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ASHION MORE+

블랙칼라 워커를 위한 <아레나>의 족집게 과외. 새겨들어 성공하길.

男子 空間

몰두한 남자는 아름답고, 수컷의 위용을 드러낸다. 나무를 자르고 가죽을 다듬는 사내들의 작업실, 테스토스테론의 공간으로 초대한다.

UpdatedOn May 31, 2013

디자이너 정승민

디자이너 정승민 <경리단 스튜디오>

TRVR은 핸드메이드 레더 벨트와 작업용 앞치마, 챙이 짧은 ‘쪽모자’로 유명한 정승민의 브랜드다. 유독 ‘누나’들이 많이 사는 논현동의 지하 스튜디오에서 사람 냄새 나는 경리단 시장 골목으로 옮겨온 지는 이제 반년이 조금 지났다. 정승민의 새 스튜디오는 조도가 낮고 규모는 작지만 공기는 아주 따뜻한 곳이다. 산으로 들로 쏘다니며 구한 재료를 이용해 가구와 선반도 직접 만들어 넣었다.
스튜디오를 가로지르는 작업 테이블은 강원도 산골의 버려진 한옥 마루를 받치고 있던 기둥이었다. 테이블 위에 가죽을 펼쳐 자르고, 다듬고, 두드린다. 모두 손으로 만든다. 이렇게 만든 TRVR의 작업물은 인스턴트가 아니다. 대를 물려 남을 것이다. http://trvr.cc

가구 디자인 회사 Millord

가구 디자인 회사 Millord <방배동 스튜디오>

젊은 목수들이 있다. 방배동의 한적한 주택가에 숨은 이곳은 원목 가구를 디자인하는 유종민의 쇼룸이자 작업장이다.
유종민의 브랜드, 밀로드의 첫 번째 스튜디오는 암사동에 있었다. 여름에는 징그럽게 덥고 겨울에는 맹렬하게 추웠던 암사동 스튜디오의 추억을 뒤로하고 이전한 이곳은 원래 녹음 스튜디오로 쓰던 곳이었다. 유리 폴딩 도어를 사이에 두고 쇼룸과 작업장을 구분하고, 작업장 소음을 차단할 수 있어 가구 작업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폴딩 도어를 닫고 유리 너머로 유종민과 스태프들이 작업하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셋은 모두 질서정연하고 차분하게 움직였다. 나무가 의자로 변해가는 과정은 아이가 사내로 성장하는 과정 같았다. www.millord.com

남성복 디자이너 이동인

남성복 디자이너 이동인 <경리단 스튜디오>

이동인은 남성복 브랜드 ‘유즈드퓨처’의 수장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이동인의 옷들은 클래식에 근간을 두었지만 컨템퍼러리한 위트가 넘친다. 서울 숲을 지척에 둔 이동인의 성수동 스튜디오는 50년도 더 돼 보이는 하얗고 커다란 상가 건물인데, 본디 오래된 피아노 학원이었던 공간을 터 작업장으로 꾸몄다. 통유리창 밖으로 파란 나무와 보랏빛 라일락이 아른거리고, 자연 채광이 아름답게 부서지는 곳이다. 이동인이 줄자를 목에 걸고 오래된 재단 가위로 천을 자르는 동안 시간이 느리게 갔다. 다가올 시즌에는 작업실 풍경처럼 따뜻한 옷이 탄생할 것이다. http://usedfutureeshop.com

작가 위성범과 김정섭

작가 위성범과 김정섭 <파주 스튜디오>

비밀 기지 같은 이 작업실은 홍대 목조형학과 출신의 작가 위성범과 김정섭이 함께 쓰는 스튜디오다. 두 작가는 섬세하고 평화로운 사람들이지만, 작업실은 투박하고 거칠다. 목조형 작업을 할 때 쓰는 커다랗고 단단한 기계들, 이름과 용도를 가늠할 수 없는 도구들이 거대한 스튜디오에 한가득이다. 공간을 채운 것들의 질서는 이방인이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어쩐지 유쾌해 보여 좋았다.
웃고 떠들다가도 작업대 옆에 서면 두 남자는 말수를 줄인다. 그럴 때면 작업장을 휘젓고 다니던 스튜디오의 강아지들도 두 남자 옆에 자리 잡고 점잖게 앉아 있다. 작가 위성범의 목조형 작품 하나를 꺼내 구경했다. 묵직하고 단단하다. 모두 말없이 조용히 바라보았다. www.wisungbum.com
http://ultrasup.com

