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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엄마 남상미

On May 08, 2017 0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돌아온 남상미는 충만한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마치 오래된 친구라도 만난 듯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하며 성큼성큼 걸어와 자리에 앉은 남상미. 하얗고 투명한 피부와 쌍꺼풀 짙은 눈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꾸밈없이 솔직한 성격까지. 단숨에 그녀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남상미와 나눈 대화는 종잡을 수 없었다. 작품이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꽤나 진지했는데, 결혼 생활에 대해 묻자 언제 그랬냐는 듯 소녀가 됐다. 빨려 들어가듯 대화에 집중하는 그녀에게 작품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오랜만의 복귀작인 <김과장>이 얼마 전에 종영했어요. 정확히 말하면 2년 6개월 만에 드라마 촬영 현장에 돌아왔죠. 저도 제가 그렇게 긴 공백기를 갖게 될 줄 몰랐어요. 허니문 베이비를 가졌고 일 년 정도는 육아에 집중하고 싶어서 쉬었는데, 어느새 2년이 훌쩍 지났네요. 워낙 황소 체력이라 그런지 밤샘 촬영이나 촉박한 스케줄은 힘들지 않았어요. 다만 촬영 후 집에 돌아가면 아이를 돌봐야 하느라 쉬지 못한다는 점이 힘들었죠. 집으로 출근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KBS2 드라마 <김과장>에서 남상미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고루 겸비한 경리부 대리 ‘윤하경’ 역을 맡았다. 불의를 보면 못 참고 할 말은 똑 부러지게 다 하는 당찬 성격의 캐릭터다. 하지만 남상미를 여성미 물씬 풍기는 여배우로 기억하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감독님과 작가님께 두 가지를 제안했어요. 하나는 멜로 라인을 빼달라는 거였고, 또 다른 하나는 저를 좀 과격하게 다뤄달라는 거였어요. 멜로 없이는 자립이 어려운 여배우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직장인의 애환, 우정, 의리 같은 것에 더 초점이 맞춰지길 바랐으니까요. 그동안 여성스럽게만 그려졌던 제 이미지를 벗어보고 싶었어요. 실제의 저는 털털하거든요.”

작전은 통했다. ‘남상미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니’ 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직장 생활이라곤 대학 시절 한 회사에 견학을 다녀온 게 전부인 그녀가 펼치는 ‘미생’ 연기도 칭찬받을 만했다.

“직장 생활을 해본 적 없는 제가 그들의 애환이나 고충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싶어 걱정했어요. 여배우라서 느끼는 고충과는 비교할 수 없을 거라는 정도만 짐작하고 있었죠. 그런데 김원해 선배님이 ‘나는 출근할 때 냉장고에 간이랑 쓸개를 넣고 와’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고요. ‘아, 이런 감정이겠구나’ 싶었어요. 구조조정을 당하는 장면에서는 화장실 앞으로 책상을 빼는 모습에 화가 났어요. 감독님께 ‘이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느냐?’고 물었는데 그보다 더한 일도 있다더라고요. 충격적이었어요.”

스물아홉 살, 그러니까 5년 전 그녀는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었다. 연기가 무엇인지, 연기자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잠을 설친 밤이 셀 수 없이 많았고, 스스로 보여줄 수 있는 연기력에 한계가 왔음을 체감하면서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다. 노력한다고 해서 다 이룰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후 욕심을 버렸다. 남상미의 선택은 단막극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살아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롯데리아 걸’로 유명세를 치른 뒤 자연스럽게 연기자가 됐어요. 물론 처음엔 연기가 뭔지도 모른 채 연기했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순탄한 길을 걸어왔죠. 자신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 없이 달려왔던 터라 어쩌면 슬럼프는 당연했어요. 스물아홉 살이 돼서야 ‘연기가 뭘까’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러던 중에 소속사 대표님의 권유로 단막극에 출연했고, 그 촬영 현장에서 연기적인 고민이 풀렸어요. 저는 현장에 있어야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 그동안 저는 혼자 모든 걸 짊어지려고 했다는 걸 깨달았죠.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배운 게 많아요. 연기만 신경 쓰던 저였는데, 현장에 관심을 갖는 저로 바뀌었죠.”

남상미는 촬영 현장 분위기는 전적으로 주연 배우의 몫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과장>을 통해 스태프와의 교류, 현장 분위기까지도 신경 써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한다.

“제가 활기찬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날과 컨디션이 조금 안 좋은 날의 현장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물론 촬영에도 영향을 미쳤고요. 그때 알았죠. 제 행동 하나하나가 현장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걸요. 예전엔 NG를 내면 의기소침했다면 지금은 넉살을 부려요. 여유를 보여주는 모습이 스태프들에게도 여유를 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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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다. 달라진 건 또 있었다. 그동안 늘 그녀를 짓누르던 강박에서 벗어났다. 복귀작임에도 크게 욕심 부리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만큼만, 또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생각하니 분량 걱정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욕심을 내려놓았어요. 지난 2년 6개월 동안 ‘인간 남상미’로 살아보니까 화려한 여배우의 삶이 별것 아니더라고요. 사람들은 ‘공백기’라고 말하는데, 저는 ‘채워진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를 돌아보게 됐거든요. 과거의 저는 ‘무조건 잘해야 해’ 하는 강박이 있었다면, 지금의 저는 ‘즐기면서 해보자’는 생각이에요. 욕심을 내려놓으니까 멜로도 쉽게 포기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결혼과 출산, 가정과 육아에 집중했던 지난 시간은 그녀에게 힐링이었다. 답답했던 가면을 벗고 자연인 남상미로 살았던 거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양평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최근에서야 분가했다. 도란도란,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좋아 시부모님과 가까운 곳으로 두 번째 보금자리를 정했다고 한다.

