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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의 상수동 아지트

앞으로 꼭 한 달 남았다. 황보가 운영하는 ‘무아펑츄어’는 이제 곧 문을 닫는다. 황보의 애정이 듬뿍 담긴 이곳을 마지막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On January 13, 2017

 


뽀뽀할 때 나는 소리 ‘무~아’와 신뢰의 의미를 담은 ‘펑츄어’의 합성어, 그러니까 키스하고 싶을 정도로 약속을 잘 지키는 러블리한 카페라는 뜻의 ‘무아펑츄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왠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손에 이끌려 딴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여행 욕구를 자극하는 사진부터 아기자기한 인형 소품까지, 제멋대로 널브러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 규칙이 있는 이곳. 커피 향과 종이 냄새가 공존하는 황보의 아지트다.

이곳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은 아니다. 홍대 인근 상수동이라지만 살짝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고 간판도 없어서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매일 문을 열지도 않는다. 오픈했다고 해도 벨을 여러 번 눌러야 입장이 가능하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지만 이곳을 아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환영이다. 비밀 아지트인 이곳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황보 스스로 세운 룰이다.

그런 그녀가 새로운 아지트를 찾아 나선다. 오픈 3년째가 되는 1월 말 이곳을 정리하고 조금 작은 규모의 새 아지트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유는 하나다. 너무 ‘핫 플레이스’가 돼서.


공간이 예뻐요.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어요. 지난 3년 동안 다듬어진 거죠. 처음에는 테이블에 촛불 하나 정도였는데 점점 저를 닮은 아이템으로 채워지더라고요. 비싸지 않아도 충분히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는 소품들이에요. 저기 보이는 드라이플라워는 오픈 당시 선물받은 꽃이고, 저 빨간 의자는 괌에서 짊어지고 온 것, 또 저 의자는 영국에서 가져온 거예요. 큰 시계는 홍콩에서 왔고요. 해먹은 태국에서 한눈에 반해 가져온 건데 날씨 좋을 때 간혹 저기에 누워 자곤 해요. 어느 것 하나도 애정이 안 담긴 것이 없죠.

그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여기요!(카페 한가운데에는 2m가 넘는 큰 테이블이 있다. 군데군데 손때가 남아 있는 매력적인 통나무 테이블이다.) 항상 여기에 앉아서 컴퓨터를 하거든요. 작년에 <지금이 아니면 언제>라는 책을 발간했는데, 이 자리에서 쓴 책이에요. 창문을 마주 보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운치 있죠. 가장 좋은 건 맞은편 집의 정원이 예쁘다는 거예요. 마치 우리 집 마당 같은 분위기라서 마음에 들어요.

이곳을 아지트로 꾸민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5년 전쯤 홍콩으로 훌쩍 떠났어요. 일 년 반 정도 살았죠. 원래는 뉴욕에 가려고 했는데 출연 중인 프로그램이 하나 있어서 가까운 홍콩으로 간 거예요. 그곳에서 자주 가던 바가 있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나를 위한 아지트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고, 그러던 중에 이곳을 발견한 거예요.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홍대 거리라서 좋았고 오롯이 저를 닮은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에 들었어요. 나만 알고 싶은 마음에 특별히 홍보도 하지 않았죠.

이곳에 오면 황보가 직접 커피를 내려준다는 후일담이 많아요.
원래는 직원이 있었어요. 그런데 직원을 부린다는 게 제 성격과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픈하고 1년 반 정도는 제가 매일 문을 열고 닫았어요. 메뉴도 다양했는데 혼자서 하려다 보니 힘들어서 확 줄였어요.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커피 몇 가지 정도만.(웃음) 벨을 누르면 제가 문을 열어주었죠. 처음에는 연예인이 문을 열어주니까 신기해했다가, 다음에는 분위기에 반하고, 그다음에는 커피 맛에 취하셨어요.(웃음) 여기 오면 제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게 됐고, 간혹 파티를 하겠다고 대관하는 분들도 있어요. 건축일을 하는 분이 있는데 한쪽 구석을 사무실로 빌려줬어요. 일주일에 한두 번 오시는데, 그런 분들에게 소중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친한 연예인들도 자주 찾나요?

