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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MOMENT

도도한, 차가운, 세련된, 도회적인 등의 익숙한 수식어를 벗어던지고, 시간의 흐름만큼 한결 유연하고, 여유롭고, 단단해진 배우 공현주가 여기 있다. 공현주의 다시 빛나는 순간.

On October 05, 2016

 


네이비 홀터넥 드레스 치유의 옷장, 그레이 벌키 카디건 지컷, 그레이 루스 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숄더 커팅 터틀넥 풀오버 디누에, 패턴 프린트 스커트 그리디어스, 깃털 장식 이어링·로즈 핑크 링 모두 스톤핸지, 브라운 앵클부츠 프리페 by 미소페. ​

플라워 프린트 롱 드레스 랩, 블랙 이어링·블랙 링 모두 티에르. 레더 브레이슬릿 모두 판도라, 네이비 스니커즈 세인트디보스. 

 

블랙 티셔츠와 블랙 진의 시크한 차림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선 공현주가 화려한 플로럴 패턴 의상으로 갈아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수없이 포즈를 연습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하다가도 이내 소녀처럼 활짝 웃어 보이기도 하며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온통 자신을 쏟아냈다.

세월의 흐름만큼 깊어진 표정과 여유로운 애티튜드 그리고 열정과 노력이 어우러져 다시 빛을 내는 순간이 아름답기만 했다. 많은 것을 알았고, 또 더 많은 것을 배워가야 할 지금이 제일 행복한 나이라고 말하는 공현주가 연기할 다음 작품이 문득 궁금해졌다. 


서울 드라마 어워즈 시상식으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모습을 보였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지인들과 필리핀 세부와 보홀로 스킨스쿠버 여행을 다녀왔어요.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지는 물속 풍경에 매혹되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고즈넉한 해변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꿈같은 시간을 보냈죠.

보통 여행 가면 유명한 관광지를 구경하고 시간 되면 밥을 먹는 등 뻔한 일정이잖아요. 이번에는 스킨스쿠버라는 콘셉트로 떠난 여행이라 배운 것도 많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최근에는 같은 소속사에 있는 박정아 언니를 대신해 며칠 동안 라디오 진행을 맡기도 했고요. 


한결같은 외모 때문에 실감 나지 않지만 데뷔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요. 그동안 무엇이 가장 많이 달라졌나요?
2001년 슈퍼모델로 데뷔했어요. 그러니 달라진 게 너무너무 많아요. 가장 큰 변화는 이제 30대가 되었다는 거? 그러다 보니 나이 숫자에 예민해졌어요.(웃음)

늘 더 신경 써서 관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 그리고 감수성이 훨씬 풍부해진 것 같아요. 엄마가 창문을 열고 “하늘이 참 예쁘다” 하셔도 예전엔 아무 감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제가 먼저 사소한 것에 감탄하게 되더라고요. 앞자리 숫자는 바뀌었지만 작은 것에도 공감하며 감탄하고, 또 즐길 수 있는 지금에 만족해요.

라디오 진행은 어땠나요?
처음이라 떨렸을 것 같아요. 모친상을 당한 (박)정아 언니의 공백을 메워달라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어요. 중·고등학교 때 라디오를 워낙 즐겨 들었던 터라 망설임 없이 <박정아의 달빛낙원> DJ 부스에 앉았죠. 첫날 너무 긴장한 데다 TV 방송과는 달리 대본 한 장 없어서 진땀 좀 뺐어요.(웃음)

제가 하는 모든 말이 청취자에게 그대로 전달되니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런데 두 번째 방송부턴 슬슬 적응도 되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응원 메시지들이 큰 힘이 됐어요. 이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됐잖아요.

인생 선배로서 프로그램의 주 청취자인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고, 또 그 친구들이 제 조언을 새겨듣고 공감해주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내 편이 있다는 쾌감도 느꼈고요. 며칠 동안이지만 라디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지낸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다시 라디오 DJ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가녀린 외모와 달리 피트니스부터 스킨스쿠버, 승마까지 액티브한 스포츠를 두루 섭렵한 운동 마니아예요. 추천하고 싶은 운동이 있나요? 저는 승마를 강력 추천하고 싶어요. 승마 하면 보통 귀족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 잘 찾아보면 의외로 PT나 필라테스, 골프보다 싸게 즐길 수 있거든요. 체형 교정 효과가 있고 말이 움직일 때의 반동으로 장운동도 활발해져 변비에도 좋아요.(웃음) 또 말과 교감하면서 정서적인 안정감도 느낄 수 있고요.

