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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떠나는 것이 여행

누군가는 여행을 ‘정신이 도로 젊어지는 샘’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여행을 즐기는 것은 고독을 즐기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들의 영원한 버킷 리스트 여행! 여행 전문가로 통하는 석채언 대표(혜초여행사)를 만나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On February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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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다울라기리 트레킹.

네팔 다울라기리 트레킹.

영원한 산친구 엄홍길 대장과 카트만두 트리뷰반 국제공항에서.

영원한 산친구 엄홍길 대장과 카트만두 트리뷰반 국제공항에서.

영원한 산친구 엄홍길 대장과 카트만두 트리뷰반 국제공항에서.

‘혜초여행사’가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잘 모르는 분들은 혹시 불교와 관련된 여행사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통일신라시대의 혜초 스님은 실크로드를 여행한 여행가이자 탐험가입니다. 한국 최초의 세계인인 혜초 스님의 도전 정신을 본받아 미지의 세계로 가고 싶은 꿈을 실현하겠다는 뜻에서 혜초여행사라고 이름을 지은 것이죠. 불교와는 특별히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들입니다.(웃음) 우리는 트레킹 여행과 문화 역사 탐방 여행, 이 두 가지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 여행사입니다.

‘트레킹’ 하면 역시 히말라야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원래 ‘트레킹’이라는 말은 옛날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를 타고 살 곳을 찾아 이동하던 것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문명의 혜택을 최소한으로 한 여행, 걸어서 자연을 즐기는 여행을 말하는데 그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쉽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등산이죠. 전 세계에 산이 없는 지역은 거의 없습니다.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를 비롯해 중국의 황산, 일본의 후지 산, 유럽의 알프스 산맥, 캐나다의 로키 산맥, 남미의 안데스 산맥 등 전 세계의 모든 산을 찾아다닙니다.

아무래도 트레킹 여행을 이끌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하겠죠?

등산은 가이드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위험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우리 직원 대부분은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산악부 출신입니다. 기초적인 산악 지식은 물론 등반에 필요한 정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산악부 출신이 아닌 경우는 꼭 등산학교를 100% 수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걷는 것이 아니라 보행법, 호흡법 등 다양한 등산 기술을 배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석 대표님도 산악부 출신이시죠?
네, 양정고등학교 산악부 출신입니다. 산을 좋아해 산악부에 들어간 건 아니고 보이스카우트와 비슷한 줄 알고 들어갔어요. 산에서 캠핑하고 노는 줄 알고. 그런데 전통이 있다 보니 엄격한 규율 밑에서 산 타는 법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지리산, 설악산, 북한산 등 유명한 산은 물론 암벽 등반까지 열심히 했습니다.

산이란 게 묘한 매력이 있어서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하던데요.
네, 그렇게 산과 인연을 맺은 후 전문 등반에 대해 더 파고들었습니다. 산악구조대 활동도 했고,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겨울 에베레스트 등반에도 도전했습니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선배의 소개로 여행사의 트레킹 담당자로 취직했죠. 여행 자유화 초창기였는데 아직 여행에 대한 올바른 문화가 정립되기 이전이라 쇼핑 관광이나 보신 관광이 성행할 때였죠. 저와는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네팔로 떠났습니다. 그때가 1988년이었어요.

당시는 네팔이 굉장히 낯선 곳이었죠?

네팔 현지에서 여행사를 설립하고 만 4년 동안 있으면서 네팔의 산들은 거의 다 가봤어요. 1990년에는 티베트에도 제가 최초로 들어갔는데 정말 신세계였죠. 히말라야를 넘으니 평균 고도 4,000m가 넘는 티베트 고원에 사람들이 살고 있더군요. 풀 한 포기 없는 척박한 땅에서 종교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그들을 만나니 경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금단의 땅 네팔과 티베트로 여행 온 이들을 안내하면서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4년을 보냈죠. 그 후 1992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혜초여행사를 설립했습니다.

초창기에 혜초여행사는 오지 전문 여행사로도 유명했죠?

