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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최희가 보고 있는 것

On May 29, 2014

야구 여신 최희. 야구밖에 모르는 것 같았던 그녀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흰색 슬리브리스 톱은 자라, 레이스 치마는 페이우, 은색 뱅글은 넘버링 제품.

내가 응원하는 팀이 꼴찌를 면하지 못 하던 시절. 야구를 그만 봐야겠다고 다짐하던 날에 최희를 봤다. 야구 하이라이트 영상만 추려서 보여주는 방송이었다. 예쁜 여자가 귀엽게 웃으면서 오늘 경기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최희 이후 야구 방송에 미녀들이 출연하는 게 익숙해졌다. 대학교를 졸업한 나이, 참한 외모와 싱그러운 미소, 또박또박 말하는 아나운서 특유의 어조를 갖춘 여자가 야구에 대해 나보다 박식하다. 그런 여자를 싫어할 남자 야구팬은 세상에 없을 것 같았다.

그러던 야구 여신 최희가 뉴스가 아닌 다른 방송에 출연했다.
그녀는 야구가 아닌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우려할 필요는 없었다. 예능에 출연해도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아나운서의 그것이고, 참한 외모는 변치 않았다. 지금은 여자 야구 아나운서가 풍년이다. 그녀들의 이름을 전부 외우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졌다.

하지만 그 여자들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야구장을 떠난 그녀들은 어디로 갈까? 무엇을 향해 가고 있을까? 프리랜서로서 발을 내딛기 시작한 최희에게 물었다. 무엇을 보고 있냐고.





스팽글 톱은 자라, 검은색 쇼츠는 아메리칸 어페럴,
반지는 넘버링 제품.

이제는 야구 여신이라고 부르면 식상하지 않나?
감지덕지다. 언제 여신이라는 말을 들어보겠나? 횟수로 5년째 야구 방송 아나운서를 하고 있다. 정보 전달만 하는 역할인데, 이제는 리얼리티 예능도 하면서 나를 보여주는 역할도 맡게 됐다.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사는 모습도 보여주면서 보기와 달리 매력 있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리얼리티 예능에 나온 모습은 많이 달랐다. 아나운서들은 결벽증에 가까운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거든.
아나운서 사무실이 더 정신없다. 예전에 방송에서 집을 공개한 적 있는데, 청소해서 깔끔한 상태였다. 야외에서 촬영한다고 해서 급히 옷 갈아입고 나갔는데, PD가 벗어놓은 옷을 찍어서 정돈 못하고 사는 것처럼 나왔다. 깔끔한 편인데, 정리정돈 못할 때가 있긴 하다.

최희와 야구 이야기는 그만할 거다. 야구가 아닌 다른 얘기를 하고 싶다.
사실 난 축구도 좋아한다. 지난겨울에 회사 관두고 한 달간 쉬면서 스페인을 가려고 했었다. 목적은 엘 클라시코 직관이었다.
그런데 프리랜서로 전향하자마자 갑자기 일이 생겨 못 갔다.


공채로 좋은 회사에 입사했다. 안정된 직장에 승승장구하다가 갑자기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왜일까?
많은 직장인들이 이직을 생각하는 것 같다. 발전하고 싶고, 더 대우받고 싶은 점도 있다. 내 한계에 도전하고 싶고. 나 역시 그런 평범한 직장인들처럼 이직 고민을 했다. 변화하려면 울타리를 벗어나야 했다. 회사에 정이 많이 들어서 망설이긴 했지만, 젊을 때 도전해야겠다 싶었다.

이직은 위험한 도전 같기도 했다. 지금의 야구 여신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고, 프리랜서로 계속 방송 활동을 하려거든 장기적인 캐릭터도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아직 4개월밖에 안 돼서 잘 모르겠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고민된다.

회사 관두라고 부추긴 사람이 있었나?
부추긴 사람은 없고, 전현무 선배한테 고민 상담을 자주 했다. 선배는 독립의 좋은 점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이야기 해줬다. 잘 안 되더라도, 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방송 시작한 지 겨우 5년 정도 됐다. 예전 현빈 씨의 인터뷰를 보니까.
다 잃어도 예전의 자신일 뿐 아니냐고 하더라. 큰 욕심내지 않고, 매일 최선을 다하면 된다. 손에 쥔 것을 잃는다고 해도 그저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까. 전전긍긍하지는 않는다.

