은 발리 크로스백보다 더 보기 힘들걸?

Chapter 3 도를 넘어선 그녀들
A 기자 양반 나 이야기 하나 더 해도 될까?
E 그러시던지. 다다익선 아니겠어?
B 저건 하도 가서 경험도 많을 거야.
A 지금도 잊고 싶은 사건이 있어. 한 5년도 더 된 이야기 같은데. 그 당시엔 나이트클럽을 잘 몰랐을 때라, 동네 형들이랑 가끔 갔거든. 형들이 술 사주고 나는 폭탄 제거반 역할을 했지. 아, 폭탄 제거에 내숭녀 전담반. 마침 그날도 그랬어. 부킹한 여자들과 밖에 나와 술 한 잔 더 하려고 하는데, 참하게 생긴 아가씨 하나가 친구들한테 자꾸 집에 가자는 거야.
E 김빠지는 아가씨가 등장했네?
A 결국 형들은 나한테 그녀를 부탁했지. 형들은 눈 맞은 친구들과 하나씩 사라졌고. 결국 그녀와 나 둘이만 남아서 모텔 앞까지 갔어. 집에 간다더니 끝까지 남은 그녀는 결국 술에 취해 헤롱대더니 자기 먼저 모텔에 들어가더라고.
B 집에 가겠다고 난리치던 건 완전 내숭이었네? 아니면 완전 만취했던가.
A 분명 만취는 아니었어. 내숭이 국가 공인급이었던 거지. 모텔비를 그 아이가 계산하더라고. 아까 술값 내지 않았냐며. 나는 “어?” 이러면서 속으로는, ‘쌩유베리고자이마스’를 외쳤다. 그런데 그게 나한테 주는 파스 값 대신인 걸 누가 알았겠냐.
E 그게 뭐야? 알기 쉽게 설명 좀 해봐.
A 이건 완전 반전의 대반전. <식스 센스>보다 더하면 더했지. 각자 샤워를 하고 누웠어. 내가 작업을 걸려고 하는데 이 친구가 빼는 거야. 속으로는 ‘뭐하자는 거야?’ 이러고 잠이 들려는 차에 갑자기 위로 올라오더군. 내가 당황하자 그녀가 내 손을 꽉 쥐더라. 그러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믿음직한 리더십을 발휘하더라. 일단 믿고 따라오란다.
E 완전 장군감이네?
A 기자 양반, 내 스타일 알지? 콘돔 착용 의무화와 질외사정 의무화, 기본 5회 이상, 3회 이상 할 땐 물 한 모금 축이고 시작해야 하는….
E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A 어쨌든 그걸 다 허락하고도 날 안 재우는 거야. 내가 그만 자자고 해도 막무가내. 결국 지쳐 잠들었어. 그런데 아침에 잠에서 깨어났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꿈에서 오줌 싸는 꿈을 꿨나 싶더라고. 잠결에 아래가 너무 축축한 거야.
B 너 이 새끼 몇 살인데 아직도 이불에다 오줌 싸냐?
C 그것도 난생 첨 보는 여자 앞에서 ㅋㅋㅋ.
A 야, 오줌 쌌으면 도망갔지. 그 여자가 내 것을 물고 잠들었더라.
E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진짜 웃겨. 근데 토할 것 같아. <수사반장>에 나오는 사체도 아니고 좀 무섭다.
B <색즉시공>도 아니고 완전 코미딘데?
A 온탕에 불려놓은 손가락처럼 주름이 잡히고, 기차역 우동 면발처럼 팅팅 불었더라. 정말 기가 차고 코가 차더라.
E 야, 불어터진 우동이란 말은 심하게 역한데?
A 게다가 날 얼마나 심하게 다뤘는지 근 3일간 파스를 엄청 붙여댔어. 그 여자가 낸 모텔 값만큼이나 파스 값이 들었을걸. 암튼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얘기다.
C 나도 황당한 사건 하나 있는데….
A 너도 호박씨한테 당했냐?
C 그런 건 아니고 나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너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애 기억해? OOO라고.
E 아! 어. 탤런트 닮은 애? 진짜 예쁘잖아.
C 새벽 3시쯤인가 전화가 왔어. 술에 취한 목소리로 자기 좀 데리고 가달래. 난 좀 짜증이 났지. 내가 자기 남자친구도 아니고. 어쨌든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 차를 몰고 나갔어, 그 친구 있는 곳으로. 차에 태우고 그녀 집으로 가는데 자꾸 우리 집에 가자는 거야.
E 걔가 너 혼자 사는 것 알았던 거지?
C 마침 동생이 집에 와 있어서 그건 불가능했거든. 그래서 안 된다고 했더니 모텔 가잔다. 난 집 앞에 다 왔기에 그냥 들여보내려고 했는데 자꾸만 모텔에 가재. 그래서 결국 모텔에 들어갔어. 3만원 내고.
E 비수기였네.
C 난 그녀를 눕히고 양치 후에 침대에 누웠어. 내가 눕자 씻으러 가더라. 잠깐 눈을 붙였다 떴는데 그 아이 집에 갔더라. 아놔….
E 뭐야 그러고 끝이야?
C 나 3만원 내고 양치질 한 게 다야, 모텔에서.
A ㅋㅋㅋ 네가 하는 게 그렇지 뭐. 그 돈이면 치약 한 다스는 샀겠다.
B 치약이 문제냐? 오랄비
전동칫솔은 샀겠다.
E 모텔에 갔다고 모든 역사가 다 이뤄지는 건 아니야, 역시.