김숙 씨가 가장 많이 왔죠. 최민용 오빠도 몇 번 왔고요. 일하다가 중간에 시간이 남으면 여기 와서 커피 마시고 가는 적이 많았어요. 또 홍대 거리에 올 일 있으면 무조건 들렀다 가고요. 밤새 수다를 떨어도 이야깃거리가 안 떨어지니까,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죠. 요즘에는 제가 여행을 자주 가니까 먼저 확인 전화를 해요. 대뜸 “있냐? 없냐?”라고 묻는다니까요.

이 카페 때문에 이사까지 했다면서요?
원래 금호동에 살았었는데 집과 카페가 너무 멀어 이사했죠.(웃음) 지금은 카페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곳에 살아요. 더 오래, 더 자주 이곳에 머물 수 있어서 좋아요.

그정도로 아끼는 이곳이 곧 없어진다면서요?
카페가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싫은 거죠. 나만 알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 같은 거예요. 나처럼 이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들만 와줬으면 하는 마음? ‘구경이나 가보자’ 싶은 마음으로 왔다 가는 손님들은 싫더라고요. 이곳을 자기 집처럼 아끼고 사랑해주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고민 끝에 다른 아지트를 만들기로 했어요. 규모를 작게 할 거라서 지금 이곳을 채우고 있는 아이(소품)들을 팔려고요. 1월 7일부터 8일까지 이틀 동안,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플리마켓을 열 거예요. 자식 같은 아이들이라 마음 아프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부디 이 아이들을 잘 돌봐줄 수 있는 마음 착한 주인장을 만나길 바랄 뿐이죠.

팔아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소품이 많아요.
저는 오죽하겠어요. 이 공간을 통째로 사겠다는 분도 있었는데 그때는 평생 운영할 생각에 팔지 않았죠. 저기 보이는 액자는 선물 포장지예요. 막 찢어진 모양도 예뻐서 액자에 끼워놓았어요. 저 코카콜라는… 팔 생각을 하면 정말 마음 찢어집니다. 외국 나갈 때마다 그 나라 글씨로 쓰여진 콜라병을 모은 거거든요. 모든 소품에 제 스토리가 담겨 있어요. 


연예계 대표 ‘여행광’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곳 소품도 대부분 여행하면서 모은 것들이고.
여행을 좋아해서 카페 문을 여는 날이 줄고 있죠.(웃음) “왜 문을 열지 않느냐”고 타박하는 손님들도 있어요. 이곳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그래도 할 수 없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여행을 마음껏 하면서 살 거예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요?
런던이오. 뭔가 우울한데 자꾸 생각나는 곳이죠. 일 년 정도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어요. 사람들도 모두 친절하고, 무엇보다 패션의 도시라는 말이 딱 맞아요. 런더너 모두 패션 피플이죠. 그들의 스타일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해요. 성지순례하러 다녀온 이스라엘도 정말 좋았어요. 신혼여행지로 강추하는 곳이죠. 연말에는 호주로 떠나요. 우리나라가 한창 추울 때 따뜻한 나라에서 휴가를 보내고 올 계획입니다.

몇 년간 활동이 뜸했던 이유가 있나요?
홍콩으로 떠날 당시 소속사와 문제가 있었어요. 금전적인 문제였죠. 정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든요. 몸은 너무나 힘든데 돈은 안 벌리고, 결국 믿었던 소속사와도 헤어지게 되면서 정신적·육체적으로 모두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데뷔해 오랫동안 화려한 연예인의 삶을 살다 보니까 지치기도 하고 힘든 걸 이겨낼 수 있는 동력이 없었죠. 사람들은 “유명해지니까 좋지 않으냐”고 묻는데 그들은 알지 못하는 저만의 고충이 있었어요. 일반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던 것 같아요.

