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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이 느끼는 '현실' 중산층의 삶은 과연 어떤가?

대한민국 중산층의 눈높이는 높다. ‘순자산 9억 4,000만원에 한 달 소득은 686만원, 한 달 소비는 427만원이 돼야 중산층’이라고 인정한다는데, 과연 나는 중산층이 될 수 있을까?

On October 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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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산층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우리나라 10명 중 6명은 중산층에 속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중산층으로 살아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산층의 절반이 자신이 중산층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중산층의 시각에서는 ‘순자산 9억 4,000만원에 한 달 소득은 686만원, 한 달 소비는 427만원이 돼야 중산층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월 427만원은 한국 가구 소득 상위 9.4%의 소비수준으로 실제 4인 가구 중산층의 평균 생활비인 월 314만원보다 100만원 넘게 더 많은 금액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인정하는 욕구가 강한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중산층의 눈높이는 높다.

문제는 ‘계층 이동 사다리’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 노력 여하에 따라 더 높은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력한다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매우 높다’와 ‘비교적 높다’는 긍정적인 응답을 합친 비율이 2011년 28.8%에서 2021년 25.2%로 줄었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 중산층의 조건은 무엇인가? 나는 과연 중산층이 맞을까? 중산층 주부 3명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한민국 중산층의 최고 조건은 부동산

손 여사(45세, 결혼 16년 차 워킹맘)
김 여사(43세, 결혼 11년 차 강남 토박이)
여사(41세, 결혼 7년 차 늦깎이 쌍둥이맘)

손 여사(이하 ‘손’) 오늘 우리 이야기의 주제가 중산층이죠. 사실 중산층 하면 그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인 거 같은데, 대한민국에서 중산층이 되기란 쉽지 않은 거 같아요. 물론 경제 상황 등 객관적인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느끼는 중산층의 조건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 정도면 나도 중산층이지’라고 생각했다가도 또 언제는 ‘내 생활수준이 중산층보다는 좀 못한 거 같은데?’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해요. 제 생각에는 30평대 아파트에 살고 월수입이 500만원 정도면 중산층인 거 같아요. 저도 서울의 30평대 아파트에 살고 있고, 남편과 제 수입을 합하면 500만원이 넘으니까 뭐 그럭저럭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김 여사(이하 ‘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산층의 기준은 자산 중에서도 부동산인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어느 지역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살고 있는지가 중요한 거죠. 그래서 서울이나 대도시가 아닌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생각해요.

이 여사(이하 ‘이’)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부동산이잖아요. 일단 중산층 하면 아파트가 떠오르죠. 저는 고향이 지방인데 대학교 때 서울에 올라왔어요. 자취방을 구할 때 친정엄마랑 서울 집값에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어요. 대학가의 진짜 오래된 원룸이었는데도 지방 아파트보다 더 비싸더라고요. 결국 포기하고 1년 동안은 친척 집에서 하숙을 했어요. 그 후에 어머니가 종잣돈을 마련해 원룸을 얻어주셨죠.

사실 저는 강남에서 태어나서 40년 동안 강남을 벗어난 적이 없어요. 아버지는 평범한 직장인이셨는데, 제가 어릴 때는 강남 아파트 가격이 지금처럼 비싸지 않아서 절약하면 강남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죠. 그렇게 부모님은 강남 아파트를 구입하셨고, 저도 그냥 처음부터 강남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해 지금은 30평대 아파트를 마련해 살고 있어요.

강남에 30평대 아파트가 있으면 중산층이 아니라 상류층 아닌가요? 부럽다! 김 여사는 강남에 터를 잡고 사신 부모님께 평생 감사해야겠네요.(웃음)

아유, 상류층은 무슨. 말도 안 돼요. 아파트 대출금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요. 저는 빚이 있으니 오히려 중산층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SNS에 떠도는 우리나라 중산층의 기준을 보니까 ‘빚 없는 30평대 아파트, 월급 500만원 이상, 2000cc 이상 자동차, 통장 잔고 1억원 이상, 해외여행 1년에 1회 이상’이라고 하네요.

물가는 오르는데 중산층 소득은 제자리

저는 신도시 30평대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남편은 대기업에 근무하고, 저도 집에서 아이들 영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저도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물론 은행 대출은 좀 있지만요.(웃음)

그렇다면 순자산이 어느 정도 있어야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적어도 10억원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분들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저는 5억~10억원이면 중산층이라고 생각해요. 중산층한테 가장 중요한 건 아파트죠. 보통 30평대 아파트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대출을 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은행 대출을 감안하고 현금 자산이나 주식 등을 조금 보유하고 있다면 순자산이 5억~10억원 정도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중산층이 되려면 10억원 이상의 순자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10억원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30억원은 있어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각자의 눈높이에 따라서 중산층에 대한 기준이 천차만별인 거 같아요.

한 설문조사를 보니까 우리나라 중산층의 절반 정도가 자신이 중산층이 아니라고 답변했다고 해요.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소득은 거의 제자리 수준이거나 줄어든 경우도 있으니 심적으로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사실 월 소득이 얼마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소비를 얼마나 하고 사는지가 더 중요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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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적 위기마다 가장 불안한 게 중산층이에요.
상류층 진입은 어려워도 하위층으로 내려가는 건 순식간이죠”

서구 사회, 사회적 약자 도와야 중산층

맞아요. 그런 면에서는 저도 중산층이기는 하지만, 정작 여유가 있다는 생각을 거의 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데 수입이 일정치 않아서 거의 남편 월급에 의존하고 있어요. 이제는 양가 부모님들이 연로하시다 보니 다달이 생활비도 조금씩 챙겨드려야 하고, 아이들 교육비도 많이 들죠. 그러다 보니 사실 삶의 질이 높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워요. 제 친구들이나 아이들 친구 엄마들 중에는 호텔 뷔페나 오마카세, 파인 다이닝 같은 비싼 식당에 자주 가는 이들도 꽤 많아요. 저는 그런 곳에 거의 가본 적이 없어요.

