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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 Time

차가운 외모에 돌발적인 농담을 쏟아내는 배우 김주혁을 만났다. 대소사 없는 그와 어렵지 않게 문답을 나눌 수 있었던 건 그에게 느껴진 의외의 살 냄새 덕분이었다. 조금 튀어나온 배를 꼭 집어 보여주는 그 인간적인 모습 말이다. <br><br> [2007년 8월호]

UpdatedOn July 20, 2007

인터뷰 내내 배우 김주혁이 함구한 것이 있었다. 그건 새 영화 <푸른 곰팡이>에 출연하기로 한다는 것이었다. 인터뷰 전날, 인터넷에 이 소식이 노출됐다는 걸 김주혁은 모르고 있었던 거다. 촬영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고, 크랭크업될 때까진 신중을 기하겠다는 그의 무거운 입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따끈한 소식이었지만, 그에 대한 어떤 질문도 준비하지 않았던 에디터의 미숙함이 담긴 인터뷰는 남자들의 공통 관심사인 여자로 그 서막을 활짝 열었다. 

난 인터뷰할 땐 남자 배우와 하는 게 더 편안하지만, 기분은 여자 배우와 할 때가 더 좋은 거 같다.
아아, 그건 당연하다.

기자의 성별에 따라 인터뷰할 때 다른 면모를 보이나?
그건 아니다. 

어떤 기자가 싫은가?
뭐, 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오는 기자들이 있더라. 옛날에는 한번 대결 구도로까지 갈 뻔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 뭐 하시느냐고 물어보더라. 그때부터 대결 구도가 돼서….

‘브레이크(BREAK)’라는 말엔 ‘휴식’, ‘깨다’, ‘그만두다’ 라는 뜻이 있다. 그중 어떤 느낌이 가장 먼저 와 닿나? 이번 촬영 주제가 브레이크다.
난 그냥 한량이다. 휴식이 좋다.

특별하게 취미 생활하는 거 없이 그저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던대?
난 아무래도 한량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 그게 편하다. 취미 생활하는 게 없다가 요즘 골프에 미쳐 있다. 석 달 정도 집중했는데, 80타 정도 나온다.

골프가 재미있다더라.
열 받아서 재밌는 거다. 나랑 비슷하게 치는 사람들끼리 경쟁이 붙으니 더 재밌는 거 같고.

돈내기도 하나?
재미로 돈내기는 꼭 한다. 크게는 아니고 홀당 만원 정도. 

2편의 영화가 있었다. 그런데 제작이 중단된 걸로 안다. 개인적으로 기분이 나쁠 거 같다.
기분이 나쁠 건 없다. 연이 안 닿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의 위기 상황인 듯하다. 현장에 있는 당신은 어떻게 느끼나? 뉴스 보도가 과장인가 현실인가?
왜 이렇게 됐는지 사실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그런데 느낌상 뻔한 거 같다. 작년에 많은 영화가 개봉됐고, 그중 흥행이 안 된 영화들이 많아 투자가 위축된 거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영화를 개봉하다보니 질 높은 작품과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이 있었다. 요즘 그런 것이 정리되는 분위기인 거 같다. 엄선해서 좋은 작품만 선별하자는 의미로 말이다. 올해는 조금 힘들겠지만, 작품이 좋아지면 내년엔 많은 투자와 함께, 양질의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스크린 쿼터의 영향도 있을까?
그런 영향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것은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잡지 화보를 촬영할 때 사진가와 둘만 있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아레나>와의 인터뷰에서 말했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그렇다. 사진 촬영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오늘 같은 경우는?
사무실에서 촬영하라고 시켰다.(웃음)

이런 괜히 물어본 거 같다. 트리플 A형이라는 소문이 있다. 김주혁은 어떤 사람인가? 많은 사람들에게 차가운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얼굴 때문에 차갑게 느끼는 것 같다. 친해지면 사실은 애교쟁이다.

후배들이 존경하는 선배로 꼽았다. 스스로 존경받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누구에게 존경받을 만한 인물은 아닌 것 같다. 그런 말을 들을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거나 그러지 않는다. 어찌 보면 무척 개인주의 성향이다. 나 피해받지 않고 남 피해주고 싶지 않는 사람이니까.

후배들의 평가는 그렇지 않은데?
소속사 후배고, 식구니까 챙기는 것이고, 어색하기 싫으니까 촬영 분위기 좋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다. 맛있는 거 사주고, 남자 후배들 술 사주고 이러면, 그게 만약 존경의 의미라면 존경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만일 내가 돈을 안 쓰면, 글쎄….

시나리오를 볼 때는 좋은 작품인 것 같았는데 찍으면서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경험이 있나? 그럴 때 자신을 어떻게 컨트롤하나?
무슨 작품이든, 흥하건 망하건 내겐 도움이 되는 작품이다. 어떤 작품은 하기 싫지만 잘된 작품도 있고, 또 어떤 작품은 하고 싶었는데 잘 안 된 것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작품이니까 역시 후회는 없다. 후회가 있다면 작품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내 연기에 있을 뿐이다.

흥행에 실패한 작품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무슨 말인가? <청연>, <사랑따윈 필요없어>가 연타로 망했는데.

이런, 미안하다. 조사가 부족했다. 그럼 분위기 전환용 질문을 하겠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묻는 거다. 아오이 유우를 만났다고 들었다. 그녀 어떤가?
귀엽고, 이쁘더라. 잠깐 봤는데 내가 뭘 알겠나, 그냥 이쁜 것만 보였다.

