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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진짜 '나'는 퇴근 후에 시작된다

On January 04, 2018 0

‘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사랑, 사랑과 일이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은 2030세대의 직업관을 대변하는 키워드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에게 ‘어떤 직장을 원하느냐’ 물었다. 10명 중 10명이 답했다. “야근이 없는 회사요.” 일을 적게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일 때문에 일상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럼 퇴근 후에는 뭘 하고 싶은 걸까? 회사 밖에서 진짜 나와 접속을 시도하며 각종 취미 생활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프립, 탈잉 등 취미 생활 원데이 클래스를 할 수 있는 소셜 커뮤니티, 트레바리와 같은 독서 클럽이 급성장한 것도 취미 생활을 찾아다니는 워라밸 세대 덕분이다.

같이 영화 볼래요?
민지연(공공 기관 근무)

본업과 무관하게 ‘오렌지필름’이라는 곳을 운영한다고요?
매달 하나의 주제로 상영회를 기획해요. ‘까봐야 안다, 오렌지필름!’이라는 이름으로요. 프로그램 기획, 선정, 섭외, 홍보 등을 모두 혼자 해요.

영화는 전 국민의 취미잖아요. 그걸 이렇게 본격적으로 하는 이유는요?
이전 직장이 외국계 자동차 회사였는데, 2015년 4월 6일 입사했어요. 왜 날짜를 기억하냐면 입사일과 동시에 상영회를 시작했거든요. 회사를 다니면 현실에 파묻혀 좋아하는 영화와 멀어질 것 같았어요. 오렌지필름의 포맷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록시 시어터(Roxie Theater)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예전에 거기서 인턴을 하면서 프로그래머의 제안으로 한국 단편 영화를 기획, 상영한 적이 있거든요.

얼마 전 이직했다고요?
지금은 경기콘텐츠진흥원 영상산업팀입니다. 이직한 가장 큰 이유가, ‘시간’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에요.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더 쓰고, 성장할 필요를 느꼈어요. 이전 직장은 업무가 너무 많아 영화 일을 병행하기 어려웠거든요. 더 늦기 전에 영화 가까이 가고 싶었어요.

직장 외 다른 일을 벌이는 것의 장단점은요?
쉴 시간이 적다는것, 반면 무수한 장점이 있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기대 못한 선물 같은 일이 생겨요. <나일론> 인터뷰도 그래요. 이사할 때 유일하게 안 버리는 잡지가 <나일론>이거든요. 제가 바쁘게 산다고 엄마가 많이 걱정하셨는데, 얼마 전 상영회에서 그러셨어요.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표정을 보니 진작 응원해줄걸.”

예뻐서 즐거운 프랑스 자수
서은별(제조 회사 홍보)

어떻게 프랑스 자수를 시작했나요?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잠깐 쉬면서 시간 여유가 생겼어요. 거창하기보다 소소하게 오래할 수 있는 취미를 갖고 싶었어요. 원래 전공이 디자인이어서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거든요. 캘리그래피와 가죽 공예도 배웠는데 그건 오래 배울수록 장비가 더 필요하더라고요. 프랑스 자수는 바늘과 실만 있으면 될 것 같아 시작했어요.

취미로서 프랑스 자수의 장점은 뭔가요?
무언가 집중해 완성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제가 원래 잘 다치는 편이라 자수를 하면서도 손가락을 자주 찔러 피도 나는데, 그래도 계속 바느질을 할 정도로 재미있어요. 만들고 있을 때는 잡생각도 안 들고, 완성된 걸 친구들에게 선물할 수도 있으니 좋아요. 정성을 들인 특별한 선물이잖아요.

프랑스 자수는 여성스러운 취미라고만 생각했는데 클래스에 남자도 있다면서요?
여자친구 선물을 만들려고 오는 분도 있더라고요. 요즘은 젊은 여자뿐 아니라 어머님도 많이 오세요. 나이 들어도 여자들은 ‘예쁜 것’을 좋아하잖아요.

퇴근하고 배우러 오는 게 힘들지는 않아요?
일만 할 때는 ‘나는 뭐하는 사람인가’ 싶을 때도 있고 소진되는 기분이 들어요. 짬짬이 취미 생활 하는 것만으로도 충전이 돼요. 예쁜 자수를 완성해 인스타그램 댓글과 하트를 받는 건 보너스예요.(웃음)

취미 컬렉터
김선화(대학생)

그동안 시도한 취미는 어떤 것들인가요?
본격적으로 배운 것만 세어볼게요. 바리스타, 칵테일 제조, 가죽 공예, 목공, 핸드 페인팅 도자기, 향초나 향수 만들기, 요리, 베이킹, 비즈, 십자수, 펠트, 방송 댄스 등입니다.

