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밴드 유튜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ISSUE

ISSUE

포털사이트 댓글 폐지,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네이버 연예 기사 댓글 폐지 후 70일이 지났다. 댓글이 사라진 일상, 얼마나 달라졌을까?

On June 11, 2020

3 / 10
/upload/woman/article/202006/thumb/45221-416072-sample.jpg

 

다음, 네이버의 초강수

포털사이트가 악성 댓글(이하 '악플') 근절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 '다음'은 지난해 10월부터 연예 뉴스 댓글을 폐지했다. 지난 2월 20일에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 서비스도 종료했다. 국내 최대 포털사 '네이버'도 다음의 행보를 뒤따랐다. 네이버는 지난 3월 5일부터 연예 뉴스 댓글과 연관 검색어 서비스를 중단했다. 네이버 측은 "현재의 기술적 노력만으로 연예인들의 고통을 해소하기에 부족함을 인정한다. 연예 정보 서비스의 구조적인 개편이 완료될 때까지 해당 서비스들을 중단할 것"이라고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그간 수많은 연예인이 악플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왔다. 고 설리·구하라는 물론, 앞서 세상을 떠난 배우 최진실, 가수 유니 등도 악플에 시달린 바 있다. 피해가 계속되자 네이버는 댓글 서비스 종료에 따른 트래픽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댓글 폐지를 시행하기 전, 악플을 잡아내기 위해 그간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악플을 필터링하는 '클린봇'을 연예 뉴스 댓글란에 적용했다. '클린봇'은 욕설이나 비속어가 포함된 댓글을 자동으로 가려주는 인공지능(AI)이다. 영문, 숫자를 조합해 만든 욕설까지도 필터링이 가능해 업계의 호응도가 높았다. 지난 3월 19일에는 작성자가 공개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었던 댓글 이력을 전격 공개했다. 자정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네이버 데이터랩 통계에 따르면 3월 12~18일 7일간 총 50만 2,082건의 댓글이 작성자에 의해 삭제됐다. 하루 평균 7만 1,726건에 달하는 댓글이 사라진 셈이다.

적절하다 vs 아쉽다

댓글 폐지에 대한 반응은 아직 제각각이다. 일단 연예 종사자들은 댓글 폐지를 반가워하는 분위기다. 방송인 박명수는 "댓글이 없어진 뒤에는 마음 편하게 기사를 보게 됐다"며 "조금만 더 일찍 했으면 몇 사람은 더 구했을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매니지먼트와 홍보사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얼마 전까지 '댓글이 곧 민심'인 분위기였으나 댓글이 사라지자 오히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여론을 살피게 됐다는 게 이유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플랫폼마다 이용자 성격이 달라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반면, 네티즌들은 콘텐츠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알 수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정 모(33세) 씨는 "신작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반응을 네이버 댓글로 자주 확인했다. 그런데 서비스가 종료된 뒤에는 여론을 접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우먼센스>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댓글 폐지 이후 다양한 의견을 나누지 못해 불편하다는 응답자가 64.4%로 가장 많았다.

일각에서는 연예 뉴스 댓글 폐지가 근본적인 악플 방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댓글란 이외의 플랫폼에는 여전히 악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임아나 채널'에 악플이 달리자 영상 댓글란을 닫고 허위사실유포죄, 모욕죄 등으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김희철도 악플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근 한 예능에서 생전 절친이었던 고 설리·구하라에 대해 언급한 것이 커뮤니티에서 논쟁을 낳자 "연예인에 큰 미련도 없어졌다. 나에 대한 악플을 보시는 분들은 남겨달라. 선처 없이 처벌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병헌, 고수, 박보영, 한효주 등이 소속된 BH엔터테인먼트도 악플 근절에 나섰다. 지난 3월, 코로나19와 관련해 신천지 루머가 성행하면서 증권가 정보지에 BH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이 정보지는 SNS 등을 타고 유포됐고 루머가 사실인 양 부풀려졌다. 당시 소속사 측은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강력 조치를 시사했다. 엄중한 경고에도 루머가 계속되자 다시금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댓글은 아직도 존재한다?

