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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카페 주인이고 싶다

On August 22, 2007

당신은 아침을 기대로 시작합니까, 아니면 한숨으로 시작합니까. 지긋한 직장 생활에 비상구가 될 만한 일을 생각하고 있다면, 카페는 어떤가. 청담동,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에 터를 잡은 카페 사장들의 행복한 창업기를 들어봤다.<br><br>[2007년 9월호]

Editor 김민정 Photography 김린용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녹록지 않은 직장 생활 7년 차 선배가 말했다. 자기가 사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그는 매일 소심하게 4포인트 글자로 ‘사직서’를 작성한다. 하지만 차마 그것을 낼 자신도 없던 그가, 어느 날 카페를 차리겠다고 했다. 그는 지겨운 대학 생활의 빈틈을 채워주던 동아리방 같은 곳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생활 3년이 다 되어가는 내가 생활 템포의 지루함을 살짝 느끼기 시작했고, 7년 차의 선배는 사직을 꿈꾸고, 그 이상의 회사원들은 불안과 초조로 삶의 회의까지 느끼며 살아간다. 당신도 자궁 같던 따뜻한 동아리방이 그립다면, 여기 이 3명의 카페 사장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그들이 두 소매를 걷어부치고 카페를 권하는 이유, 그리고 창업 무용담을 들어봤다.
내가 추측하는 당신의 상태는 이렇다. 어느 날부터 내문서 폴더 한구석에 ‘사직서.doc’ 파일이 출현하기 시작했고, 상사의 압박과 후배들의 도발에 힘겨운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땅히 다른 일을 시작하자니 그 흔한 한식 조리사 자격증도 없고, 딱 치킨집 사장으로 전락하기 쉬운 상태다. 그런 당신도 6개월의 준비 기간과 2억원 상당의 노후 자금이 있다면 카페 사장이라는 고상한 명함을 손에 쥘 수 있다. 하지만 점심시간 메뉴도 못 고르는 성격에 블랙 수트에 흰 양말을 신는 노센스라면 차라리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거나, 치킨집을 하길 권한다. 카페를 하려는 사람에게 기술은 필요 없지만 ‘취향’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걸 이끌어갈 고집도 필요하다. 그런 내적 요소를 갖췄다면 이제 카페의 콘셉트에 따른 장소를 섭외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 카페 인구는 6백만 명에 달한다. 카페 산업이 붐임에는 틀림없다. 그 붐의 본거지로는 카페도 기업화되어 있는 청담동 일대와 캐주얼한 홍대, 그리고 그 둘을 적절히 믹스한 삼청동과 신사동 가로수길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청담동은 대량생산 스타일로 규모도 크고 최대한 편안함을 부각시키면서도 청담족의 럭셔리한 취향에 맞춰야 한다. 최근 청담동 카페의 신모범답안을 제시한 ‘페이퍼 가든’과 ‘미엘’의 컨설팅을 맡은 박민수는 카페를 열기 전에 콘셉트을 확고하게 잡으라고 한다. 그는 콘셉트는 자신의 안에서 나온, 즉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준비 기간은 6개월 정도 두고 그동안 자신의 취향을 확실히 드러낼 인테리어와 메뉴를 정하는 것이다. 카페 미엘의 경우 10억여원 이상 투자된 대규모 카페로 믹스&매치를 기본 콘셉트으로 하여 청담 동민들 특유의 고급스러움에 편안함이 녹아내리게 했다. 믹스&매치는 ‘따로 또 같이’라는 느낌으로, 획일화된 테이블과 의자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다양한 것들을 한곳에 모아두는 것이다. 그는 처음 카페를 하는 사람이라면 우선, 인테리어 업자를 통하기보다는 직접 발품을 팔며 자기가 원하는 것들로 카페를 채우라고 권했다. 또 카페를 하려는 사람들의 요건에 대해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자부심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도 좋아할 것이라는 용기 말이다”라고 했다. 6백만 명 카페 인구의 입맛을 모두 맞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신의 취향과 비슷한 사람들이 손님으로 온다면 그것은 차를 파는 것 이상의 만족감이 있다. 그는 지금까지 4군데의 카페-2000년대 청담동의 카페 문화를 이끌었던 ‘튜브’와 ‘컴’을 거쳐 -에서 일했지만 카페가 수익을 내는 것은 의외로 쉽다고 했다. 그가 일했던 ‘컴’이라는 카페는 수익이 나기까지 1년이나 걸렸지만 최근 페이퍼 가든과 미엘은 1달여 만에 수익을 낼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는 그 현상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컴은 우리가 원하는 손님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페이퍼 가든이나 미엘은 손님이 무분별하게 들어온다. 만일 우리가 원하지 않는 손님들로 채워지면 지속성과 독특성 둘 다 잃게 된다. 시간을 충분히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요즘같이 의도하지 않은 홍보-블로거들에 의한-가 마냥 좋은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건 중요한 포인트이다. 쉽게 남의 참견에 휘둘리는 혹은 훼손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오래 갈 수 있다. 메뉴의 경우 종류를 많이 하기보다는 오히려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커피는 종류가 워낙 많아 승부를 내기 힘들다. 오히려 디저트 부분을 공략하는 편이 낫다. 만일 파이만 구워야지 하면 파이 전문 카페가 된다. 커피와 주스 서너 종류에 파이, 그리고 여기에 파이와 관련된 음료들로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다. 카페 문을 연 다음부터는 그 콘셉트를 지켜나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직원 관리다. 미엘에는 총 13명의 직원이 일하며 그들에게 근무 외 수당이나 휴일 수당을 지급하는 등 웬만한 기업 못지않은 혜택을 준다. 그럼으로써 장기간 함께할 수 있는 직원들이 늘게 되고, 이들은 카페를 자신의 것처럼 여겨 친절한 서비스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미엘은 카페의 공간 일부를 할애하여 신진 작가들의 전시장으로 꾸몄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시 내용을 바꾸며 현장에서 전시품이 판매되는 경우 카페와 전시자가 3대 7로 수익을 나눈다. 그 수익을 이용하여 메뉴판을 바꾸거나 홍보 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다.

