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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 왕좌의 게임

레코드 회사가 주름 잡았던 음악 산업계는 이제,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거인들이 접수했다. 이 거대한 음악 기업들이 당신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UpdatedOn July 09, 2013

1990년대만 해도 음악을 찾아 듣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봐야 음악 잡지를 뒤적거리거나 라디오나 TV를 틀거나, 레코드 가게를 기웃거리며 친구들끼리 테이프를 바꿔 듣는 정도가 전부였다. 음반 판매와 홍보는 레코드 회사가 전담했다. 레코드 회사 입장에서 보면 음악으로 가장 짭짤한 수익을 올리기에 더없이 훌륭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인 셈이다.

그러나 불과 수년 사이, 음반 산업의 무게중심이 디지털로 옮겨가면서 음반 사업의 권력 구조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티스트와 팬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고, 돈이 흐르는 방향뿐 아니라 유통되는 돈의 규모 자체도 달라졌다. 이전엔 없던 완전히 새로운 음원 판매 방법이 등장했으며,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게다가 가격은 더 저렴해졌다. 현상 유지라도 하려면 더 열심히 뛰어야 하고, 더 많이 팔아야 하는 상황이 음악 시장에 도래했다.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대부분은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소개할 디지털 음악 기업들의 영향력은 당신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하다.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iTunes
www.itunes.com
애플의 아이튠즈 스토어는 싱글 시장을 키우고, 음악 다운로드를 활성화시켰다. 그러나 그 대가로 음반 산업은 막대한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1980년대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CD 시장이 붐을 이루는 동안 방심하고 있었던 레코드 회사들은 1999년, 냅스터의 추격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맥을 앞세운 애플이야말로 레이블들에겐 하늘이 내려준 동아줄과도 같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론 오히려 올가미가 되었지만.

2004년, 스티븐 잡스는 “해적판이야말로 다운로드 시장의 가장 큰 부분이다. 우리는 해적판 유통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보다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애플은 차근차근 영리하게 업계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무상으로 제공하는 아이튠즈 소프트웨어로 이용자들이 손쉽게 다운로드 세계에 입성하도록 만들었다. 그다음엔 아이팟으로 사람들이 음악을 마음대로 가지고 다닐 수 있게 했다. 애플의 ‘생태계’라는 강력한 울타리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애플이 레이블 회사를 설득해 한 곡당 79펜스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레이블 회사들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결정권을 스티븐 잡스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아이튠즈의 폭발적인 성장을 목격한 레이블 회사들이 뒤늦게 트랙 가격의 인상을 요구했지만 되돌리기엔 이미 늦어버린 상태였다. 이미 칼자루는 애플의 손에 넘어가 있었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이 하드웨어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거두는 것을 음반 업계는 그저 손 놓고 앉아 구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아이튠즈의 첫 화면에 어떤 앨범이 소개되느냐에 따라 음반 판매량이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게 되었다. 아이튠즈는 현재 디지털 음원 판매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음악 덕분에 판매되는 애플의 하드웨어는 현금으로 1천3백70억 달러에 이른다.

디지털 공연 알람 서비스 Songkick
www.songkick.com
누구든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놓치기 싫은 법이다. 송킥의 공동 창립자들은 이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공연이 열리는 줄도 몰랐는데 이미 티켓 판매가 끝나버리는 억울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영리한 공연 알람을 만든 것이다. 먼저 당신이 어떤 종류의 음악을 좋아하는지 취향을 파악한 다음, 수백 개가 넘는 공연 목록을 스캔하여 흥미 있어 할 것만 추려서 보낸다.

2007년 런던 동쪽 출신의 친구 세 명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송킥은 이제 세계 2위의 초대형 라이브 뮤직 웹사이트가 되었다. 티켓 알람 서비스는 시작에 불과하다. 송킥은 최근 송킥 디투어를 통해 콘서트 기획을 시작했다. 공연에 대한 잠재적 요구를 가늠한 다음, 그 규모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다. 다짜고짜 공연 장소부터 예약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좌석을 채울지를 사전 예측하는 것이다. 공연 기획자들에겐 밴드 섭외의 위험성이 줄어드는 셈이다. 소위 라이브 업계의 큰손이라 할 수 있는 공연 기획자나 에이전트, 티켓 판매 회사들 모두 송킥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노래 제목이 뭐지? Shazam
www.shazam.com
음반 산업의 왕좌를 놓고 벌이는 게임은 언제나 무대, 혹은 스튜디오에서 일어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제 무슨 노래든 휴대폰으로 그 정체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2002년 샤잠이 처음 소개될 당시에는 파티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단순한 장난에 불과했지만, 2007년 아이폰용으로 정식 출시되면서 새로운 삶의 기폭제가 되었다. 귀에 들리는 음악을 즉시 구매하거나, 뮤지션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관련된 유튜브 영상을 보고, 스포티파이에서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일련의 행위가 논스톱으로 이어진다. 샤잠은 각 음악의 짧은 부분에 포함되어 있는 오디오 지문을 활용하여 각 트랙마다 고유의 스펙트럼이 있는 2천5백만 곡의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한다. 그리고 트랙과 관련된 세부 내용을 사용자의 휴대폰으로 즉시 전송한다. 이 모든 작업이 10초도 안 걸린다.

이로써 대중이 음악을 구매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한 손으로 ‘샤잠’해서, 그들의 귀에 들리는 곡을 <더 엑스 팩터> 중간 광고 시간에 구매하면, 그 곡이 즉시 싱글 차트에 진입한다. 음악을 찾아 듣는 방식이 민주화된 것이다.

