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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오래 살자`는 거다

건축환경연구소 `광장`의 대표이사인 건축가 김원은 지난 40여 년간 한국 역사에 길이 남을 건축물은 물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건축법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대학로의 소박한 사무실의 건축 도면만큼이나 수북히 쌓인 환경 자료를 보면 환경에 대한 그의 관심이 지대한지 알 수 있다. 그가 말한다. “우리 함께 오래도록 건강하게 삽시다” 그의 환경 운동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br><br>[2007년 11월호]

UpdatedOn October 19, 2007

Editor 이현상 Photography 정재환(인물), 게티 이미지(배경)

인왕산 자락에 산다. 그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어 자연의 소중함을 더욱 느낄 것 같다.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이곳에서 살기 시작한 지 20여 년이 되었는데, 현명한 선택이었다. 여기저기에 하도 칭찬을 해서 불출 같지만 서울에 아직 이런 곳이 남아 있다는 것이 기쁘고, 잘 지켜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개발에 착수했다 들었다.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가는데, 지금 사는 집이 너무 좋아서 망설임이 많았다. 결국 지역 주민들이 나를 설득하여 설계까지 맡았다.(웃음) 옥인동 지역이 청와대 때문에 불이익을 많이 당했다. 발전이 늦고, 높이 제한도 있고…. 지금 건축주가 1백50명이 넘는 바람에 의견 마찰도 많고 힘들지만 재개발에 혼신을 다하려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한옥인데, 재개발 후의 건물도 한옥 형태로 지을 생각인가?
아니다. 지역은 좁고, 건축주는 많아 밀도가 높다. 복잡한 도시 생활을 하는 우리가 마당을 만들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은가. 따라서 한옥의 특징과 장점을 현대 건축 양식에 재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현대 건축가들이 고뇌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기도 하다. 실제로 옛날식으로 한옥을 지어서 살자는 운동도 많았다.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고, 역사와 문화를 살릴 수 있는 건축이야말로 최상이다. 그리고 인간관계, 즉 커뮤니티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만든 건축물이 최고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집을 짓는다.

한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당신이 예전에 쓴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무자비한 아파트 건설에 대응하는 환경 친화적 건물로는 한옥이 최고라 했다. 왜 한옥을 주창하는가?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우리가 짓고, 살고 있는 대부분의 건축물이 서양식 건축이다. 일하는 도심의 높은 빌딩부터 잠을 자는 집까지 고층 빌딩이 대부분.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나는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에 자동차의 배기가스, 공장의 매연, 폐수 등이 포함되지만 건축도 그 못지않은 주범이라 생각한다. 건축에는 라이프사이클 비용(Life Cycle Cost, LCC)이란 것이 있는데 이는 기획, 설계, 시공의 초기 투자 단계를 거쳐 유지 관리와 철거로 이어지는 건축물의 일련의 과정에서 드는 총비용을 말한다. 이러한 LCC를 총 100으로 봤을 때 건축 당시 드는 비용(에너지 소비)은 20%에 지나지 않는다. 건물이 세워지고 허물어질 때까지 건물이 서 있는 동안 사용되는 비용이 80%인데, 그때 사용되는 화석 연료가 엄청나다. 따라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물질의 양도 이루 말할 수도 없고. 그래서 설계가 중요하다. 처음부터 환경을 생각한 설계를 한다면 초기 투자 비용은 조금 비쌀지 모르지만, 미래를 위해선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건물을 잘 짓고, 잘못 지었을 때의 차이는 확연하다. 환경을 보호하려면 처음 설계부터 환경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추워서 연료를 계속 때야 하는 집보다는 단열 자재를 사용하여 열 손실을 최소화하는 집을 짓는 게 낫단 얘기다.

