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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전문가 대담, 사교육 없이 수능 정복 가능할까?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 이후 교육 현장이 혼란스럽다.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을 6개월 앞두고 나온 킬러 문항 삭제에 대해 학교와 학생, 그리고 사교육계의 반응은 어떨까?

On October 0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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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진(이하 ‘조’) 수능 킬러 문항에 대한 지적은 이전에도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으로 킬러 문항을 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죠. 국어는 비문학 지문 중 자연과학이나 경제, 법률 관련 지문에서 전문가 수준의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1~2문항씩 나왔고, 수학은 21번, 29번, 30번 문제가 매년 킬러 문항이 배치되는 자리로 반쯤 고정돼 있습니다. 영어는 문장의 순서와 빈칸에 적합한 단어를 찾는 문제에서 킬러 문항이 있지만 절대평가 등급제로 바뀌면서 3문제를 틀려도 1등급을 받을 수 있으니까 킬러 문항의 의미를 상실했습니다.

백재훈(이하 ‘백’) 매년 킬러 문항이 반복적으로 출제돼왔고 학생들은 그걸 전제로 수능 준비를 해온 게 사실입니다. 킬러 문항 삭제라는 것이 교과 내용을 공부하는 데는 영향을 받을 일이 없겠지만 문제별로 몇 분씩 할애할지, 킬러 문항을 마지막에 풀지 아니면 포기할지 등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시험 전략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가 지금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킬러 문항 삭제라는 정책이 발표되니까 학생들은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유정임(이하 ‘유’) 킬러 문항의 장벽이 그렇게 높은가요?

사례를 하나 들어볼게요. 중학교 때 고등 수학을 선행으로 다 끝낸 학생이 수능 수학 문제를 풀어보고 킬러 문항 3문제만 틀리니까 그 학생의 부모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3년 동안 더 열심히 공부하면 100점은 문제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학생은 수능에서도 88점을 맞았다고 해요. 그만큼 킬러 문항의 장벽이 높죠. 처음에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사교육계의 전반적인 반응은 수능이 가진 다른 문제점도 많은데 굳이 시험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출제 경향을 흔드느냐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르면서 기존의 킬러 문항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의견도 확산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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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 없는 시험 남은 기간 공략법

사교육계는 원래 자신들의 입장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바뀌면 그 순간 새로운 정책에 순응하고 대책을 세우는 편이죠. 킬러 문항의 변별력이 사라지면 그 아래 단계 난도의 문제인 ‘준킬러’ 문항이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해 그걸 집중적으로 준비시키는 강의가 벌써 만들어지고 있어요. 어려운 문제에서 승부가 갈리는 것이 아니라 실수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시간 내에 실수 없이 무난하게 문제를 푸는 연습에 집중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습니다. 나머지 문제는 자신 있다고 생각하고 킬러 문항 연습에만 매진하던 극상위권 학생은 당황하겠지만, 대부분의 상위권 학생은 자신에게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문제 풀이 경험이 풍부한 재수생 상위권들은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모두의 기대에 맞춘다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사실이겠죠. 정부 발표 이후 수능 킬러 문항의 삭제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는데요, 현재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대입 제도는 큰 틀의 변화만 수차례 있었어요. 저는 사교육 현장에서 그 변화를 지켜본 사람이에요. 심지어 수능 성적표에 등급만 표시됐던 2007년 대입에서도 예상했던 큰 이변은 없었습니다. 시험 형태가 어떻게 바뀌어도 결국은 열심히 준비한 학생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진리는 변함없었습니다. 시험을 몇 개월 앞두고 수능의 출제 경향을 손본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기 충분한 것이 사실이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페이스를 잃지 말고 지금처럼 준비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만큼 국어 비문학 영역의 킬러 문항과 수학 주관식 영역의 킬러 문항 등은 출제되기 어려울 거라고 예상됩니다. 하지만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지문의 길이를 늘린다든지, 과학과 사회 교과서의 지문을 이용하되 내용적으로 어려운 형태의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은 있어요. 서울시 교육청 홈페이지 자료실이나 평가원 자료실에 가면 2000년대 초반 수능과 평가원 모의고사 문제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문제 유형을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출제 위원들이 완전히 새로운 출제 형식을 만드는 것에 부담을 느끼면 아주 예전 수능의 출제 형식을 참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최근 기출문제들은 이미 학생들이 기출문제집을 통해 경험했기 때문에 출제자 입장에서는 훨씬 이전의 문제들을 참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능 출제에 문제 제기가 있으면 종종 벌어지던 일이기도 합니다.