네이버와 다음의 댓글 폐지는 '연예 뉴스'에 국한된다. 즉 '연예면'이 아닌 다른 섹션에 노출된 기사에서는 댓글을 작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일부 매체에서는 2개 이상의 섹션으로 중복 분류해 기사를 송출하고 있다. 예능 리뷰가 '속보'에 포함되거나 연예인 뉴스가 뜬금없이 '생활' 섹션에 등장하는 이유다. 시스템의 이 같은 허점을 간파한 일부 악플러들은 진작 활동 무대를 옮겨갔다.

포털사이트를 대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다는 것도 댓글 폐지의 풍선효과로 언급되고 있다. 다음, 네이버의 기사 댓글이 아니어도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트위터 등 SNS는 기사 공유가 비교적 손쉽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얼마든지 의견을 나눌 수 있다. 클립 영상을 볼 수 있는 네이버TV나 유튜브 등은 즉각적으로 콘텐츠를 접하면서 댓글을 쓰기에 편리한 구조다. 이 때문에 '악플의 험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뉴스 댓글을 대신할 수 있는 갖가지 '꼼수'가 판을 치는 가운데, 악플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이 단계적으로 도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포털사이트 댓글 폐지, 어떻게 생각하나요?

진행 기간 2020년 4월 29일 ~ 5월 5일 응답자 115명

1 댓글 서비스 폐지 만족하나요?
적절한 선택이다. 55.9%
폐지까지 할 필요 있나 싶다. 29.4%
댓글 기능이 다시 생기길 원한다. 11.8%
별 관심 없다. 2.9%

2 댓글 폐지를 지지하는 이유는?
적나라한 댓글에 내가 불쾌감을 느껴서. 42.1%
댓글이 더 이상 공론의 장 역할을 하지 못해서. 26.3%
연예인 악플 및 루머를 차단할 수 있어서. 21.1%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10.5%

3 댓글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없어서. 64.4%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아서. 28.6%
댓글을 작성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없어서. 3.5%
여론이 어떤지 알 수 없는 게 답답해서. 3.5%

4 댓글 작성 대신 어떤 표현법을 사용하나요?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는다. 55.9%
기사 하단의 이모티콘을 써서 기분을 표현한다. 26.5%
개인 SNS에 감상을 남긴다. 11.7%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한다. 5.9%



악플에 고통 받은 스타들

미국 CNN 방송은 설리와 구하라의 죽음을 보도하면서 "해당 소식이 온라인 악플로 인한 K팝 스타들의 극심한 압박에 대한 논의를 재점화했다"고 말했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유를 몇 가지로 한정하는 건 경솔한 일이지만 악플은 근절돼야 마땅한 연예계의 뿌리 깊은 병폐다. 고 최진실은 2008년 10월 2일 향년 40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최진실은 이혼 후 각종 악플과 루머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1월에는 유니가 컴백을 앞둔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섹시 콘셉트 가수로 활동했던 유니는 활동 내내 악플로 마음고생을 했다. 이 외에도 배우 이은주, 정다빈, 그룹 'SG워너비' 출신 채동하 등도 극심한 우울증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악플 때문에 여전히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스타도 많다. 그룹 '소녀시대' 태연은 팬들과의 소통 중에 "우울증으로 고생 중"이라며 약물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강다니엘은 악플로 인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활동을 중단한 적이 있으며 현아는 지난해 우울증, 공황장애, 미주신경성 실신 진단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이돌 스타를 중심으로 마음의 병을 호소하는 이가 늘어나자 그룹 '신화'의 김동완은 "어린 친구들이 제대로 먹지도, 편히 자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건강하고 밝은 미소를 보여주길 바라는 어른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많은 후배들이 돈과 이름이 주는 달콤함을 위해 얼마만큼의 마음의 병을 갖고 일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CREDIT INFO

에디터
박주연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06월호

2020년 06월호

에디터
박주연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