회사를 나오면 치열함을 다시 겪는다. 물론 직장 생활보다 더 큰 수입이 생길 수도 있다. 욕심을 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지 않을까?
한탕을 꿈꾸지 않는다. 매일 출근하듯 늘 규칙적으로 일해왔다. 지금의 일도 그 연장선상이다. 물론 수입이 나아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스타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다. 복권도 산 적 없다. 로또도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흰색 원피스는 페이우 제품.

아, 로또는 “5천원어치 주세요” 하면 된다.
아 그런가? 나는 매니저 동생들한테도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한다. 잔소리 많이 하거든.

까칠한 누나인가?
누나 까칠하니? (매니저는 엄마 같다고 말했다.) 내가 좀 고리타분한 구석이 있다. 대신 시키는 건 열심히 한다. 학교 다닐 때도 시키는 건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시키는 것만 하면 Y대 갈 수 있는 건가?
하하. 매일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꾀 안 부리고 열심히 공부했다는 건 자부할 수 있다. 내가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는 바라지 않는다.

나는 꾀도 부리고, 일을 대충할 때도 많다. 당신처럼 열심히만 살면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
스트레스 받는다. 그래도 일이 매일 있으면 좋겠다. 직장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일이 없어지면 얼마나 허무하겠나? 연예인들은 그런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만, 나는 4년 동안 매일 출근하던 사람이라 일 없을 때의 허무함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모르겠다.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멀리 보고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중에 공부를 다시 하고 싶다. 아동가족학과를 나왔다.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서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다. 나이 들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도 있다. 또 다른 생각은 김성주 선배처럼 되는 거다. 스포츠 캐스터로 자리 잡고, 프리랜서로 예능 활동도 하는 것. 망가지는 역할도 하다가, 소치 올림픽 때는 다시 전문가의 모습을 보여줬다. 대중성과 전문성을 함께 갖추는 게 매력적이다.
대중성이 높으면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거든. 예능에 나와서 웃기는 사람이 전문적으로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 많이 봤다. (고) 조경철 박사나 윤무부 박사 같은 분들이 있었다.
나는 스포츠 아나운서 중 대중적인 편이다. 그래서 전문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두 이미지를 함께 가져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김성주 선배처럼 중계도 해보고 싶다. 야구가 아니라, 프로배구도 좋다. 중계에 대해 더 공부하고, 경험을 쌓고 싶다. 그게 큰 목표고 그림이다.

아나운서를 옆에서 지켜보면 신기하다. 뉴스를 전할 때 내용에 맞춰 표정이나 목소리가 변한다. 평소에는 밝고 건강한 모습만 보여준다. 사람이 늘 기분 좋을 수만은 없다.
정말 힘들 때가 많다. 녹화방송은 감정을 추스릴 여유가 있지만, 나는 생방송을 많이 했다. 감정이 흐트러진 날 생방송 하는 건 고역이다. 그래도 한 4년 해보니까 어떻게든 된다. 아직 인생의 큰 고난이나 비극을 맞이한 적 없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야구보다 축구를 더 좋아한다. 나중에 최희가 축구 중계도 해줄 수 있을까?
나도 정말 축구 좋아한다. 심지어 대학교 때 축구 동아리 매니저였다.

역시, 축구부 매니저는 예쁜 법이다.
<슬램덩크>를 좋아했다. 채소연을 꿈꾸고 축구부 매니저를 했는데, 페트병만 엄청 나르고 그랬다. 운동 끝나면 뷔페 삼겹살 먹고 매일 술만 마셨다.

인터넷에서 최희를 검색하면 많은 사진이 뜬다. 학창 시절 사진도 많이 봤다.
완전 싫다. 고등학교 때는 무장 해제 상태인데, 살도 엄청 찌고 하나도 안 꾸미고. 그러니까 내 인생에서 가장 못생긴 시절이다.
누가 그 사진을 올렸는지, 정말 속상하다.

속상하다면, 예쁜 어렸을 때 사진을 본인이 직접 뿌리는 방법도 있다.
그럴까? 은근슬쩍 뿌려야겠다.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이준미
HAIR: 김남현(제니하우스)
MAKE-UP: 자영(제니하우스)

야구 여신 최희. 야구밖에 모르는 것 같았던 그녀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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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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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제니하우스)
Make-up
자영(제니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