킬러 문항이 사라져도 변별력은 있어야 할 테니까요. 구체적으로 대비할 부분이 있다면요?

초고난도 문제들이 배제된다고 전제할 때 수험생이 주의해야 할 부분은 시간 관리 훈련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수험생은 국어 시험의 경우 문학을 먼저 풀고 비문학을 뒤에 몰아서 푼다든지, 각 지문을 몇 분 안에 독해하고 문제 풀이에 들어간다는 자신만의 시간 관리 방법이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 좋다고는 할 수 없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마 많은 수험생이 그 방법대로 시간 내에 문제 푸는 연습을 시작할 시점일 텐데 이 시점에서 킬러 문항이 배제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시간 배분을 다시 짜야 한다는 점이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어요. 킬러 문항의 난도를 낮춘다고 하더라도 수험생 입장에서 체감할 정도로 확연한 변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명백한 변화라고 할지라도 시험을 치르는 입장에서는 체감되지 않을 정도의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페이스를 무너뜨리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지요.

‘N수생’ 28년 만에 최다 새로운 입시 판도

1993년 시작된 수능이 어느새 30년입니다. 학교는 창의·융합 교육을 말하는데 수능은 아직도 오지선다형 줄 세우기식 시험이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입시와 교육이 따로 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입시 준비를 효율적으로 시키는 교육을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창의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고등학교를 소개하는 자료에도 서울대를 몇 명 합격시켰다는 내용이 빠지지 않습니다. 참으로 암울해 보이는 현실이지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수능이 입시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정부에서 정시전형 인원을 늘리라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음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학생은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합니다. 그리고 지방 고등학교들의 교육 프로그램을 보면 자사고 못지않은 수준을 보이기도 해요. 경북 예천의 어느 고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특별활동 교실 앞에 뼈대만 있는 자동차가 놓여 있길래 이유를 물어봤더니 학생들이 전기 자동차를 직접 만들어보면서 화학전지의 원리와 동력 장치의 에너지 배분에 대해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학교는 한 학년이 겨우 70명인 전형적인 시골 농어촌 일반계 고등학교였는데 현실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의 서류 평가에서 서울 지역 명문 고등학교나 자사고 학생들만 경험하던 창의적인 학습 내용이 지방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을 본 거죠.

수능이 이제 입시 제도로서의 수명을 다해간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가 있는데요, 재수생의 비율을 살펴보면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보통 재수생 비율을 25% 정도로 생각해왔는데 이번에는 3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30%가 가지는 의미는 전체 고3 학생 중에 절반은 재수를 선택한다는 의미죠. 고3을 마치고 절반은 대학에 진학하고, 절반은 재수해야 한다면 그 나라의 고교 과정은 실질적으로 4년제이고 절반의 학생이 조기 졸업을 하는 셈인 거죠. 재수생 비율 25%도 최근 몇 년간 만들어진 경향인데 2000년 초반 재수생 비율은 15% 내외였고, 2010년 전후로 다시 10%대 중반으로 유지됐습니다. 최근 25% 수준을 유지하다 올해 30% 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킬러 문항 논란으로 제기된 수능의 문제점이 아마 새로운 입시 제도를 불러오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조병진 지원관

조병진 지원관

현 강원도교육청 진학전문지원관
전 아주대학교 입학사정관
전 EBS 중학 사회 강사
전 대치 교육공감 입시연구소장


백재훈

백재훈 ㈜다선교육 입시연구소장

전 ㈜유레카 논술 총괄 본부장
전 ㈜타임교육 미래탐구 입시연구소장


유정임


유정임 ㈜뉴스1 부산경남 대표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저자
네이버 블로그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운영


‘사교육’ 어떻게 시키고 있나요?

진행 기간 7월 19일~8월 13일

학습 관련 사교육을 시작한 시기는 언제인가요?
13.3% 초등학교 4학년 이후
60% 유치원 5~6세
20% 중학교 진학 후
6.7% 초등학교 1~3학년

수능이 공교육 중심으로 바뀐다면 사교육에 대한 생각은 변할까요?
40% 학교 공부 중심으로 출제된다면 과감히 포기하겠다.

33.3% 아이마다 학습 능력이 다르므로 개인별 사교육은 필요하다.
20% 그래도 더 나은 성적을 위해 사교육을 할 것이다.
6.7%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좀 살피겠다.

사교육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뭔가요?
26.7% 학교 내신을 준비하기 위해
6.7% 상위 1%가 되려면 학교 공부만으로는 부족해서
66.7% 다양한 분야의 성장을 위해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 벵크
2023년 10월호

2023년 10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 벵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