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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Holemate

같은 여자와 각기 다른 밤을 보낸 두 남자. 그들은 그렇게 동서지간이 되어버렸다. 속된 말로 `구멍 동서`가 되어버린 친구 둘과 에디터와의 삼자대면.<br><br>[2007년 8월호]

UpdatedOn July 21, 2007

Photography 기성율 Editor 이현상 assitant 김창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에디터의 친구 A에게는 가끔 만나 술 마시는 여자 S(그들은 그녀를 색녀라 부른다. 그래서 자연스레 S녀가 되었다)가 있다. 몇 주 전 나이트클럽에서 이 둘은 제대로 눈이 맞은 듯하다. 사건이 있은 그날도 A는 S와 그리고 S의 또 다른 여자친구와 함께 삼겹살과 인생사를 안주 삼아 술잔을 비워나갔다. A는 그 와중에 막역한 친구인 B를 불러냈다. 나이트클럽을 같이 갔던 터라 B는 S와도 구면이었다. 그렇게 소주를 한 병씩 비운 뒤 아쉬움이 남자 그 넷은 혼자 사는 S의 집으로 맥주 몇 명을 사가지고 들어갔는데, 그때부터가 사건의 시발점이 되었다. 술잔이 몇 차례 오고 간 뒤 A는 취기 때문인지 졸리기 시작했고 방으로 들어갔다. B가 화장실에 간 사이, S는 A가 들어간 방으로 들어갔고,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은 B는 은근슬쩍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점잖은 노크와 함께 ‘뭐 하냐?’란 뻔한 말을 하면서. 거사를 치르려던 차에 무안해진 A는 방을 나왔고, 그 자리에 남은 B와 S가 대신 화끈한 밤을 보낸다. 밖으로 나온 A는 거실에 혼자 남은 S의 친구와 술을 마시며, 야릇한 분위기를 느껴야만 했다. 일을 치룬 B는 바로 그 자리를 떠났고, 이해하기 어려우나 A는 다시 S와 잠자리를 가졌다. 그렇게 그날은 지나갔다. 술자리에서 꿈같은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들의 심리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하룻밤 사이 같은 여자와 제각기 잠자리를 한 셈 아닌가? 그것도 촌각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가까운 시간에 말이다. 직접 만나서 얘기했다가는 배가 산으로 갈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어찌나 만나면 하루 종일 그 얘기만 해대는지 야한 영화 1백 편을 섭렵한 기분이 든다.) 그들을 메신저로 불러 모았다.

[A님이 입장하셨습니다]
Editor (이하 E) : 그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파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 사명감을 가지고 진술해줘.
친구 A (이하 A) : 교통 정리나 잘해라. 막말 나올지도 모르니까. ㅋㅋ
[B님이 대화에 참여하셨습니다]
친구 B (이하 B) : 진행자님. 오늘 리얼한 100분 토론이 되는 건가요?
A : 조용히 해.
E : 어서 와라. 너희들 말고도 내 주위 많은 사람이 그런 경우가 있더라.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잠자리를 한 경우, 흔히 그런 관계를 ‘구멍 동서’라고 하잖아. 그런데 어감이 좋지 않으니 이제부터 홀메이트(Hole Mate)라 하자. 내가 궁금한 건 니들의 심리 상태다. 먼저 B에게 물을게. 결국엔 너가 먼저 S와 잠자리를 했으므로, 나름 승자의 기쁨이라든가 가진 자의 쾌감 같은 걸 느꼈을 듯한데 어떠냐?
B : 솔직히 승리의 쾌감 같은 건 없어. 왜냐하면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자리였고, 술 기운도 있어서 이성보다는 감성과 본능에 충실했기 때문에 말야. 그냥 갑자기 하게 되어서 좋았던 것 같다. 승리의 쾌감보다는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랄까?
E : 헉. 무서운 놈.
A : 저 자식 말하는 것 좀 봐라. 완전 재수 없어.
E : 여기서 질문 하나 더 들어간다. 그럼 A가 방에 있는 걸 알았는데도 들어간 이유는 뭐지? 심리가 궁금하다(어쩌면 정신세계가 더 궁금한지도).
B : 그건 술자리에 친구를 놔두고 여자랑 사라진 놈에 대한 응징 정도랄까? 크크. 게다가 그날 S의 옷차림은 충분히 이성을 노예로 만들기에 충분했다고. 아무래도 생각할 겨를 없이 본능에 사로잡힌 것 같다.
A : 미친. 쯧쯧쯧.
E : 자자. 조용해봐. 그럼 A에게 묻겠어.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B가 위너고, 넌 루저야. 이건 어쩔 수 없는 결론이지. 까치도 남이 파먹은 배는 다시 안 먹던데.