청담동에 카페를 여는 것이 좀 부담된다면 신사동 가로수길과 같이 최근 뜨는 곳도 적당하다. 지난해 10월에 문을 연 카페 별은 독특한 콘셉트로 비교적 빠르게 유명해진 곳이다. 이곳의 오너 안진선은 단 두 달 만에 카페 준비와 오픈을 마쳤다. 그는 음악과 경영학을 전공해 평소 예술 경영에 관심이 많았다. 직장 생활을 그만두면서 카페를 열 생각을 했고, 그곳이 단순히 찻집이 아닌 유럽처럼 문화가 있는 카페를 만들기로 했다. “사실 요즘 카페에 단순히 커피만 마시러 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커피 맛은 기본이고 다른 특징이 필요하다. 평소 빈티지 가구를 모으는 것이 취미였고 그것을 이용한 카페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그들은 그 빈티지 가구들을 보며 얘기를 나누게 될 것이고, 그게 우리 카페의 특징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애초에 모든 것을 자신이 하기로 마음먹고, 디자인 관련 분야에 종사하던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카페를 꾸몄다. 우선 자신의 맘에 들어야 자신의 카페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오너는 모든 것을 알고 리드해가야 한다. 그는 준비하는 2개월간 커피콩 선별부터 로스팅, 카페 별의 메인 메뉴인 와플까지 자신이 직접 공부하고 만들었다. “카페 오픈 초기 3개월 정도는 아침부터 마감할 때까지 카페에서 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부터 계산, 서빙까지 주인이 직접 해보는 것이 이후 직원을 교육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그 또한 직원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그는 오픈하기 한 달 전부터 미리 직원을 뽑아 테스트해보는 것도 좋다고 권했다. 직원과 같이 준비하면서 서로 맞출 수 있고 그들 또한 오픈 멤버로서의 책임과 자부심을 느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오픈 이후에는 그만의 노하우로 직원 관리 매뉴얼을 만들게 되고 점점 어떤 식으로 직원을 관리해야 될지 깨닫게 되었다. 요근래 제 2의 삼청동으로 불리는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별과 같이 50평(1, 2층 합하여) 정도의 카페를 하려면 10억원 정도는 족히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카페 별은 흔히 볼 수 없는 고가의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가구와 제품으로 꾸며 초기 투자 비용이 컸다. 인테리어가 독특하다보니 이를 구경하려는 디자이너나 사진가들의 출입이 잦고 이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니 그쪽 방면의 손님들이 많아졌다. 그가 꿈꾸던 카페가 완성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좀 더 현실적인 홍대의 카페였다. 카페 천국 홍대에서 30평 남짓한 ‘작업실’이란 북카페를 운영하는 김진태. 그는 본업이 방송 작가로 우리가 고민한 것처럼 직장 생활에 불안을 느끼던 사람이었다. 처음 그는 단순히 조용한 작업실이 필요했다. 그래서 여의도 일대를 돌며 공간을 찾던 도중 작업실로도 쓰며 돈도 벌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업실 겸 카페를 열기로 했다. 그가 처음 ‘작업실’이라는 이름의 카페 문을 연 2006년 3월에는 그의 카페 자리 주변에 세탁소 정도밖에 없는 한적한 골목이었다. 아이로니컬하지만 이게 카페의 콘셉트였다. 조용하고 한적하여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장소는 그 외에도 많은 이들이 원하던 공간이었다. 방송 작가인 그는 북카페를 자연스럽게 구상하게 되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은 나의 본업이랑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집에 책이 많았고 추억과도 같은 그의 책들을 주제로 한 카페를 만들기 시작했다. 