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REPORTS MORE+

그저 예술가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박정근은 2년여의 재판 기간 동안 표현의 자유에 대해 지속적으로 ‘표현’했다. 자신의 문화 생산 방식을 통해서.

UpdatedOn August 19, 2013

요한 일렉트릭 바흐 앨범 커버 ⓒ비싼트로피

작년에 구속에서 풀려난 후 아트선재센터의 <조선펑크로커 리성웅>의 앙코르 퍼포먼스를 기획, 출연했고, 1심 판결 후 최근엔 옥인콜렉티브의 <서울 데카당스>에 출연했다.
압수수색을 받은 직후엔 불온해 보이는 (사실은 그렇지 않은) 현수막이나 ‘찌라시’를 제작했다. 리트윗도 계속했고. 그런 행위가 구속 사유가 됐다. 풀려나니까 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
마침 <조선펑크로커 리성웅>을 재밌게 봤다. 전시된 것들도 감옥, 북한 제복, 단상 같은 물건들이어서 좋은 재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앙코르 퍼포먼스를 기획했고 내가 판사로 등장했다.
<서울 데카당스>는 옥인콜렉티브가 제안했다. 1심 공판에서 작성했던 최후진술서를 낭독하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스크립트 없이 연기자와 둘이 하는 즉흥 드라마 같은 거였다.

이런 우회적인 퍼포먼스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다.
국가보안법 때문에 위축되기도 했지만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다. 처음엔 이거라도 해야 한다는 심정이었고 구속 후에는 법률 자문을 얻어가며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당신은 DIY 레이블 ‘비싼트로피’의 기획자이자 운영자이기도 하다.
비싼트로피는 고등학생 때 인터넷에서 친구들과 놀며 만든 레이블이었다. 그때 같이 놀던 대표적인 친구가 밤섬해적단이다. 2006년부터 개인적인 이유로 레이블을 쉬었는데 그때 두리반이나 명동마리 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에 구속됐다. 풀려나서 <조선펑크로커 리성웅>을 마치고 뒤풀이를 했는데 당시 총선 정국이었다. “이인제는 이번에도 됐겠지?” 그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날 밤 친구들과 이인제 헌정 앨범을 만들었다. 그렇게 비싼트로피가 다시 시작됐다. 작년엔 트로트 메들리 <조와정>, 펑크 밴드 노컨트롤의 <무죄> 등 앨범 5장을 발매했다. 그중에 회기동 단편선의 <처녀>가 호응이 좋다.

사실 인터뷰를 하기로 마음먹게 만든 건 <처녀> 앨범이다. 사진이 아름답다.
원래 주업이 사진이라 다른 밴드들의 프로필을 찍어왔다. 단편선 사진도 나름 ‘포멀’하게 찍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후속으로
<처녀>와 비슷한 콘셉트의 앨범을 준비 중인데 여기에도 화보가 포함될 것 같다.

<조선펑크로커 리성웅> 앙코르 퍼포먼스 스틸 컷, 아트선재센터, 2012 ⓒ박수환

발매하는 앨범의 아트워크나 기획을 보면 그 미감이 그동안 SNS나 다른 기획물에서 당신이 보여준 것과 유사하다. 독특하고 극단적이다.
시각적으로 불온해 보이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반감을 갖는다. 예를 들어 ‘찌라시’에 북한 폰트 같은 걸 사용하면 아는 사람들은 웃어넘기지만 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난다. 나는 반공 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북한을 희화화하는 데 익숙한 세대라 이런 미감에 거리낌이 없다. 지금의 국보법이라는 것도 국가의 미감에 해를 끼치는 것들에 대한 일종의 청소 같은 의도가 없지 않다.

문화 생산자로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무엇보다 지금 운영 중인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예쁘게(웃음) 만들고 싶고 음반 형식에 대해 여러 가지 시도해보고 싶다. 이런 게 DIY 레이블의 가치인 것 같다. 또 그동안 해온 사진 작업들도 모아서 내년쯤엔 전시도 하고 싶다. 곧 재판도 끝이 나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다. 국보법 폐지와 표현의 자유 보장 운동은 계속할 것이다.

EDITOR: 이우성
WORDS: 이미연(미술가)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이우성
Words 이미연(미술가)

2013년 08월호

MOST POPULAR

  • 1
    안부를 물어오는 봄날의 노래
  • 2
    곽동연, “궁금함과 신뢰를 동시에 주는 배우가 되면 좋겠습니다.”
  • 3
    이희준이 할 수 있는 일
  • 4
    배리 X 조슈아
  • 5
    MORNING WAVE

RELATED STORIES

  • ISSUE

    2022년의 2등을 위해 #2

    2022년은 특별한 해다. 2가 반복된다. 그리고 이건 12월호다. 2가 반복되는 해의 마지막 달이라 2등만을 기념하련다. 올해 각 분야의 2위들을 재조명한다.

  • ISSUE

    2022년의 2등을 위해 #1

    2022년은 특별한 해다. 2가 반복된다. 그리고 이건 12월호다. 2가 반복되는 해의 마지막 달이라 2등만을 기념하련다. 올해 각 분야의 2위들을 재조명한다.

  • ISSUE

    이란, 세 소녀

    히잡 시위를 계기로 이란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혼란기를 겪고 있다. 혁명의 주체는 시민이고 시위대를 이끄는 이들은 히잡을 벗어던진 10대, 20대 여성이다. 세상은 혼란할지라도 일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란의 10대, 20대 여성과 인스타그램 DM으로 짧은 대화를 나눴다. 혁명 속을 살아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옮긴다.

  • ISSUE

    보이지 않는 공로

    영화 한 편엔 수없이 많은 제작자들의 정성과 노력이 담기지만 관객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제작자들의 공로를 ‘제12회 해밀턴 비하인드 더 카메라 어워드’가 기린다.

  • ISSUE

    2022 Weekly Issue #2

    돌아보면 2022년 대한민국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오미크론 확산부터 대선 이슈, 전쟁과 경제 이슈 등 매일이 격동의 나날이었다. 우리는 주 단위로 2022년을 돌아본다. 2022년 1월 첫째 주부터 11월 둘째 주까지 . 우리의 눈과 귀를 번뜩이게 한 국내외 이슈들을 짚는다.

MORE FROM ARENA

  • FASHION

    Normal Denim

    호사스러운 계절에 무엇보다 탁월한 보편적인 디자인의 데님 팬츠.

  • LIFE

    화성 이주민을 위한 안내서

    미래의 화성 이주민에게 바친다. 화성에 가기 전 읽고 듣고 챙겨 볼 리스트.

  • FILM

    랄프 로렌 X 김우빈

  • LIFE

    저마다의 버팀목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준 건 무엇인가.

  • LIFE

    한국 와인 드셔 보셨습니까?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