A : 아. 너무 억울해서 잠이 안 온다.
B : 크크크. 억울하면 물릴까?
E : A야.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진 여자와 또다시 관계를 가진 기분을 이야기해봐.
A : 솔직히 조금 그렇더라. 사정한 후에야 이성을 찾았는데, 약간 후회스럽더군. B가 이미 관계를 가졌다는 것을 확신하는데도 본능이 움직이는 그 느낌은 뭐랄까? 어쩔 수 없이 남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도 그 순간에서는 잊을 수 있다는 살벌함….
E : 이렇게 표현하면 너무 직설적인가? 이미 엎질러진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 먹고 싶은 기분?
A : 그것보다는 조리퐁에 우유를 말아놓고 갑자기 전화 통화를 하다 죽도 아니고 과자도 아닌 조리퐁을 먹는 기분….
B : 언어의 마술사. 너 그 입으로 순진무구한 여성들을 노리고 다니냐?
A : 피차 마찬가진걸?
B : 적절한 은유가 떠올랐는데 해볼까? 누군가 흰밥에 맛있는 김치찌개를 비벼 먹었는데, 설거지 하지 않은 밥그릇에 다시 밥 먹는 기분일걸? 안 그래?
A : 개놈.
E : S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웃겨서 배가 아프다.
(중간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다, 또 다른 기가 막힌 일화가 나오기에 중단시키기를 여러 차례. 군대 이야기 이상으로 무용담이 많은 것이 야화임을 또다시 느꼈다.)
E : 얘들아, 이야기에 집중해줘. 둘한테 묻겠어. 누가 먼저고 나중을 떠나서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친구들 사이에 홀메이트가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냐?
A : 응. 지난 이야기지만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딱 잘라 말하 마. 서로 옆방에서 안마도 받는 사인데 그 정도야 추억이지. 이렇게 얘기까지 할 정도면 그냥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추억인거야. 친구니까. 술안주 삼아 이야기할 만한….
E : 너는?
B : 추억이라 하기엔 너무 미스터리하게 남는다. 크크(그들은 그 방에 들어가게 된 경위를 술이 취해서 자세히 기억하지 못했고 의견이 서로 엇갈린 상태였다.) 난 홀메이트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어차피 그 S는 우리 둘 다 진지한 관계는 아니었어. 만약 A랑 S가 진지하게 사귀거나 하는 관계였다면 내가 진짜 죽일 놈이지. 진짜로.
E : 너의 과오를 인정하는구나.
B : 나도 사람인데 아마 그러지 않았을 거다.
E : 역시 너희들은 진정한 친구다.
A : 근데 저놈 고등학교 때 남의 도시락 몰래 훔쳐 먹을 때부터 알아봤어.
E : 학교 선후배 사이나 직장 동료 사이에 홀프렌드가 생겼다면 이야기는 분명 달라지겠지?
A : 당연한 거 아냐?
B : 보기 좀 그렇겠지. 서로 못 보지.
A : 힘들지. 돈 주고 여자를 사는 거 아니면 몰라도.
E : 아, 이 글을 읽을 여성 독자들을 생각하니 매장될까 두렵다. 너희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주위 인생 선배들과 다른 친구들한테 홀프렌드 경험이 있는지 좀 물어봤어.
A : 비일비재하지?
E : 어. 그렇더라. 역시 군대와 회식이 큰 문제고, 어린 시절 채팅 역시 불행의 근원이더군. 들어봐. 군인 시절에 6명이 함께 휴가를 나왔는데, 다방에서 한 여자 종업원을 꼬인 거야. 그러고는 한 방에서 여섯 명이 한 여자를 차례로 범했단다. 그 마지막 사람의 기분 생각해봤어?
A : 운명 또는 지긋지긋한 계급에 대한 슬픔을 느꼈겠군(거기에 이등병이 있었다면, 그 친구가 마지막이었겠군).
E :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없을까?
B : 우리에겐 과학의 결정체 콘돔이 있지 않냐? 크크크
E : 역시 그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군. 마지막인데도 시도했다면 역시 이성보다는 본능이 앞선 하이에나라 생각된다.
A : 난 여섯째 남자보다 두 번째 남자가 더 찝찝할 것 같은데?
E : 왜?
A : 이미 세 번째부터는 포기한다더라고. 크크크
E : 그럼 직업 여성과의 하룻밤은 어떠냐? 여자를 돈 주고 사는 거면 무수히 많은 남자들과 홀프렌드를 맺은 거잖아? 또 다른 얘긴데, 내가 아는 선배와 선배 친구가 유흥업소에 갔단다. 직업 여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데 20~30분이 지나도 안 들어오더래.
B : 이미 예상되는데?
