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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수 있는 EPL

물론 돈세탁을 위한 혐의가 짙지만, 전 태국 총리인 탁신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시티를 샀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로 폐해가 많았던 한국 경제에 돈 많은 대기업이 결초보은할 적당한 방법이 하나 있다. 괜찮은 축구 팀을 하나 사서 한국 팬들에게 꿈을 주는 일이다. 어떤 팀을 사는 게 좋을까? 전문가 2명의 사견을 들었다. <br><Br>[2007년 10월호]

UpdatedOn September 19, 2007

Illustration 김창규 Editor 성범수

두눈이 충혈되는 고통(?)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새워 유럽 축구 리그를 시청하는 인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때맞춰 해외 자본의 유럽 시장 진출과 국내 기업의 스폰서십이 이어지며 국내 자본의 유럽 입성 가능성이 축구 팬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유럽 리그 중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를 가리켜 이른바 빅 3라 부른다. 국내 자본의 유럽 입성 대상을 빅 3에 한정해 타진한다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의 진출로 아무래도 친숙한 리그다. 영어권인 까닭에 상대적으로 접근과 소통에 어려움이 적다. 본질적으로는 부와 홍보 효과의 극대화다. 근래 프리미어리그의 시장 확대가 두드러진다. 리그 수입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돈과 명예를 좇아 전 세계 슈퍼스타들이 앞 다퉈 잉글랜드로 향하고 있다. 자연스레 리그와 구단의 수입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20개 팀이 벌어들인 수입은 모두 14억 파운드다. 2조6천3백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4배를 웃도는 폭발적인 성장세다. 2007~08 시즌 예상 수입은 무려 18억 파운드다. 수입과 투자의 증대라는 선순환 구조가 리그의 수준과 인기를 끌어올리며 유럽은 물론 북중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프리미어리그 TV 시청률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의 각국 TV 중계권료로 3년간 5조원을 챙겼을 정도다.
그야말로 매혹적인 투자처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 스포츠 자본이 프리미어리그로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미 프리미어리그 20개 팀 중 8개 팀(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포츠머스, 웨스트햄, 풀햄, 아스톤 빌라)이 외국인 자본에 흡수됐다. 국내 기업 중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첼시와 풀햄의 홈 저지 후원사로 나선 상태다. 또 하나 해외 자본이 프리미어리그로 몰리는 까닭은 구단 소유 구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의 거대 클럽은 주식 시장에 상장된 주식 회사 형태다. 때문에 수조원에 달하는 구단 가치 금액을 모두 지불하지 않더라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부 주식 취득만으로도 실질적으로 구단을 인수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중소 주주 그룹이 뭉쳐 공동 지배 구조를 확보할 수도 있다. 반면 스페인과 독일은 주식 회사 형태라고 하더라도 연고 도시 지자체나 소시오(서포터스 중심의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구단 소유권이 형성돼 있어 외부 자본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이탈리아도 자국의 정치인이나 명망가 그룹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외국인이 클럽을 인수하기 어렵다.
