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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라가 어때서?

설리의 인스타그램은 바람 잘 날이 없다. 노브라 구설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런데 이게 대체 왜?

On September 26, 2016

“전 제 몸이 부끄럽지 않아요. 노브라가 무슨 대수인지 모르겠어요.” 장소 불문하고 노브라 차림을 즐기는 모델 켄달 제너의 쿨한 한마디. 현재 설리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최근 설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장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그녀는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시선을 끄는 곳은 상반신. 운동복 상의 위로 뚜렷하게 윤곽을 드러낸 가슴 실루엣은 누가 봐도 명백한 ‘노브라’였다. 설리는 지난 4월에도 한차례 노브라 논란을 겪었다. 정작 설리 자신은 대수롭지 않은 눈치다. 9천 개가 넘는 댓글 폭격을 맞았지만, 일일이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관되게 비슷한 느낌의 사진을 업로드하며 대답을 대신했다.

반응이 요란스러운 쪽은 대중이었다. 사람들은 갑론을박했다. 대다수가 “보기 민망하고 불편하다” “공인이면 사진을 올리기 전에 자체 검열을 했어야 한다” 등의 훈수를 뒀고, 설리 편에 선 이들은 “속옷을 입고 안 입고는 개인의 자유”라며 응수했다. “노브라 라이프를 즐기는 건 본인 자유지만 논란의 미끼를 던진 것은 분명하다”는 시선도 있었다.

“노브라 차림이 대중이 ‘공인’을 운운하며 관여할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자유분방한 그녀의 성향이고 생활 방식인 거죠. 니플이 보이는 게 성적인 느낌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오히려 순수하게 봤어요. 니플보단 수영복 입은 여자 다리 사진이나, 깊게 파인 가슴골이 섹시한 거 아닌가요?” 남성지 <아레나>의 성범수 패션 디렉터는 말한다.

따지고 보면 많은 여성이 ‘노브라 라이프’를 즐긴다. 페미니즘 잡지 <젊은 여자>의 홍승은 편집장은 노브라에 익숙하다. “제 주변에도 노브라를 선호하는 지인이 많아요. 저 역시 웬만하면 노브라로 다니거든요. 사실 브래지어가 무척 불편하잖아요. 소화불량을 일으킬 때도 있고, 땀도 자주 차고요. 브래지어를 당연히 착용해왔던 것에 의문을 갖게 되면서 의식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막상 노브라로 다니면 아주 편하긴 해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영혜’라는 인물은 그저 ‘갑갑해서’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 건강상의 문제가 아닌 갑갑하다는 사실만으로도 브래지어를 하지 않을 이유는 충분하다.
 

불편한 건 남성의 가슴과 달리 여성의 가슴에 유독 성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시선이다. 여성의 신체 중 가장 섹슈얼리티와 연결 지어 해석되는 것은 가슴이고, 따라서 마땅히 가려야 할 가슴을 드러내는 것은 음란하다는 생각.

이런 사고는 여성의 가슴을 개인적 영역이 아닌 사회적 범주에 머물게 한다. 얼마 전 정가은의 모유 수유 셀카가 논란이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젖 물려 아이 밥 주는 사진에 ‘관종(관심종자의 준말)’이라 비난하고 ‘야하다’며 불순한 의미가 덧씌워졌다. 홍 편집장은 “여성의 모든 행동을 ‘섹스어필’로 연관 짓는 과도한 해석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생리대도 숨겨야 하고, 브래지어 끈도 숨겨야 하고, 수유하는 모습도 숨겨야 하고, 또 무엇을 숨겨야 할까요?”라고 반문한다.

얼마 전 미국 몬태나 주의 한 여고생이 노브라로 등교했다가 교장실에 불려간 사례가 있다. 학교 측은 브래지어 착용을 요구했지만, 여학생은 “나의 자연스러운 몸이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우리는 차별과 싸우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인스타그램에서 번지는 젠더 평등 캠페인 ‘Free the Nipple(여성의 가슴 노출을 허하라)’이 주장하는 것처럼 여성과 남성이 가슴을 완전히 드러내는 것은 법적으로 동등한 자유를 누려야 한다. 노브라도, 모유 수유도 그 자체로는 결코 음란하지 않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최안나 객원기자
사진
설리·정가은 인스타그램, 영화 <프리 더 니플> 스틸컷
2016년 09월호

2016년 09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최안나 객원기자
사진
설리·정가은 인스타그램, 영화 <프리 더 니플>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