저희는 산악 전문 여행사인데 공교롭게도 오지가 산에 많다 보니 그런 이름도 얻었죠. 당시에는 트레킹은 여행의 한 분야로 쳐주지도 않던 시절입니다. 수교가 되기 전 티베트에도 다녀왔고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북아프리카는 물론, 중남미 중에서도 아마존과 파타고니아 등 당시에는 어렵다고 하는 여행지들만 골라서 갔습니다. 일단 직원들이 겁이 없고 도전 정신이 강했어요. 사실 그때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난다고 하면 먼저 유서를 써놓고 출발하던 때였으니까요. 알아주는 산악 전문가들이 안내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초창기에는 여행사 운영이 꽤 괜찮았습니다. 그러다 IMF를 겪게 됐는데 그때는 누구나 다 어려운 시절이었죠. 그때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 제 머리가 이렇게 백발이 됐다니까요.(웃음) 그런 어려움을 하나둘 겪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히말라야 같은 쉽지 않은 지역을 여행하면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았을 거 같습니다.
초창기 때 이야기인데 한번은 히말라야에서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내게 됐습니다. 그 높은 곳에 화장실이 있을 리 없죠. 그냥 밖에 나가 볼일을 보고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한 분이 배가 아프다며 ‘큰 일(?)’을 보러 나가더니 잠시 후 헐레벌떡 텐트로 다시 들어오더라고요. 혹시 산짐승이나 뭐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 줄 알았더니, 볼일을 보려고 앉았는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별들이 너무나 쏟아질 듯이 반짝여서 부끄러운 마음에 차마 볼일을 볼 수 없었다는 겁니다. 또 한번은 사진작가들과 티베트를 여행할 때였는데 나이 드신 분이 고산병으로 쓰러졌어요. 그런데 워낙 풍광이 아름답고 생각지 못한 장면이 많으니까 아픈 와중에도 계속 셔터를 누르더라고요. 이러다 병이 더 깊어지지 싶어서 아예 사진을 더 이상 못 찍도록 그분의 카메라를 뺏고, 눈을 가렸던 일도 있습니다.

절체절명의 위험한 순간들도 있었을 거 같습니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사실을 매번 실감합니다. 히말라야에서는 올라가면서 고산증이 오거나 추락 사고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관광객은 아니었는데 19살 먹은 젊은 친구가 사고를 당했어요. 일행도 다 젊은 친구들이라 수습을 하지 못하고 망연자실해 있더라고요. 직접 제 손으로 화장을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히말라야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히말라야를 보면서 한없는 감동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눈사태를 경험하며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합니다. 덜컥 겁이 나서 당장 집으로 돌아가겠다며 정신을 잃은 사람의 뺨을 후려치며 용기를 북돋워주고 무사히 산을 내려갈 수 있도록 한 적도 여러 번입니다.  

시아 볼가 강 크루즈의 백미, 키지 섬.

시아 볼가 강 크루즈의 백미, 키지 섬.

시아 볼가 강 크루즈의 백미, 키지 섬.

히말라야 마니아들의 성지, 네팔 다울라기리.

히말라야 마니아들의 성지, 네팔 다울라기리.

히말라야 마니아들의 성지, 네팔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토롱라 트레킹 중 만난 피상 호수.

안나푸르나 토롱라 트레킹 중 만난 피상 호수.

안나푸르나 토롱라 트레킹 중 만난 피상 호수.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완성 코스, 토롱라 어라운드.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완성 코스, 토롱라 어라운드.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완성 코스, 토롱라 어라운드.

최근에는 어떤 여행지에 다녀오셨어요?
지난해 10월, 해발 8,167m의 ‘다울라기리 산’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온 이들이 가장 도전하고 싶어 하는 트레킹 코스이기도 합니다. 잘 걷기로 소문난 선수들과 함께 갔는데 저도 일행을 쫓아가느라 애먹었습니다. 특히 우리는 현지 고용인인 셀파와 포터들을 어떻게 다독이고 다뤄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동료 의식을 심어주며 도움을 받아 함께 오르는 것이 중요하죠. 외국에서 온 팀들 중에는 험난한 코스를 오르다 현지 고용인들이 더 이상은 못 간다며 도망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것과 여행사를 운영하는 것은 좀 다를 거 같아요.
여행객을 안내하려면 프로의 마음 자세가 필요합니다. 요즘은 어떤 지역을 한 번 다녀오고는 그 지역에 대해 마치 잘 아는 것처럼 글을 올리고 직접 여행객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로 끝나야 아름답습니다. 물론 그동안 여행사들이 신뢰를 얻지 못한 것도 잘못이지요. 진정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여행사를 통해 가면 안 되는 것처럼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는 항상 우리 직원들에게 ‘너희는 프로다, 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안내하는 것이니 아마추어 같은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훈련을 해야 하고, 등산학교를 다녀야 하고, 회사에서 주관하는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하고, 책도 더 많이 보고, 진정한 여행인이 되기 위한 소양을 길러야 한다고 말합니다.

