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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인 일상, 일상적인 예술

일상의 평범함에 가려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백 년의 시간도 무색하게 만드는 디자인 파워는 일상에 묻힌 것이 아니라 시대를 공유해나갈 흐름을 만든 것이다. <br><br> [2006년 7월호]

UpdatedOn June 22, 2006

Photography 기성율  Editor 김민정

하이네켄
세계 곳곳에 맥주 애호가들이 분포해 있듯, 맥주도 그 생산 지역에 따라 디자인을 달리한다. 히딩크와의 인연으로 우리와 더 가까워진 네덜란드. 그들의 대표 브랜드인 하이네켄은 1863년 처음 만들어졌으며, 현재 1백70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최근 병 목이 길어져 더욱 세련된 느낌이다.

■ 하이네켄을 상징하는 초록색 병은 신선함, 자연, 생명을 상징한다. 그러나 하이네켄의 본고장인 네덜란드에서는 초록색 병이 아닌 갈색 병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네덜란드 양조업체 간의 협약에 따른 것으로 반환하면 돈을 받을 수 있는 병임을 나타낸다.
■ 꼭지점 5개의 별은 흙, 물, 공기, 불의 4개 원소와 제5원소 -보이지 않는 마법의 원소이며, 양조액의 품질을 지켜주는 것-을 상징한다. 또 양조업자가 제품에 별을 붙이는 것은, 자기가 만든 제품에는 첨가제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 1951년, 브랜드명을 조금 덜 딱딱해 보이도록 하기 위해 ‘e’자를 살짝 기울여 웃는 듯하게 나타냈다.
■ 맥주의 백라벨에 적힐 수 있는 것이 고작 제조일자와 원료 등이기에 디자인에 신경 쓸 일이 없었다. 그러나 하이네켄을 사게 되면 꼭 뒤를 뒤집어보기를! 6가지 멘트와 색다른 비주얼이 눈으로 즐기는 맥주임을 상징한다.

코카콜라
대부분 코카콜라는 초록색 병에 빨간색 로고로 알고 있다. 하지만 1백20년의 역사 속에서 그 모습을 갖춘 건 50여 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 기간 동안 우리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형태의 코카콜라가 판매되어왔다. 코카콜라의 고향인 조지아 주의 초록색을 그대로 담은 병은 전 지구인-심지어 부시맨도-이 알고 있는 가장 익숙한 디자인이다.

■ 1886년, 코카콜라가 처음 개발되었을 당시에는 의외로 검은색 광고 문구가 사용되었다. 1890년 후반 한 약국에서 빨간 글씨로 옥외광고를 시작하면서 우리 눈에 익숙한 빨간 글씨가 병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 코카콜라를 처음 개발한 존 펨버튼 박사와 그의 동료이자 그 약국의 경리사원이던 프랭크 로빈슨이 Coca-Cola라는 이름을 흐르는 듯한 스펜서체로 표기하고 C자를 절묘하게 매치한 이 글씨체는 1893년 상표 등록되었다.
■ 코카콜라를 언급하게 되는 가장 큰 디자인은 여체를 닮은 유려한 곡선과 어느 병에서도 볼 수 없는 세로 홈이다. 병 디자인에 관해서는 애인이 주름 스커트를 입고 있는 모습에서 착안했다는 설과 코카콜라의 주원료인 ‘코코아’의 홈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설이 있다. 어쨌든 미끄러지지 않게 한 손에 잡히는, 컨투어 보틀은 디자인의 혁신.

캔버스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운동화인 캔버스화는 2002년까지 전 세계 1백23개국에서 7억5천만 켤레 이상을 판매되는 대기록을 세웠다. 어떤 장소에서 어떤 옷에 매치하든 이 저렴한 운동화가 내는 멋은 펑키에서부터 캐주얼까지 제약이 없어 보인다. 1백 년이 넘도록 여전히 트렌디한 캔버스화의 인기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듯하다.

■ 지금은 기능성과는 거리가 먼 스니커즈 같지만 1917년 처음 발표될 당시 기능성 농구화 콘셉트였다. 1923년 농구 천재 Chuck Taylor의 서명이 담긴 고무패치를 발목에 부착했는데, 이것이 캔버스화의 심벌로 자리 잡았다. 1962년 이 운동화를 신고 NBA 100 득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캔버스화를 신는 다양한 계층만큼이나 여러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캔버스화를 캔버스 삼아 디자인해왔다.

