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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화려할 때 가장 불행했어요

손담비는 털털하고 시원시원했다. 냉기보다 온기가 느껴졌던 그녀의 이야기.

On November 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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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화려할 때 가장 불행했어요.” 손담비는 인생이 고달픈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동반 자살을 결심하고 만나 하루 동안 벌이는 일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 <배반의 장미>에서 당차지만 남다른 사연이 있는 미스터리한 여자 ‘이미지’를 연기하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영화 속 그녀처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 되돌아보자 자신의 전성기가 떠올랐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의자를 돌려놓고 앉아 춤을 추는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미쳤어’(2008)로 가요계 최정상에 올랐던 손담비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절이 가장 불행했단다.

“8년 동안 하루에 한두 시간씩 자면서 활동했어요. 정신없이 바빴고 놀라울 정도로 인기를 얻었지만 공허하고 외로웠죠. 생각할 시간 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손담비가 사라지더군요. 기계처럼 노래하고 춤을 추며 살았거든요. 그러는 동안 제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들이 생겼어요. 저는 좌절했고 우울함에 빠졌어요.”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한 채 하루하루가 흘렀단다. 그러면서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자기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정체성의 혼란마저 겪었다. 무언가 어긋났다고 생각했지만 틀어진 조각을 다시 맞추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연기자로 전향하면서 저 자신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 사이에 공백기가 생긴 틈을 타 혼자 여행하고 사색의 시간을 가지면서 제 자신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했어요. 활동하면서 자주 보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 조언도 들었어요. 그때 알았죠. 저는 옆에 있는 사람에 따라 에너지가 달라지더라고요.”

손담비는 잠시 쉬어 가면서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다 보니 자신이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란 걸 알았단다.

“가족,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치유받았고 행복해졌어요. 심적으로 힘들 때 항상 엄마와 친구가 있었죠. 제가 좋아하는 이들을 통해 힐링받으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힐링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바쁘고 힘겨운 시기를 지나고 여유를 찾은 지금은 행복 지수가 굉장히 높아요.”

손담비가 첫 주연을 맡은 영화 <배반의 장미>는 코믹 장르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평범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손담비는 이번 영화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나라는 행복 지수도 낮고 자살률도 높아요. 대부분의 사람이 한 번쯤은 ‘죽고 싶다’는 말을 뱉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영화 속 캐릭터들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어요. 공부가 인생의 전부이며 4수를 하는 20대, 퇴물 작가로 전락한 작가, 가족에게 버림받은 가장까지요. 이들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삶의 의욕이 없는 분들이 힐링하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배반의 장미>는 2009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손담비의 첫 주연작이다. 손담비는 언론 시사회 당시 스크린에 자신의 얼굴이 크게 나오는 것을 보고 어색했지만, 결과물을 보고 나니 안심이 됐다.

“솔직히 말하면 엄청 긴장했어요. 영화 <탐정 : 리턴즈>에 출연했지만 주연은 처음이었으니까요. 더구나 저는 극이 진행되다 중간에 등장하니까 긴장한 상태로 영화를 봤어요. 언제 등장할지 알았는데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두근거림을 감출 수 없더라고요. 손에 땀이 날 정도였죠. 그러다 스크린에 제가 나오니까 속이 편해지더군요. 연기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받을지 궁금해요.”

손담비가 맡은 ‘미지’는 미모에 섹시한 분위기를 지녔지만 매번 사랑에 실패한 인물. 그녀는 망가짐을 불사한 코믹 연기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손담비는 그간 드라마에서 가수·마마걸·형사·에디터 역을 맡으며 가수로서 쌓아온 섹시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배우로 섹시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에게 손담비는 섹시 가수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더군요. 감독님들과 미팅하면 섹시한 이미지를 원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나는 섹시밖에 없는 건가?’라며 좌절했죠. 사실 섹시한 이미지는 퍼포먼스로 만들어진 것일 뿐 내 안엔 다른 모습도 많거든요. 섹시한 이미지로 직진할 수도 있었지만 조금 돌아가자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형사, 가수 등 여러 역할을 연기했는데 섹시한 캐릭터는 해보지 않아 이젠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해 ‘미지’ 캐릭터에 도전했죠.”

그녀는 가수 활동의 경험을 연기에 이용했다. 몸의 실루엣을 강조하면서 의자에 앉는다거나 섹시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표정을 짓는 식이다. 파격적인 노출이 없어도 충분히 섹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사실 소속사에서는 섹시한 이미지가 부각되는 역할이라 제가 거절할 줄 아셨대요. 그런데 대본을 읽고 그날 바로 출연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읽을 만큼 대본이 재미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섹시란 장르가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많은 여배우가 섹시한 캐릭터, 노출 연기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던 터라 첫 주연 영화에 그런 캐릭터를 맡아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았다.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사실 섹시한 이미지는 페이크가 많아요. 가수로 활동할 때도 노출은 없었지만 섹시 가수란 타이틀을 얻었어요. 표정과 몸짓으로 충분히 섹시해 보일 수 있다는 걸 알아 괜찮았어요. 대본의 흐름상 필요하다면 섹시나 노출 연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안전한 길을 따라갈 수 있었지만 모험을 해보자고 생각했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과감하게 연기했어요.”

별거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지만 안전한 길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과감한 선택을 한 이유는 배우 손담비의 캐릭터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계속 털털한 성격의 캐릭터만 할 수 없으니 여러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배우 손담비는 아직 자신의 캐릭터를 찾지 못했거든요. 손담비 하면 ‘미쳤어’가 떠오르는 것처럼, 배우로서 연상되는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연기하다 보면 제게 맞는 것을 찾을 수 있겠죠?”

