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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ing Point

세 도시에서 열린 2014 S/S 컬렉션에서 새로운 선택을 행한 세 개의 브랜드.

UpdatedOn July 31, 2013

Milano + 제냐의 역습
스테파노 필라티의 영입을 둘러싼 무성한 화제와 기대 속에서 그의 첫 2014 S/S 쇼가 열렸다. 무엇보다도 필라티의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우리가 기대한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새로움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진한 인상을 남긴 게 틀림없다. 쇼의 모든 것은 기존과 달랐다.
그동안의 쇼가 제냐 본사에서 치러진 반면, 필라티는 55년 전 밀라노 패션 위크가 처음 개최되었던 공간을 택했다.

쇼는 사방을 둘러싼 거대한 스크린 속, 필라티의 타투를 클로즈업하면서 시작된다. 이제껏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특정 디자이너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단 디자인팀과 제냐 가문의 유대를 중시했다는 점에서 꽤 파격인 셈이다. 스타 디자이너를 쇼의 한 축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의 컬렉션 또한 ‘아름답다’라는 형용사가 낯간지럽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느슨한 색감들의 조합, 완벽한 핏과 실루엣, 오묘한 레이어링 등 필라티는 그만의 우아한 코드를 제냐 하우스에 융합시켰다. 컬렉션에 등장한 모든 수트는 ‘브로큰 수트’라 불리는데, 한 벌로 보이는 수트도 각 피스별로 서로 다른 패턴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상충된 소재들 간의 의외의 조합이 좋았다.

이 모든 건 제냐가 지닌 테크니컬한 이점을 매우 영민하게 사용한 결과다. 명백한 점은 가장 제냐다운 것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접근법과 해석은 새로웠고 결과물은 이전과 달랐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로서 다름이다. 보수적인 이들에겐 안정적으로 지켜오던 것과는 꽤 다른 파격이 급작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컬렉션의 질적인 면에서는 그 모든 우려를 잠식시킬 정도로 훌륭했다.

Paris + 온전히 하이더 아커만적인
하이더 아커만의 여성복은 구조적으로 완벽했다. 실루엣은 그의 손안에서 풍성해지기도, 숨 막히게 조여들기도 했다. 하이더 아커만은 이 옷들을 남자에게도 입히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여성 컬렉션의 ‘어둡지만 클린’함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택했다. 그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르네상스풍의 쿠튀르적 요소와 드레시함, 보헤미안적 요소가 뒤범벅된 정의할 수 없는 스타일, 이를테면 엠브로이더리 장식의 실크 재킷, 새틴으로 된 기모노 디테일 재킷, 광택 소재의 배기팬츠, 자카드와 프린지 같은 것들이다. 결론적으로 그가 평소 입는 옷들과 상당히 비슷하다. 지루한 남성 컬렉션들 틈에서 숨통을 틔워주기에 충분히 멋진 컬렉션이었다.

London + Back to London
지구상에서 가장 영국적인 브랜드 버버리가 버버리 프로섬의 컬렉션을 밀라노에서 진행했다는 건 충분히 이해되는 측면이었다. 상대적으로 집중이 덜한 런던 컬렉션보다 상업적인 밀라노 컬렉션에 참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니까. 그래도 아주 작은 의아함은 응어리처럼 남아 있었다. 때마침 2014 S/S 컬렉션부터는 런던에서 개최할 거라는 발표가 있었다.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질과 규모 면에서 급성장한 런던 컬렉션이 한창 주목받는 시점에서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켄싱턴 가든에서 열린 쇼는 앨런 베넷과 데이비드 호크니의 지적이고 예술적인 면모를 탐독했다. 지극히 영국적인 공간에서 영국적인 인물을 주제로 한 컬렉션이라니, 그동안 밀라노에서 버버리 프로섬의 컬렉션을 봤을 때의 불편함이 사그라들었다. 컬렉션은 납득이 갔고, 타당성이 있었다. 버버리 프로섬까지 합류하면서 런던 컬렉션은 점차 완전해지고 있다. 곧 뉴욕 컬렉션을 넘어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EDITOR: 고동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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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고동휘

2013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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