우리나라가 그런 면에서는 소극적인가?
모든 건축가들이 ‘환경’, ‘에너지’를 제창하면 좋겠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건축가는 소수다. 그래서 소외당한 느낌이다.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도 미흡하다. 단적인 예로 콘크리트로 지은 건축물 때문에 아토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끔찍하고 비극적인 일이다. 그런데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누구도 법제화를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또 레미콘 제조 공정에도 한국 산업규격(KS)이 없어 확실한 조제 비율이 없다. 그러니 이것저것 죄다 집어넣을 수밖에…. 여기에 개발 타성에 젖은 것도 문제다.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국가와 국민 모두 ‘개발’을 외쳐댔다. 개발은 곧 돈이고, 부국강병이었다. 그래서 무조건 짓고 또 지었다. 조금 과장하면 전 국토가 시멘트 촌 아닌가. 게다가 서울에 짓는 아파트와 제주도에 짓는 아파트가 다르지 않다. 이건 자연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짓기만 하면 팔려나가니 컴퓨터에 저장된 설계 도면으로 계속해서 아파트를 지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이게 말이 되는 얘긴가? 자꾸 얘기가 다른 곳으로 샌다.(웃음)

건축가의 시각에서 볼 때, 서울시의 환경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규제가 없거나 혹은 엄격한 규제 때문에 환경 친화적 건축물을 짓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가?
정책을 말하기에 앞서 생각해볼 것이 있다. 공터가 있다 치자. 그 공터를 본 사람들 대부분은 집을 지으려고 하지, 나무를 심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누구든지 그 땅에다 건물을 지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부터가 잘못이다. 우리는 무조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니 환경 정책은 뒷전일 수밖에.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국정 지표 26가지를 발표했는데, 26개 중에서 환경 문제는 단 한 가지도 없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환경 문제는 27번째 이후의 일이란 거 아닌가?(웃음) 그런 것을 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개발 정책 위주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이후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여러 면에서 미흡하다. 시장 한 사람의 힘으로 정책이나 규제가 바뀌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주위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어렵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느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거다. 그래서 많은 부분 훼손되고 오염되었지만 늦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환경 문제에 대해 자각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자연이 훼손되고, 파괴되어 안타까운 곳은 어딘가?
모든 곳이 다 안타깝지만 4대문 안이 가장 아쉽다. 또 청계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환경과 문화의 시대를 외치며 복원한 청계천이 결국엔 ‘청계천 주변 재개발 계획’이 되어버렸다. 땅 값만 엄청 오르지 않았는가? 나는 강북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운상가를 허물고 32층짜리 건물을 짓는다는데, 그것에 가려져 종묘에서 남산이 보이지 않는다. 구석구석이 역사의 장인데 각종 법규를 어겨가며 높은 건물을 세우고 있다. 문화와 역사를 파괴하고 있다. 창경궁과 종묘를 토막내버린 율곡로가 안타깝다. 일제의 잔해기도 하고. 도로를 터널로 만들어 창경궁과 종묘를 다시 연결하면 어떨까 싶은데, 아마 생태계에 좋은 변화가 있을 거다. 무악재 쪽도 마찬가지. 인왕산에서 시작된 줄기가 다 끊어져버렸다. 인왕산의 군사 도로도 없어졌으면 한다. 박정희 정권 시절 김신조 사건 때문에 스카이라인이 생기고 군사 지역으로 지정되어 일반인에게 폐쇄되지 않았던가. 닫혀 있어 좋았던 건 20여 년간 산이 살아났다는 것. 이제는 쓸모없어진 군사 도로 탓에 생태계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나무를 심으면 야생동물의 이동도 자유로워지고, 더 울창한 산이 될 텐데….

건축과 환경은 이질적인 개념이다. 건축을 하기 위해선 나무를 베어 없애고, 땅을 파야 하지 않는가. 건축은 자연을 극복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둘을 동시에 한다는 것이 아이로니컬하다.
그 점 때문에 내가 환경에 더욱 신경을 쓰고, 환경 운동에 앞장선다. 현대 건축은 분명 반환경적인 요소들이 많다. 특히 서양 건축들은 크고 웅장하게 지어 자연에 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의 로마의 콜로세움, 웅장한 교회들이 그렇듯. 그러나 동양의 건축은 개발과 보전이 상충되는 의미가 아니었다. 나무와 돌, 흙을 재료로 집을 짓지 않았던가. 그래서 지었다가 무너져 내려도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런 것들이었다. 그래서 한옥이 친환경적이라고 하는 거다.

