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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람보르기니

S6은 람보르기니 갈라르도의 엔진을 손질한 V10 5.2ℓ FSI를 얹고, 6800rpm에서 최고 출력 435마력을 낸다. 폭발적인 파워는 6단 자동 팁트로닉 변속기를 거쳐 콰트로 시스템을 통해 네 바퀴로 전해진다. A6의 탈을 쓴 람보르기니인 셈인 이 차는 `슈퍼 6`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만난 뉴 아우디 S6.

UpdatedOn May 23, 2006

 

 하늘도 무심해라. 속도 무제한의 광기로 얼룩진 아우토반에서 따끈따끈한 고성능 차를 타기로 한 날인데.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천연덕스럽게 싸락눈, 눈발로 변신을 거듭했다. 그야말로 점입가경. 지난 4월 5일 오전 10시,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제공항 주차장에 모인 미국·일본·러시아, 그리고 한국 취재진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13대의 시승차에 숨어들었다. 짓궂은 강풍까지 몰아쳐 눈발이 앞 유리창에 거의 수평으로 날아들었다. 이 드라마틱한 날의 주인공은 뉴 아우디 S6. 우리에게 익숙한 A6의 탈을 쓴 모델 가운데 가장 성능이 뛰어난 435마력짜리 괴물이다. 이 녀석 한번 만나보겠다며 장장 11시간을 날아왔는데, 이것저것 종류별로 쥐어짜는 하늘을 보며 억장이 무너지고 설움이 북받치는 건 당연했다. 반면 아우디 스태프들은 은근히 흥미로워하는 표정이었다. “오늘이야말로 콰트로의 성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최고의 날”이라고 농을 건네던, 장난기 가득한 어느 스태프의 얼굴이 지금도 선명하다.  S6의 겉모습은 A6과 ‘약간’ 차별을 두었다. 싱글 프레임 그릴에 촘촘한 격자무늬를 넣고, 얇은 크롬 라인을 덧씌웠다. 작지만 단박에 눈에 띄는 S6 엠블럼도 오롯이 붙였다. ‘알아서 1차선을 내어달라’는 으름장인 셈. 앞 범퍼의 디자인도 사뭇 다르다. 보닛에서 타고 내려오던 주름을 매끈하게 지웠고, 엔진을 식히기 위해 흡기구를 한층 키웠다. 더불어 일체형 립 스포일러를 양쪽으로 치맛자락처럼 늘어뜨렸다.

그러나 이 정도의 힌트만으로 앞서 달리는 차에서 룸미러를 통해 S6의 존재를 알아채긴 쉽지 않다. 아우디는 앞 범퍼 양쪽 흡기구 위에 눈썹처럼 기다란 2개의 LED 방식 ‘데이타임 러닝 라이트’를 심어 넣어 S6만의 얼굴을 완성했다. 시동을 걸어둔 이상 밤이건 낮이건 양쪽 각각 5개의 발광 다이오드가 섬뜩하리만치 창백한 빛을 번뜩인다. 앞뒤 도어 아랫부분에는 사이드 스커트 역할을 할 돌기를 덧댔다. 곧 선보인 신형 올로드 콰트로 역시 비슷한 장식을 덧댔지만 모양과 두께가 S6과 또 다르다. 한편, 사이드 미러는 S4가 그랬듯 티타늄 컬러의 커버를 씌워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앞 펜더에는 자랑스러운 V10 엠블럼이 반짝인다. 이 정도로 성에 차지 않았는지 휠 하우스에는 265/35 R 19 사이즈의 콘티넨탈 타이어와 19J×19의 전용 알로이 휠을 버겁게 채워넣었다. 뒤쪽 범퍼 디자인은 A6과 거의 같다. 머플러가 4가닥인 점이 다를 뿐이다. 뒤쪽 역시 자그마한 S6 엠블럼이 빠지지 않는다.

