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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본심

김강우는 20대 때 연기 잘하는 신인이었다. 금세 주연을 맡았다. 30대 때 역시 믿음직한 배우였다. 꾸준히 주연을 맡았다. 모난 곳 없는 배우. 30대 중반을 넘겨 그는 돌아본다. 이대로 괜찮을까? 이제 그는 반질반질한 제 몸에 상처를 낼 심산이다. 최근작 <찌라시: 위험한 소문>은 그 도전 속 한 걸음이다.

UpdatedOn February 27, 2014

▲ 재킷은 휴고 보스, 흰색 셔츠는 브룩스 브라더스, 카디건은 안토니모라토, 팬츠는 시에로,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난 <돈의 맛>에서도, 이번 <찌라시: 위험한 소문>에서도 넓게 보면 권력 변두리에서 치이는 사람을 맡았다. 요즘 그런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나?
딱히 그런 성향의 캐릭터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닌데…. 지금 <카트>라는 영화를 찍고 있는데 역할이 또 비정규직 노동자다. 누가 농담처럼 내게 사회파 배우가 되려고 하느냐, 입당하려고 하느냐, 이렇게 묻는다.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한 거다. 그런데 결과가 그렇다 보니 나도 어느 정도 그런 캐릭터에 흥미를 느끼고 있나 보다.

은연중에 끌리는?
딱 정의 내리기는 그렇지만 약자 입장에서 절대 권력과 싸우는 느낌 있잖나. 소시민적 영웅 같은 면에 끌렸을 수 있겠다. 솔직히 난 반대로 센 사람을 맡고 싶다. 센 사람은 위에서 지시만 하면 되잖나. 그런데 나는 몸으로 부딪히는 것밖에 할 수 없으니.

배우도 어떻게 보면 권력자다.
영화를 찍으면서 농담으로 연기자는 비정규직이라고 얘기한다. 사실 우리도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고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런 심리를 이해할 수 있겠더라.

이번 영화는… 무엇보다 ‘찌라시’라는 제목 자체가 세다.
표준어가 아니기도 하고, 비슷한 이유로 제목을 바꾸려고 했는데 대체할 만한 것이 없더라. 그래서 부제를 달았다. 제목 자체에서 오는 자극성이 좀 걱정된다.

보기 전에 기대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사실 이 영화는 거대 권력과 싸우려는 한 인간의 이야기다. 우리가 이야기하려는 찌라시와 관객이 생각하는 찌라시에 분명 간극이 생길 거다. 그 차이가 강하게 작용할까봐 걱정된다. 결과가 궁금하다.

◀ 재킷은 브리오니, 셔츠는 하레, 팬츠는 시에로, 뱅글은 판도라, 시계는 브라이틀링, 타이·행커치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찌라시는 배우와 밀접한 이야기다. 당사자가 될 수도 있으면서 보는 입장도 된다.
사실 남의 삶에 관심이 없다. 친구들이 그런 소문을 물어보기도 하는데, 내가 더 모른다. 오히려 그런 정보는 직장에서 더 활발히 교류하잖나. 나도 들으면 무척 궁금하고 재미있어 하지만, 그런 소문을 깊게 생각하진 않는다.

배우는 그런 소문보다 개봉작 별점에 더 민감하겠다.
아무래도 관객이 선택하는 기준이 별점이니까. 또 가장 빨리 접하는 것이기도 하고. 요즘 세대는 더 빨리 볼 수 있으니까.

찌라시와 별점이 비슷한 점이 꽤 있다. 빨리 확산되고, 단편적이면서, 왜곡되기도 하고.
조작될 수도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별점을 본다. 우리는, 아니 우리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난 그렇다. 영화인은 감안하고 보려고 한다. 하지만 대중은 믿으려고 하니까 어쩔 수 없다.


그런 것에 별로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
글쎄… 아닌 척하면서 속으로는 연연한다. 아무래도 흥행과 직결되니까.

상업 영화는 흥행이 최우선이긴 하니까. 하지만 꼭 좋은 영화가 흥행하는 건 아니다. 흥행과 좋은 영화, 돈과 하고 싶은 연기, 안정과 도전…. 배우로서 그 사이를 어떻게 절충하나?
그때마다 적절히 타협한다. 내 욕심대로 다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게 참 힘든 일이다. 내가 선택하는 입장이라면 정말 좋겠지만 내 입장과 저쪽의 입장이 다를 때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내가 좀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순간순간 길게 가기 위해 선택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하나하나 집착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요즘 돈이 좀 부족하니 일단 적당히 한 편 찍어야 하나? 그런 고민도 있을 테고.
어쩔 때는 그런 것도 있겠지. 반대로 내게 금전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참아야 하는 순간도 있고. 배우, 특히 예술 하는 사람들이 그런 것 같다.

▶ 재킷은 브리오니, 셔츠는 하레, 팬츠는 시에로, 시계는 브라이틀링, 타이·행커치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괜찮다고 하는 시나리오를 찾아보며 노리는 편인가? 아니면 매니지먼트에 들어오는 것 위주로 선택하나?
예전에는 후자 쪽이었다. 이제는 좀 많이 찾아보려고 한다. 매니저들도 나와 오랜 시간 있다 보니까 매너리즘 아닌 매너리즘에 빠진다. 빤한 걸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까 나 스스로 역으로 제안하거나 제안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런 도전적인 마음으로 결정한 영화는 뭔가?
근래 참여한 작품 중에 <결혼전야>가 그랬다. 지금까지 작품들과 비교해서 참 다른 행보였다.