경제 개발이 한창일 땐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자연 상태를 파괴하는 경제 위주의 개발 우선 정책이 이뤄졌으나, 지금은 지구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 건축이 활발히 진행된다고 생각한다. 건축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이 가능한가?
물론 가능하다. 우선 규모와 소비를 모두 줄여야 한다. 한여름 긴소매 옷을 입고 에어컨을 틀고, 한겨울에 반소매 옷을 입고 온풍기 앞에 앉아 있는 것. 이것처럼 우둔하고 어리석은 행동이 어디 있을까? 또 친환경 자재를 이용하면 좋다.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고, 철골과 유리, 나무를 이용하여 건축하는 것. 사실 나무를 이용하면 좋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래서 가격을 낮추기 위한 여러 방법을 시도 중인데 쉽지 않다(지금 재개발 중인 옥인동 건축에도 나무를 사용하기 위해 캐나다에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유리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좋다. 3중 유리를 사용하면, 밖에서 들어오는 열은 많이 받아들이고, 나가는 열은 손실이 적다. 커튼 월을 사용하여 원하지 않을 때엔 빛을 차단하면 된다.
석탄과 석유 등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건축 방식이 있을까? 이를테면 태양열을 이용한 주택처럼 말이다.
태양열 에너지는 너무나도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일부만이라도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다면 환경 보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전기 사용료가 급격하게 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아파트에서도 태양열을 이용해 공동 전기를 사용하면 좋다. 엘리베이터는 충분히 가동할 수 있다. 그거 아는가? 태양열 에너지 건축물을 이용하면 설치 비용의 70%를 지원해준다는 사실을. 건축비도 아끼고 후에 전기료도 아끼고 일석이조다.

건축가로서 서울에 숲을 가꾸기 위한 마스터플랜이 있는가?
지금 서울시에서는 서울 도시 기본 계획으로 북악-청계천-남산-관악산을 잇는 남북 녹지축을 조성하고 있다. 좋은 계획이긴 하다. 그러나 대규모 사업이고 거시적인 발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숲 조성 계획은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녹지가 남아 있는 곳 사이사이에 나무를 심어 원형을 만드는 거다. 그 원형이 모이고 모이면 도시 전체에 작은 숲들이 형성되는 거다. 예를 들어 남산을 기준으로 미팔군 부대 쪽과 경리단 쪽에 나무를 심어 숲을 메우고, 또 옆 빈자리가 있으면 나무를 심어 메우는 식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 나무를 채워나가는 것보다 훨씬 쉽다.

사람들이 숲을 가꾸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을 말해달라.
사람들에게 ‘전기를 아껴라, 나무를 심어라, 물을 줄여라’라고 매일 떠들어봐도 실감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리고 얼마나 세련되지 못한 방법인가? 나는 사람들에게 ‘오래 살자’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주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환경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이 자신의 몸을 진정으로 아끼고 생각한다면, 저절로 자연을 보호하고, 숲도 가꾸게 될 것이다. 이탈리아에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일이 있어 택시를 탔는데 더운 날인데도 에어컨을 틀지 않더라. 이유를 물어보더니 에어컨이 정력에 좋지 않다는 거다. 하루 종일 앉아서 운전을 해야 하는데, 에어컨까지 켜놓으면 건강에 해롭다는 걸 인식한 거다. 이걸로 건강도 생각하고, 프레온 가스의 배출도 줄일 수 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 아닌가?

동강 영월댐 백지화 운동, 환경운동 연합지도 위원, NGO 푸른나라를 생각하는 전문가 회의 등 셀 수 없이 많은 환경 운동에 참여했다.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소개를 부탁한다.
쑥스럽다. 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단 한 가지, 손자에게도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동강 영월댐
건설을 백지화 시킨 것. 무차별한 개발 마인드 속에서 자연을 지켜낸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동강 백지화 선언을 하는 데 눈물까지 나더라. 가망이 없어 보였다. 정부의 엄청난 힘 앞에서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치니까 되더라.