“결혼식을 올리기 3주 전에 시댁으로 들어갔어요. 어머니는 따로 살라고 하셨는데, 제가 좋아서 들어갔죠. 뭐가 좋았느냐고 물어보면 딱히 대답할 수는 없어요. 그냥 좋았거든요. 도심을 떠나 자연에서 사는 것도 좋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가족들과 북적거릴 수 있다는 것도 좋았어요. 우리 집에서 가장 목소리 큰 사람이 저였거든요. ‘어머니~ 아버지~ 밖에 좀 나와보세요!’ 하고 늘 소리쳤으니까요.(웃음)”

며느리를 딸처럼 귀하게 대해준 시어머니 덕분에 결혼 3년 차 주부지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허당 며느리가 됐다는 남상미. 한 상 요리를 뚝딱 차려 내는 시어머니 옆에서 고작 계란이나 마는게 전부였던 그녀가 ‘요리’에 도전했다.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집밥 백선생>에 출연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에게 <집밥 백선생>은 생존이에요. 분가하면서 다짐한 게 있거든요. 그동안 저희 때문에 삼시 세끼를 고민하신 시어머니께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 요리를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캐스팅이 된 거예요. 타이밍이 기가 막혔죠. 예능 울렁증이 있어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냥 해보자’는 마음으로 출연했어요. 요리의 요 자도 모르는 초보 주부가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해요.(웃음)”

“여자는 다 요리를 잘할 거라고 생각하는 보통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준 게 바로 나”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러더니 새초롬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여자라고 꼭 요리를 잘해야 하나요? 여자도 못할 수 있잖아요.(웃음) 가장 잘하는 요리가 이유식이었는데 요즘엔 요리 실력이 엄청 늘었어요. 예전엔 살림살이도 없이 어머니가 주신 걸 그대로 물려받아 쓰고 있었는데, 지금은 온갖 양념이 다 있죠. 한 가지 단점은, 백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레시피가 모두 4인용이라는 거예요. 덕분에 제가 하는 모든 메뉴가 4인분입니다.(웃음)”

남상미가 자랑하는 대표 메뉴는 ‘콩불’(콩나물 불고기). 최근엔 저녁 식사 메뉴로 오삼 불고기를 내놓았다가 남편에게 칭찬을 받았다고 으스댔다.

“요리에 재미를 붙이다 보니 그릇에도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어머니가 주신 그릇에 담는 것도 한계가 있고, 어떤 요리에는 큰 그릇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혼수 장만을 안 했었는데 요즘 하나씩 장만하고 있죠.”

아이처럼 신나하며 말하던 그녀가 급기야 남편 자랑을 시작했다.

“남편이 종종 대본 리딩을 해줘요. 제 직업을 존중해주기 때문에 작품에서 멜로 라인이 있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죠.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남상미가 자신의 아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덕분에 모니터도 잘해준답니다. 제가 못 보는 날엔 늦게라도 모니터를 해주죠. 한번은 ‘너무 못생기게 나오니까 얼굴을 어떻게 좀 해보라’는 거예요. 친구라서 편하게, 또 더 다정다감하게 지내는 것 같아요. ‘여보’나 ‘자기’ 같은 호칭은 아직 어색하고 그래서 아직까지 서로의 애칭을 부르죠.”

남상미와 나누는 대화는 즐거웠다. 그녀는 끊임없이 웃었고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남상미가 뿜어내는 긍정 에너지가 좋았다.

“제가 생각해도 저는 과할 정도로 긍정적이에요. 사람들에게 밝은 기운을 나눠드리고 싶어요. 나 혼자만 즐겁고 행복하기보다는 더불어 늙어가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죠.”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남상미가 이번엔 배우로서의 바람을 전했다. 진정성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이자 꿈이란다.

“성격이 털털하고 꾸미는 걸 안 좋아하기 때문에 연기적으로도 꾸며지지 않은 배우가 되려고 해요. 진심을 다해 연기하면 그 진심이 전해질 거라 믿어요. 개인적으론 앞으로 액션이나 악역 연기를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가식 없이 털털하고, 어쩔 땐 남자보다 더 남성스러운 진짜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물론 뭘 해도 여성스럽게, 청순하게 봐주시는 건 너무 감사합니다. 이런 여성스러운 외모로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께도 감사하고요.(웃음) ”

내친김에 어떤 아내, 어떤 엄마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다. 남상미는 ‘아내’라는 단어가 오글거린다며 ‘꺄르르’ 웃는다.

“친구 같은 엄마와 아내가 되고 싶어요. 구속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풀어주는 엄마, 대화가 잘 통하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할 거예요. 남편에게도 마찬가지고요. 무엇보다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웃음)”

약속된 인터뷰 시간이 다 됐다. 남상미는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다며 마지막 말을 했다.

“제 인생의 황금기는 ‘롯데리아 걸’ 시절이에요.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제가 스스로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죠. 그때 그 감정을 앞으로도 잊지 않고 싶어요. ‘롯데리아 걸’처럼 스스로 자랑스러운 남상미가 될 거예요!”

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사진제공
JR ENT

201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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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지
사진제공
JR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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