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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 창조 그리고 과학

국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과학기술과 창조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정부 부처가 출범했다. 이름부터 목적까지 난해한 이곳을 IT, 경제, 문화 세 가지 시선으로 분석해봤다.

UpdatedOn July 02, 2013

미래와 창조 그리고 과학

미래부, 호그와트 마법학교?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관장하는 영역은 정보통신 기술과 과학, 그리고 미래 기획이다. 농담이 아니다. 미래부의 영문명이 실제로 ‘Ministry of Science, ICT and Future Planning’이다. 미래부의 비전은 ‘과학기술과 ICT를 통한 창조경제와 국민 행복 실현’이고 이를 위한 주요 전략은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 국가 연구 개발 및 혁신 역량 강화 / SW와 콘텐츠의 핵심 산업화 / 국제 협력과 글로벌화 / 국민을 위한 과학기술과 ICT 구현’이다.

글만 읽어도 머리가 복잡해졌는가? 괜찮다. 당신은 정상이다. 나는 복잡한 느낌을 넘어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대체 ‘창조경제 생태계’가 뭐냔 말이다. 다들 해리 포터가 되는 걸까? 마술 지팡이를 들고 아비스(지팡이에서 새를 소환하는 주문)나 아씨오(물건을 소환하는 주문)를 외치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걸까? 그럼 미래부는 대한민국을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만들려는 원대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부서인가? 물론 농담이다. 문제는 이런 농담을 쉽게 할 만큼 미래부가 어떤 부서인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보통신산업과 과학기술 증진. 원래 목적은 이런 것이었을 거다. 국가 경제가 미래에도 활성화될 수 있게 기반을 조성하고, 그것을 준비할 수 있는 연구와 활동을 도와주는 것. 그 기술과 사회자본을 기반으로 기업들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그로써 국가가 성장하고 국민은 행복해질 수 있는 것. 악성 홈페이지 체크를 위해 네이버 툴바를 깔지 않겠니? 같은 말을 하는 부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쉬운 일이 어렵게 변한 것은 ‘창조경제’라는 말 때문이다. 모호하게 들리지만 이건희 회장이 “10년 후 먹을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말이다. 기본적으로 성장 경제 패러다임에 기초하고 있는 말이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들 알고 있듯 한국은 이미 성장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일본과 비슷한 장기 불황 시대에 접어드는 것은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먹을거리를 찾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스티브 잡스, 애플, 아이폰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과 고도 성장을 배경으로 정보통신 기술 연구에 힘을 쏟았고, 청년들은 반전/히피 문화의 영향을 받아 해커 문화를 만들었다. 해커 문화는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 빌 게이츠 같은 사업가들을 낳았고, 사업 번창과 함께(?) 정보통신 기술은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 스마트폰으로 사회 문화적 변화와 세계 경제의 흐름을 뒤집어놓았다. 국가는 정보통신 연구에 돈을 투자하고 벤처 창업에 좋은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국가 하면 ‘규제’를 떠올리고, 제발 도움 주지 않아도 되니 방해만 하지 말라고 ‘익스팩터 페트로눔(악령 퇴치 주문)’을 외치지만, 실제로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 방향과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당장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망을 구축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도 IMF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전략적으로 인터넷망을 깔고 정보통신 기업들을 후원했던 것이 크다. 참고로 김영삼 정부 당시 계획했던 정보통신망 구축 전략은 2012년에야 전국적인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까지 미래부의 모습이 흐릿했던 것은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 하나에 오만 가지가 다 담겨 있다. 바로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 예산이 없다, 부서 역할이 모호하다 등 백만 가지 이유를 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대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명확한 비전으로 상황을 이끌어가는 리더십. 그래서 미래부의 등장 이후 변화가 느껴지길 바랐다.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주길 기대한 것이 아니라, 명확한 비전과 충실한 일 처리를 기대했던 것이다. 당장 처리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일까.

미래부 출범과 함께 터졌던 대규모 해킹 사태, 종편과 PP의 갈등, 방송사와 이통사들의 문제, 차세대 TV 방송에 대한 전략, 주파수 배분과 와이브로 문제 등 아는 사람만 아는 이익이 걸린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비롯한 다른 부서들과의 미묘한 갈등이 얽혀 있다. 10여 년 전 당시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 문화관광부가 인터넷 산업을 누가 관할할 것인가를 놓고 다퉜던 것을 기억하는 입장에선, 청와대의 교통정리 없이 이런 문제가 쉽게 풀리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래질리먼시(타인의 마음을 읽는 주문). 많은 사람의 소리를 들으며, 전체적인 상황을 만들어가는 일에 미래부는 주력해야 한다. 청년들의 창업 붐, 스마트폰 확산에 기반한 새로운 혁신 기업들의 탄생과 성장.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초과학 연구. 그런 것들을 위한 환경을 만들고, 흐름을 저해하는 규제들을 해소해야 한다.