꾸준히 오래한 취미는요?
향 DIY, 바리스타, 댄스요. 댄스는 1년 반가량 꾸준히 했는데, 재능이 없었어요. 흑. 가죽 공예, 베이킹은 지금도 해요.

그렇게 많은 취미를 지닌 이유는 뭔가요?
힘들게 대학에 들어갔는데 학교 생활이 즐겁지 않았어요. 전공에서 괴리감을 느꼈고요. 그러다가 우연히 취미를 접했는데요, 그때부터 ‘세상은 넓고 배워야 할 건 많구나’ 느꼈어요. 특히 제가 만든 완성품을 지인에게 선물하는 게 좋아요. 소박하지만 선물을 받고 행복해하는 사람들 표정을 보는 게 행복해요.

학교 다니며 대외 활동, 아르바이트, 취미 활동까지 하는 게 힘들지 않나요?
1일 2취미를 두 달간 한 적이 있는데 힘들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오히려 힘들고 고단한 마음을 취미를 통해 다독거리는 것 같아요. 가령, 힘든 마음을 여행으로 푸는 친구들이 있는데요, 취미 역시 여행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여행은 아니지만 새로운 분야의 취미를 찾아가는 것 자체가 여행 같아요.

그동안 했던 많은 취미 생활 중 하나만 추천한다면요?
목공요. 작업이 힘들기는 해도 힘든 만큼 보람이 쏠쏠합니다. 상당히 실용적이라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커요.

취미는 요요, 농담 아님
이동훈(방송국 콘텐츠 마케터)

취미가 요요인데요. 어쩌다 요요를?
1999년부터 시작해 18년째 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죠. 인터넷에서 ‘요요사랑’이라는 소모임을 알았고,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대회에도 참가했어요.

세계 대회에도 참가했다고요?
대학생 때부터 매년 거리 축제에 참가하고, 2011년에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도 참가했어요. 요요에는 다섯 종목이 있는데, 제가 하는 건 ‘2A’라고 두 손으로 요요를 하는 종목입니다. 전국 대회에서는 꾸준히 3위 내에 입상했고, 우승은 4번 했습니다. 올해는 아이슬란드에서 열린 세계 대회도 참가했습니다.

연습은 얼마나 해요?
평소엔 그냥 생각날 때 가지고 노는 정도지만 통상 6월 초에 진행되는 전국 대회 때문에 1~2월부터는 하루 1시간 이상은 연습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야근도 많고 바쁜데 힘들지 않나요?
하지만 명확한 장점이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를 스스로 알게 해준다는 것. 그리고 그걸 잘한다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정말 커요.

요요 열심히 하는 거 회사 사람들도 아나요?
알지만 굳이 얘기는 안 합니다. 회사에서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요요를 잘한다는 인식이 방해가 될까 봐요. 회사에서 요요 하라고 월급을 주는 건 아니고, 그와 관련해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것도 워라밸 붕괴라고 생각합니다.

요요는 앞으로도 계속할 건가요?
예전에 제게 많은 영향을 준 동아리 1세대 멤버는 생계 때문에, 혹은 이 활동이 어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인지 하나 둘 떠났어요. 요요를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비웃는 사람도 있고요. 그 점이 아쉬웠어요. 나이 들어서도 즐길 수 있는 평생 취미임을 증명하고 싶고, 그 안에서 좋은 영향을 끼치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워라밸 비즈니스: 취미를 팝니다
2018년 직장인의 취미는 스트레스 해소와 힐링보다는 ‘자아 찾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취미 생활에 돈을 아끼지 않는 직장인은 벤처 창업가의 희망이 된다. 가르칠 사람과 배울 사람을 연결해주는 오투잡, 크레벅스 등은 ‘재능 공유’라는 새 장을 열었고,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가 생겼다.

프립(www.frip.co.kr) 강의형 클래스부터 스포츠까지 없는 게 없는 취미 사이트.
탈잉(taling.me) 튜터와 일정 기간을 두고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소셜 사이트다. 포토샵이나 디자인, 동영상 촬영과 편집 등을 학원보다 저렴하게 배울 수 있다.
숨고(soomgo.com), 프람피(prompie.com) 피아노와 영어 등을 전문가에게 배울 수 있다. 관심 분야를 정하고 조건을 올리면 선생님들의 이력서가 온다.
하비인더박스(www.hobbyinthebox.co.kr) 취미를 정기 배송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 클레이 아트, 베이킹, 테라리움, 멜팅 캔들, 픽셀 아트, 북바인딩, 핀홀카메라, 핸드 드립 등 무궁무진한 아이템이 배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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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CONTRIBUTE EDITOR
LEE SUK MYONG, KIM SONG HEE
PHOTO
YOON SANG MYUNG

2018년 01월호

이달의 목차
CONTRIBUTE EDITOR
LEE SUK MYONG, KIM SONG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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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 SANG M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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