Editor 김민정 Photography 김지태, 기성율

1982년, 한국공해문제 연구소 소장 일을 맡았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환경 문제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변화했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변한 것 같은가?
내가 처음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둔 것이 1976년이었다. 그때 내가 한평생 환경 운동을 하겠다고 하니 주변의 지인들이 “공해라도 배불리 먹고 싶다”라고 했다. 31년이 지난 지금, 환경운동가인 나를 보고 자신이 환경 운동을 하든 안 하든 다들 참 좋은 일한다고 한다.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 특히 최근의 지구 온난화 문제는 전 세계 신문과 방송을 통해 가장 많이 보도되고 있다. 이제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다. 하지만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다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른다.

환경연합으로 시작한 우리나라 환경 단체가 이제는 몸집이 수십 배로 불었다. 우리나라 환경 운동의 역사가 어떻게 되나? 산증인으로서 그 역사에 대해 말해달라.
70년대 후반에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공해 문제라고 했다. 공해로부터 피해받는 사람들, 그들은 해결할 능력이 없는 약자들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주민 운동이 환경 운동의 시초였다. 하지만 당시는 전두환 정권이었고 그런 활동들조차 탄압당했다. 피해 지역 주민을 만나면 그들을 연행해 가기까지 했었다. 환경 운동도 정부에서는 용인하지 않은 상태였고 심지어 반정부 운동이라고까지 여겼다. 경제를 살리려면 수출을 많이 해야 하고 이럴 때 공해 방지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하면 비용이 올라가게 되니 그런 것은 일단 무시하고 수출하자는 주의였다. 그러니 좋은 환경을 만들라는 이야기 자체를 정부와 기업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초창기 환경 운동은 기업에서는 외면당하고 정부로부터는 탄압받으면서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 1984년 공해문제연구소 부산 지구가 만들어졌다. 그때는 환경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탄압이 심해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참여했었다. 당시 자연보호 단체도 생겼다.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민주화가 이뤄진 후부터 환경 단체가 급증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녹색연합이다. 90년대에 들어서서는 전국적인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고 1993년 전국 8개 단체을 통합하여 환경운동연합을 만들었다. 지금은 전국에 51개 지역 조직이 있으며, 9개의 전문 기관이 있다. 그리고 풀뿌리 단체들도 많이 생겼다.

환경연합 대표로 있다가 환경재단으로 적을 옮겼다.
2000년에 버클리 대학에서 골드만 환경상 수상자들 모임이 있었다. 그 당시 미국 수상자가 자국에는 환경 관련 재단이 7백여 개가 있다고 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한 개도 없었다. 물론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환경이 훨씬 안 좋은데 말이다.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준비하여 2002년 11월 환경재단을 설립했다.

환경운동 선구자로서 그 분야에서 개선해야 될 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환경 운동하는 사람도 전문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반 환경운동가에서 학자적 환경운동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환경운동연합에는 전문 역량을 쌓기 위해 국내외 유수의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한 인재들이 많다. 전담 변호사도 늘어나는 등 무엇이든지 전문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환경 문제를 딱딱하게 전달하는 건 개선돼야 한다.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듬어 안아야 한다. 그래서 시도된 것이 환경재단 설립이다. 환경 문제 또한 문화적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환경 영화제, 대규모 거리 사진전, 다양한 환경 관련 공연 등을 개최하고, 시민 단체에서 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선정해서 석박사 과정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환경 운동에서 지도자나 다름없다. 당신의 청사진은 무엇인가?
인간이 자연을 버리면, 자연은 인간을 버린다. 과거에 문명화된 도시가 사막화되는 것은 다 우리가 자연을 착취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염두해두자. 우리나라는 미국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작지만 잘 살 수 있는 나라여야 한다. 작은 용량 안에서 잘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그 혜안은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것이다. 음악을 많이 듣는다고 해서 자연이 파괴되지 않는다. 문화라든지 생태라든지 아름다운 것을 보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이제는 자연을 활용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21세기의 에너지 문제 또한 더 이상 땅속에 있는 화석 연료가 아니라 자연을 이용한 에너지, 즉 파도나 땅속의 열, 바이오 등과 관련된 에너지를 발전시켜서 수출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지구 환경도 살리고 우리 경제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파괴된 환경을 치료하는 의사다. 한국, 특히 현 서울의 건강 상태는 어떤가.
서울은 지정학적인 조건만 본다면 세계에서 가장 좋은 도시다. 도시 중심을 흐르는 큰 강이 있고 병풍처럼 둘러친 산이 있다. 이곳에 무계획적으로 건물이 들어서고 넘치게 많은 자동차들이 있다. 서울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기다. 도쿄의 출퇴근 대중교통 이용 인구는 전체의 90%이고 뉴욕 또한 80%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절반 정도밖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 분명 우리나라가 그들보다 잘 살지 않는다. 뉴욕에서 온 한 교수가 서울이 뉴욕보다 더 멋있다고 감탄하더라. 큰 건물과 함께 뒷골목에 가면 한옥도 있고. 우린 그것을 지키고 또 키워 나가야 한다. 서울은 녹지 공간을 넓히고 공기만 좋아지면 살 만한 도시다.

