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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조합

가격의 고하를, 브랜드의 가치를 뛰어넘는 의외의 조합. 하지만 그 어느 것보다 신선하고 조화롭다.

UpdatedOn June 11, 2013

흰색 ‘파워 워시드 티셔츠’ 3만6천원 아메리칸 어패럴 제품 + 감색 바지 가격미정 에르메스 제품

티셔츠는 가장 편한 옷이다. 리조트에 놀러 가 잭콕을 마시며 세상의 여유를 다 누리는 것 같은 편한 마음으로 입어야 한다.
그리고 세탁기에 넣어 빤 뒤 아무렇게나 탁탁 말려 입어야 한다. 편한 옷인 만큼 부담 없이 입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티셔츠를 늘어지고 해질까 애지중지하며 입는 건 티셔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시중엔 가격 대비 질 좋은 티셔츠가 많다. 헤인즈, 유니클로 등 가격과 품질 모두 정직한 티셔츠가 많다. 그중 가장 추천하는 건 아메리칸 어패럴의 ‘파워 워시드 티셔츠’다. 이름 그대로 파워 워싱 과정을 거쳐 세탁을 여러 번 한 것 같은 낡은 맛이 있다. 10만원이 훌쩍 넘는 티셔츠보다 질은 좋으니, 부담 없이 구매해 오래 입을 수 있다.

반면 바지는 제대로 된 것을 골라야 한다. 핏과 질이 좋다고 소문난 바지를 두루 입어봤지만 에르메스 바지를 입었을 때 가장 만족스러웠다. 에르메스의 가방만큼이나 꼼꼼한 봉제와 좋은 소재, 우수한 착용감은 나를 만족시켰다. 더욱 만족스러운 건 착용했을 때의 기분이다. 여자들이 에르메스 켈리 백을 들고 길을 걸어다닐 때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해야 하나. 남들 눈엔 이름 없는 티셔츠와 바지를 입은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 두 가지를 착용했을 때의 기분은 직접 느껴보지 않고선 도저히 모른다.
EDITOR 고동휘

사각 토트백 가격미정 고야드 제품 + 크림색 반지갑 10만원대 프라이탁 제품

좋은 가방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다 살 수 있고, 누구나 다 들고 다니는 가방은 싫었다. 로고가 커다랗게 박힌 가방이나 일주일 내내 수트를 입는 사람이 들 법한 캔버스 가방 같은 것들 말이다. 백화점과 매장을 뒤져 찾아낸 게 고야드의 사각 토트백이다. 일단 국내에 매장이 거의 없는 데다 쇼퍼 백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니, 사각 토트백을 드는 남자는 거의 없는 게 분명했다. 게다가 고야드라는 브랜드 자체의 가치가 높으니 그야말로 나에게 딱 알맞은 가방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 손에 쥔 보테가 베네타의 지갑이 이상하게도 밉게 느껴졌다. 고야드 가방에 보테가 베네타 지갑을 든 남자라니. 옷밖에 모르거나 명품에 미친 남자처럼 보일 게 뻔했다. 좋은 지갑을 든 남자는 수없이 많고, 여기에 좋은 가방을 더한 남자도 많으니 그 집합에 속하는 것이 싫었다. 그러다 생 로랑 가방에서 이름 없는 작은 가죽 지갑을 꺼내던 지인이 생각났다. 집으로 돌아가 서랍을 뒤져 오래된 프라이탁 지갑을 꺼냈다. 재활용을 모토로 하면서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원시원한 느낌의 지갑이 고야드 가방에 안성맞춤이었다. 들고 다니는 내내 ‘너 정말 쿨하구나’라는 말만 들었다. 이번 여름은 스타일도, 내 마음과 기분도 정말 시원할 것 같다. EDITOR 이광훈

모래색 면 수트 1백40만원대 로다 제품 + 감색 플립플랍 2만3천원 하바이아나스 제품

나이가 들수록 수트를 입을 일이 많아졌다. 각종 경조사와 잦은 미팅은 수트 구매율을 확실히 높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구두와 친해졌다. 아마 아내보다 구두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을 테다. 구두를 신으면 많은 것들에 신경 쓰게 된다. 걷는 모양새, 앉은 모습, 자동차 페달을 밟을 때의 각도, 심지어 평소의 행동까지 구두처럼 곧고 딱딱하게 된다. 수트와 편한 사이가 되려고 구두 대신 운동화를 선택해봤지만, 뻔하다는 말만 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플립플랍이다.
수트에 플립플랍을 어떻게 매치하냐고, 플립플랍은 동네 슈퍼에 갈 때나 신는 거 아니냐고 되묻겠지만 플립플랍이 가진 힘은 생각보다 컸다. 수트 자체가 워낙 단정하고 격식 있는 옷이라 오히려 플립플랍이 그 느낌을 중화시켜 경쾌하고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로다의 면 수트를 빳빳하게 다리지 않은 채 입은 다음 플립플랍을 신으면,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남자가 된 기분이다. 올여름엔 구김이 자글자글한 리넨 수트에 플립플랍을 신고 다닐 거다. 그리고 여름을 만끽할 테다. EDITOR 성범수

사각프레임의 ‘탱크 솔로 워치’ 3백만원대 까르띠에 + 흰색과 감색이 섞인 끈 팔찌 1만9천원 놋트 팩토리

손목은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부분이다. 손목 위에 얹은 시계와 액세서리는 그 사람의 취향과 안목을 고스란히 말해준다. 명함을 꺼내고 악수를 할 때, 심지어 밥을 먹을 때조차 가장 빠르게 노출되는 부분이 손목이므로 이미지를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 나는 손목을 최대한 담백하게 꾸미려고 노력한다. 사람은 자고로 담백하고 깊이감이 있어야 하므로.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과시하려는 욕심이 있기 때문에 브랜드의 로고가 크게 드러나는 화려한 시계를 차고 형형색색의 팔찌를 두세 개씩 두른다. 깊이감이 있거나 멋있어 보이긴커녕, 그저 ‘비싸고 화려한 것’만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쉽다. 가치 있는 브랜드이면서도 담백하고 정갈한 맛이 있는 까르띠에의 가죽 스트랩 시계면 세련미가 충분히 배어나온다. 심심하지 않게 끈 팔찌 하나 정도 더해주면 좋은데, 여러 색과 장식이 섞인 팔찌보다는 끈으로 만들었구나 싶을 정도로 단순한 것이 좋다. 이렇게 단순한 제품은 가격도 착하다. 단정하지만 깊이감이 있는 시계와 소소한 맛이 있는 끈 팔찌라니, 스스로 담백하고 정중해지는 기분이 든다. Guest EDITOR 김지수

GUEST EDITOR: 김지수
PHOTOGRAPHY: 안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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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지수
Photography 안정환
Guest Editor 김지수

201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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