스타벅스
현재 우리나라는 스타벅스에 중독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백50개가 넘는 매장은 버스 정류장처럼 도심을 장악하고 있다. 과연 그들의 매력이 무엇인가.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활보하는 사람만 자세히 살펴도 그 매력을 알 수 있다. 그들이 들고 있는 것은 단순한 커피 한 잔이 아니다. 복합적인 배경이 함축돼 있다.
로고 변천사

■ 1971년 최초의 스타벅스 로고는 지금보다 훨씬 복잡하다. 정식 명칭인 ‘Starbucks Fresh Roasted Coffee’가 원을 두르고 있다. 가운데에는 커피를 운반하는 선박의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의미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사이렌을 목판화 형태로 새겼다.
■ 1987년, Il Giornale가 스타벅스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했다. 이미 인지도가 높은 스타벅스의 이름 자체는 바꾸지 못하고 현대적인 로고를 위해 사이렌을 좀 더 간결하게 다듬고 명칭 또한 함축했다. 이때 색상도 지금의 그린과 블랙으로 바뀌었다.
■ 1992년 사이렌의 배꼽 이후와 2개의 꼬리를 삭제한 지금의 스타벅스 로고로 그 형태가 완성되었다.

캠벨수프
앤디 워홀의 손에 잡히기 전, 캠벨수프는 적당히 식사를 때우려는 사람들의 간편한 음식에 지나지 않았다. 디자인 따위는 별로 대수롭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게 되는 그런 인스턴트 식품 말이다. 하지만 김춘수의 시처럼 1960년대 앤디 워홀이 이 일상 제품을 작품의 소재로 승화시키자 사람들은 어느새 그 깡통 하나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이제 캠벨수프를 산다는 것은, 싸구려 인스턴트 요리를 먹는다는 비참함 대신 센스 있는 감각의 소유자라는 말을 듣게 해줄 것이다.

■ 캠벨수프를 상징하는 레드·화이트 컬러 포장은 미국 코넬 대학 풋볼팀에서 힌트를 얻었으며, 캠벨수프의 주요 아이템인 토마토 수프와도 연관이 있다.
■ 요리 사진으로 메인을 장식하는 다른 통조림과는 달리 레드·화이트 컬러의 간결한 조화에 다양한 버전의 영어 활자가 위트 있게 어우러져 있다.
■ 1900년 세계 만국 박람회 당시 골드 메달을 수여받았고 그 이후 패키지에 메달 장식을 넣었다. 그 후 1백 년이 넘도록 캠벨수프 디자인은 거의 바뀌지 않고 이어져왔다.

허쉬의 키세스 초콜릿
디자인 전문지인 <윈>에서 ‘디자인 명품 53’ 중 하나로 미국 초콜릿 키세스를 뽑았다. 디자인의 거대담론에서는 이러한 생활 용품이 걸작으로 뽑힌 데 대해 불만을 보였지만 실상 이러한 제품들이 ‘가장 특별하고 민주적인’ 형태아닌가.

■ 날리는 깃털을 연상케 하는 흰 띠는 한번에 포장을 풀 수 있게 하는 편리함과 편안함 그리고 벗겨 먹는 재미가 있다. 흰 띠에는 작은 글씨로 초콜릿 성분이 표시돼 있다.
■ 키세스를 상징하는 은박 포장은 1921년 자동화 포장기기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일일이 손으로 작업했다. 지금은 1분에 1천3백 개가 자동화기기를 통해 생산되고 3천3백만 개의 키세스가 하루에 팔려나간다.
■ 올해로 99세가 된 키세스는 알루미늄 호일 포장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호일 공급 부족으로 2년간 형태가 바뀌기도 했다 - 에 종 형태의 디자인이 여전히 앙증맞다. 미국의 실용주의 성향을 그대로 담은 허쉬 초콜릿이 기존의 사각형 모양에서 단출한 종 형태의 키세스를 내놓은 건 유쾌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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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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