E : 말 끊지 말고. 그런데 직업 여성 하나가 갓 샤워를 한 모습으로 나타나더래. 결국 한 여성이 두 방에서 친구 사이를 왔다 갔다 한 거였어.
A : 그러니까 그건 홀프렌드로 단정할 수 없다는 거야. 왜냐하면 이미 그 사람들은 돈을 주고 거기를 간 거고, 수많은 남자들을 상대하는 여자는 진정한 홀프렌드가 될 수 없어.
E : 그래? 니들도 그랬던 거 아니야?
A : 야, 장난해? 우리는 그런데 안 간다. 돈 아까워.
E :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자. 친구 사이에 홀프렌드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냐?
B : 여자만 쿨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A : B 말에 동감한다. 난 홀프렌드를 서로 지켜주자는 생각이야. 여자가 쿨하게 인정한다면 말이야.
E : 너희 진짜 못됐구나. 내가 너네 같은 아들을 뒀으면 벌써 머리 깎아 절로 보냈다.
A : 솔직히 섹스라는 게 성인 남녀라면 자연스러운 거고, 타인의 협박이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기 의지에 따른 거라면 문제될 게 뭐가 있어? 요즘 혼전 순결 지키는 사람이 어디 있냐? 연예인들 봐. 결혼하기 전에 애 먼저 덜컥 만들어놓고 결혼 발표하잖아. 어차피 이 세상 순결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다고 본다.
B :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S랑 관계를 하기 전에 자연스럽게 섹스에 대해 이야기했고, 자신이 쿨하다고 말하더라.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녀도 나도 그 분위기를 탄 거야.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점은 없다.
E : 나도 남자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너희의 생각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해. 그렇지만 여자들의 입장(최소한 중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너희는 극악무도한 놈들인데, 그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분명 인권 면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 가끔 보면 여자를 그 자체로 바라보지 않고, 성적인 대상으로만 생각한다고 여겨질 때가 있거든. 그건 심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지만 너도 여동생이 있잖아?
A : 그래. 우리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 단순히 즐기는 것에 문제가 있는 거. 사랑해서 같이 자는 게 아니라, 성적인 만족을 위해 자는 것이 문제라는 것. 아, 근데 술만 먹으면 솔직히 생각이 나는데 어쩔 거야. 혹시 이거 누구인지 발설하면 넌 진짜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라.
E : 잘못하고 있는 줄은 아나보네. 크크.
B : 그래. 그래서 이제는 좀 자제해볼까 하는데, 말을 들을까 모르겠다. 얼른 결혼해서 자리를 잡든가 해야지. 안 되겠다.
A : 야, 넌 결혼해도 안 돼.
B : 너나 잘하시지?
E : 문득 생각난 건데, 나 이러다 드라마에서 고현정이 다니던 <쎄시봉> 같은 잡지에 가게 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친구 잘 둔 덕에….
A : 넌 그게 딱 어울린다. 내가 봐도.
B : 암만. 크크크
E : 긴 시간 대화에 참여해 열띤 논쟁해준 거 진짜로 고맙다. 이거 스크랩 잘해놓고 타임캡슐에 저장해놨다 너희 결혼할 때 주례 선생님께 드릴까봐.
A : 죽고 싶은 거지?
B : 사회자 님아 너라도 안전하려고? 야, 우리는 한 배를 탔어. 왜 이래?
E : 이상으로 섹스 100분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지금부터 사회자는 대화 내용을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아침 해가 떠서는 이 이야기를 끝마치기 부끄러울 것 같아 지금부터 원고를 써야겠다.
A : 수고했다.
[A님이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B : 졸려. 바바이.
[B님이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새벽 두 시. 대화가 끝난 후 봉지 커피 한 잔을 타 들고 테라스로 나갔다. 희미한 별빛 아래 아파트의 드문드문 켜 있는 미등이 왜 이리 낯 뜨겁던지.
또 길 건너 안마 시술소의 핑크빛 네온사인 탓에 내부가 상상이 되어 머리를 움켜쥐고, 커피를 놔둔 채 사무실로 들어와버렸다.
아직 한 사람을 위한 사랑을 철저하게 믿고 있는 에디터로서는 나의 친구들이 흥미롭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그러나 그들을 만나게 될 착한 여자들을 생각하니 그들에 대해 반기를 들고 싶어졌다.
누가 옳고 그른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성인들이고, 자신의 일은 자신이 책임지는 거니까. 그러나 예수님, 부처님이 이 얘기를 들었다면 아마 가엾은 양이라며 머리를 쓰다듬거나, 보리수 밑으로 끌고 가 당신에게 참회의 시간을 주려 했을 거다 . 미안하다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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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기성율
Editor 이현상
assitant 김창규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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