그 기점, 혹은 마음 자세는 어떻게 생겼나?
복합적이다. 예기치 않게 형성된 나라는 배우의 분위기를 탈피하고 싶은 욕구일 수도, 여러 장르에 대한 욕구일 수도 있다. 자연스레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남녀 배우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랄까. 미국 같은 큰 시장에서는 한 장르를 평생 해도 인정받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힘들다. 길게 가려면 변해야 한다.

아무래도 김강우 하면 떠오르는 단정함?
사람은 누구나 그런 면들이 있는데 하나만 극대화해서 본 거 같다.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어서 어느 순간 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라고 소리 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런 점을 좀 희석시킬 수 있는 영화를 찾는 거다.

강렬한 한 방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면 김강우라고 하면 괜찮은 배우인 건 알겠는데, 그 나이대 연기 잘하는 배우인 건 알겠는데… 딱히 떠오르는 대표작이 없다.
그래서 <식객>의 반듯한 이미지가 유지된 거 같다. 그걸 상쇄시키려고 한다. 그 사이 캐릭터가 있는 작품이 흥행했으면 다른 이미지가 생겼을 거다.

이미지가 생기는 데도, 이미지를 바꾸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지난한 과정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그냥 좋은 쪽으로 단순화해야 한다. 어쨌든 길게 연기자 생활을 할 것이니까. 그래서 요즘 작품이 많아지는 것 같다. 생각하지 말고 해보자, 이런 마음이다.

이대로 쭉 반듯한 청년, 반듯한 중년 이미지로 연기하면 왜 안 될까? 싶은 마음도 있다. 변화무쌍한 배우가 좋은 배우라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쁘진 않지만 재미는 없을 거 같다. 배우로 사는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삶을 연기할 수 있어서니까. 계속 반복해서 연기하는 건 나 역시도 싫고 보는 사람도 싫을 거다. 어쨌든 과감할 필요가 있다. 남자 배우는 과감하게 갈 필요가 있다.

◀ 재킷·베스트·셔츠·데님 팬츠는 모두 랄프 로렌, 뱅글은 판도라, 시계는 브라이틀링, 타이·행커치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가장이 되면 용기보다 책임감이 생길 텐데.
뭐 매번 용기를 낼 수는 없으니 잘 섞어서 가야지.

재정적인 환경도 바뀌었을 텐데, 열심히 많이 찍어야겠다고 의욕이 생기나?
그렇다고 한 번에 두세 작품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잖나. 마음가짐이야 더 집중하고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변화했겠지만, 방법적인 것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일이 그렇다. 욕심 부린다고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욕심이 화를 부르기도 하니까.
숫자 싸움도 아니고.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좋다. 너무 신경 쓰면 사람 에너지라는 게 한정돼 있으니 고갈된다. 단순해지려고 한다.

덜어내야 더 채울 수 있는 옛 선인의 자세다.
잘하는 것과 힘들어하는 것, 그 선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힘든 부분에서는 위축될 거고 잘하는 부분에서는,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자만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딱 중간, 시소가 이쪽도 저쪽도 기울어지지 않은 딱 그 상태로 나를 두고 싶다. 정치적인 견해도, 삶의 지향점도 중도다. 그래야 어떤 캐릭터든 연기할 수 있는 거 같다.

언제든 변화하기 위해?
나 편하기 위해 그러는 거다. 단편적으로 이런 거다. 전작에서 몸을 만들었으면, 누군가 몸이 되게 좋겠네요, 하고 묻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음에 어떤 작품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평범한 몸으로 돌려놓는다. 근육질도, 살이 찌지도 않은 중간 정도로 만든다. 그런 개념이다.

생활 태도도 그럴 거 같다. 특히 결혼하고 상황이 많이 바뀌었을 텐데?
이 직업상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생각해야 할 때가 많다. 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선 생각해야 하니까. 하지만 가정이 생기니 그 부분이 많이 결핍되긴 한다. 그런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혼자 있었을 때 느끼지 못한 감정을 훨씬 더 많이 느낄 수 있어 다른 면이 충족되기도 한다.

하나를 잃었으니 하나를 얻는?
하지만 잃은 것보다 얻은 게 훨씬 많다. 예전과 비할 바가 못 될 정도로. 감성적으로 좀 더 인간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좀 더 인간이 되어간다니 이쯤에서 멋진 남자에 대해 묻고 싶다.
어려운 질문이다. 음…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집 같은 남자가 아닐까. 집안에 있지만 내가 집안에 있구나,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눈이나 비가 내릴 때 집에 있으면 집이라는 공간을 인식한다. 그렇게 인식할 만한 남자였으면 좋겠다.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안락하며,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그런 남자.

그런 남자가 되자. 우리 둘 다.

Photography: 김태선
Editor: 김종훈
Stylist: 김하늘
Hair: 혜진(순수)
Make-up: 서옥(순수)
Assistant: 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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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김태선
Editor 김종훈
Stylist 김하늘
Hair 혜진(순수)
Make-up 서옥(순수)
Assistant 박소정

201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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