한 끼에 몇십만원이 넘는 식사를 즐기는 게 중산층의 여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런데 실제 중산층 중에 이런 걸 자주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런데 SNS를 보면 이런 사치를 부리는 중산층이 꽤 많아서 부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해요. 1년에 한 번 이상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중산층의 조건이라고 하는데, 저도 올해 여름휴가로 일본 후쿠오카를 다녀왔어요. 여행을 좋아하면 1년에 한 번 이상 해외여행을 갈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제가 어쩌다 해외여행을 가면서 놀라는 건 명품 쇼핑을 하는 한국 사람이 진짜 많다는 거예요. 명품 백을 1개도 아닌 2개 이상 사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소비를 못 하다가 보복 소비를 하느라 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만 어렵고 다른 사람들은 다 풍족한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 배가 좀 아팠어요.(웃음)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명품을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저랑 친한 선배 한 명은 부모님이 강남에 아파트와 상가를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진짜 부자인데, 이 집안 사람들은 다들 정말 검소해요. 선배 언니도 옷은 대부분 고속터미널 상가에서 사고, 외식할 때도 소박한 메뉴를 즐겨요. ‘도대체 저 많은 돈을 언제 쓰려고 안 쓰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알고 봤더니 예전부터 그림을 좋아해 작품을 모으는 게 취미였어요. 투자 목적보다는 나중에 작은 미술관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그 선배는 중산층은 아니지만, 굉장히 멋있다고 느꼈어요.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중산층은 유독 경제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 같아요. 외국의 경우, 중산층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다른 거 같기는 해요. SNS에서 인상 깊게 본 내용인데, 미국 공립학교가 제시한 ‘미국 중산층’은 ①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②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고 ③부정과 불법에 저항하고 ④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보는 비평지가 놓여 있는 사람이라고 해요. 또 옥스퍼드대학교가 제시한 ‘영국 중산층’의 기준은 ①페어플레이를 할 것 ②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하며 ③신념을 가질 것 ④나만의 독선을 지니지 말 것 ⑤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⑥불의·불평·불법에 의연하게 대처할 것 등이 포함된다고 하네요. 조르주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이 제시한 ‘프랑스 중산층’의 기준은 좀 더 까다로워요. ①외국어를 하나 정도 구사해 폭넓은 세계의 경험을 갖출 것 ②1가지 분야 이상의 스포츠나 악기를 다룰 것 ③남들과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별미 하나 정도는 만들어 손님 접대를 할 줄 알 것 ④사회봉사 단체에 참여해 활동할 것 ⑤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꾸짖을 수 있을 것 등이에요.

이 정도면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버금가는 항목들이네요. 왠지 서구 사회 중산층의 기준에는 마음의 여유와 높은 자존감이 들어 있는 거 같아서 좋네요. 우리도 이제는 소득이나 자산 등 경제적인 조건뿐 아니라 이런 사회문화적인 조건들도 좀 갖춘 중산층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매달 198만원 수입 있어야 은퇴 중산층

예전에는 100세 시대라는 말을 들어도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가 우리 코앞에 다가온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노후에 대한 걱정이 점점 늘어나요. 어느 신문 기사에서 보니까 퇴직 후 매달 198만원 정도 수입이 있으면 은퇴 중산층이라고 하더라고요. 국민연금이랑 남편 퇴직금 등을 합치면 이 정도의 액수가 나올지 모르겠네요. 남편이 가끔 농담처럼 이제 회사에 자기 입사 동기가 몇 명 안 남았다고 말하는데, 그럴 때마다 진짜 불안해요. 아이들은 아직 너무 어리고 은퇴 준비를 해놓은 것이 없어요.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지 않았겠죠?

요즘 현명한 중산층 부모들은 자녀 교육비를 무분별하게 지출하지 않는다고 해요. 저도 이 말에 공감해요. 지금 아이가 고등학생인데, 공부를 썩 잘하는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오히려 사교육비 지출을 줄였어요. 창업을 하고 싶어 하는데, 아이에게 진짜 금전적 도움이 필요할 때 지원해주고 싶어요.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한다고 설득하는 중이에요.

그러고 보니 인서울 대학을 나와야 하는 것도 중산층의 조건이라고 하던데. 인서울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다녀야 진정한 중산층이라는 말도 있더라고요. 대한민국 중산층이 되기 위한 조건처럼 까다로운 것도 없는 거 같아요. 이런저런 불안 요소가 중산층의 기준과 조건을 더 까다롭게 만드는 것 아닌가 싶어요.

맞아요. 사실 외환 위기와 금융 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가장 불안하게 흔들리는 이들이 바로 중산층이잖아요. 중산층에서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지만, 중산층에서 하위층이 되는 건 순식간이죠. 멀쩡한 중산층으로 잘 살다가 명예퇴직이나 투자 실패 등으로 추락하는 지인이나 이웃들을 꽤 봤어요. 그런 걸 보면 중산층이 지금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만 해도 굉장히 큰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흔히 소비 주체인 중산층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중산층이 무너지면 우리 사회도 무너진다고 하고요. 이렇게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중산층, 파이팅!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3년 10월호

2023년 10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