진단은 나왔다. 그럼, 그 치료법에 대해 연구해보자. 서울시가 지금 계획하고 있는 환경 정책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좋은 아이디어를 잘 고안해서 잘 유지한다면 충분히 서울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 해결책으로 첫째, 대중교통 시스템을 확고히 해야 한다. 현재 작은 걸음마를 딛고 있다. 그래서 천연가스 버스도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대중교통 확산 움직임을 벌이고 있다. 둘째는 공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집에서 10분만 걸으면 쉴 수 있는 녹지가 필요하다. 면목동만 가봐도 그런 곳이 없다. 그래서 그곳은 집값도 싸다. 이런 녹지가 더 균형적으로 많이 생겨야 강남북의 격차도 줄일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많은 강의를 해왔다. 나에게 10분만 당신의 강의를 들려달라. 나는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알지만 ‘쉽게 세상이 망하겠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인간이 자연을 버리면 자연이 인간을 버린다. 대표적인 게 물이다. 우리는 물을 다 사서 마신다. 불과 30년 전에는 그냥 개울물도 마셨었다. 지금은 어떤가. 공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첫마디가 ‘원더풀’이었다. 그 시절 가을 하늘은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구름도 안 보이고 하늘 자체가 없어진 듯하다. 이 정도의 상태에서 우리가 숨 쉬는 공기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땅은 또 어떤가 예전에는 비온 후 개구리도 지렁이도 참 많았다. 사람이 사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이 물, 공기, 땅인데 모든 게 다 나빠졌다. 이런 상태에 이르면서 아이로니컬하게도 돈은 좀 벌었다. 이런 환경에 살다보니 자연히 질병도 늘어났다. 그 대표적인 병이 바로 암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 남자는 3명 중 1명이, 여자는 4명 중 1명이 암으로 죽는다. 어린아이들의 아토피 문제 또한 심각하다. 내 친구들이 의대에 다닐 때는 아토피란 말조차도 듣지 못했는데 몇 십 년 사이에 아이들 중 20%가 아토피로 고생한다. 이 모든 것의 발단은 자연과 멀어졌기 때문이다. 화학 물질도 많이 쓰고, 인스턴트도 많이 먹고. 이런 아토피나 암 같은 질병은 환경이 좋아져야 나을 수 있는데 오히려 치료제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러면 국민 소득은 높아진다. 물을 사 마시니 생수 업자 돈 벌고, 아토피가 생기니 병원과 약사는 돈 벌고, 공기가 나빠져 세탁 자주 해야 하니 세제 업체 돈 벌고 이러니 또 강물이 나빠지고 정수하는 사람들은 또 돈 벌고. 삶의 질은 떨어지는데 국민소득은 높아진다. 이렇게 해서 높아진 GDP는 의미가 없다. 거기에서 환경 문제로 인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다 빼야 한다. 그게 ‘그린 GDP’다. 그것으로만 따진다면 결코 우리는 잘 사는 게 아니다. 좋은 환경이 강한 경제를 만든다. 환경이야말로 21세기의 반도체다.