문근영과 아오이 유우를 비교한다면?
둘 다 ‘순수과’지만 방향이 좀 다르다. 문근영이 아이답게 통통 튀는 매력이 있다면, 아오이 유우는 차분하고 깨끗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 이거 갑자기 설레네.

이제 인터뷰하는 데도 이골이 났겠다. 인터뷰할 때마다 듣기 싫은 질문이 있을 거다.
글쎄, 언제 결혼할 거냐는 질문.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그럼 묻겠다. 결혼 계획은 있나? 아니, 농담이다. 일본에 아사노 타다노부라는 배우가 있다. 훌륭한 배우들이 많지만, 그는 좀 다른 부류인 거 같다. 그는 매번 영화에 충분히 녹아들어, 배우로 보이지 않고 영화 속 역할로만 보인다.
난 그런 이미지적인 연기가 좋다. 당신이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물론 다 해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내가 해서 못할 것 같은 역할은 억지로 하고 싶지 않다. 억지로 해서 관객에게 어색한 모습을 보여줄 바에는 안 하는 게 낫다. 내공과 역량이 쌓이다보면 할 수 있을 때가 분명 온다. 모든 역할을 다 해보고 싶은 것이 배우로서의 바람이지만 스스로 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는 거다. 자기가 살아온 틀이 있으니까. 세월이 흘러 인생 경험을 더 쌓고, 아니면 간접 경험을 통해 알게 되면 그런 것들이 연기에 녹아날 수 있고 연기의 폭이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요만큼’ 밖에 안 되는 사람이 저 멀리 있는 걸 하려고 아등바등하면 더 웃길 뿐이다.

무척 현실적인 것 같다.
그러려고 노력한다. 스스로 늘 지금의 위치에 대해 생각한다. 배우들 보면 붕 뜬 배우도 많은데 난 그러고 싶진 않다. 

본인 인생의 굴곡이 있었다면? 어떤 시기였을까? 평탄한 삶을 살아온 배우의 한계가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에 생각난 질문이다.
살면서 크게 고난을 겪은 적은 없었다. 그런 게 있었어야 연기를 더 잘할까,라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없는 건 없는 거다. 이후에 내가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이다. 현실의 어려움들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약 8개월가량 쉬었다. 지금이 그 굴곡의 세월 아닌가?
예전에는 일이 없으면 조바심이 났는데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해진 것 같다. 이런 시간도 내게 분명 도움이 될 테니까.

관객들이 생각하는 배우 김주혁의 이미지를 스스로 깨고 싶진 않나?
깨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 그런 생각이 있다면, 오히려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특정한 이미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다. 아무런 이미지도 없으면 사람들에게 인식될 수도 없다.

브래드 피트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그가 이 세상에서 핫도그를 가장 맛있게 먹는 사람인 것 같아서다. 당신은 담배 피우는 연기에 일가견 있다고 말했다.
담배를 워낙 좋아하니까, 하루에 두 갑은 꾸준히 피운다. 피운 지도 18년은 된 것 같다. 담배에 대해서는 해박하지 않겠나?

식도락적인 면에서는?
난 먹는 낙에 산다. 그래서 살을 빼지 못한다. 식탐이 많다. 난 제일 싫은 게 음식이 모자라서 서로 눈치 보는 것이다. 50명이 중국집에 회식을 갔는데, 테이블당 요리 2개 시켜서 한 점씩 덜어주면 정말 때려주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남기는 한이 있어도 많이 시키는 편이다.

난 삼겹살 집 갔는데, 고기 조그맣게 잘라주면 정말 싫다.
맞다. 그리고 기름 떼는 집, 제일 싫다.

옷도 잘 입고 스타일에 관심도 많고 바쁠 텐데 부지런한가보다. 매장을 많이 둘러보는 편인가?
내게 부지런한 면이 있다면 하나가 그것이다.  

옷을 잘 입는 방법이라는 강의 제의가 들어온다면?
따로 방법이 있겠나?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버는 방법이 최고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사들이는 거다. 그러다보면 자기 스타일에 대해 실패할 확률이 낮아지고 자기 단점을 보완하게 된다. 어떤 분야든 관심을 많이 두면 나아질 수 있다.

당신처럼 옷을 잘 입으려면, 기본적으로 몸은 어느 정도 만들어야겠지?
난 배도 튀어나왔는데 남들은 내가 마른 줄 안다. 내 배 봐라.

당신은 호스트가 될 만한 매너가 있나?
지나친 매너는 쑥스럽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고 싶어도 선뜻 못한다. 그런 건 ‘오버’라고 생각하니까. 가장 기본적인 것만 지키려 한다.

말은 많이 하는 편인가?
친해지면 그렇다. 어려운 자리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까칠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내가 술을 못한다. 술을 좀 한다면 인간관계도 넓어졌을 텐데, 친한 사람들하고만 어울리게 된다. 감독도 내가 작품 했던 감독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다. 전혀 모른다.

자동차를 좋아하나?
좋아한다.

운전할 기회가 별로 없겠다.
무슨 말을. 8개월 동안 놀면서 운전만 하고 있는데. 

드림카가 있다면?
애스턴 마틴 뱅퀴시가 내 드림카다. 너무 비싸서 살 수는 없지만.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차는 드림카가 아니다. 현실적이지 않으니까, 별로 사고 싶은 마음도 없다.

드라마 <쩐의 전쟁>에 나왔던 사자성어놀이를 마지막 질문으로 하겠다. 문득 떠오르는 사자성어 두 가지가 있다면?
<쩐의 전쟁> 안 봐서 모르겠다. SBS는 골프 채널밖에 안 본다. 어제 최경주 선수가 우승하지 않았나. 촬영 끝나면, 최경주 선수 우승한 거 보러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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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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