대상을 프리미어리그로 좁혔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클럽이 적합할까. 전제가 필요하다. 해당 기업 혹은 개인의 투자 여력, 투자에 따른 기대 수익의 유형(현금, 홍보, 명예 등), 대상 구단의 특징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가치, 즉 인수 자금은 클럽마다 천차만별이다. 미국의 대부호 말콤 글레이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 자금으로 1조3천억원을 쏟아 부었고 러시아 갑부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첼시를 인수하면서 선수 영입 자금을 포함, 1조원가량을 투자했다. 올해 초 조지 질레트와 톰 힉스가 공동 투자한 리버풀 매각 대금은 새 홈구장 건설 비용을 포함해 8천6백억원이었다. 국내 기업 혹은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너무나 큰 액수다. 삼성전자가 첼시 홈 저지에 로고를 새기는 조건으로 3년간 지불하기로 한 5천만 파운드(약 9백50억원)와 비교하더라도 차이가 크다.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현 이름값보단 미래 가치에 주목해 대상을 물색해야 한다. 물론 잘만 고른다면 비상장주처럼 대박을 터트릴 수도 있다. 중하위권 클럽은 인수 자금과 초기 투자 비용 등을 합쳐 적게는 2천억~3천억원이면 소유권 이전이 가능하다. 실례로 얼마 전 맨체스터 시티를 영입한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는 초기 투자 비용을 제외한 인수 자금으로 1천5백억원을 썼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핵심은 미래 가치다. 현재 클럽 포지션은 다소 떨어지나 긴 안목에서 살펴봤을 때 투자 가치가 있는 클럽을 골라야 한다. ‘추천 종목’은 선더랜드다. 선더랜드는 챔피언십(2부)에 머물다 지난여름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했다. 최상위 리그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3천5백만 파운드(약 6백65억원)라는 적지 않은 선수 영입 자금을 들였으나 시즌 초반 성적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일각에선 챔피언십 재차 강등을 언급하기까지 한다. 힘겨운 행보이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이 외려 기회다. 한창 주가를 올리는 팀이라면 그만큼 기회비용이 큰 법이다. 프리미어리그 해외 자본 러시의 스타트를 끊은 풀햄의 경우를 따지더라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영국 굴지의 백화점 체인 해로즈의 소유주인 이집트 출신의 모하메드 알 파예드는 1997년 풀햄을 인수했다. 당시 풀햄은 3부 클럽이었고 때문에 인수 자금은 3천만 파운드(약 5백60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풀햄은 4년 뒤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했고 그 가치는 몇 갑절 폭등했다. 시장 경제학 관점에서 본다면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선더랜드의 미래 가치는 크다. 우선 영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슈퍼스타 로이 킨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다. 성적을 떠나 로이 킨이라는 이름값만으로도 선더랜드의 가치를 논할 수 있을 정도다.
또 프리미어리그 최고 라이벌 경기 중 하나로 불리는 북동부 더비의 주인공이다. 지역 라이벌 뉴캐슬과의 일전은 매번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흥행 요소가 적지 않은 선더랜드다. 문제는 전력의 보강이다.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하며 주축 선수 절반 가까이를 교체한 탓에 전력이 불안정하다. 특히 좀처럼 터지지 않는 공격 라인이 근심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키에런 리처드슨, 카디프 시티에서 마이클 초프라, 사우스햄튼에서 케인 존스, 버밍엄 시티에서 앤디 콜 등 공격수들을 영입했으나 신통치 않은 초반 레이스다.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확실한 한 방을 터트릴 수 있는 대형 스트라이커의 보강이 필요하다. 아일랜드 색채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선더랜드의 구단주는 아일랜드의 축구 영웅 니얼 퀸이다. 로이 킨 감독 또한 아일랜드 출신이다. 그 영향으로 안소니 스토크, 대럴 머피, 데이비드 코놀리, 그램 카바나그, 리암 밀러 등 선수 여럿이 아일랜드 출신이다. 구단을 인수한 뒤 이러한 아이리시 라인을 급작스레 바꾸려 하다가는 적잖은 반발에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인위적인 변화보다는 영국 지배에 시달렸던 아일랜드의 아픈 역사를 이해하고 함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인이라면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인지라 공동 행보가 어렵지 않은 선더랜드라 할 수 있다.
