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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소유

소유는 기다렸다. 스태프들이 오기를, 그들과 친해지기를, 카메라 앞에 설 순간을,음원 차트에서 소유의 시대가 오기를 홀로 메이크업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UpdatedOn May 02, 2014

검은색 톱과 쇼츠 모두 H&M 제품.

봄은 노래와 함께 핀다. 꽃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전화를 걸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할 말이 없어 꽃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처음 꽃을 본 건 출근길이었다. 목련나무에 봉오리가 맺혀 있었다. 올해는 봄이 일찍 왔다. 이른 봄에 당황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벚꽃축제를 기획했던 단체들도 ‘멘붕’했다는 소식이 뉴스로 전해졌다. 결국 벚꽃은 폈고, 나는 누구와 함께 벚나무 아래를 걸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썸’을 듣기 시작한 건 그즈음이다. ‘썸’은 음원 차트의 정상에 있었다. 봄의 시작부터 꽃이 필 때까지 오랫동안 머물렀다. 거물급 가수들이 연달아 앨범을 발표했고, 한류 스타라 불리는 걸 그룹들은 컴백을 했다. ‘벚꽃 엔딩’이 다시 차트에 진입했다. 하지만 낯선 이름의 남녀가 부른 노래는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노래는 강렬하지 않았다. 2014년의 때 이른 봄, 아직 연애를 준비하지 못한 남녀들의 심정처럼 ‘썸’은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었다. 나도 들었다. 꽃나무 아래 차를 세워놓고 들었다. 소유의 목소리는 아슬아슬했다. 속삭이듯 부르며 날 재촉했다. 어서 ‘카톡’을 보내라고, 지금 만나야 한다고, 꽃이 지고 있다고. 소유를 인터뷰하러 가던 날, 꽃비가 내리고 있었다.

흰색 블라우스는 더 쿠플스, 스팽글 쇼츠는 페이우 제품.

예상외의 성적을 올렸다. ‘썸’이 이렇게 흥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을까?
전혀 몰랐다. 소유 X 정기고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그냥 X라는 프로젝트다.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썸’이라는 노래가 있는 거다. 난 ‘착해 빠졌어’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고, 사람들이 음원 강자라고 부르기도 해서 부담이 굉장히 컸다. 기존에는 강렬한 노래 위주로 활동했다. 곡도 기승전결을 정확히 갖췄고.
하지만 ‘썸’은 그냥 편하게 듣는 노래다. 대중이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노래 정도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노래에 ‘빵!’이라고 할 만한 효과도 없고.

빵이 무슨 뜻이지? 드라마틱한 요소가 없다는 건가?
‘썸’에는 지르는 부분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듣기에는 지루할 수 있다. 또 걱정했던 점은 기고 오빠와 내가 노래 부르는 스타일이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소리 90에 공기 10으로 부른다. 노래를 속삭이며 부르는 스타일이라서 듣기에 좀 심심할 거라 생각했다. 보통 노래를 ‘땡땡’하게 부르는 가수들이 많으니까.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다들 너무 놀랐다. 지금도 사람들은 ‘썸’은 왜 이렇게 잘된 거야? 하고 묻는다.
그러면 나도 신기하다고 대답하지.


소유의 평소 목소리는 허스키하다. 말투나 행동도 소년 같고, 하지만 노래만 부르면 달콤하고, 섹시해진다. 마술처럼.
자기 목소리 들으면 어색하지 않나? 가수들도 그렇다. 녹음한 걸 들으면 정말 낯설다. 목소리가 허스키해진 건 초등학생 때부터였다. 어려서 별명은 박경림이었다. 목소리 거친 사람들은 다 별명이 그렇지. 그런데 이런 목소리가 가수로서는 장점이다.
예쁜 목소리로 부르는 것과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르는 건 느낌이 다르다. 더 슬프게 들리기도 한다.

개인 활동이 끝났다. 이제는 씨스타의 새로운 앨범을 기대해야 할 때인가?
어떤 콘셉트를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다. 제일 큰 걱정은 다이어트고. 이틀 뒤에 미국에 간다. 그때까지만 먹을 거다. 작년에 다이어트를 해서 복근을 만들었다. 그 이후로 배를 노출할 일이 계속 생겨서 이제는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없다. 난 먹는 걸 정말 좋아한다. 운동도 좋아하는데…. 요즘은 정말 힘들다.

