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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N잡러 창업하는 주부들, 이정민 아나운서의 제2의 인생

프로 N잡러는 주부가 아닐까? 딸, 아내, 엄마, 며느리에 이어 창업가가 된 주부들의 이야기.

On April 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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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 숍 ‘미케르’ CEO 이정민 아나운서

관심 분야 자격증에 도전하세요

4살 아들, 12살 딸을 둔 슈퍼맘 이정민 아나운서는 특유의 하이텐션과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녀가 2022년 17년간 몸담았던 KBS에 사직서를 내고 제2의 인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웰니스 스파 숍 ‘미케르’의 대표가 된 것이다. 의외의 길을 선택한 그녀의 창업 스토리.

퇴직 후 스파 숍 ceo로 변신했습니다.
요즘 N잡러의 시대라고 하는데 제가 직업이 많습니다. 엄마, 아내, 방송인, 웰니스 스파 숍 ‘미케르’ 대표, 인스타그래머 등등이요. 오늘도 아이들 라이딩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웃음)

회사를 그만둔 후 피부미용사 자격증부터 취득했다고 들었어요.
사업과 연결되지 않더라도 관심 분야의 자격증을 따보자 싶었죠. 자격증은 남잖아요. 회사에 다닐 때부터 늘 ‘어떤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왔거든요.

스파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임신했을 때 25kg이 늘었는데, 그때 제 모습이 절망적이었어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다시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을지 불안하고 두려웠죠. 그래서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했고, 스파에서 관리까지 받았어요. 단순히 체중만 빼기보다는 탄력 있는 몸을 가꾸고 싶었거든요. 그런 이유로 스파가 큰 도움이 돼 이쪽 비즈니스에 대해 확신이 생겼던 것 같아요.

창업해보니 어떤가요?
자영업자라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이 돌아오는 건 좋아요. 특히 연세 지긋한 고객이 관리를 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이 일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연히 힘든 점도 많지요. 월급쟁이로 살 때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에요. 일단 세상의 모든 사장님을 존경하게 됐고, 겸허해집니다.(웃음) 흔히 “남의 주머니에서 돈 빼오기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진짜 어렵더라고요. 서비스를 파는 일이나 영업이 보통 일이 아니에요. 이 일을 하면서 인플루언서도 전문직이라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1시간을 노력해야 하나의 홍보 피드가 완성되니까요.

많은 스파 숍이 있는데, ‘미케르’만의 특징은 뭘까요?
호텔 스파 같은 힐링 스폿이요. 호텔에 가지 않아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도심 속에서 호텔테라피를 느끼는 게 제가 원하는 니즈거든요. 거기다가 ‘디톡스’ 프로그램이 결합돼 있어요. 단순히 살을 빼는 게 아니라 디톡스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거죠. 최근에는 신부를 위한 웨딩 프로그램도 론칭해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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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과정도 궁금합니다.
구청에 가서 피부미용사 자격증을 제출하고 영업 허가증을 받을 때의 묘한 감정이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뭐랄까, 나의 노후 대비랄까요?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어요. 사업 초반에는 제가 온실 속 화초였다는 걸 여실히 깨닫는 하루하루였지요. 생각보다 아나운서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문서 작성, 세금 문제는 지금도 힘들지만 많이 익숙해졌고,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미용사 자격증을 따는 건 어렵지 않았나요?
사실 네일 분야만 해도 저희 같은 40대는 눈이 침침해 오래 못 해요.(웃음) 근데 이 분야는 특별한 재료가 없어도 손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기술이에요. 1차 필기와 2차 실기를 보는데, 너무 떨려 어떻게 시험을 봤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실제 사람을 눕혀놓고 클렌징부터 보디 관리까지 하는 시험이었는데, 1차는 공부를 하면 된다 치고 2차는 만만치가 않더라고요. 사실 학원에 다닐 때도 “어제 가르쳐준 걸 왜 틀리냐?”는 선생님에게 “저 40대예요. 어린 친구들처럼 빠르지가 않아요” 했더니, 지난달에 60대 어르신도 취득하고 가셨다며 무슨 소리냐는 거예요.(웃음) 맞아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합격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했을 때보다 더 좋았어요.(웃음) 사실 실기시험을 칠 때 손이 안 움직일 정도로 너무 긴장해 떨어질 줄 알았거든요.

서비스업은 적성에 맞나요?
사람들은 의외라고 하지만 저한테는 잘 맞는 업태예요. 일대일로 사람을 마주하는 걸 좋아하고,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아, 간혹 노쇼 손님이 있을 때는 엄청 속상하지만요.

전문가로서 피부 관리 팁도 알려주세요.
피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지’예요. 이미 처지고 주름이 잡혔다면 성형외과에 가야 하고, 늘어나기 전이라면 계속 셀프 마사지를 하면서 탄력을 유지시키는 거죠. 그리고 하얗게 일어나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각질 제거를 하는 게 좋아요. 피부 트러블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물리적인 딥 클렌징과 화학적인 딥 클렌징을 번갈아가며 해주세요.

‘스파’라는 서비스를 정의한다면요?
섬김. 간혹 스스로에게 ‘나는 왜 이걸 시작하게 됐을까’라는 질문을 하거든요. 자격증을 따는 과정에서 처음 사람을 대상으로 연습했을 때 그 묘한 감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사실 자식이나 가족 이외의 다른 사람 얼굴을 만질 일은 거의 없잖아요. 완전한 타인의 얼굴을 만진다는 건, 다 초월해 섬기는 마음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 같아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집에 와서는 최대한 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방송할 때와는 달리 고뇌해야 하는 시간이 분명히 있어요. 제가 이끄는 사업체다 보니 걱정거리도 있죠. 집에까지 그 걱정을 가져가면 아이들에게 집중하지 못하니 털어놓고 가려고 해요.

창업을 꿈꾸는 주부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궁금합니다.
일단 도전하세요. 제빵기능사든, 네일 아트 자격증이든 뭐든 관심 분야의 자격증에 한번 도전해보세요. 100세 시대 아닙니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에요.(웃음) 긴 세월을 살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노후 대비가 될 수 있어요. 저희 친정 엄마는 50살이 넘어 대학원에 가셨고, 65살에는 실버 모델에 도전하셨어요. 제게도 분명 자극이 됐죠.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마인드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이 일을 하면서 힘들 때마다 남편이 제게 용기를 많이 줬는데, 그중 하나가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이에요. 물론 사업을 하면서 힘들 때도 많지만, 적어도 아무 일도 안 했다면 어땠을지를 생각해보면 뭐라도 하는 게 나은 건 분명해요.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김지은·곽희원(프리랜서)
사진
이정민
2024년 04월호

2024년 04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김지은·곽희원(프리랜서)
사진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