저는 배우니까 나중에 사극에 캐스팅되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장점이 많은 운동이에요. 아, 그리고 다이어트 효과는 스킨스쿠버가 최고예요.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하거든요. 지난 스킨스쿠버 여행에서 하루에 다섯 끼를 먹었는데도 오히려 체중이 줄어서 돌아왔다니까요.

드라마 어워즈 시상식 때 입은 드레스가 한동안 화제였어요. 패션에도 관심이 많을 텐데 평소 스타일은 어떤가요? 지금 촬영장에 입고 온 옷처럼 몸에 달라붙지 않는 편안한 디자인을 즐겨 입어요. 루스한 핏이 유행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웃음) 예전에는 거의 무채색만 입었는데, 요즘에는 컬러 포인트가 있는 옷이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오늘처럼 촬영이 있는 날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마음껏 입어볼 수 있어서 그런지 평소에는 어떤 스타일링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없고, 그냥 편하게 입는 편이에요. 


 

하운드투스 체크 미니 원피스 마인, 벌키 니트 숄 씨에로, 블랙 사이하이 부츠 소보, 비즈 롱 이어링 젤라시.

기하학 패턴 블라우스 모조에스핀, 블랙 와이드 팬츠 딘트, 태슬 장식 이어링 케이트앤켈리. 블랙 링 폴리폴리.

  

차콜 컬러 프린트 드레스 에센셜, 모직 라이더 재킷 라이, 블랙 윙 이어링·레이어링 링 모두 스톤핸지, 블랙 앵클부츠 소보. 

 

늘 꽃과 함께하는 플로리스트를 겸하고 있으니 마냥 여성스럽고 섬세할 것 같아요.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확실히 어릴 때에 비해 차분해지고 여성스러워진 건 사실이에요. 예전엔 예민하고 즉흥적인 면이 많았는데 이제는 깊이 생각해보고 얘기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만약 제가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억척스러운 엄마가 되어 있을 것 같아요.(웃음) 


데뷔 초부터 한결같이 슬림한 몸매예요. 어떻게 관리하나요?
사실 저도 최근에 깨달았는데, 나이 들수록 식단 조절을 정말 타이트하게 해야 해요. 그냥 밥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 되겠지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최근 감자칩을 실컷 먹고 촬영한 사진을 보니 얼굴이 정말 퉁퉁 부었더라고요.(웃음) 화면에 얼굴이 노출되는 배우인 만큼 더더욱 신경 써야겠다고 깨달은 날이죠. 그날 이후론 꼭 저염식으로 챙겨 먹으며 건강한 식습관을 기르려 노력하고 운동에도 열중하고 있어요.

다행히 주변 친구들을 잘 만나 큰 유혹 없이 저염 식단을 잘 지켜요. 야식은 거의 먹지 않고, 예전에 비하면 군것질도 거의 안 하는 편이에요. 대신 식욕 억제 효과가 있다는 견과류를 즐겨 먹어요. 참, 아보카도도 식욕 억제 효과가 있더라고요. 다이어트약 대신 아보카도 같은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건강 식재료를 찾아 먹으려고 노력해요.

피부 고민 해본 적 있나요?
저 피부 고민 진짜 많아요. 피부 컨디션이 수시로 변해 속상할 때가 많거든요. 남들이 하는 것은 다 해봤는데 결국 클렌징 잘하고 각질 제거 꼼꼼히 하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클리닉에서 따로 피부 관리를 하지 않은 지는 오래됐어요. 너무 비싸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대신 매일 팩을 하고 비타민을 종류별로 챙겨 먹는 등 홈 케어는 철저히 하는 편이에요.

스케줄 없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보내나요?
미드를 정말 좋아해 쉬는 날에는 작정하고 종일 미드만 보는 때도 있어요. 재미있다고 알려진 것은 모두 섭렵했을 정도로 마니아예요. 그 외에는 승마를 배우거나 연기 수업을 받아요.