샤잠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악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로 2백 개가 넘는 국가에서 2억5천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샤잠이 목표로 하고 있는 다음 개척지는 텔레비전이다. 영국의 수많은 TV 광고와 프로그램,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과 슈퍼볼 등이 샤잠으로 응용 가능한 콘텐츠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밴드와 팬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중간업자를 제거한 Topspin
www.topspinmedia.com
맞춤 혹은 손수 제작된 음반이나 아티스트와 연관된 머천다이징 상품들이 음반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2007년, 톱스핀은 데이비드 번과 브라이언 에노가 앨범 를 그들의 웹사이트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웹사이트는 현재 판매 창구 역할을 도맡아 대량생산되는 CD나 익명의 MP3가 아니라 아티스트들이 개인적으로 무엇인가를 제작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톱스핀은 수백 개가 넘는 크고 작은 물품들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웹에서만 독점 판매하는 폴 매카트니의 Ram LP판의 경우에는 티셔츠, 스크랩북, 석판 인쇄물까지 한 세트이고(99.99파운드), 비스티 보이스의 인형(7백50달러)도 취급한다.

톱스핀은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유통 및 판매 구조를 전복시켰다. 아티스트는 톱스핀을 통해 자신의 공연 홍보와 티켓 판매를 직접 하면서 공간의 제약 문제와 공연 기획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것이다.

2010년 픽시스가 런던에서 이틀 밤에 걸쳐 선보인 공연도 톱스핀의 결과물이었다. 톱스핀이 없었다면 그들의 공연은 애초에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무명의 밴드가 과거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전 세계에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도록 하는 것이 바로 톱스핀의 야심찬 계획이다.

MP3 이후의 세계를 차지한 스트리밍 거물들 Spotify, Deezer, Rdio
www.spotify.com , www.deezer.com, www.rdio.com
메탈리카가 마침내 자신들의 음악을 스트리밍 서비스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교훈은 분명하다.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에 반대하는 이들에게조차 이제는 명분이 없다. 최근까지 아델을 비롯한 몇몇 아티스트들이 CD 판매를 위해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거부하고 버텼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음악 스트리밍의 역사는 이미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스포티파이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공짜 광고를 활용한다. 현재 5백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불필요한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매월 요금을 지불하고 있으며, 대신 그들의 휴대폰을 통해 언제든 원하는 음악을 재생하고 있다.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스포티파이의 자료에 의하면 2천만 곡이 넘는 음악의 80%가 최소 1회 이상 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에 비하면 MP3 스토어를 통해 다운로드된 음악 중에서 최소 1회 이상 재생되는 음악의 비율은 불과 20% 남짓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미 최고 기록을 갱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취자들은 스트리밍을 통해서 더 많은 음악을 듣기를 원한다. 게다가 다른 경쟁자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프랑스 업체인 디저는 매월 휴대폰 요금에 등장하는 공짜 광고 구독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한 달에 9.99파운드로 2천만 곡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스카이프 설립자들이 의기투합하여 지난해 영국에서 론칭한 알디오의 경우, 아티스트들이 팬을 설득하여 구독 신청을 성사시킬 때마다 10달러씩 지급하고 있다. 한 달에 4백만 스트리밍이 발생하는 경우, 매월 1천1백60달러의 수익이 창출된다고 한다.

스포티파이는 2011년 인터넷에서 약 5천8백60달러의 손해를 보았으나 지난해에 유치한 투자금은 1억 달러에 이르며, 알디오의 가치는 3억 달러에 달한다. 음악을 듣는 방법 가운데 스트리밍이 입지를 다진다면, 레코드 산업도 함께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레이블은 지난해에 비해 각각 7%, 14% 성장했는데,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접한 사람들이 결국 음원이나 음반 구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누구든 들을 수 있는 가상의 CD 홍보 Soundcloud
www.soundcloud.com
사운드클라우드 덕분에 뮤지션들의 음악을 앨범 발매 몇 주 앞서 듣는 것이 가능해졌다. 미니 뮤직 플레이어를 사용하면 새로운 음악을 이메일로 발송하거나 자신의 페이스북에 붙여 넣을 수 있으며, 그렇게 공개된 음악은 누구든 즉시 들을 수 있다.

많은 댄스 뮤지션들과 DJ들은 사운드클라우드에 업로드하는 것을 ‘공식 출시’로 받아들인다. 데스티니 차일드 역시 1월에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신곡 ‘Nuclear’를 발표했다. 사운드클라우드는 어떤 웹브라우저나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에서든 작동한다. 뮤지션들은 불과 몇 초 만에 MP3를 업로드할 수 있으며, 사이트는 해당 음악을 코드화하여 웹상에서 어디든 붙여 넣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용자들은 트랙 재생 횟수뿐 아니라, 음악을 듣던 사람들이 어느 부분에서 중단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아티스트가 어떤 것이 효과적이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지 다시 고려하는 효과도 있다.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레이블 회사로 음악을 보낼 경우에는 그들이 실제로 음악을 들었는지 여부도 알 수 있다. 청취자 역시 오디오의 어느 부분에든 코멘트를 남길 수 있다.

2012년에만 1억8천만 명의 이용자들이 사운드클라우드를 들락거렸다. 지금 사운드클라우드는 음악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넘어 코미디, 포드 캐스팅, 시민 저널리즘까지 계획하고 있다. 2010년 아랍권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 기간 동안 새로운 뉴스를 실시간으로 포스팅하는 창구로 사용된 것이 좋은 예다.

EDITOR: 조하나
WORDS: 이먼 포드
ILLUSTRATION: 이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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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하나
Words 이먼 포드
Illustration 이우식

2013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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