Chapter 4 :고맙습니다
B 내가 부산에 일 때문에 잠깐 내려갔던 것 기억해? 한 세 달 정도.
E 작년이었던가?
B 부산에서 나이트클럽에 갔었어. 거기 동료들하고 술 한잔 하고 재미 삼아 갔었지. 그러다 부킹녀와 눈이 맞아 모텔에 갔어. 그냥 나이트클럽에서 볼 법한 평범한 여자였어. 서로 살을 맞대고 탐닉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녀가 갑자기 ‘잠깐만’ 이러더니 뭘 준비하더라고.
A 콘돔?
B 싱겁긴. 뭐였냐면 따뜻한 녹차 한 잔과 차가운
녹차 한 잔씩.
E 마시려고 했나 보다.
B 들어봐. 정말 캔에서 바로 딴 녹차를 준비하더라. 그리고 내 옆에다가 목욕 타월을 깔더라. 그러고 나를
그 위에 눕히더니 가운을 벗기는 거야. 나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갑자기 그녀가 차가운 녹차를 마시더니 입 안에 머금고 내 물건에 입을 갖다 대더라. 진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느낌, 그 쾌감. 으아아아아아아아. 한참을 그렇게 참고 있다가….
A 꿀꺽.
B 이번에는 따뜻한 녹차를 입에 머금더니 그대로
또 직행.
E 냉수 마찰하는 느낌이야? 잘 모르겠다. 어떤 느낌일지.
B 그보다 2만 배 강한 느낌이라 해두자. 이 두 과정을 계속 반복하니 사람 정말 미치더라.
E 혈액순환이 저절로 되었겠는데?
B 혈액순환이 아니라 정말 생 변강쇠로 돌변하더라. 사정하는 데 한 시간 걸렸어. 감각이 없어져서 그랬는지 오래가더라고. 폭주 기관차처럼.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어. 관계 후 그녀와 담배를 피우면서 이야기하는데 직업 여성이었어.
E 놀러 와서도 직업의식을 버리지 못했구먼. 왜 그랬는지 물어보지 그랬냐? 남자가 하던 대로 하지. 즐기러 와서도 서비스를 했는지.
B 아, 그러더라. 진정으로 자기가 리드를 해보고 싶었대. 직업이 아닌 자기 본능적으로. 어찌되었든 난 그녀에게 너무나 고마웠지, 뭐.