쉴 틈 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내면을 채워나가는 열정이 부러워요. 끊임없이 앞을 보며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오나요?
결혼을 안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웃음) 다 자기 보상 심리인 것 같아요. 내가 갖지 못한 무언가를 갖고자 애쓰는 것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나를 위한 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생각인 거죠. 이 나이에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없다고 슬퍼한들 뭐가 달라지겠어요.(웃음) 지금을 즐기자, 긍정적으로 살자는 주의예요.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허비하는 게 너무 아깝기도 하고…. 모험심이 강한 성격도 한몫하는 것 같고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요?
요즘은 이태원에 있는 루프톱 바에서 친구들과 가볍게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곤 해요. 외국에만 루프톱 바가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도 멋진 곳이 정말 많더라고요. 2AM의 임슬옹 씨가 하는 바나 주변 지인들의 바를 주로 찾는데, 특히 해 질 무렵부터 밤까지의 광경이 정말 근사하거든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구체적인 롤모델이 있나요?
김희애, 김성령 선배! 자기 관리도 굉장히 열심이시고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면 너무나 멋지고 존경스러워요. 연기는 두말할 것 없고 외적으로도 근사하고 멋진 분들이세요. 유호정 선배도 정말 아름다우시고…. 저도 자기 관리 열심히 하면서 연기도 잘하는 선배님들을 꼭 닮고 싶어요.

최근에는 월드비전 ‘꽃들에게 희망을’ 캠페인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사실 홍보대사가 되어 나눔에 앞장서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낯뜨겁고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뒤에서 남모르게 도와주는 조력자가 아주 많거든요. 하지만 이런 기회가 제게 찾아온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봉사 단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적도 있어요.

지난번 ‘사랑의 도시락’ 활동으로 태국에 갔을 때, 이번에 케냐 NGO 본사를 방문했을 때, 봉사 단체들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있는지 직접 체험하게 됐죠. 확실히 그 후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 참여하도록 추천하게 되더라고요.

특히 NGO 단체는 6·25 때 전쟁고아를 돕는 단체였다고 해요. 이제는 정반대로 지원을 받는 나라에서 우리가 도와주는 나라가 됐다니 남다른 감회가 느껴졌어요. 적은 기부금만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쉬운 방법을 알게 돼 뿌듯한 마음도 들었고, 이런 일을 계기로 나비효과처럼 작지만 큰 나눔의 파장이 일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범접하기 어려운 여신 이미지에서 예능을 통해 한결 친근하게 다가온 느낌이에요.
다음 작품에서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은 뭐예요? 사극을 해보고 싶어요. 시대극에나 역사물에 관심이 많거든요. 실존했던 인물을 한 번쯤 연기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동안 도회적이고 지적인 역할을 주로 했는데, 이제 생활 연기도 해보고 싶네요. 이전에는 대본을 봐도 공감 가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마음속에 와 닿더라고요. 그래서 가끔 망가질 때도 있고, 슬플 때 엉엉 울기도 하는 보통 사람, 그러니까 감정의 깊이가 있는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슈퍼모델로 시작해 탤런트, 플로리스트까지 여러 일을 해내고 있어요. 다음에는 어떤 직업이 더해질지 궁금한데요? 이제 다른 건 절대 안 해요.(웃음) 그냥 지금 하고 있는 것만 열심히 할래요. 플로리스트는 시너지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꽃을 만지는 여배우의 이미지를 다들 좋게 봐주셔서 신나게 했어요. 플로리스트를 하면서 욕심이 생겨 이것저것 했는데, 이제 정신 차렸어요.(웃음) 모든 게 결국 연기를 하려고 했던 일들인데,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되겠더라고요. 이제 연기에만 집중하는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올해도 몇 달 남지 않았네요.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한 해가 정말 빨리 가네요.(웃음) 지금 한창 준비 중인 스킨스쿠버 자격증 따는 거, 승마 마스터하는 거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아, 좋은 작품을 만나 좋은 연기로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CREDIT INFO

기획
정소나
스타일링
이은지
사진
정지은
헤어
상미(뮤제네프)
메이크업
소영(뮤제네프)
2016년 10월호

2016년 10월호

기획
정소나
스타일링
이은지
사진
정지은
헤어
상미(뮤제네프)
메이크업
소영(뮤제네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