일반인 황보혜정으로 살아보니까 어떻던가요?
방송을 줄이고 섭외를 거절하면 다시 예전의 황보혜정이 될 줄 알았죠. 그런데 내가 아무리 일반인 생활을 한다고 해도 진짜 일반인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인기는 없어졌지만 사람들 기억 속에 저는 여전히 샤크라의 황보예요. 그래서 ‘이럴 거면 들어오는 일을 거절하지는 말자’ ‘그냥 즐기면서 살아보자’ 싶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저만의 아지트가 필요해서 이곳을 만든 거고요. 만약 사람들이 저를 못 알아봤다면 아마 다시 안 돌아왔을 거예요.

쉬면서 이 카페만이 아니라 다른 사업도 했죠?

일본에서 빈티지 패션 사업을 했는데 지난해 7월에 모두 정리했어요. 여행하랴, 카페 운영하랴, 간간이 방송하랴, 일본에서 사업하랴, 몸이 열개라도 힘든 스케줄이었죠. 옷을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과감히 포기했어요. 그리고 심태윤 씨와 요식업도 하고 있죠. 근데 그건 동업이라기보단 투자에 가까워요. 저의 지분이 약간 있는 정도? 만약에 동업이었다면 떼돈 벌었을 거예요.(웃음)

앞으로는 활동에 적극적인 황보를 볼 수 있을까요?
적극적이지도, 소극적이지도 않을 것 같아요. 그냥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정도가 되겠죠. 오늘 사진 촬영과 인터뷰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또 다른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거잖아요. 연예인의 삶에 여전히 회의적이지만 매 순간을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분명한 건 돈 때문에 일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예요.

천생 연예인인데요?
다들 그렇게 말하는데 저는 순간순간 이 일이 안 맞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결국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인데 그 안에서 상처를 잔뜩 받죠. 저도 연예인이지만 연예인이 싫어요.(웃음) 가장 친한 친구는 작가, 연예인 친구는 손에 꼽을 정도예요.

어떤 황보가 되고 싶어요?
변하지 않는 황보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게 딱 하나인데 그게 ‘변화’래요. 그래서 저는 변하지 않는 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죠. 변하더라도 잘, 착하게 변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엄마 아빠한테 착한 딸이 되고 싶어요.

아버님이 편찮으시다고 들었는데….
홍콩에서 돌아와 이 카페를 계약할 때까지만 해도 건강하셨어요. 인테리어 하는 도중에 대동맥이 터지셨죠. 그 후 지금까지 병원에 누워 계세요. 엄마가 간병하고요. 빨리 나아서 같이 여행 다닐 수 있는 날을 꿈꿔요. 아빠랑 술을 한잔하는 게 소원이죠. 그런 기적이 저에게도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부모님은 황보의 결혼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요.
“결혼하라”는 말씀은 없으신데,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면 뭐라고 하세요.(웃음)

정말 결혼 생각이 없는 거예요?
제가 홍콩으로 떠난 이유 중 하나가 ‘결혼’이었어요. 우리나라는 왜 나이 들면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하죠? 떠밀리듯 결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말예요.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여행도 잘 못하고, 친구도 잘 못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 떠났어요. 일찍 결혼했다면 지금 이런 자유를 누리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결혼을 안 하지는 않을 거예요. 할 거예요! 언젠가는!

‘무아펑츄어’를 더 이상 만날 수 없어 아쉽지만 그녀의 사랑과 행복을 위한 길이라면 그 결단을 응원한다. 조용히 그녀의 두 번째 아지트를 기다리기로 했다.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하지영
헤어
딜란(더세컨)
메이크업
주정하(더세컨)
스타일리스트
박미영, 박경민
의상협찬
다홍, 세컨드리즈, 라라엘, 제인하우, 데일라잇뉴욕, 아가타, 헬레나 앤 크리스티, 그랭드보떼
2017년 01월호

2017년 01월호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하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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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란(더세컨)
메이크업
주정하(더세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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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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