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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중의 빵, 식빵

On April 17, 2017 0

요즘 동네마다 고소한 식빵 굽는 냄새가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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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고소한 빵 냄새에 이끌려 빵집에 들어가니 진열장에 전에 본 적 없는 다양한 종류의 식빵이 늘어서 있었다. 기본 식빵부터 천연 효모를 사용한 식빵, 토스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식빵, 밤이나 호박이 든 식빵 그리고 최근 유행하는 페스트리 식빵까지 족히 열 가지가 넘는 식빵이 매대에 늘어서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SNS 피드에서도 가장 많이 보이는 디저트는 다름 아닌 식빵이다. 녹차 반죽이 마블링 되어 있거나 초코크림이 흘러넘치는 식빵 사진을 보며 침이 고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언제부터 식빵이 이렇게 환골탈태를 했나?

밀가루에 효모를 넣고 반죽해 구워낸 주식용 빵이 바로 식빵이다. 프랜차이즈 빵집이 골목마다 생기기 전 동네 빵집에는 옥수수 전분을 넣은 고소한 옥수수 식빵과 우유만 넣어 좀 더 담백한 우유 식빵 두 가지뿐이었다. 모양도 달랐다. 옥수수 식빵은 윗부분이 둥그스름했고 우유 식빵은 네모반듯한 모양이었다. 옥수수 식빵은 달달한 딸기잼을 발라 먹을 때 가장 맛있고 우유 식빵은 달걀을 입혀 프렌치토스트 흉내를 내거나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하교 후 간식거리를 찾을 때도 잼이나 달걀 없이 맨 식빵만 먹는 일은 결코 없었다. 식빵은 말 그대로 주식용 빵으로 맨 식빵을 먹는 것은 반찬 없이 밥만 먹는 것과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빵집의 실력을 바게트로 가늠한다. 우리가 밥을 주식으로 먹듯 그들은 바게트가 주식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딱딱한 빵 문화가 아닌, 일본의 부드러운 빵 문화가 자리 잡은 국내에서는 주식용 빵으로 바게트보다 식빵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바게트나 치아바타 등 거친 빵으로 만드는 샌드위치가 대중화된 유럽과 달리 일본과 한국에서는 식빵으로 만든 샌드위치가 대중화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동네 빵집들은 프랜차이즈 빵집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본에 충실하기’시작했다. 바로 ‘식빵이 맛있는 빵집’이 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발 빠른 메뉴 개발은 소비자를 유혹했고 반죽이 된 상태로 매장에 배달돼 굽기만 하면 되는 편안함은 프랜차이즈 빵집의 인건비를 줄였다. 멤버십 카드에 쌓이는 마일리지는 고객을 프랜차이즈 빵집의 노예로 만들었다. 그러나 고객의 입맛은 변덕스러운 탓에 어딜 가나 찍어낸 듯한 특색 없는 프랜차이즈 빵집의 맛에 고객들은 곧 싫증을 냈다. 좀 더 깊이 있는 빵 본연의 맛을 맛보고 싶어진 것이다.

드디어, 프랜차이즈 빵집의 성업 중에도 생존한,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빵 맛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제빵사들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강한 부재료나 화려한 데커레이션이 들어간 빵이 아닌 식빵에서 가장 먼저 반응이 왔다. 단순히 빵이 좋아 빵집을 한다는 젊은 제빵사들이 식빵에 집중했고 식빵만을 파는 작은 빵집이 동네마다 군데군데 생기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는 맛보지 못한 쫄깃한 반죽의 식감은 곧 입소문을 탔고 빵이 오븐에서 나오자마자 동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은 다른 빵은 만들지 않고 식빵만 만드는 대신 식빵으로 만들 수 있는 갖가지 메뉴를 개발했다. 반죽에 녹차가루를 넣어보기도 하고 초콜릿과 치즈를 넣어보기도 했다.

이 반죽들을 함께 섞어보기도 했다. 페스트리용 반죽으로 식빵을 개발한 빵집은 이제 줄을 서지 않으면 맛보지 못하는 맛집이 됐다. 그렇게 식빵은 점차 샌드위치를 만들던 주식용 빵에서, 그 하나만으로 맛있는 주인공으로 환골탈태했다. 백화점의 프리미엄 식빵부터 줄을 서야만 살 수 있는 유명 식빵 전문점의 식빵, 그리고 이제는 프랜차이즈 빵집에서도 열 가지가 넘는 식빵을 살 수 있다. 가끔 형형색색의 화려한 식빵을 보면서 더 이상 식빵을 ‘식빵’이라고 부를 수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식빵의 발전은 프랜차이즈 빵집의 홍수 속에서 생존한 한국 제과업계의 유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 빵을 사랑하는 ‘빵순이’ 입장에서는 이 다양한 변화에 신이 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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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지’ 순례! 식빵 맛집 BEST 5 

  • 1밀도

    25년 경력의 베테랑 제빵사 전익범이 운영하는 식빵 전문점 ‘밀도’는 2015년 성수동에서 문을 열자마자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하루가 지나도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는 ‘쫄깃 식빵’과 생크림이 반죽에 스며들어 있는 ‘리치 식빵’이 대표 메뉴다. 커스터드 크림이 꽉 차 있는 큐브 식빵과 조금씩만 만들어내는 스콘도 별미. 다행인 건 현재 분점이 다섯 곳에서 운영 중이니 지금 당장 가장 가까운 밀도로 달려갈 수 있다는 것.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1가 656-442

  • 2교토마블

    일본에서 건너온 덴마크식 식빵인 64겹 데니시 식빵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 안 그래도 줄을 서야만 하는 빵집이 TV에까지 소개돼 ‘나만 알고 싶은 빵집’이라 외치던 단골들이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마치 명품 브랜드의 선물 상자가 연상되는 오렌지 박스에 포장되어 나오는 식빵은 선물로도 제격이다.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5가 24-1 파크타워 106동 지하상가

  • 3식빵몬스터

    SNS에 식빵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인 ‘식빵몬스터’는 26살의 젊은 파티셰가 운영 중이다. 네덜란드산 초콜릿이 듬뿍 들어간 초코 식빵과 위협적인 풍미의 베이컨치즈 식빵, 버터·녹차·팥·베리베리까지 총 여섯 종류의 식빵을 맛볼 수 있다. 서교동 본점과 연남동 직영점이 운영 중이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28-15

  • 4타르데마 베이커리

    ‘1인 1식빵’ ‘식빵은 뜯어야 제맛’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걸려 있는 ‘타르데마 베이커리’의 인기에는 인스타그램이 한몫했다. 오레오 조각이 존재감 있게 붙어 있는 오레오 화이트 초콜릿 식빵이나 오징어 먹물로 반죽한 검은 식빵에 고르곤졸라 치즈가 하얗게 녹아들어 있는 고르곤졸라 꿀 치즈 식빵은 단순한 식빵을 넘어 하나의 피사체가 된다. 물론 맛은 기본. 서울시 강서구 내발산동 702-22

  • 5밀크

    ‘깍두기 같은 네모반듯한 모양으로 입소문을 탄 ‘밀크’. 작은 크기에 가격이 ‘사악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식빵을 반으로 찢는 순간 가격에 대한 생각은 사라진다. 우유만을 넣은 반죽이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식감을 살리며 플레인·크림치즈·초코·씨앗·호밀 식빵 등 갖가지 부재료를 넣어 자꾸만 손이 간다.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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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네마다 고소한 식빵 굽는 냄새가 퍼진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김안젤라 객원기자

2017년 04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김안젤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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