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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달라지리라

NOT NEXT YEAR

On December 28, 2017 0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혀 있는 나의 멍청이 짓. 내년에는 꼭 달라지리라.

 

다채로운 기억을 기록할 수 있는 책은 1만4천5백원 리스토그래피. 퍼플 컬러의 다이어리는 1만5천원·단발머리 소녀의 일러스트 다이어리는 6천5백원·그레이 컬러의 다이어리는 3천5백원·천사 일러스트 다이어리는 7천원 모두 페이퍼팩.

 

  •  1  의욕이 넘치던 신입사원 시절, 첫 회의를 앞두고 있었다. 막내답게 미리 자료도 프린트하고, 자리도 말끔하게 정돈했다. 너무 긴장한 탓일까. 미팅 시간이 다가오자 슬슬 배가 아파왔다. 그때 울리는 문자 메시지 알림음. ‘저희 도착했어요’. 큰일 났다 싶어 화장실로 달려갔고, 거기엔 회장님이 떡하니 앉아 있었다. 알고 보니 ‘화장실’이 아니라 ‘회장실’의 문을 연 것.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회장님 얼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_ 회사원(25세)

  •  2  지각이 일상인 나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예민해져 있었다. 시험장에는 늦지 않으리라 다짐, 또 다짐했건만 전날 연습은 새벽 늦게까지 이어졌다. 10개가 넘는 알람 덕분에 제시간에 고사장으로 들어설 수 있었고, 때마침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던 찰나였다. 그런데 호명이 모두 끝났는데도 내 이름만은 들리지 않았다. 의아한 표정으로 수험표를 확인하고서야 나는 전 시간대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펑펑 운 적은 처음이었다.
    _ 배우 지망생(20세)

  •  3  썸남과의 두 번째 만남. 어색하게 걷다 어느 와인 바를 발견했다. 긴장도 풀 겸 들어간 곳은 분위기도 좋고, 가격도 저렴해 완벽한 데이트 장소였다. 술이 들어갈수록 가까워지는 그와의 거리에 한껏 기분이 들뜬 게 문제였다. 계산서를 들고 앞장선 후, 슬쩍 확인한 금액. 먹은 건 고작 와인 몇 잔이건만 무수히 많은 ‘0’이 줄을 서 있는 게 아닌가. 당시 내 용돈은 단 6잔만 허용될 뿐이었는데.
    _ 대학생(23세)

  •  4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 계좌가 금융 사기에 연루돼 그 돈이 언제 어떻게 이용될지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곧바로 은행으로 달려가 알려준 ‘안전한’ 계좌로 5백만원을 송금했다. 그렇게 나는 보이스 피싱의 희생양이 되었다. 돌이켜보니 맞춤법부터 말투까지 모든 게 어눌했다.
    _ 회사원(26세)

  •  5  헤어진 남친을 안주 삼아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과일 소주가 한창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아무리 마셔도 취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무려 7병을 비운 뒤 눈을 떠보니 방 안이다. 휴대전화를 확인하자 친구들로부터 온 걱정스러운 문자가 한가득. ‘또 실수했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불현듯 등골이 서늘해졌다. 구남친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쿵쿵 절을 올리던 어제의 내 모습이여. 나 같은 건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_ 백수(29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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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에 빼곡히 적혀 있는 나의 멍청이 짓. 내년에는 꼭 달라지리라.

Credit Info

ASSISTANT EDITOR
PARK JI YOUN
PHOTO
HAN SANG SUN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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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ISTANT EDITOR
PARK JI Y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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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 SANG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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