결국 미래부가 해야 할 일은 매지쿠스 익스트리모스(모두의 마법 효과를 향상시키는 주문)다. 단기간의 성과에 신경 쓰지 않고(이것을 신경 안 쓰면 공무원이 아니겠지만) 사람들이 도전 정신을 가지고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들 자신이 자연스럽게 가진 멋스러움으로 세상의 트렌드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 도전하다 깨지고 넘어지고, 그러다 다시 일어나는 것이 진짜 멋진 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 앞으로 그런 세상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해주길, 미래부에 기대한다.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할 생각은 부디 접어주시고.
WORDS 이요훈(IT 칼럼니스트)


삶을 위한 기술
지그문트 바우만의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는 한 달에 무려 3천여 건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소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소녀는 10분에 한 번 꼴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셈이다. 소녀가 혼자서 시간을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에 커피숍이나 버스, 지하철 등에 혼자 있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그 소녀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은 스마트폰과 SNS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커피숍에 앉아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도 ‘페북’에서 본 ‘페친’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홀로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해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 집중한다. 그 안에서 평상시에 만나지 못하는 지인들의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올린다. 이제는 ‘오프라인’이라 불리는 실제 삶에서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페북’ 혹은 ‘카스’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없으면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스마트폰과 SNS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바로 이에 관한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 미래부 때문이다. 미래부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에 관한 업무를 통합해 새로운 경제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목표 아래 출범하였다. 미래부는 인터넷 등의 통신 기기뿐만 아니라 방통위의 업무를 이관받으며 거대 공룡 부처가 되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는 포스터에 대한 묘사가 있다. 이 포스터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의 각 층마다 붙어 있다. 포스터에는 정면을 응시하는 거대한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눈동자가 마치 사람을 따라다니는 듯 움직인다. 얼굴 밑에는 ‘빅 브러더가 당신을 보고 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포스터는 국가가 개인의 공적인 영역과 은밀한 영역을 모두 통제하는 독재사회를 집약적으로 잘 보여주는 소도구다. 스마트폰과 SNS가 행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모습이기도 하다.

미래부에서는 6월 5일 ‘빅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경제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페이스북에서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일괄 수집한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서 알 수 있듯, 미래부가 경제 가치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미국처럼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방통위 업무를 이관받으며 이제는 정부가 언론에까지 직접 관여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1984>의 그림자가 보인다면 망상에 불과할까? 개인의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를 관할하는 정부 부처의 역할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였다.

경제 가치 창출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기술에 의존하는 삶이 아니라 삶을 위한 기술을 원한다. 사람들은 외롭기에 사이버 공간에 접속해 대화를 시도한다. 이러한 상황을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경제 가치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삶을 위해, 미래부는 그들이 표방한 ‘인문학의 상상력과 과학기술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WORDS 김태선(문학 비평가)


창조? 기본에 충실하라
5년간 40조원대의 예산을 투입하는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방안’이 공식 발표됐다. 하지만 창조경제 활성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심지어 정부 출범 1백 일을 넘기고도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덕분(?)에 주관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6월 중순에 진행된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을 살펴보면 이러한 분위기가 극명하다. 당시 창조경제의 모호성을 추궁하는 목소리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첫 질의에 나선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은 창조경제 추진 기구와 관련해 “미래부 혼자 잘해보라고 다들 팔짱 끼고 있는데 미래부 장관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게 되겠느냐”며 “총리 직속으로 창조경제기획단이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처별 칸막이를 없애고 서로 합심해 협업하자는 제안이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방안에 청사진이 전혀 없다. 창조경제 실현이 가능한 것인가”라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물론 정부 입장에선 아쉬움이 많을 수도 있다. 출범 이후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는 국내 경기가 발목을 잡았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8분기 연속 0%대(전분기 대비 0.9%)를 기록하자 세수 감소 폭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돼 17조3천억원이란 대규모 추경안을 마련해야 했고, 아베노믹스의 엔저 영향에 별다른 경제 정책을 펼칠 여지도 없었다.

그럼에도 눈 치켜뜨고 하나하나 따져볼 수밖에 없는 건 이른바 근혜노믹스의 핵심이 창조경제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매진해야 한다고 배운 핵심 공략이 뜨뜻미지근하니 일부에선 이러다 교육과학기술부 꼴 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보통신산업과 과학기술 부처의 잘못된 만남으로 기억되는 교육과학기술부는 MB정부의 굵직한 실패작 중 하나다.

교육 부문에 가려 동력을 잃은 과학기술 정책이 정권 내내 표류했다. 여기에 MB정부의 핵심 모티브였던 녹색성장의 추억이 더해지면 걱정과 우려가 강도를 더한다.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녹색과 성장이란 이미지를 결합해 우리만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보자던 녹색성장은 4대강 사업이 됐고, 현재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처지에 이르고 있다.

더 이상 스마트폰이나 앱이 창조경제의 성공 사례라고 운운하는 건 현실성 없는 외침이다. 국회 대정부 질문 당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상세 계획을 7월에 발표하겠다”던 최문기 미래부 장관의 답변이 벅찬 기대로 다가오려면 구체적인 무엇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발표한 벤처 활성화 대책이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선 창조경제의 새로운 물꼬가 될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김대중 정부가 관(官) 주도로 초기 창업 지원에 정책의 무게를 둔 것과 달리, 창업→성장→회수→재투자 등 단계마다 시장이 원활하게 기능을 하도록 했다. 벤처 업계에서 끊임없이 요구하던 실리콘밸리식 벤처의 선순환 생태계가 지향점이다. 결국 열심히 보고 듣고 제대로 반영하는 기본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WORDS 안재형(매일경제 <럭스맨> 기자)

EDITOR: 조진혁
ILLUSTRATION: 이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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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Words 안재형(매일경제 <럭스맨> 기자)
Editor 조진혁
Illustration 이자경

2013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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