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밴드 유튜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WELLSENSE

WELLSENSE

혈액 한 방울로 진단하는 암! 어떤 기술일까?

몸에 암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주로 MRI(자기공명영상)검사나 조직검사를 한다. 그러나 소량의 혈액만으로 암을 찾아내는 시대가 왔다. 어떤 기술일까?

On March 10, 2024

/upload/woman/article/202403/thumb/55659-532578-sample.jpg

약간의 혈액으로 암을 찾아낼 수 있을까? 꿈같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먼 나라,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연구자가 개발한 기술이며, 이미 일부 건강검진 기관과 병원에서 암 진단에 사용하고 있다.

진단 성적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이 새로운 진단 기술은 암을 90% 이상 정확하게 찾아낸다. 조직검사와 비슷한 정확도다. 3~4기의 큼직한 암 덩어리(진행암)뿐만 아니라 MRI 등 영상검사로도 잘 보이지 않는 암(초기암)도 발견한다. 암이 몸 어느 부위에서 발생해 자라고 있는지까지 알려준다.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검사를 ‘액체생검’이라고 한다. 조직검사(조직생검)는 신체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 암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반면, 액체생검은 혈액이나 척수 등 액체로 암 여부를 확인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조직검사로 암을 확진하지만, 미국은 이미 암 진단의 10%는 액체생검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가 개발, 암 진단 미래 바꿀 수도

국내 액체생검 암 진단을 주도하고 있는 이는 김태유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다. 최신 의료 기술이라서 젊은 연구자일 것 같지만, 김태유 교수는 국내 암 의학계를 대표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정밀의료센터장, 서울대학교암병원장,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대한암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암 환자를 진료하면서 액체생검 연구를 지속해 새로운 진단 기술과 제품을 개발했으며 암 진단 기업 아이엠비디엑스를 설립했다. 액체생검 암 진단 시작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소량의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은 암 진단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획기적입니다. 미국에는 가던트헬스, 그레일 등 암 진단 기업이 몇 년 전부터 액체생검 암 진단 기술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처음입니다.”

김 교수와 연구진은 초기암, 진행암, 재발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각각 개발했다. 초기암 진단(캔서파인드)은 지난해 가을부터 일부 건강검진 기관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진단 비용은 회당 110만원 수준이다. 현재 대장암, 위암, 폐암, 간암, 췌장암,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등 8가지 암을 진단할 수 있으며 앞으로 진단 종류를 확대할 예정이다. 진행암 진단은 서울대학교병원,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 등 31개 병원에서 이용할 수 있다. 진단 비용은 약 150만원으로 환자 부담은 50%다. 재발암 진단은 아직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연구용으로만 쓰고 있다. 김 교수는 진행암 진단 기술 또한 머지않아 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액체생검 암 진단 순서

❶ 혈액 10~20ml 채취

❶ 혈액 10~20ml 채취

 

❷ 혈액에서 암유전자 조각을 찾음

❷ 혈액에서 암유전자 조각을 찾음

 

❸ 최신 유전자 분석 기술로 암 종류와 진행 상태 확인

❸ 최신 유전자 분석 기술로 암 종류와 진행 상태 확인

 


혈액 속에 떠다니는 암유전자 조각을 찾아라

김태유 교수 팀은 혈액 10~20ml를 추출해 암 검사를 한다. 1~2튜브 분량으로, 건강검진 시 혈액검사를 할 때 뽑는 혈액량과 비슷하다. 이처럼 적은 양의 혈액에서 어떻게 암을 찾아낼까? 해답은 혈액 속에 떠다니는 암유전자 조각에 있다.

우리 몸의 모든 조직은 세포로 이뤄져 있고, 세포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김태유 교수에 따르면 모든 세포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자신의 유전자 조각을 떨어뜨린다. 이 조각은 혈액 속을 떠다닌다. 암세포 또한 암유전자 조각을 혈액으로 유출한다. 혈액 속의 암유전자 조각을 찾아내 분석하는 것이 액체생검 암 진단 기술의 핵심이다. 김 교수 팀은 유전자 중 DNA를 이용한다.

얼핏 보면 간단한 기술 같지만 간단치 않다. 암유전자 조각이 워낙 소량이라서 이를 찾아내기 어렵다. 암유전자 조각은 혈액 안의 모든 유전자 조각 중 0.001~0.1%에 그친다. 혈액 10ml에는 유전자 조각이 1만 개쯤 들어 있다. 이 가운데 암유전자 조각은 0.1~10개에 불과하다. 초기암은 0.1개, 재발암은 1개, 진행암은 10개 수준이다. 암이 진행될수록 암유전자 조각이 많은 것은 암 조직이 클수록 암유전자 조각을 많이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렵게 찾아낸 암유전자 조각을 분석해 어떤 암인지, 얼마나 진행됐는지 정확하게 알아낸다. 이를 위해 최신 분석 기술을 모두 동원하고 유전자의 같은 부위를 5만 회나 반복해 분석한다.

기존 암 검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김태유 교수는 액체생검이 조직검사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답했다.

“진행암에서 조직검사와 액체생검 진단 결과가 90% 일치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조직검사를 액체생검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암 조직이 있어 조직검사를 하기 편하면 조직검사를 하고, 조직검사를 할 수 없거나 꺼려지면 액체생검을 선택하면 됩니다. 그러나 같은 환자에게 발생한 같은 종류의 암조차 서로 다르기 때문에 몸 전체에 있을 수 있는 암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데는 액체생검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시간도 액체생검은 일주일로 조직검사(3~4주)보다 빠릅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재발암 검사는 조직검사나 영상검사로 찾아낼 종양이 거의 형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액체생검이 대안이다. 초기암 진단도 조직검사와 액체생검은 비슷한 진단 결과를 보이기 때문에 고령으로 내시경검사를 할 수 없거나 조직검사를 할 때 통증이 두렵다면 액체생검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현재 암을 확진하는 데는 조직검사가 표준이지만 앞으로 액체생검이 조직검사를 대체할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태유 교수

김태유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국내 암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혈액 속에 떠다니는 암유전자 조각을 분석해 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연구진과 함께 개발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공필(헬스콘텐츠그룹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4년 03월호

2024년 03월호

에디터
김공필(헬스콘텐츠그룹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