씨스타는 예능 프로나 드라마 출연을 활발히 했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소유의 활동이 적은 편이었다.
비교되기보다는 어떻게 내 방향을 정할지 고민이 많았다. 회사에서 뭘 하고 싶은지 물어본다. 효린이는 노래를, 보라는 예능을 하고, 다솜이는 연기를 한다. 난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깊이 생각해본 적 없었다. 난 전부 다 해보고 싶다. 패션이나 화보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쪽 MC를 하거나 연기, 예능 다 좋다. 힘들겠지만 도전한다는 건 재미있지 않을까?

자주 가는 남초 사이트에서 소유의 인기가 굉장히 많았다. 몸매에 대한 칭찬이 엄청났다.
정말? 전혀 몰랐던 사실인데? 슬프다. 얼굴이 안 예뻐서 몸매만 좋아하는 거니까.

칭찬인 것 같은데?
예전에는 속상했다. 나는 가수니까 내 목소리나 음악, 무대의 매력을 알아봐주면 좋을 텐데, 어디서나 몸매 얘기만 했다. 몸 아니었으면 연예인 못했을 거란 소리도 들었다. 무대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노래했는데, 몸 이야기만 나올 때면 서럽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련다. 인기 많다니까.

  • 등이 파인 검은색 원피스는 필립플레인, 발목을 감싸는
    검은색 스틸레토 힐은 올세인츠 제품.
  • 시스루 소재의 톱과 스커트는 모두 H&M 제품.

‘썸’을 듣다 보니까, 나도 썸 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뭐, 내 착각일 수는 있겠지만. 썸을 탈 때는 상대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서 힘들다. 그래서 설레기도 하지만. 소유가 타는 썸은 어떤 건지 생각해봤다.
나는 무딘 편이다. 누군가 내게 명확하게 고백하기 전까지는 모른다. 타인의 감정에 과하게 반응하면 도끼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드러내지 않는다면 친구가 된다. 그래서 요즘은 마음을 열어두는 편이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연예인 친구를 못 사귀었다. 어색하고 불편했거든. 연예인임을 너무 의식하면 상대방이 불편해진다. 한동안 멤버들하고만 어울렸는데, 한 선배가 그렇게 지내면 나중에 주변에 아무도 없을 거라고 하더라. 그 말에 공감했다. 개인 스케줄이 없을 때면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었다. 혼자 먹고, 영화도 혼자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느 순간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 이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점점 즐거워진다.

하지만 일하며 만난 사람들, 특히 업계 사람들과는 실리가 얽히게 된다. 그래서 오해가 생기면 틀어지기도 하고 쉽지 않다.
오해 생길 짓을 안 하면 되지. 낯을 많이 가려서, 예전에는 친구가 새로운 사람을 소개하면 불편해했다. 이제는 아니다. 어차피 다시 볼 사람인데, 만나면 어느 구석이든지 통하는 면이 있지 않겠나? 사람 만날 때 걱정 안 하려고 한다. 뭐, 대화해보고 숨기는 게 있거나 정신없어 보이는 사람이라면 그냥 가만히 있지.

아이돌은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않나? 낯가리는 성격이라도 일하면서 바뀌는 경우를 많이 봤다.
원래는 낯가림이라는 게 없었다. 처음 가수로 데뷔하고 조심할 게 많다는 것을 빨리 깨달았다. 그래서 눈치를 많이 보고, 점차 낯가리는 성격이 된 거지. 하지만 멤버들은 굉장히 활기차다. 데뷔 초 방송에서 귀여운 모습도 보여주고 그랬는데, 나는 부끄러워서 뒤에 숨어 있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점차 익숙해졌다. 첫인상이 차갑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고친 것도 있고.

남녀 간에 생기는 미묘한 감정. 하지만 서로 솔직해지지 못할 때를 가리켜 썸이라고 하는 것 같다. 고백하기 전까지 우리는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
썸 탄다는 것은 잡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글로 배운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썸은 2주를 넘기면 안 된다더라.
용기 있는 자가 쟁취한다는 말처럼.

그럼 쟁취하는 편인가?
기다리는 편이다. 하지만 쟁취해야 한다는 거지. 나는 누가 날 좋아한다고 고백하기 전까지는 모른다. 그런데 나 역시 누군가를 좋아해도 표현을 못한다. 아직 사랑이라는 것을 안 해본 것 같다. 느껴봤다면 지금 난 달라졌을 거다. 누가 좋아지면, 계속 기다린다. 몇 년 동안이고.

그게 썸인가?
짝사랑이지.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이준미
Hair: 대원(순수 청담이야기)
Make-up: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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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이준미
Hair 대원(순수 청담이야기)
Make-up 이미영

2014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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