운전석에서 둘러본 풍경은 익숙한 A6 그대로다. 다만 값비싼 카본 파이버 소재의 티타늄 패널을 아낌없이 써서 한결 젊고 스포티한 분위기가 물씬하다. 계기반의 숫자는 다른 A6과 달리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었다. 속도계의 숫자는 시속 300km까지 그려 넣었다. 짐짓 뻐기기 위한 ‘허수’가 아닌, 속도제한만 풀면 능히 다다를 수 있는 숫자라는 점을 떠올리니 새삼 긴장이 몰려들었다.  

시트는 앞좌석, 뒷좌석 모두 몸을 단단히 죄어주는 버킷 시트. 보들보들한 가죽으로 구석구석 꼼꼼하게 씌운 것은 기본이요, 몸이 닿는 부분은 다소 거친 감촉의 알칸타라를 입혀 미끄러짐을 막았으니 더 이상 무얼 바랄까. 크기나 두께, 몸을 죄는 느낌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등받이 부분에 S6 로고를 음각으로 새겨넣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아우디의 S는 BMW의 M이나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등에 견줄 만한 고성능 모델 라인업. 아우디는 경쟁사와 달리 S 위에 성능이 더욱 뛰어난 RS까지 갖춰 눈길을 끈다. S는 아우디가, RS는 콰트로가 개발·생산한다는 점도 색다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RS가 M이나 AMG의 맞수지만, 아우디는 S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아우디의 S는 오랜 역사를 지녔다. 아우디가 ‘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 등 각종 랠리를 석권하던 1980년대, 경주차 이름에는 ‘S’가 따라붙었다. 그냥 아우디가 아닌, ‘고성능 아우디’를 과시하려는 거였다. 양산차로서의 첫 S는 현행 A4의 전신 격인 아우디 80을 기본으로 한 S2. 직렬 5기통 2.2ℓ 230마력 터보차저 엔진을 얹고 1990년 선보였다. 이듬해 아우디 100을 바탕으로 한 S4가 데뷔했다. 당시만 해도 S4는 C세그먼트에 속했다. 따라서 1991년형 S4가 S6의 1세대 모델인 셈.

한동안 잠잠하던 S는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 사이에 S3~S8에 이르는 풀 라인업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2세대 S6 역시 그쯤인 1999년에 등장했다. 아우디 100이 A6으로 바뀌면서 S6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S6은 1~2세대를 통틀어 3만7천 대 이상 팔린, 말 그대로 베스트셀러 카다.

현재 아우디의 S시리즈는 S4 세단, 카브리올레, 아반트(왜건)·S6 세단, 아반트·S8 세단 등 3가지 차종, 6개 모델로 정리된 상태.

이번에 선보인 3세대 S6의 엔진은 V10 5.2ℓ. 람보르기니 갈라르도의 엔진은 배기량을 늘려 얹고, 아우디의 르망 경주차인 R8을 통해 검증을 마친 연료 직분사 기술, FSI를 접목시켰다. FSI 기술의 주된 핵심은 연료를 미리 공기와 섞지 않고, 실린더에 직접 100바의 고압으로 분사한다는 점. 연료 분사량과 타이밍을 더욱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연소 효율이 뛰어나다. 뱅크각 90°의 V10 엔진은 길이 685mm, 너비 801mm에 무게 220kg로 상당히 콤팩트한 편. 실린더 사이 간격을 90mm로 제한하고, 크랭크 케이스 등에 강화 알루미늄을 쓴 결과다. 캠샤프트는 엔진에 걸리는 부하와 회전수에 따라 40°의 범위 안에서 각도를 조절한다. 마그네슘으로 만든 흡기 매니폴드는 전자제어방식으로, 플랩을 두 단계로 여닫는다. 엔진이 토해내는 파워는 상식을 뛰어넘는다. 6800rpm에서 최고 출력 435마력을 내며 3000~4000rpm에서 최대 토크 55.6kg·m를 쏟아낸다. 나아가 2250~5850rpm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최대 토크의 90% 이상인 50.98kg·m를 뿜는다. 그러면서도 유로4와 미국의 저공해차(LEV) Ⅱ를 만족시키는 환경친화성까지 챙겼다. 연비 또한 이전 S6의 V8보다 뛰어나다. ‘고성능 차는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환경론자들의 단골 레퍼토리는 아우디 S6 앞에서 당위성을 잃었다.   