당신은 환경 문제에서 교육의 필요성을 자주 언급한다. 환경 교육은 국가지대계이다. 연령별로 어떤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펼칠 수 있는가?
환경에 대한 인식은 어릴 때 확실히 심어주어야 한다. 독일이나 유럽의 경우 어릴 때 자연 체험을 많이 시킨다. 독일의 학교에서는 비가 안 오면 아무것도 가져오지 마라 하여 환경 체험을 하기도 한다. 무작정 현장으로 가서 거기 있는 풀도 관찰하고 또래끼리 토론도 한다. 2차 대전의 전범인 독일은 교육의 기본이 “살아 있는 생명체는 죽이지 마라”다. 어릴 때부터 그에 대한 체험 교육을 자연스럽게 시킨다. 우리는 어떤가. 벼도 실제로 본 적 없고, 소나무 잎이 2개인지 3개인지도 모르며, 전나무와 잣나무를 구분할 줄도 모른다. 나무도 친구가 되려면 이름을 알아야 한다. 이름을 부르지 않고 어떻게 친해질 수 있겠는가. 쓰레기를 분류 수거해라, 숙제를 안 하면 남아서 청소해라 이런 식의 교육은 필요 없다. 환경 자체가 재밌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이런 체험 교육과 함께 봉사 활동 또한 많이 시켜야 한다. 어른들은 스스로 환경 단체의 회원이 되어야 한다. 회원이 되면 단체로부터 정보도 제공받고 이를 실행하게 된다. 예를 들어 환경 관련 캠페인에도 나가보고 회비도 내봐야 한다. 미국 환경 단체의 경우 일 년 예산이 7천억원이다. 우리는 정부에 2백50조원가량의 세금을 낸다. GDP의 4분의 1을 내는데, 정부가 환경 개선을 위해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정부가 못한, 아니 안 한다면 우리가 해야 한다. 그게 시민 운동이다. 우리가 감시도 해야 하고 비판도 해야 한다. 물론 그게 말로써 끝나서는 안 된다. 여기 돌이 있다. 이건 절대 말로 저쪽 편으로 옮길 수 없다. 환경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상품을 쓸 때도 환경 친화적인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 절약형이라든지 천연 소재를 이용한 제품이라든지. 환경재단의 추진하에 롯데백화점 8층에 에코 숍을 만들어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것을 쓰는 것 자체가 작은 환경 운동이다.
이젠 더 크게 보자. 환경에 관해서는 사회 전체의 반향이 필요하다. 경제적인 지원도 그러하고, 정책적인 지원도 그렇다. 기업과 정부, 즉 제도권과의 협력 마케팅이 필요하다.
환경 운동 단체는 기업과 정부의 활동을 감시해야 한다. 환경재단에서는 기업이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환경경영연구소도 만들고 만분클럽이라고해서 기업 매출의 만 분의 일을 환경 개선을 위하여 기부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아토피를 치료하는 어린이 캠프나 환경 영화제도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경 현황은 세계 122등이다. 경제 규모 11위인 국가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환경 선진국을 만들기 위한 136환경 포럼을 만들었다. 문국현, 손학규, 이명박 등 대선 후보는 물론이고 여러 사회 지도층이 참여하고 있다. 또 환경 운동가 개인도 자연 친화적으로 살아야 한다. 나는 차도 없고, 에어컨이나 선풍기도 쓰지 않는다. 미국 사람처럼 살려면 지구가 7개 필요하고 우리나라 사람처럼 살려고 해도 지구가 2개 반 필요하다. 하지만 지구는 더 커지지 않는다. 우리가 이 정도 살려면 우리나라의 6배가 되는 다른 나라 땅의 에너지를 써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5%밖에 되지 않고, 면화나 철광석, 석유, 석탄 다 수입이다. 나무 또한 90%가 수입이다. 다른 나라의 나무를 잘라 이렇게 살고 있는 데 언제까지 이런 방식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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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현상
Photography 정재환(인물)
Photography 게티 이미지(배경)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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