박문성(SBS 축구해설위원)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은 이탈리아 세리에 A의 팀들이었다. 이탈리아 서포터스의 응원 문화와 팬들의 의식이, 진정한 프로리그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1996년 이후의 K리그와 견줘 비슷한 면이 많다. 세리에 A는 대형 현수막이 경기장 곳곳에 걸려 있고 연막탄과 깃발, 각종 천 등이 관중석을 화려하게 뒤덮는 시각적 응원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러한 이탈리아의 응원 방식은 1970년대부터 싹트기 시작해 가까이는 동유럽과 북유럽, 멀게는 중남미와 아시아의 한국까지 번져나갔다. 덧붙여 반도 국가의 국민성까지 똑같으니 국내 기업이 마음먹고 이탈리아 팀들을 사들인다면 적어도 관리 면에서는 어려움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세리에 A는 정치적인 색깔이 짙고 승부 조작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다. 또 유럽에서 개방적인 리그 가운데 하나로 꼽혔지만 이제는 지난 얘기가 됐다. 2002~03 시즌 이후에는 외국인 선수의 수를 줄이려는 규정을 새로 만들어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이 세리에 A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부자 구단이야 상관 없지만 세리에 A의 가난한 팀들은 파산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기업의 목표는 이익의 극대화다. 저렴한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세리에 A의 매력은 높지 않아 보인다. 세리에 A보다는 해외 자본이 집중되어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인수 대상을 고려해봄 직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프리미어리그의 풀햄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 먼저 프리미어리그의 높은 상품 가치가 첫 번째 이유가 된다. 전 세계 2백여 개의 리그 가운데 프리미어리그는 축구 산업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적극적인 개방 정책으로 면모를 새롭게 한 프리미어리그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매력 있는 투자처가 됐다. 단적인 예로 1992년 2백40억원에 불과하던 프리미어리그 TV 중계료는 지난해 1조2천억원으로 치솟았다. 프리미어리그의 시장 규모가 이미 4백조원을 넘어섰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자산 가치는 1조3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세계적인 기업의 후원도 잇따라 프리미어리그의 상품 가치는 앞으로도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기대된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풀햄은 영국의 수도인 런던 연고 팀이다. 영국 제1의 도시 런던은 매력적인 곳이다. 런던은 영연방 인구 6천만 명 가운데 8백만 명이 모여 살고 있다. 버밍엄, 맨체스터, 글래스고 등 영국의 다른 도시와 견주어도 시장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 런던의 번화가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 귀를 기울이면 영어는 물론 전 세계 언어를 접할 수 있다. 런던은 규모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끌어안고 있는 글로벌 도시다. 런던의 축구 클럽을 인수하면 런던의 특징을 장점으로 소화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입장료 및 구장 편의 시설 사용료, 그리고 캐릭터 상품 판매와 미디어 노출 효과는 런던 외의 클럽에 비해 훨씬 우위에 있다. 런던은 풀햄 외에도 2007년 현재 아스날, 첼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토트넘 핫스퍼 등의 클럽들이 연고지로 삼고 있다. 크리스털 팰리스, 찰튼 애슬레틱, 밀월 등의 클럽도 런던에 있지만 이들은 프리미어리그 소속이 아니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2부리그)의 차이는 크다. 아스날과 첼시, 토트넘 등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만큼 자산 가치가 높다. 그만큼 국내 기업의 인수 가능성이 사실상 높지 않다. 이 밖에 웨스트햄은 런던의 빈민촌인 이스트엔드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축구에 대한 열기는 높지만 상품성은 떨어진다. 반대로 풀햄은 런던의 대표적인 부자 동네로 꼽히는 첼시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지하철을 타고 첼시의 홈구장 스탬포드 브리지로 가려면 풀햄 브로드웨이 역에서 내려야 한다. 풀햄 브로드웨이 역에서 풀햄의 홈구장 크레이븐 카티지는 걸어서 약 15분 거리에 있다. 풀햄의 구단주는 런던 해로즈 백화점의 주인이기도 한 부호 알 파예드다. 수년 전만 해도 알 파예드 구단주가 풀햄을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축구단 운영보다 백화점 경영에 더 큰 관심을 내비쳐왔다. 일례로 알 파예드는 2005~06 시즌 전까지 앤디 콜(선덜랜드), 에드빈 반 데 사르(맨유), 루이스 보아 모르테(웨스트햄), 스티드 말브랑크(토트넘) 등 알토란 같은 선수를 내보냈던 데 비해 이름값 높은 선수의 영입에는 인색했다. 올 시즌은 얘기가 조금 다르다. 알 파예드는 13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데 2천5백만 파운드(약 4백75억원)의 돈을 썼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으로 떨어질 뻔했던 위기 의식이 이런 투자를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여전히 알 파예드 구단주의 속내는 모른다. 축구에 관심이 높지 않았던 그의 성격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고 보면 그의 이번 투자는 풀햄의 중위권 도약이 아닌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위해서다. 앞에서도 말했듯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의 차이는 크다. 풀햄이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해야만 알 파예드 구단주는 제값을 받고 풀햄을 팔 수 있을 것이다.
김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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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Illustration 김창규
Editor 성범수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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