손담비는 도도하고 새침한 역할, 부잣집 딸과 같은 역할로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면서 ‘업신담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더 퀸’을 부르다 찰나의 순간에 찍힌 사진 속 표정이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 얻은 별명으로, 이후 손담비에게 ‘차갑다’ ‘도도하다’ ‘새침하다’란 이미지가 각인됐다.

“절 잘 모르는 분들이 저를 차가운 사람으로 생각하세요. 사람을 만났을 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버릇없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웃으며 인사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저는 털털하고 남자 같은 성격인데 몰라주시니까 안타까워요. ‘업신담비’라는 별명을 만들어준 사진이 단단히 한몫했죠. 0.1초 사이에 찍힌 사진인데, 그 사진을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해주실 줄 몰랐어요.(웃음)”

그녀와 함께 이번 영화에 출연한 김인권, 정상훈 역시 손담비의 이미지 때문에 처음엔 긴장했었단다. 도도할 거라 생각했는데 대본 리딩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 그녀의 진짜 성격을 알고 편견이 깨졌다고.

“이 정도로 친해도 될까요? 지금은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해요. 대본 리딩은 서로 얼마나 준비했는지 살펴보는 자리인데, 그때 분위기가 풀어졌어요. 오빠들이 코믹한 부분을 살려주셔서 웃느라고 정신없었죠. 촬영 회차가 많지 않아 굉장히 힘들게 촬영했는데도 현장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촬영 내내 즐겁게 웃은 기억만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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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가 사랑을 놓쳤던 것 같아요.
이젠 제 짝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나타나면 꼭 붙잡고 싶어요. 연애하기 좋은 계절이잖아요.

떨리는 일이 가득한 요즘

<배반의 장미>에서 주연을 맡으며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손담비는 예능계에도 발을 들인다. 오는 11월 첫 방송될 SBS <아름다운 가을마을, 미추리>(이하 <미추리>)에 고정 출연을 하는 것. <런닝맨>에서 호흡을 맞춘 유재석과 정철민 PD가 의기 투합한 야외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그간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그녀이기에 일각에서는 손담비의 활약을 관전 포인트로 꼽고 있다.

“처음으로 예능 프로그램 고정 패널로 합류했어요. 첫 도전이라 많이 떨려요. 제 자신을 내려놓고 촬영했는데 방송에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해요. 최근에 녹화를 마치고 감기에 걸려 몸져누웠어요. 농촌 생활 콘셉트라는 것만 알고 갔는데, 현장에서 제게 닥친 상황에 깜짝 놀랐죠. 마음과 몸이 모두 힘들었어요.”

손담비는 고된 1박 2일의 여정이었다며 <미추리>를 신개념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승부욕이 강한 그녀는 그동안 대중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공개한 것 같다며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다.

“대중에게 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촬영했는데 과했던 것 같아요. 제가 승부욕이 강해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거든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행동을 해서 사서 고생했던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저를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해요.”

손담비는 ‘절친’ 정려원이 출연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잠시 함께 등장한 바 있다. 동묘에서 쇼핑을 즐기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녀에게 <나 혼자 산다>의 출연을 권유하자 적극 환영한다며 크게 웃었다.

“불려주시면 감사하죠. 짧게 등장한다고 해서 출연한 건데, 그렇게 많이 등장할지 몰랐어요. <나 혼자 산다>를 보시고 웃음소리가 호탕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더군요. 출연한다면 보여드릴 모습이 많아요. 집에서 혼자 재미있게 놀거든요. 또 저희 집이 친구들의 아지트라 모여서 술도 마시고 영화도 보곤 하니까 다양한 장면이 만들어질 것 같아요.”

어느덧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손담비는 20대를 지나 30대가 되면서 이상형이 바뀌었다. 특히 성격적인 부분에 원하는 바가 명확하게 생겼다. 취미를 공유하길 바라고, 영화와 음악 취향이 같길 바란다.

“공통분모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관심사가 다르면 대화가 겉돌고 점점 서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더군요. 특히 영화와 음악 취향이 다르면 대화를 나누기 어려워요. 그만큼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액티브하게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좋아하는데 함께 운동하면 즐거울 것 같고요.”

손담비는 슬픈 영화를 좋아하고 로맨스 영화를 즐겨 본다. 때로는 음악 영화를 본다. 며칠 전엔 노래엔 재능이 있지만 외모에 자신이 없는 무명 가수 ‘앨리’가 톱스타 ‘잭슨 메인’을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그린 로맨스 영화 <스타 이즈 본>을 감명 깊게 봤다며 즐겁게 이야기했다.

“려원 언니와 함께 봤는데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이토록 가슴이 쫄깃쫄깃해지는 영화는 오랜만이에요. 두근거림을 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게 부러웠죠. 연애요? 늘 언니들이 곁에 있어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분명 어딘가에 제 짝이 있을 텐데 아직 찾지 못 한 거 같아요. 늘 일을 하다가 사랑을 놓쳤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이젠 짝이 나타나면 꼭 붙잡고 싶어요. 연애하기 좋은 계절이잖아요.”

손담비는 최근 밴드 88keys의 ‘스위밍’이란 곡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디테일한 감정 표현에 끌려 무한 스트리밍 중이라고. 이토록 감성적인 그녀를 보니 더 이상 ‘차갑다’란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손담비의 온기가 조용히 퍼지고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김동환
2018년 11월호

2018년 11월호

에디터
김지은
사진
김동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