카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후 그는 생활 주변의 것들을 하나하나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그가 일하던 SBS 방송국 테이블에는 중앙에 콘센트가 있었다. 이건 노트북을 주로 이용하는 작가를 위한 배려였다. 이후 자신의 카페에도 작업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테이블마다 콘센트를 설치했다. 그리고 그는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고 자신의 카페에 적용할 방법을 생각했다. 일이 아니라 취미처럼 하다보니 남들이 제일 괴롭다는 창업 시간조차 그에게는 즐거웠다. 투 잡으로 운영하는 작업실의 경우 주로 회사 일이 끝나는 저녁에 카페를 찾기 때문에 직원의 중요성이 더 컸다. 그는 직원을 뽑을 때 인터뷰를 30분 이상 한다. 호구 조사부터 혈액형까지 집요할 정도로 묻는다. 현재 1년 반 정도 카페를 운영하며 투자 비용을 모두 회수할 정도로 수익이 나진 않았다. 하지만 카페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카페를 통째로 팔라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만일 팔면 투자 비용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팔 생각은 없다. 여긴 직장이 아니다. 나의 놀이터와 같은 곳이다”며 고개를 젓는 그는 새벽 카페 마감 후 자신의 가게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의 맛을 세상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라고 했다.
이 세 지역은 이미 너무 뜬 곳이기에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높은 권리금과 많은 경쟁 카페들로 오히려 고생할 수도 있다. 미엘의 박민수의 경우 앞으로 해방촌이나 삼각지, 부암동 쪽이 유망하다고 했다. 현재 권리금이 없는 부암동은 1억원 정도로도 창업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당신만의 놀이터를 꾸미고 싶지 않은가. 그래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제일 잘 아는 곳이 최적의 장소라는 것도 덧붙였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창업의 노하우는 의외로 간단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콘셉트를 잘 잡는 것이 우선이다. 이건 당신이 내일 제출하기로한 3/4분기 판매 호조를 위한 기획안의 콘셉트와는 개념이 다르다. 그저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한 맥락으로 정리하는 것이고, 이건 오히려 당신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물론 그 콘셉트 후에 사업자 등록부터 자금 관리, 메뉴 개발 등등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소소한 일들이 많다. 결코 낭만만 있는 직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만족감이 높은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홍대 카페 창업의 신화적 존재였던 ‘비하인드’의 오너 김의식은 말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선’이었던 현재를 ‘최선’이 되도록 변화시키기 위해 카페를 열라고. 맞는 말이다. 당신이 꿈꾸는 것은 지금 직장 생활에서 얻지 못한 ‘새로운 삶’이여야 한다.

당신은 아침을 기대로 시작합니까, 아니면 한숨으로 시작합니까. 지긋한 직장 생활에 비상구가 될 만한 일을 생각하고 있다면, 카페는 어떤가. 청담동,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에 터를 잡은 카페 사장들의 행복한 창업기를 들어봤다.<br><br>[200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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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린용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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