Chapter 5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E 모텔에서 일어난 소소한 에피소드를 하나씩만 더 듣고 정리할까봐. A야, 그때 내가 너랑 모텔에 같이 갔던 것도 좀 쇼킹했다. 모텔에서 신나게 놀다가 실수해놓곤 왜 마무리는 나랑 하자는 건데?
A 아, 그때 내가 시계 놓고 나왔지? 여자친구가 사준 건데 소중하잖아.
E 여자친구 생각하면서 다른 여자랑 모텔에서 놀아? 아무튼 너랑 같이 모텔 프런트에 들어가는데 그 아저씨 얼굴 생각 나냐?
A 그 어이없어하던 표정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네가 한 말이 더 웃겨.
“오해하지 마요. 시계 찾으러 왔으니까.” 어쨌든 시계는 찾았으니 다행.
B 나는 같이 잤는데 알고 봤더니 선배 여자친구였던 적 있어. 드라마에나 있을 법한 얘기인 줄 알았는데 정말 있더라고. 덮친 것도 아니고 서로 합의하에 잔 건데.
C 모텔에서 내가 싫어하는 여자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건 어때?
E 오, 좋은 생각이다. 네가 에디터 해라.
C 나는 일단 이불을 꼭 덮어야 하는 여자가 싫어. 한여름에 에어컨 틀어도 더운 마당에 창피하다고 꼭 이불을 덮더라. 어차피 불도 꺼놔서 보이지도 않는데 부끄러울 게 뭐가 있냐고. 이건 애무하러 들어갈 때 잠수하는 것도 아니고 숨막혀.
E 난 머리를 침대 맡으로 향하지 않고 아래쪽으로 한 여자도 봤어. 이상할 건 없는데 좀 독특했다.
A 난 관계 후에 샤워 안 하는 여자가 제일 싫어. 정말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여자. 그리고 빨간 불 켜놓는 여자도 싫어. 정육점도 아니고. 이런 여자들은 꼭 야광 콘돔 좋아하더라.
E 하하하. 미치겠다.
C 화장실 가서 볼일 보는데 방귀 끼는 여자도 싫어. 그건 여자에 대한 환상을 무자비하게 깨는 것과 같아. 그리고 물을 내리는 동시에 소변을 보는 게 센스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 안 하는 여자도 있더라. 둘이 있는 모텔이 얼마나 조용한데 말이야.
B 나는 죽어도 브래지어 안 벗는 여자! 증오한다. 아니 현재진행형에 브래지어가 웬말이야. 누가 훔쳐갈까 그런가?
E 가슴이 작아서 그런 것 아닐까?
B 더 웃긴 건 브래지어를 올리고 애무하는 내 모습이다. 가슴 애무하다 다시 가슴 만지려 하면 어느새 브래지어를 내려놓은 거야.
A 그 심정 내가 또 알지.
E 근데 좀 귀엽지 않냐? 난 그런 모습이라면 더욱 사랑스러울 것 같아. 수건으로 온몸을 뒤집어쓰고 이불로 들어올 때까지 절대 안 벗는 모습도 좋아.
C 반응 속도가 듀얼 코어2만큼 빠른 여자도 좋아. 손만 잡았는데도 이건 뭐 바로 절정인 거지 ㅋㅋ. 요가 강사도 아닌데 허리 휘는 게 알파벳 수준이야. 난 행위예술 하는 줄 알았다.
A 야, 나중엔 바들바들 떨지?
C 어 그럴 땐 너무 귀엽더라. 스쳐도 반응이니 같이 즐기는 입장에선 고마울 따름이야.
E 오늘 진짜 오래 얘기했더니 손목이 너무 아프다.
A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봐, 섹스 에디터님.
E 수고했어, 다들. 너희들 없으면 나 아마 밤새도록 고민했을 거다.
[A님이 대화방을 나가셨습니다]
C 맥주나 한잔 하자. 우리 동네로 올래? 전화해라.
B 이따 전화하자. 나 나간다.
[B님이 대화방을 나가셨습니다]
E 야, 이 시간에 무슨 맥주야. 피곤해 죽겠구먼. 사실 나도 당기긴 한다.
[C님이 대화방을 나가셨습니다]
E 쩝, 너네는 집이지. 난 사무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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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이현상
Photography 박원태
Model 마크(MARK)
Assitant 김창규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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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걸음씩 내딛으며 묵묵히 자신의 세계를 만든다. 쉽게 얻는 것은 의심하고, 어려워 보이더라도 도전한다. 그게 정유미가 나아가는 방식이다.

  • INTERVIEW

    오! 나의 무기여 #모과

    오랫동안 써온 일기장, 인상적인 순간들을 모아둔 클라우드, 손에 익은 붓과 펜. 창작자의 습관을 지켜온 오래된 그 무엇. 우리는 창작 무기라 부른다. 필름 메이커, 뮤지션, 미술감독까지. 창작자들을 만나 그들의 무기를 들여다보고, 그 무기로 어떻게 싸워왔는지 듣는다.

  • FASHION

    Best of Vest

    보온성과 실용성을 모두 담은 오프로드의 포켓 패딩 베스트.

  •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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