EDITOR: 천혜빈
PHOTOGRAPHY: 안정환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천혜빈
Photography 안전환

2013년 06월호

MOST POPULAR

  • 1
    셀린느 여성 윈터 24
  • 2
    사운드의 진화, 뱅앤올룹슨
  • 3
    브랜딩 이상의 브랜딩
  • 4
    배리 X 조슈아
  • 5
    제로베이스원 성한빈&김지웅, '웅성즈' 케미가 돋보이는 <아레나 옴므 플러스> 디지털 커버 공개

RELATED STORIES

  • PEOPLE

    Maison Hermès

    에르메스 홈 컬렉션을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듀오 샬롯 마커스 펄맨과 알렉시스 파브리가 가구와 오브제의 역할과 영감에 대해 말했다.

  • PEOPLE

    독보적 웹툰 : 오늘

    작가가 달라도 획일화된 작화는 쉽게 잊힌다. 하지만 자신이 구축한 형태를 쉽게 무너뜨리지 않는 작가는 잊히지 않는다.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만화가들을 만났다.

  • PEOPLE

    독보적 웹툰 : 나몬

    작가가 달라도 획일화된 작화는 쉽게 잊힌다. 하지만 자신이 구축한 형태를 쉽게 무너뜨리지 않는 작가는 잊히지 않는다.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만화가들을 만났다.

  • PEOPLE

    독보적 웹툰 : 김송

    작가가 달라도 획일화된 작화는 쉽게 잊힌다. 하지만 자신이 구축한 형태를 쉽게 무너뜨리지 않는 작가는 잊히지 않는다.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만화가들을 만났다.

  • PEOPLE

    Football life : 니벨크랙 대표 이신재

    홍대에 위치한 카페 니벨크랙의 콘셉트는 확실하다. 축구공 모양의 유리컵과 축구화에 식물을 키우고, 전 세계에서 공수한 축구 상품과 축구 관련 서적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공간 한쪽에선 다양한 팀의 축구 유니폼도 판매한다. 이곳을운 영하는 니벨크랙의 대표 이신재는 자신을 축구광이라고 지칭한다. 축구가 좋아서 축구로 밥 벌어먹는 사람. 이신재를 만나 물었다.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이냐고.

MORE FROM ARENA

  • FILM

    세븐틴 디노의 사랑의 언어는 0000이다? (※ 감동주의보)

  • FASHION

    팜 엔젤스의 수장, ‘프란체스코 라가찌’를 만나다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프란체스코 라가찌’에게 브랜드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 FASHION

    Somewhere

    낯선 곳에서 만난 다채로운 여름 무늬들.

  • LIFE

    스승은 말했고

    “세 사람이 길을 갈 때 그중엔 반드시 내 스승이 있으니.” 따듯한 말 한마디, 뼈아픈 지적, 닮고 싶은 품위, 저렇게 살지 않겠다는 반면교사 …. 누구에게든 배울 것이 있다. 나의 스승이 말했던 잊을 수 없는 그 말.

  • INTERVIEW

    주현영과 요거트와 마라탕

    주현영에게는 다양한 면모가 있었다. 웃기는 이미지로 남는 게 두렵지 않으면서도 순간순간 엄청나게 긴장한다고 했다. 성대모사를 하며 자기표현의 본질을 통찰했다. 종일 요거트 하나 먹어서 인터뷰 끝나면 마라탕을 먹을 거라는 주현영을 만났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