요즘은 여자들끼리도 여행을 많이 하는데, 위험한 지역이나 조심해야 할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우리가 북아프리카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을 다 다녀봤지만 여성들끼리 간다고 해서 사고가 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각 지역의 특성과 위험성에 대해 미리 주지시키고 이 지역은 몇 시 이후에는 나가면 안 된다, 여기서는 이런 복장은 안 된다 등 조심할 부분을 지키면 위험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케이프타운은 저녁에 바닷가 카페에 가도 안전합니다. 다만 케이프타운에 우리나라로 치면 대학로 같은 곳이 있는데 그곳은 낮에도 노상강도가 많아 위험합니다.

요하네스버그도 낮에 다니는 것이 위험하고요. 이슬람 국가에서는 민소매 옷을 입으면 안 되고, 인도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힌두교 사원에 여자들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개방되는 사원이 있는데 그런 곳에도 복장을 잘 갖추고 가야 합니다. 카주라 같은 도시는 여성들이 얼마든지 밤에 다녀도 안전합니다. 오히려 네팔도 여성들끼리 여행하기 좋습니다. 밤에도 위험하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죠. 이기적인 마음으로 남의 문화를 무시하고 그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는 것은 위험을 초래합니다.

석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 ‘인생 여행지’라면 어떤 곳일까요?

트레킹은 어디든 다 좋습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곳은 역시 안나푸르나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입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곳이에요. 히말라야의 장엄함과 신비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언제 눈이 올지, 비가 올지, 맹수가 나타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그 희열을 여러분도 한 번쯤은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이들에게 좀 더 알차게 여행할 수 있는 팁을 알려주신다면요?

여행은 3+1입니다. 즉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계획하는 즐거움과 실제로 여행하는 즐거움,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을 추억하는 즐거움입니다. 이 세 가지를 어느 하나 놓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현지에 가서는 마음껏 즐기고, 여행이 끝나고 나면 그에 대한 기록을 정리하는 것이죠. 여기에 플러스 하나는 바로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함께 여행하는 사람, 현지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 등 여행으로 만난 인연은 평생 간직해야 할 보너스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전문가와 함께한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트레킹 여행이라면 트레킹 전문가의 안전에 대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죠. 그저 가격이 싼 여행 상품을 찾기보다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더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여행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죠.

여행은 석 대표님에게, 또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여행은 한마디로 인생이고 삶입니다. 생각을 많이 하면 떠날 수 없어요. 무조건 떠나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입니다. 발을 대딛고, 저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우리의 탐험은 시작됩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무엇이 있을지, 어떤 위험이 있을지 두렵기도 하지만 그 문을 열고 나가야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또 다른 사람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험난한 타클라마칸 사막을 누군가 넘었기 때문에 실크로드가 열린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탐험과 여행이 거창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내가 하기 어려운 것을 시작하는 것, 예를 들면 어린아이들이 버스를 타는 것도 탐험이자 여행이고 지하철을 처음 타는 것도 그렇습니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쉬워지죠. 그래서 여행과 탐험은 리더십과도 연결이 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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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계획으로는 2019년 상장을 목표로 혜초여행사를 잘 키우는 것입니다. 혜초 스님의 탐험 정신을 토대로 우리나라 최초의 탐험 여행사이자 대표적인 최고의 탐험 여행사로 100년, 200년 계속해서 남고 싶습니다. 많은 분이 우리와 함께 새로운 지역을 여행하고 도전하면서 행복과 감동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석채언 대표

석채언 대표

석채언 대표

석채언 대표가 추천하는 여행지 3

1 도전의 둘레길, 안나푸르나 토롱라 어라운드
트레킹은 어디든지 좋지만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매일매일 다른 시공간에 있는 듯 드라마틱한 풍광이 펼쳐지고 5,416m의 토롱라를 넘는 순간 잊지 못할 고원의 풍광을 만날 수 있다. 티베트 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마낭 마을부터 힌두교의 성지인 묵티나쓰를 둘러볼 수 있어 더욱 좋다.

2 색다른 러시아, 볼가 강 크루즈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크루즈로 여행한다. 유럽에서 가장 긴 강인 볼가 강을 따라가며 러시아가 종교적, 문화적으로 절정을 누렸던 12세기에서 18세기까지의 문화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우글리치 마을, 동화 속 세상 키지 섬 등 여러 지역을 돌며 진짜 러시아의 매력을 발견한다.

3 신들의 섬, 발리
가족이 함께 휴양하기에 좋은 여행지. 발리는 제주도의 다섯 배 크기의 섬으로 특히 바다에서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는 것은 물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여유로움도 있어 좋다. 협곡에서 경험하는 래프팅도 즐겁고, 도심으로 나오면 쇼핑하기에도 적당하다. 유럽에서도 고급 휴양지로 손꼽히는 발리는 가족 구성원 모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다.

CREDIT INFO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혜초여행사 제공
2017년 02월호

2017년 02월호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혜초여행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