아우디 S6의 성능은 0→시속 100km 가속 5.2초, 최고 속도 시속 250km. 액셀 페달에 걸친 오른발에 무게를 싣는 것과 동시에 S6은 한껏 당겨진 활시위에서 떠난 화살처럼 튀어나간다.

바이 와이어 방식의 전자식 드로틀은 반응이 놀랍도록 빠르다. 페달을 사뿐히 밟아도, 드로틀은 다소 과장된 반응을 전하며 머리칼이 쭈뼛 설 정도로 두려운 가속을 이끈다. 풀 가속을 하면 돌연 몸이 시트에 뻐근하게 들러붙는다. 노면이 흥건히 젖어 가끔은 주행안정장치를 깜박이며 타이어가 헛돌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미가 없다. 평소 앞뒤 구동력 비율을 60:40으로 유지하다가 상황에 따라 뒤쪽으로 최대 85%까지 몰아주는 콰트로 시스템 덕이다. V10 엔진은 자연흡기 방식의 장점을 살려 거침없이, 그러나 굴곡 없고 가파르게 회전수를 높인다.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깊이만큼, 정확하게 파워를 쥐락펴락해 급하게 휜 코너에서 드로틀을 열 때도 막연한 불안감이 없다. S6 가속의 또 다른 백미는 사운드. V10만이 낼 수 있는 깊은 울림의 포효가 실내 구석구석 깊숙이 고동친다. 적당히 갈마드는 꽁무니에서 흩뿌리는 저음도 매력적이다. 6단 자동 팁트로닉 변속기는 수동이 부럽지 않을 만큼 V10 엔진과 찰떡궁합을 뽐냈다. 스티어링에 붙은 알루미늄 변속 패들을 쓰는 재미도 쏠쏠하다. 반응은 업·다운 시프트를 가리지 않고 즉각적이다.  

와이퍼가 미친 듯이 춤을 추며 젖은 유리를 닦아내는 사이 속도계 바늘은 시속 200km를 성큼 지났다. 속도제한의 벽을 향해 돌진하는 와중에도 차체는 미동 하나 없다. 고속에서도 스티어링 반응은 정확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자잘한 요철에 방정을 떠는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차선을 가로지르고 코너를 파고들 때의 움직임 역시 허술한 틈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 하체를 A6보다 훨씬 단단하게 굳혀 한계 성능을 높였다지만, 콰트로 시스템이 자아내는 중립적인 느낌은 S6이라고 한들 변함없었다. 모터스포츠의 노하우가 녹아든 콰트로 시스템의 지상 과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접지력을 잃지 않는 것. 콰트로 시스템을 얹은 아우디 모델이 어떤 차보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집어삼킬지언정, 짜릿짜릿한 스릴에서 오는 쾌감이 희미하게 느껴지는 건 실수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세팅 때문이다.

이런 콰트로 특유의 성격이 아우디의 S를 BMW의 M,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의 AMG와 뚜렷하게 구분 짓게 한다. 아울러 아우디가 외친 S6의 지향점은 Supreme Performance under Control. 그러니까 강력하되 결코 파워에 오너가 휘둘리는 차는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이는 극한의 성능이라는 뾰족한 지향점을 위해 편안함을 희생한 RS와 차별되는 성격이기도 하다.

악천후 속 짧은 시승이었지만 S6의 저력을 엿보기엔 충분했다. 아우디 측의 자료에 따르면 S6의 ‘S’는 ‘최고의 성능(Sovereign Performance)’을 뜻한다. 그 밖에 스피드(Speed), 우아함(Sophistication), 지위(Status), 센세이션(Sensation), 힘(Strength), 스포티함(Sportiness) 등의 파생 의미도 아우른다. 시승을 마칠 때쯤, 아우디 S6을 설명할 또 하나의 이름이 뇌리를 스쳤다. 바로 Super 6! 아우디 S6은 람보르기니 갈라르도의 무시무시한 괴력을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도록 다듬어놓은, A6의 탈을 쓴 슈퍼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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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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